남미의 드라마는 참으로 한결같이 ‘막장’에다 개연성 없는 전개로 유명합니다. 물론 김치로 따귀를 때리는 막장은 없지만, 이곳 막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난하고 눈물 많은 여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흔해 빠진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가톨릭 신자가 다수인 나라답게 신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상처받은 처녀가 수녀로 변장해 복수를 하는 막장도 많습니다. 이런 막장에 사람들이 피로를 느낄 무렵 새롭게 등장한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바로 터키에서 물 건너온 드라마들이죠.
터키 드라마는 훤칠한 외모를 가진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하고, 이스탄불의 화려한 유적들, 관광지의 아름다운 배경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미국드라마들과 또다른 매력을 그들에게서 찾는다고 합니다. 물론 스토리는 칠레 것들과 별반 다르지않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세트장, 소품들, 주인공들의 화장법 등이 칠레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칠레 방송사들은 앞다퉈 터키 드라마들을 수입해 방영하고 있습니다. 저녁 뉴스가 끝나면 세 방송사에서 저마다 다른 터키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뜬금없이 드라마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 터키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을수록 사람들은 종교혼합주의, 새로운 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뉴스가 끝나고 바로 방영하는 칠레 일일드라마에서 신부가 한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고 입을 맞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다 다음 드라마에서 터키의 미남미녀들이 등장해 알라를 찾고, 그들의 기도 도구를 만지작 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