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원시림 한복판에서 영그는 뿌리 깊은 신앙
밀림이 우거진 남미 볼리비아 원시림.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도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도 신앙의 씨앗이 뿌려져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지구 반대편인 이곳에 한국인 사제들이 파견돼 사목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 선교사제로 활동 중인 대구대교구 김동진 신부(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본당 주임)를 통해 이곳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만나본다. 김 신부는 현지 ‘우물’ 프로젝트와 ‘젖소목장’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 작고 가난하지만 기쁘게 사는 신앙공동체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공동체(이하 산 안토니오 공동체)는 볼리비아 중에서도 사방 100㎞ 원시림에 둘러싸인 오지로, 치키타노(Chiquitano)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인디언 자치 구역이다. 17세기 후반 예수회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이곳에 신앙을 전파했다. 김 신부는 이곳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치키타노족 특성상 배타적인 성향이 강해 외부인의 접근을 꺼리지만, 사제만큼은 자신들과 같은 치키타노족으로 여기며 공동체 일원으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김 신부는 이곳에서 최용석 신부(대구대교구)와 함께 공소 공동체를 찾아다니며 사목하고 있다. 김 신부는 “사람들 모두 순박하고 쾌활하며 전통적인 전례도 잘 보존돼 있다”면서 “산 안토니오는 그리스도교 문화가 잘 유지되고 있는 이상적인 신앙공동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낙후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난하게 살지만, 누구보다 깊은 신앙심으로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전했다.■ ‘마르지 않는 우물’과 ‘희망의 목장’
최근 들어 이곳에 큰 걱정거리가 생겨났다. 원시림에 둘러싸인 마을 특성상 모든 것이 열악해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신부는 현재 공동체의 자립을 위한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 ‘우물’과 ‘젖소목장’ 프로젝트.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우물 사업은 이 지역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지금 우물은 오염된 지표수가 유입되는데다 건기에는 말라버려 사용할 수 없다”면서 ‘마르지 않는 우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을에는 적어도 6개의 우물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건기에도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m 정도 깊이를 뚫어야 하는데, 1m당 우리 돈으로 1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니 우물 하나에 1000만 원 이상이 듭니다.” 젖소목장은 일종의 ‘가축은행’으로 구상하고 있다. 영양실조 어린이들과 빈민들의 생계를 위해 젖소를 대여해 주고 자립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민들과 함께 50ha 규모의 목초지를 완성해 놓은 상태다. 같은 면적의 목초지를 추가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김 신부는 “가축 대여 사업을 위해서는 현지 재래종이 아닌 좋은 품종의 젖소를 구입해야 한다”며 “송아지를 임신한 암소 한 마리는 한 가족이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고, 송아지를 낳아 기르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최소 2억 원 정도가 필요한 상황. 이에 김 신부는 모금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도움을 요청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국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볼리비아 밀림 한가운데서 오랜 세월 소박한 신앙공동체를 꾸려온 치키타노 원주민들이 그들의 신앙을 계속 이어가도록 도움이 필요하다. 후원계좌 505-10-160569-9 대구은행 문의 010-2167-8187 김동진(제멜로) 신부 기부금 영수증 문의 053-250-3011 대구대교구 관리국 ■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본당 주임 김동진 신부 -“슬픔과 고통 한가운데 놓여도 신앙으로 기쁘게 사는 법 배워”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n사진 김동진 신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