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5월 1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발표한 ‘수도자 노동인식 설문조사’ 결과는 수도자들이 자신의 노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수도자 노동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한국교회 수도자들은 학교와 복지시설, 의료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책임자 혹은 관리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자들이 지니고 있는 노동인식에 따라 소속된 기관의 운영 방식이나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기관 내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가톨릭의 대 사회적 이미지에도 수도자들의 노동인식은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수도자들은 자신들의 노동자성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개항기인 190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까지 수도자들은 한국사회 곳곳에서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실현했고 수도자들의 노동이 정당한 보상과 가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주목할 것은, 서울 노동사목위 설문조사는 과거와 달라진 노동환경에서 수도자들에게도 노동교육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문화적으로 급변하는 한국사회에서 수도자들의 노동이 예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평가되고 있으며 교회 안팎을 불문하고 수도자들의 전문성을 능가하는 평신도 전문가들이 양성되고 있는 시대다. 수도자들이 전문성을 갖춘 평신도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조직 관리를 하려면 노동교육은 필수적이다. 수도원에서 이뤄지는 수도자 양성과정에 노동교육이 포함돼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