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으로 쓰인 문헌, 동아시아 함께 연구하자” 근대 중국·필리핀 등 찾은 서양 선교사 저술서 논의 아시아 학자들 공동연구할 학술 네트워크 형성 제안
동아시아에서 활동한 서양 선교사들의 선교와 저술활동이 동서 문명 교류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밝혀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천주교회창립사연구소(소장 김동원 신부)는 북경외대세계아시아정보센터(소장 장시핑), 중앙대학교 중앙사학연구소(소장 차용구), 한국사학사학회(회장 손준식)와 공동주최로 11월 24~25일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교우와 실의 : 천주교 문헌과 동서문화교류사’를 주제로 한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중국에서 서양문화와 천주교 사상을 전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예수회 마테오 리치 신부(1552~1610)의 저서 「교우론」과 「천주실의」에서 주제를 따왔다. 첫 발표 ‘바티칸 도서관 소장 동아시아 천주교 문헌 초보적 탐색’을 맡은 장시핑(張西平) 교수는 동아시아에 천주교가 전파된 경로와 특징, 바티칸 도서관에 소장된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과 관련된 천주교 문헌을 설명한 뒤 “한문으로 쓰인 천주교 문헌을 연구하는 기관을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연합해 설립함으로써 하나의 학술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조속한 시일 안에 교황청과 유럽에 있는 한문 서학서들의 목록을 만들고 복사본을 들여와 동아시아 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하면 국가별 연구가 동아시아 전체 연구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쓰쿠바대학 이가와 요시츠구(井川義次) 교수는 ‘예수회의 유가(儒家) 고전번역과 유럽의 수용 양상’ 발표에서 “초기 중국 선교를 맡았던 미셸 루지에리 신부(1543~1607)가 중국 고전인 「대학」(大學)을 라틴어로 번역한 예에서 알 수 있듯 중국에 온 예수회 선교사들은 중국의 유교를 열심히 연구하고 번역서를 내면서 보다 효율적인 전교를 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사학연구소 노용필(다니엘) 소장은 ‘이수광과 이익의 마테오 리치 「교우론」 수용양상 비교검토’를 주제로 발표를 맡아 “이수광은 17세기에, 이익은 18세기에 「교우론」을 입수해 숙독했다”며 “이익이 「교우론」에 대해 ‘뼈를 찌르는 이야기이며 그 말 또한 진실되고 확실하니 사색할 만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교우론」을 학문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역으로 수용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