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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김수환 추기경 선종, 그 후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9-04-07 수정일 2009-04-07 발행일 2009-04-12 제 264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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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왜 그렇게 김수환 추기경을 사랑할까?”

5일의 장례기간 동안 40여만 명의 조문행렬을 끌어들였다. 각종 TV 화면과 신문지면, 인터넷 등은 연일 그의 삶과 업적을 전했다. 묘소를 찾는 참배객 발걸음도 이어져 추모기간 동안 3만5000여명을 넘어섰다.

서울대교구는 4월 5일자로 김추기경의 공식 추모기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은 추모기간과 관계없이 뭉근한 열기를 발산한다.

이에 대해 사회 각계 전문가들은 “김추기경이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만큼 먼저 사람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덧붙여 “삶 가운데 아무리 주어도 손해 보지 않고, 또 결코 떼어먹히지도 않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도 전한다.

김 추기경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할 것을 당부했다. 그가 뿌린 사랑의 씨앗은 이제 ‘감사와 사랑’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싹트고 있다. 김 추기경의 사랑에 화답하는 메시지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는 지금 이 순간, 사랑의 슈퍼바이러스가 돼 전국적으로 번져간다.

우선 전국 본당들은 추기경의 모범을 따를 목적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활동의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과 참여율은 교회 내에서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도 유례없이 높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신청한 사람은 이전 평균 2년치에 맞먹는 8900여명에,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를 넘어서 4700여명에 육박했다

교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증가 추세다. 서울 목동본당의 경우 3월 예비신자교리반 등록자수가 95명에서 156명으로 늘었다. 의정부 백석동본당은 80명 정원으로 마감한 교리반이 3월 한 달 사이에 150명으로 증가했다. 전국 각 교구 주요 본당에 문의해본 결과 관계자들은 “뚜렷한 교세 증가율이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예비신자 교리반과 교적을 찾는 쉬는교우들의 문의 전화, 미사 참례자 수 등이 늘어난 모습이 체감된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감사와 사랑 운동’이 범국민적인 정신문화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펼칠 방침이어서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된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감사,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셨고, 인간의 삶에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것을 새롭게 깨닫게 해주셨다”며 “김추기경이 남긴 사랑의 유산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김추기경 선종 직후 그의 메시지를 전해들은 이들 중에는 ‘평소에 늘 하는 말이잖아’, ‘겨우 그거야’라는 실망스런 반응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김추기경의 모범 덕분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그 간단하면서도 단순한 사랑의 가치가 많이 잊혀졌다는 것이 새삼 환기됐다.

김추기경이 뿌린 사랑의 씨앗이 꽃을 피우고, 작은 사랑이 모여 큰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나부터’ 동참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교회의 이익만을 위한 활동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활동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