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한반도의 기후위기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7-19 수정일 2022-07-19 발행일 2022-07-24 제 3304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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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열대야, 사라진 장마… 멸종 가속화 우려
남부 기후 아열대로 바뀌고
생물종 10% 멸종될 수도
탄소 배출 최소화만이 해답

올해 3월 울진과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 모습. 한반도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는 재앙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빈번해지는 이상기후 현상이 한반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상기후는 농업과 삼림, 보건 등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처음 겪는 날씨, 이상기후

올해만 해도 기상관측 이래 처음 6월에 열대야가 발생한 반면, 잦은 가뭄과 함께 폭우가 잇따랐다. 수일 동안 계속되는 장마는 사라지고 아열대 지역에서 만나는 소나기성 폭우가 쏟아지곤 한다. 열대야는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6월 한 달 동안 서울, 수원, 대전, 광주 등 전국 13곳에서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통상 폭염이 이어지는 7월과 8월에 집중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다. 6월 하순 중국 허베이성은 44.2℃, 일본 군마현은 40.1℃로 6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의 극단적 폭염 현상이 아시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 기후변화정보센터의 ‘한반도 기후변화보고서’는 21세기 후반 한반도 연중 폭염일수는 17.9일에서 최대 40.4일로 늘어나고 열대야 역시 지금보다 13배 증가한 37.2일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10년마다 열대야가 8일씩 증가해 2100년에는 연중 열대야 일수가 70일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올해 3~5월 전국 평균 기온은 13.2℃로 평년 대비 1.3℃ 높았다. 1973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6월에도 마찬가지로, 6월 하순 전국 평균 기온은 25.7℃로 기상 관측사상 역대 1위였다.

■ 한반도 온난화 급격하게 진행

이러한 이상기후의 원인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는 전 세계적인 온난화 현상과 비교해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7월 12일 발표한 ‘2021 지구대기 감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 ) 농도가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온실효과가 큰 메탄(CH ) 가스 농도도 급격히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상청의 ‘2021년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 전국 평균 기온은 13.3℃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2019년 기록과 같고, 2016년 기록인 13.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이다. 지난해 폭염 일수는 11.8일, 열대야 일수는 5.5일이었다. 높아진 기온 때문에 서울의 벚꽃 개화일이 3월 24일로 1922년 관측 이래 100년 만에 가장 빨랐다. 장마 기간도 매우 짧았다. 장마가 채 끝나기도 전에 폭염이 닥쳐와 7월 폭염 일수와 최고 기온이 모두 역대 5위를 기록했다.

■ 기후변화 영향

기상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지난 109년간(1912~2020)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 특히 30년 동안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연중 5개월이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한반도가 뜨거워짐에 따라 현재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는 아열대 기후가 됐다. 21세기 후반에는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남도까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과 축산 부문에서는 월동 작물의 재배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고온과 이상저온 등에 의해 작물 수량과 품질이 떨어지는 큰 피해가 발생한다. 온난화는 해수면의 상승을 야기하는데, 우리나라 연안의 경우 최근 30년 동안 평균 해수면이 3.12㎜씩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해안 저지대 침수, 해안 침식 및 해일 피해도 늘어나게 된다.

온난화로 인한 대형 산불이 빈번해져 산림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대규모의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생물 다양성 감소 현상을 야기한다. 지구의 기온이 1℃ 상승하면 생물종의 30%가, 3℃ 상승하면 심각한 멸종 위기가 올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의 경우 현재 수준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21세기 말 최대 10%까지 생물종이 멸종할 것으로 우려된다.

■ 온실가스 안 줄이면 2100년 기온 7℃ 상승

온난화는 인류의 생존, 보건과 의료 영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폭염과 고온 현상에 의한 온열질환 발생, 사망, 기저질환 악화 등이 뚜렷하게 증가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 전국에서 4500명 이상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48명이 사망했다. 특히 고령자 등 취약 계층은 이러한 기온 변화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기상청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 2020’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 추세대로 이어질 경우 2040년까지 한반도의 기온이 연평균 1.8℃ 상승하고 온난화가 가속화돼 2100년에는 연평균 7℃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 장기적으로는 기온 상승 폭을 2.6℃까지 줄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