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세월호 아픔 함께 나눴던 진도 ‘팽목항성당’ 9월 철거 예정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8-13 수정일 2018-08-14 발행일 2018-08-19 제 310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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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철거돼도 희생자 위한 기도 계속되길…
전국 신자들 와서 기도했던 ‘가장 작지만 가장 큰 성당’
손인성·김영예씨 부부가 4년 넘게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며 지켜온 추모공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진도 팽목항성당을 지켜온 손인성·김영예씨 부부. 진도군 방침에 따라 팽목항성당은 9월 초 철거 예정이다.

‘일편단심’(一片丹心).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참사가 난 직후부터 팽목항성당을 가꾸고 지켜온 손인성(스테파노·70·광주대교구 진도 진길본당)·김영예(바울라·66)씨 부부에게서 ‘한 조각 붉은 마음’을 읽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이다.

김영예씨는 컨테이너 하나로 만들어진 팽목항성당을 ‘가장 작지만 가장 큰 성당’이라고 표현했다. 넓이로 치면 4평 정도밖에 되지 않아 가장 작으면서도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전국 모든 지역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찾아와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한 곳이 팽목항성당이기에 가장 큰 성당이다.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나눴던 팽목항성당이 곧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기해 경기도 안산에 있던 합동분향소가 철거되자 진도군청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 팽목항에 남아 있는 분향소와 유가족 숙소, 식당, 부대시설의 원상회복에 대한 의견을 구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상으로는 가족협의회 의견을 구한다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는 ‘시설들을 철거해야 한다’는 종용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공문에는 팽목항성당은 원상회복 대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도군청 공무원은 “팽목항성당도 철거대상”이라고 밝혔다. “8월 말까지 유지되고,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9월 초 즈음에 철거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세월호 참사 상황을 기록한 진도 팽목항성당 칠판. 손인성씨가 매일 날짜별로 수정한다.

팽목항성당을 관할하는 진도본당 주임 민세영 신부는 “진도군은 팽목항을 항만으로 개발하기 위해 팽목항에 남아 있는 세월호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며 “팽목항성당을 포함해 세월호를 기억하게 하는 팽목항 시설들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진도군의 시설 철거 강행 움직임 앞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9월 3일 팽목항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 사진과 기록물을 정리한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 고우재군의 아버지로 팽목항 유가족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영환(51)씨는 8월 9일 기자와 만나 “팽목항성당은 유가족들이 관여할 시설물이 아니지만 9월 3일 팽목항 분향소 희생자 사진을 정리하면 진도군에서는 빠르게 시설물 철거에 나설 것이고 팽목항성당도 다른 시설들과 같이 철거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팽목항 세월호 시설물 보존을 위해 활동해 온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 상주모임’ 활동가 정인선(미카엘라)씨도 “전국 각지 추모객들이 한여름 휴가철에도 꾸준히 팽목항을 찾고 있는데도 세월호 시설물 철거를 막을 수 없게 됐다”며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팽목항성당이 철거될 것이라는 소식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는 이는 손인성·김영예씨 부부다. 이들은 8월 9일에도 평소처럼 점심을 먹고 팽목항성당에 도착해 제일 먼저 제대 뒷 벽에 붙어 있는 작은 칠판에 ‘8월 9일, 1577일째’라고 고쳐 썼다. 이들 부부는 세월호 참사가 나고 나흘째인 2014년 4월 20일 팽목항에 천막성당이 세워질 때 직접 천막을 펴고 기둥을 세우는 데 땀을 흘렸다. 그 후 팽목항에 다른 시설물들이 들어서는 흐름 속에서 천막성당이 다섯 번이나 자리를 옮기고 컨테이너성당으로 바뀌는 4년 4개월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팽목항성당을 관리하고 그 안에서 추모객들과 기도하거나 십자가의 길을 바쳤다. 추모객이 팽목항성당을 찾지 않는 날도 부부는 어김없이 공소예절을 드렸다.

진도 팽목항성당 제대. 제대 꽃은 김영예씨가 수시로 바꾸고 있다.

처음 1년여 동안은 팽목항성당에 드나드는 봉사자들이 많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손씨 부부만이 팽목항성당을 오늘까지 지켜오고 있다. 일편단심이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남편 손씨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영원한 안식을 얻고 미수습자 다섯 분이 모두 수습되기를 늘 기도한다”면서 “팽목항성당이 추모객들의 기도장소로 끝까지 남아 있기를 바라지만 철거된다면 순리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아내 김씨 역시 “하느님이 우리 부부를 필요로 해서 팽목항성당에 끌어다 놓으셨다 여길 뿐이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팽목항성당이 철거되더라도 되도록 팽목항에서 가까운 곳에 다시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