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청소년 길거리 상담소 ‘아지트’가 달려갑니다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7-08-22 수정일 2017-08-22 발행일 2017-08-27 제 305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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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힘들어하지 마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경기도 성남시 신흥역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운영되는 ‘아지트’ 버스.

“아지트 덕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2년 전 가출한 경험이 있는 박민영(16·가명)양은 “아지트가 없었다면 자신이 지금쯤 어느 거리를 헤매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아지트’,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은 청소년들을 위한 길거리 상담소다.

가출한 박 양은 번화가를 방황하다가 밥과 간식은 물론 따뜻한 옷도 주고 놀거리도 있는 아지트에 들렀다. 이곳에서 상담 교사와 대화하던 중 자신이 가출 중이라는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놨고, 교사의 조언 덕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로도 박 양은 종종 아지트를 찾는다. 이곳 상담 교사들과는 대화가 잘 통해서 대화를 하다보면 고민거리가 많이 해결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아지트’는 지난 20여 년 간 노숙인, 가출 청소년 등을 위해 봉사해온 김하종 신부(수원교구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오블라띠 선교 수도회)가 청소년들을 위해 펼치는 또 하나의 노력이다.

지난해만 길거리에서 1만4000여 명의 청소년들을 만난 김하종 신부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마음에 상처가 있고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 너무 많다”면서 “우리 사회와 교회가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종 신부가 8월 11일 성남시 신흥역 ‘아지트’를 찾은 청소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안나의 집을 통해 1994년에는 공부방을, 2002년에는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를 운영했다. 하지만 핵가족화로 공동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고 자유를 원하는 청소년들이 늘면서 쉼터를 찾는 청소년들이 줄어들자, 2015년 7월부터는 직접 거리로 나섰다.

김 신부는 “현재 우리 사회에는 가출 청소년이 20만 명이 넘는데,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면서 “‘가서 그곳에 머물라’고 말씀하신 교황님 말씀 따라 성당에 오지 않는 아이들을 직접 찾아다니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박 양처럼 일반 고민 상담을 하기 위해 아지트를 찾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하루 평균 50여 명, 월평균 8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이곳에 머물다 간다. 가정불화로 인해 상처를 받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다. 또 대인관계, 성적, 진로 등 상담 주제는 다양하다.

김 신부는 “대화를 해보면 청소년들은 사랑과 우정, 신뢰감 등 정서적인 안정을 가장 필요로 한다”면서 “아이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 박성우(38) 주임은 “청소년들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대화를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하나 둘 씩 드러나기 때문”이라면서 “상담사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그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아지트’는 버스와 부스로 이뤄져 있다. 버스에서는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사가 청소년들과 1대1 상담을 진행하고, 부스에서는 심리검사와 보드게임, 식사와 간식 제공 등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요일에 따라 운영 장소는 다르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앞, 양지동 문화의 집 앞, 수원역 4번 출구 앞, 광주 청석공원, 신흥역 3번 출구 앞 등에서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수요일 운영시간은 오후 6시30분~10시30분이다.

▲▼ ‘아지트’ 부스에서 상담사를 비롯한 봉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청소년들.

최근 이렇게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사가 길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고 밥도 제공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부천역에는 사제가 직접 나서는 길거리 상담소가 있다. 재단법인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사장 정신철 주교) 산하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부스 형태로 운영하는 상담소다. 아지트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사가 상담을 해주고 식사도 제공한다.

매주 길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는 한태경 신부(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 부장)는 “앞으로 점점 지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부천에 있는 공원, 골목 등 외진 곳을 찾아다니며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연신내 물빛공원에서 부스 형태의 ‘청소년 상담카페, 대화가 필요해’가 운영된다. 이곳 상담은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이사장 정순택 주교) 산하 청소년문화공간JU역촌동이 담당한다. 개신교 서강교회는 오후 9시까지 상담카페 밥차를 운영한다.

또 제주교구 청소년사목위원회(위원장 김석주 신부)는 아지트를 벤치마킹, 내년부터 방과 후 청소년들이 휴식을 취하고 상담도 받을 수 있는 ‘찾아가는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