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에코 웨딩을 아시나요?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28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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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공존 추구하는 결혼식… “꺾인 꽃 대신 화분 장식해요”
예식 과정서 탄소 배출 줄이고
친환경 물품 사용하는 방식
교회의 생태영성에도 부합

에코 웨딩으로 결혼식장을 장식한 신혼부부가 식장을 나서고 있다. 장식에 사용한 화분은 예식 후 하객들에게 선물로 나눠 주면 더욱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 될 수 있다. 안성임 대표 제공

450만 송이 꽃. 이처럼 엄청난 양의 꽃을 상상하면 아름다운 광경이 먼저 떠오르지만, 1년 동안 결혼식장 장식용으로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되는 꽃의 양이다. 꽃장식뿐만 아니다. 한번 보고 버리는 청첩장은 1년에 1억 장이 훨씬 넘는다. 피로연장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또한 적지 않다.

‘친환경’, ‘에코’(Eco)라는 말이 유행처럼 자주 쓰이는 오늘날에도 결혼식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결혼식을 친환경적으로 하자는 ‘에코 웨딩’ 문화가 서서히 전파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결혼을 미뤄 왔던 예비부부들의 결혼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에코 웨딩의 의미와 가톨릭적 이해, 구체적 실천 사례를 살펴본다.

에코 웨딩으로 결혼식장을 장식한 신혼부부.

■ 에코 웨딩이란

지난해 6월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생태영성적 에코 웨딩을 위한 제언’(A Proposal for Eco-Spiritual Eco-Wedding)이 나와 교회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 최초로 가톨릭 생태영성적 관점에서 에코 웨딩을 논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을 쓴 안성임(헬레나·47·서울 문래동본당)씨는 인천주보에 ‘환경 이야기-에코 웨딩’을 장기 연재하면서 한국사회 전통적 결혼문화가 지닌 문제점을 언급하고 그 대안으로 에코 웨딩을 제안해 신자들의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에코 웨딩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종종 사용되던 말이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반강제적으로 ‘작은 결혼식’을 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그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에코 웨딩은 흔히 결혼식에 필요한 식장, 웨딩드레스, 예복, 예물, 꽃, 음식, 청첩장 등을 간소화함으로써 ‘작은 결혼식’을 지향하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에코 웨딩은 결혼식의 외형적 규모나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결혼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가능한 대로 친환경 물품을 사용해 자연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결혼방식이다.

한국사회에서 한때 자기만의 ‘스몰 웨딩’이 유행한 적이 있다. 과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스몰 웨딩이 개성을 중요시하고 남들과 다르게 결혼식을 올리려는 욕구가 부각되면서 “형식만 변했지 일반 결혼식보다 오히려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낳았다.

에코 웨딩의 출발은 스몰 웨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에코 웨딩이 되려면 가톨릭교회의 생태영성적 관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손수건 청첩장. 종이 낭비를 줄여 ‘에코 웨딩’ 실천의 한 방법이 된다. 안성임 대표 제공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서 만든 친환경 소재 웨딩드레스. 결혼식 후 평상시에는 원피스로도 입을 수 있다. 안성임 대표 제공

■ 에코 웨딩의 정신적 기초는

에코 웨딩은 가정의 출발을 이루는 순간부터 창조주 하느님께서 보여 주신 목자의 표상을 본받아 ‘에코 라이프’(Eco-Life, 생태적 삶)로 나아가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을 사람이 파괴하거나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결혼에서부터 실천하자는 것이다. 에코 웨딩은 신랑, 신부가 결혼식의 주인공이라면 그들을 둘러싼 자연 역시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216항에서 “교회 안에서 영성은 인간의 몸이나 자연, 또는 세상 현실에서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일치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연이 파괴되면 자연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인간도 파괴된다는 의미다. 자연과의 공존과 상생을 강조하는 결혼방식이 에코 웨딩이라 이해할 수 있다.

“구매는 단순히 경제적인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도덕적인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환경 훼손의 문제는 우리의 생활양식을 반성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 206항에서 에코 웨딩의 가톨릭적 가치를 보다 분명히 찾을 수 있다. 이 항은 도덕성이 결여된 구매행위가 환경 훼손을 야기했다는 점을 암시한다. 같은 항에서는 “생활양식을 바꾸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에게 건전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에코 웨딩이 확산, 정착돼야 하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성경 속에서 결혼의 기원은 보통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 2,18)는 구절에서 찾는다.

주교회의 발간 「성서 인간학」은 47항에서 인간은 자기에게 맡겨진 생명체를 돌보고자 자기의 잠재력을 모두 이용하도록 부름을 받았고, 인간에게는 하느님의 일을 존중하면서 생태론적 책임을 동반한 지혜가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 인간의 협력자이듯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우월적 지위에서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돌보아야 한다는 말에서도 에코 웨딩의 정신적 기초를 확인할 수 있다.

뿌리가 있는 화분으로 꾸민 결혼식 장식. 에코 웨딩의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 안성임 대표 제공

한국 최초로 가톨릭 생태영성적 관점에서 에코 웨딩을 논한 논문을 쓴 안성임씨는 “에코 웨딩은 하느님 창조 영성 사업에 실천적 참여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 에코 웨딩 어떻게 실천할까

유교식 전통이 아직도 저변에 남아 있는 한국 결혼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교황은 ‘생태 시민의식’ 형성에 대해 「찬미받으소서」 212항에서 “이러한 노력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옵니다”라고 용기를 북돋는다. 에코 웨딩도 갈 길이 멀지만,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결혼식장을 장식하는 꽃은 꺾인 꽃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여러 지자체에서 무료 혹은 저렴하게 제공하는 야외결혼식장을 이용한다면 주변 자연이 곧 꽃장식이 된다. 실내에서 결혼식을 하더라도 뿌리가 있는 화분을 사용한 후에 하객들에게 선물하면 자연훼손도 막고 더 기억에 남는 결혼이 될 수 있다.

피로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정성을 더하고, 일품요리나 간소한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하객 답례품은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하는 친환경적 제품이 권장된다. 결혼식의 상징인 예복과 웨딩드레스도 자연친화적 소재이면서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양복이나 원피스로 선택한다면 불필요한 낭비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청첩장은 쉽게 버려지는 종이 청첩장을 지양하고 꼭 필요한 수량만큼만 친환경적 ‘손수건 청첩장’으로 제작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 에코 웨딩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도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만 하고 종이 앨범을 만들지 않는다면 에코 웨딩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서울 논현동 소재 웨딩 컨설팅 업체 대표로 일하고 있는 안성임씨는 “에코 웨딩이 수익과는 거리가 멀지만, 가톨릭신자들과 교회 안에서 조금씩 더 보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에코 웨딩에는 하느님 창조 영성 사업에 실천적으로 참여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