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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16세 탄생 특집]베네딕토 16세는 누구인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4-25 수정일 200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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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한 ‘정통교리 수호자’지만 사랑을 아는 가슴 따뜻한 인물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매주 만나 교회 주요사안 논의

교회입장 결정에 중요한 역할

교회는 세속화의 위협에 단호하게 저항해야 한다고 믿는 엄격한 보수주의자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위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으로, 추기경단은 주님 포도원의 평범하고, 미천한 일꾼인 저를 교황으로 선출하였습니다』

그의 새 이름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이 새 교황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광장은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기쁨으로 넘쳐 흘렀다.

예상보다 빠른 4번째, 혹은 5번째 투표에서 115명 추기경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 선출된 베네딕토 16세. 1730년 클레멘스 12세 교황 이래 가장 고령인 78세로 교황에 선출된 그는 아드리아노 6세(1522~1523) 이후 첫 독일인 교황이며, 교회 역사상 8번째 독일인 교황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후임 교황으로서는 지나치게 극단을 달리는 인물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재래식」 사고 방식이었다. 라칭거 추기경이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보여준 엄격함으로 호불호의 엇갈린 반응을 불러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라칭거 추기경의 교황 선출에 대해서 2명의 바티칸 전문 작가가 보이는 반응은 그 축소판이다.

2002년 콘클라베 과정을 자세하게 기술한 책을 펴냈던 바티칸 전문가 존 L. 앨런 주니어(John L. Allen Jr.)는 라칭거 추기경의 전기를 저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기교황 후보로 꼽은 20명에 라칭거 추기경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는 이번 결정을 「황당한 선택」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전기 작가 조지 비겔(George Weigel)의 입장은 반대이다. 그는 라칭거 추기경을 『재기가 발랄하고, 거룩하며, 다소 수줍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새로운 책임을 통해 사람들을 놀라게 할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덧붙이기를, 『종종 그를 혹독한 권위주의자로 희화하는 만평을 보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만평에 그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자의 반응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라칭거 추기경은 많은 오류를 단죄했고 그에 대한 비판들이 있었다. 하지만 교황은 이미 「강요자」(enforcer)로서의 자신의 악명을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다.

명석한 신학자

베네딕토 교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동안 교의적인 문제에 있어서 지침 역할을 했으며,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이 있으며 논란이 많은 인물이었다. 가톨릭교회의 가장 명석한 신학자로서 1981년 이래로 신앙교리성을 이끌어오면서 교회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정통 교리의 수호자로 자리잡았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매주 한 차례 만나 교리 문제를 포함한 교회의 주요한 사안들을 논의했다. 적어도 그는 윤리와 교의 문제에 있어서 교회의 입장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교회 반하는 ‘오류’ 단죄

동성애, 자유주의 신학, 평신도 직무의 「오용」, 엇나간 신학자들, 여성 사제직, 수녀들의 페미니즘, 동거, 낙태, 전례 개혁, 록 음악 등 숱한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은 종종 노골적으로 비판되기도 했다. 1998년 한 교황청 관리는 『그는 모든 것의 마지막 점검 단계였고, 정통 교리의 최종적인 발언이었으며 모든 것이 그가 관할하는 신앙교리성을 거쳐갔다』고 말했다.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있었던 전반기 10년 동안, 가장 시급한 도전은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판단,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 등의 라틴 아메리카 신학자를 침묵시키고, 가톨릭 신학에 맑시즘을 이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2개의 문건을 준비하도록 했다.

맑시즘이 붕괴된 후에는 상대주의를 신앙의 새로운 위협으로 파악했다. 현대 신학자들 중에 종종 상대주의적 개념을 종교와 윤리에 적용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특히 아시아 신학에서 발견되는 엇나간 경향들에 민감했는데, 인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예수회 소속 신학자의 저서를 판매금지하고, 스리랑카의 신학자를 파문하기도 했다.

