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체 훼손·코란 소각·부처상 파손… 도 넘은 행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4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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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존중심 잃어가는 사회

극단적 남성혐오 사이트인 ‘워마드’(womad)의 패륜적 행위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종교적 상징에 대한 존중심을 잃어버린 사회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종교는 최고의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종교는 인간 삶의 가치와 도덕의 내용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워마드의 종교와 종교적 상징에 대한 공격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심각하게 부정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워마드는 스스로 남성혐오론자들의 모임을 자처하면서 패륜적 혐오 행위를 저질러왔다. 남성에 대한 살해 위협에서부터 낙태한 태아 훼손 사진 게시까지 사회 통념상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을 해왔다.

급기야는 천주교에서 신성모독으로 간주되는 성체 훼손을 하고 성당 방화를 예고했다. 또한 천주교뿐만 아니라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는 사진을 게시하고 이슬람 사원을 방문해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먹자는 모의를 하기도 했다.

종교와 종교적 상징에 대한 무시와 혐오는 관련 게시글에서 성체를 단순히 “빵쪼가리 태운 것”이라고 치부하는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주교회의는 7월 1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는 “천주교 신앙의 핵심교리에 맞서는 것이며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밝혔다. 또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교황청 신앙교리성에 해당 사건을 보고했다.

주교회의는 특히 “거룩한 성체에 대한 믿음의 유무를 떠나서 종교인이 존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성체 모독 행위는 천주교에서 가장 극심한 신성 모독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성체 모독죄는 오직 사도좌(교황)만 사면할 수 있는 대죄에 해당한다. 지난 2012년에는 제주도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당시 바닥에 떨어진 성체가 훼손돼 관계자가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사실상 종교적 상징에 대한 훼손 행위는 종교계 안에서도 종종 발생했다.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 신자들에 의한 부처상과 단군상 훼손 등의 사건이 발생하기도 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러한 행위들은 타종교의 교리와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독하는 행위로 간주됐고 이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비판들이 일었다.

해외에서도 신성 모독 행위가 페미니즘과 인권운동 단체들에게서 나타난다. 팝 가수 시너드 오코너는 천주교의 낙태 반대에 항의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사진을 방송에서 찢었고, 마돈나는 공연무대에서 그리스도교 종교 상징을 모독하는 행위를 펼쳤다. 하지만 종교 상징 모독으로 비춰지는 페미니즘 단체들의 행위 상당수가 어린이 성추행 등 사회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어 워마드의 패륜행위와는 구별된다.

천주교는 타종교와 그 상징들에 대한 존중을 촉구해왔다. 특히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2006년 2월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의 만평에 대한 이슬람 신도들의 분노와 관련해 “평화와 이해를 위해서 세계의 종교와 그 상징들을 서로 존중하는 것이 긴급하고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