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를 성령강림에 초대
누가 성령쇄신을 체험하는가?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하늘에서 나더니 그들이 앉아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데에 따라 여러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 1)
교회의 태동을 알리는 성령강림의 현상을 매우 인상적으로 기록한 부분이다. 성령강림의 거센 바람이 지나가고 불꽃같은 열정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 그들은 비로소 그리스도인으로서 지혜와 용기를 얻었고 그리고 그대로 살았다. 사도행전은 스테파노의 첫 순교에서부터 사도 바오로의 수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성령체험자들의 전 과정을 통해 교회의 신앙에 빛을 비춰 주었으며, 오늘날까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활력을 부여하고 방향을 제시하였다.
사도행전의 성령강림에 관하여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성령께서 내려오시어 예수님께서 이 지상에 사람으로 태어나셨으며, 이제 다시금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그럼으로써 교회, 곧 예수님의 몸이 이 역사의 시대를 위해 태어나셨다. 이것은 질풍과 불꽃의 표지 속에서 일어나며, 무엇보다 언어의 기적이라는 특징 속에서 일어난다. 이 표지로 교회는 만방의 언어로 선포되고 또 선취된다. 이는 주님께서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의 불꽃으로,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지으신 다른 모습의 새로운 사회이다”고 하였으며 수에넨스 추기경은 성령쇄신이 개인의 성령강림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은사 쇄신은 성령의 체험이다. 은사적(charismatic)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는 배타적인 의미가 없다. 전체 교회가 은사적이며, 그리스도인 각자도 세례를 받았으므로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이 낱말이 역사적 의미를 띠게 되었고 흔히 ‘성령쇄신’이라 부르는 특정한 운동을 가리키게 되었다. 진정한 쇄신은 모두 성령께 달려있기 때문에 교회의 영적 운동은 모두 당연히 ‘은사적’이라 할 수 있다. 은사쇄신은 세례와 견진을 다시 활성화하는 은총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금 인정하고 성령께 새로이 마음을 여는 회심을 포함하는 일종의 개인의 성령강림으로 이해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정의는 불완전하며 최선의 정식(定式)을 찾는 일은 신학자들의 몫이다. 동시에 ‘개인적 성령강림’이라는 용어 때문에 교회가 창립된 날인 성령강림이, 하나의 고유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리차드 퀘데보(R.Quedebaux)는 저서 <새로운 은사쇄신 참여자>에서 그리스도인 대부분은 아니지만 아직도 많은 이가 성령께서 자기 안에 사시리라는 그리스도의 약속을 지성으로는 인정하지만 체험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며 은사 쇄신이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성령세례는 하나의 강력한 체험으로서, 하느님께서는 실재하시고, 약속하신 바에 성실하시며 사도행전에 묘사된 표징과 놀라운 일들이 오늘 나에게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고 확신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심오한 능력과 힘―새로우면서도 계속 진행되는 성령 강림―을 구하도록 초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 다락방에 있는 제자들과 성모 마리아께 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성령을 보내신다.
성령강림은 제자들이 성령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데 있어 극적 사건이었다. 성령강림 이후 그들은 경청하는 제자에서, 또한 때로 혼란스러웠던 방관자에서 벗어나 예수님의 신실하고도 흔들리지 않는 증인이 되었다. 거대한 바람이 그들 삶 한가운데로 불어 닥쳐 그들의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변모시켰다.
성령쇄신을 통하여 우리는 히브리인들과 맺으신 계약을 통해 우리에게 내려오신 하느님의 전인적 사랑을 발견할 수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깨어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시려고 오신 주님, 구세주, 구원자, 그리고 목자로서 인정할 수 있다.
또 성령쇄신을 통해 우리는 당신의 몸이신 교회 안에 살아 계신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우리도 동참시킬 수 있다. 우리는 죄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향해 돌아설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심지어 우리 스스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성령의 끊임없는 분출을 기대할 수 있다.
문종원 신부(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지도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