교리와 윤리 문제에 있어서의 이러한 엄격하고 철저한 태도가 비판의 빌미가 됐고,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데 대해서 언론들은 「환호와 우려」의 반응들을 동시에 보도했다. 그래서 분석가들은 라칭거 추기경의 교황 선출이 즉각적인 열광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며, 사회 문제와 윤리, 교리적인 문제에 있어서 보다 개방적인 입장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소외감을 자아낼 수 있다고도 말한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일부에서는 동성애, 낙태, 여성 사제, 사제 독신제, 생명과학 등등의 문제에 대해 변화의 전망을 발견하지 못하는데 대해서,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는 가난과 에이즈, 사회정의 등의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선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추기경들은 이미 종종 비판의 대상이었던 라칭거 추기경을 선택했다. 그리고 콘클라베가 성령의 뜻이 개입된 것이라고 볼 때, 이는 하느님의 섭리이다. 가톨릭교회는 보다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때라고 추기경들은 판단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신학교수인 체스터 질스(Chester Gills)는 라칭거 추기경의 강경 노선은 점점 더 세속화되어가고 영성이 결여된 세상에서, 윤리적 확실성을 갈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조지 비겔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의 「역동적인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며 『그는 분명히 요한 바오로 2세의 복음화를 향한 요청을 이어갈 것이지만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그것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교황이 요한 바오로 2세 전임 교황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음은 교황 선출 후 제265대 교황으로서 첫 공식 미사를 봉헌한 20일 발표한 메시지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리스도인 재일치” 강조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자신의 첫 번째 임무는 그리스도인들의 재일치이며, 타종교와의 「개방적이고 성실한 대화」라고 말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단연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지향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전임 교황에 대해서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쇄신과 개혁을 실천해나가기를 희망한 요한 바오로 2세의 유지를 받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세계를 순방하면서 평화와 화해를 선포하고, 냉전을 종식시키는 국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지만, 교의와 윤리 문제에 있어서는 엄격한 입장을 고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가톨릭 교리의 엄격한 수호자이다.

그는 전통을 유지하며 산아 제한, 낙태, 동성애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 결코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리 문제는 결코 상대주의적인 고려의 대상이 아니고, 보편적인 것으로서 변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세월이 흘러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일단의 미국 추기경들이 라칭거 추기경과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들은 라칭거 추기경에게서 완고한 보수주의자 그 이상의 다른 면모를 발견했다.

“가식없고 겸손한 사람”

뉴욕 대교구장인 에드워드 이건 추기경은 『그는 매우 사랑을 아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겸손하고, 가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교구장 저스틴 리갈리 추기경은 『라칭거에 대한 지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며 『결정은 콘클라베의 마지막 5분, 마지막 1시간, 혹은 마지막 하루에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첫 미사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후,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과 그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만한 자격이 자신에게 있을까 하는 두 가지 상반되는 느낌과 씨름하면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저를 붙들어 주시는 그분의 강한 손길을 느낍니다. 그분의 미소를 보고, 그분의 말씀을 듣습니다. 「두려워 말라」(Be not afraid)』

우리는 그분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우리에게 전해 준 말씀과 같은 기도를 바쳐야 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새 교황 약력

1927년 4월 16일 요제프 라칭거, 독일 파사우 교구 마르크틀 암 인에서 출생

1946~1951년 프라이징 대학과 뮌헨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 전공

1951년 6월 29일 프라이징에서 사제 수품, 뮌헨-모자크 성 마르틴 성당 보좌신부

1951~1952년 뮌헨-보겐하우젠 성혈 성당 주임신부

1952~1954년 프라이징 신학교 교수

1953년 신학박사 학위 취득

1954~1957년 프라이징 철학-신학대학에서 교의학과 기초신학 교수

1957년 뮌헨 대학교에서 기초신학과 교수 자격 취득

1958~1959년 프라이징 철학-신학대학의 교의학과 기초신학과 객원 교수

1959~1963년 본 대학교 기초신학과 정교수

1962~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전문가로 참가

1963~1966년 뮌스터 대학교 교의학과 교의사학 정교수

1966`~1969년 튀빙겐 대학교 교의학과 교의사학 정교수

1969~1977년 레겐스부르크 대학교 교의학과 교의사학 정교수

1976~1977년 레겐스부르크 대학교 부총장

1977년 3월 24일 뮌헨 프라이징 대교구장

1977년 5월 28일 대주교 수품

1977년 6월 27일 추기경 서임

1981년 11월 25일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교황청 성서위원회 위원장, 국제 신학위원회 위원장

2005년 4월 19일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