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참상 담긴 유물에서 관람객들 눈을 떼지 못해 187점 한국교회 유물과 교황청 소장 유물도 선보여 「기해병오 치명 증언록」 등 순교사적 의미있는 전시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바티칸박물관서 무료 관람
바티칸 특별전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이 각계각층의 축하 속에 성대하게 열렸다. 개막행사는 9월 9일 이탈리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전시장 앞에서 진행된 개막행사, 전시회 관람 순으로 이어졌다. 특별전의 시작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 하늘과 땅이 하나되는 듯한 전시장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앞, 둥글게 펼쳐진 바티칸 광장의 왼쪽 회랑으로 들어서면, 세계적인 예술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가 설계한 브라치오 디 카를로마뇨 홀과 마주할 수 있다. 길고 경사져 있는 홀로 들어가 걷다보면, 마치 땅이 하늘과 점점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이곳에 187점의 한국교회 유물이 펼쳐져 있다. 그중에는 바티칸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4점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유물 6점도 포함돼 있다. 기해·병오박해의 참상을 목격한 8명의 증언자들이 16명의 순교자들에 대해 증언한 「기해병오 치명 증언록」, 안중근(토마스) 의사의 유묵 「경천」 등이 관람객의 이목을 끈다. 인류복음화성이 소장 중인 「유진길 아우구스티노가 쓴 편지」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쉽사리 발을 옮기지 못한다. 이 편지는 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자인 고(故) 최석우 몬시뇰(1922~2009)의 논문에 언급되는 등 그간 기록으로만 알려져 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개막미사 봉헌 특별전 개막미사는 이례적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됐다. 교황청은 지역교회의 행사를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을 빌려주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교회와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 대성당에서 개막미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악도 울려 퍼졌다. 한국 청년들로 구성된 국악 4중주 팀 ‘사나래’가 해금, 피리, 거문고, 가야금으로 미사 반주 및 생활성가 ‘하느님의 은혜’를 특송으로 연주한 덕분이다. 사나래 대표이자 해금을 연주한 정겨운(가타리나)씨는 “한국교회 관련 전시회 개막행사에 참여해 종교를 넘어 국악을, 그리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15개국 출신의 다문화가정 어린이 21명으로 이뤄진 레인보우어린이합창단과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 합창단으로 구성된 연합성가대가 개막미사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했다.◎… 아시아 청소년들도 함께한 장
서울대교구는 개막행사에 홍콩과 타이완,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15개국 청소년 대표단 44명을 초청했다. 조선 땅에 처음으로 파견된 선교사인 복자 주문모 신부의 고향 중국 쑤저우교구 샤오헝탕본당 주임신부와 신자 13명도 함께했다. 아시아 청소년 대표단과 함께 개막행사에 참가한 브루나이대목구장 코르넬리우스 심 주교는 “특별전은 아시아의 청년들이 한국교회 순교정신을 본받아 신앙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맞이해야 할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 순례단으로 미얀마에서 온 린린라잉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됐다”면서 “한국교회의 역동성과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 한국교회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개막미사를 공동주례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혼 타이파이 대주교도 “특별전은 교회가 인류애를 추구해야함을 확인시켜주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 각계각층 함께 축하 이번 특별전은 서울특별시와 주 교황청 한국 대사관이 후원하고, 서울역사박물관이 협력해 진행하는 만큼 박원순 서울시장과 심재철 국회부의장,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박영선·유은혜·나경원·오제세 등 가톨릭신자 국회의원,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 등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개막행사에 동참했다. 한복을 입고 개막미사에 참례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교회의 역사는 한국사 그 자체이자 현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라며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세계 속에서 한국과 한국교회가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심재철 국회부의장도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이기도 한 한국 천주교회의 발자취가 이번 전시회에서 생동감 있게 나타나 그 의미가 대단히 깊다”면서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바티칸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