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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가톨릭교회의 보고(寶庫)-성령(3)

입력일 2005-01-30 수정일 200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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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특은 꽃피게 하자

봉사와 사랑을 위한 은사발휘

사제가 리더십 갖고 이끌어야

성령께서는 교회의 든든한 「도우미」이시며 「지키미」이시다. 가톨릭교회는 성령께서 모든 신자들 안에서 역사(役事)하시도록 돕기 위하여 견진성사를 제도화하였다. 이는 의무 차원에서가 아니라 특은(特恩) 보장 차원에서 예수님의 명에 의해 제정된 것이다. 그 덕택에 견진성사를 통해서 신자들은 모두 예외 없이 특은을 누리게 된다. 이렇게 성령의 특은을 받은 신자들이 바로 가톨릭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이제 신자들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한다.

신자들의 저력

2004년 9월 12일자 가톨릭신문에 보도된 수원교구 안성 대천동본당(주임=강정근 신부)의 선교사례는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사실성을 살리기 위하여 일부러 기사 전문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5월말 「새 가족 찾기 입교 선포식」을 시작으로 새로운 개념의 대대적인 전방위 선교운동을 전개해 온 수원교구 안성 대천동본당(주임=강정근 신부)이 두 달 여 만에 1187명의 입교자를 탄생시켰다. 이 같은 결과는 「복음선포는 신자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소명」이라는 주임 강정근 신부의 적극적인 사목 의지와 본당 공동체의 열정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대천동본당은 9월 5일 오전 10시 성당에서 607명에 대한 1차 예비신자 입교 예식을 갖고, 21개 교리반으로 나눠 본격적인 교리 교육에 들어갔다.

본당은 「새 가족을 하느님께」란 슬로건을 내걸고 본격적인 선교운동에 돌입했다. 사무실을 마련하고, 선교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또 9월 5일 예비신자 환영식때까지의 선교 일일 계획표를 담은 45쪽 분량의 선교 지침서를 발행하고, 가톨릭성가를 개사한 선교가도 펴냈다. 인사도 「선교합시다」로 통일하고, 신자들은 모두 「초대합시다」란 선교 리본을 항시 가슴에 달고 다니도록 했다.

더 나아가 본당은 전 신자가 참여하는 「우리 가족 찾기 세미나」를 개최하고, 관할 구역 내 비신자들을 초대해 문화 공연과 음식을 나누는 「이웃 초대의 날」도 마련했다.

본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신자들도 한마음으로 화답했다. 구역.반별로 조를 나눠 거리선교와 방문선교에 나서는 것은 물론 24시간 9일 기도와 고리 기도, 금식 기도, 성체 조배를 실시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날 예비신자를 위해 별도로 예비신자 교리교사회를 조직, 교사 양성에도 주력했다.

대천동본당은 소공동체 차원의 새 신자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용할 방침이며, 대부대모가 견진성사 때까지 책임지고 새 신자를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외짝교우를 위한 행사와 쉬는 신자들의 회두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를 세밀히 읽어보면 확연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거의 동민(洞民) 「싹쓸이」에 가까운 1187명의 예비신자 인도 실적의 일등공신은 전신자(全信者)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전체과정을 진두지휘한 본당신부의 탁월한 리더십을 높이 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리더십 자체가 몇몇 열심한 신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신자」를 선교활동에 참여시킨 리더십이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라는 점 또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위 보도기사에서 전신자의 참여를 구체적으로 나타내 주는 대목들에 주목해 보자. 복음선포는 「신자 모두」의 「소명」이라는 주임신부 사목방침이 우선 눈에 띈다. 다음으로 선교추진 위원회 구성, 전구역?반의 선교조직화 및 소공동체 차원의 새신자 프로그램, 교리교사(회) 양성 등에서 치밀한 조직력이 엿보인다. 그리고 전신자 선교리본 달기, 전신자 선교교육, 전구역?반의 선교일선 투입, 견진성사 때까지의 대부대모의 역할 강조 등에서 전신자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하기 위한 탁월한 동원력이 나타난다.

요컨대, 대천동본당의 놀라운 선교실적은 「전신자의 저력」을 신뢰한 비전, 조직력, 동원력 등이 합하여 빚어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사활은 활용에 달려있다

신자들은 저력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견진성사를 통하여 모든 신자들에게 성령의 특은을 고루 분배해 주셨다. 요는 그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확인하도록 도와주고, 발휘하도록 독려하고, 활용할 기회와 장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들이 너무 나대면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긴다」고 걱정할 것 없다. 「신자들이 너무 드세면 말을 안 듣는다」며 저어하지 않아도 된다. 신자들에게서 성령의 은사가 강하게 드러날수록 사제들에게 그 성령의 은사들을 지휘할 수 있는 더욱 강한 권위와 리더십을 바로 그 성령께서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들에게 성령이 강하게 작용할수록 성령께서는 사도들의 권위가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도록 보호해 주셨음을 기억할 일이다. 사도들은 천상적 권위로써 다음과 같은 은사발휘의 수칙을 명하고 있다.

첫째, 각자에게 각각의 은총이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성령께서는 이렇게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나누어 주십니다』(1고린 12, 11). 그러므로 늘 성령의 불길을 유지하고 시험하는 가운데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성령의 불을 끄지 말고 성령의 감동을 받아 전하는 말을 멸시하지 마십시오』(1데살 5, 19).

- 『모든 것을 시험해 보고 좋은 것을 꼭 붙드십시오』(1데살 5, 20).

- 『그들이 성령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인지 아닌지를 시험해 보십시오』(1요한 4, 1).

둘째, 그 은총은 반드시 공동체의 유익을 위하여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1고린12, 7). 따라서 은사는 철저히 봉사와 사랑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각자가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가지고 서로 남을 위해서 봉사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갖가지 은총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1베드 4, 10).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1고린 13, 2~3).

셋째, 다른 사람의 은사와 조화를 이루면서 질서 있게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언어를 말하는 것도 굳이 막지는 마십시오. 다만 나는 여러분이 모든 일에 점잖게 또 질서 있게 처리해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1고린 14, 39~40). 곧 공동체의 위계를 존중하면서 은사를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은사들이 사장(死藏)될 수도 있고 화들짝 꽃피우고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 지휘봉은 사목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소홀히 여기면 고사한다. 귀하게 여기고 가꾸어주면 싱그럽게 만개(滿開)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