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해악 입혔다는 사실 부끄럽게 여기고 회개해야” 성범죄·은폐 책임 묻고 재발 방지 위한 노력 다짐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대배심이 발표한 성직자 성추행 보고서에 대한 응답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제 성추행과 범죄 사실 은폐를 ‘범죄’로 규정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다.
교황은 8월 20일 발표한 이 서한에서 희생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전 세계 신자들은 사제 성추행과 은폐를 근절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또 교회 지도자에게 평판보다는 아이들의 안전에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우리 교회 공동체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했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의 삶에 해악을 입혔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회개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이들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성추행을 은폐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대배심은 8월 14일 지난 70여 년 동안 신부 300여 명이 알렌타운, 에리, 그린스버그, 해리스버그, 피츠버그, 스크랜튼교구에서 1000명이 넘는 아동들을 성추행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교황청은 8월 1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고서에 드러난 성추행은 범죄이며 도덕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청은 “이러한 행위는 신뢰에 대한 배반으로 피해자의 존엄과 신앙을 빼앗는 일”이라면서 “교회는 과거의 잘못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하며 가해자와 이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용인한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서를 발표한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께서는 이러한 범죄가 신자들의 신앙과 정신을 흔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며 교회와 사회 안에서 아이들과 취약한 성인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보고서에 언급된 성추행 사례들이 미국주교회의가 2002년 성직자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 ‘아동과 청년 보호 헌장’을 채택하기 이전에 발생한 일인 것에 주목했다. 버크 대변인은 “2002년 이후에는 성추행 사건이 거의 없었다는 대배심의 결론은 미국교회의 개혁이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을 극적으로 줄였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면서 “교회 안의 모든 단계에서 개혁과 각성을 계속해 아동과 취약한 성인들을 해악에서 보호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