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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사회는 급변 … 주일 학교는 예전 그대로"

정리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09-05-26 수정일 2009-05-26 발행일 2009-05-31 제 265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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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학교 교리교사 좌담


좌담 참석자들은 주일학교의 활발한 운영을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사, 교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윤경 교사(서울 삼성산본당·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연구실)
박대건 교사(서울 옥수동본당·대학생)
양보라 교사(서울 장위동본당·교사)
현직 교리교사들에게 한국 교회 주일학교 현장에 대한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신앙교육의 접근방법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교회 차원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 임양미 기자(이하 사회) :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각 본당 주일학교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

- 최윤경 교사(이하 최) : 1996년 삼성산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박사과정을 밟으며 주일학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삼성산본당엔 약 35명이 출석한다. 학년제 대신 중1~고2 8명으로 구성된 일곱 그룹의 성서모임 형태로 운영한다.

- 박대건 교사(이하 박) : 옥수동본당 6년차 교사다. 2008년 교구연합회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상근예비역으로 복무중이다. 옥수동본당은 학년제로 운영되고 평균 30~40명이 나온다. 서울대교구 ‘하늘마음’을 교재로 쓰고 있다.

- 양보라 교사(이하 양) : 장위동본당 4년차 교사다. 역시 학년제로 운영한다. 30명 정도가 출석, 시험기간엔 10명 정도다. 교재를 쓰지 않고, 교사들이 한 학기씩 커리큘럼을 만든다. 매월 첫째 주엔 전체 학년이 모여 테마교리를 한다.

■ 사회 : 전체 교적 수 대비 주일학교 등록인원은 약 20%, 출석인원은 그 절반이다. 교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아이들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라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들이 어떤 점에서 예전과 다른가.

- 최 : 아이들이 변했다고 하지만, 사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그대로다. 변했다면 사회적인 환경이 많이 변했다. 한부모 가정, 빈곤가정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주일학교의 지원은 변한점이 없다.

- 박 : 선생님이나 신부님이 싫어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싫은 건 피하면 그만이라는 모습도 있다. 익명성에 기대 인터넷 개인홈피에 실명을 거론하며 욕하기도 한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것 같다.

- 양 : 지금 아이들은 성당 활동 즐거움이라기보다 학원에 와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존적인 경향도 강해진 것 같다. 우리 때는 밤을 새며 성극연습을 하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다 맡겨버린다.

■ 사회 : 교적에 등록돼 있으나 주일학교에 등록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 박 : 옥수동본당 교적대비 주일학교 등록인원은 10% 정도다. 2005년 보좌신부님이 가정방문을 해 잠깐 늘어난 적이 있다. 올해는 교적 모든 주소에 가정통신문을 보내 주일학교 시작을 알렸지만 이런 노력은 연초 출석 인원을 늘릴 뿐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

- 양 : 따로 교적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학년별 주소록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공문을 발송한다. 대부분의 관리가 교사와 학생 1:1로 진행된다.

- 최 : 캠프나 피정이 있을 때 주일학교에 등록한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는 정도다. 교적에 있는 아이들까지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교적의 아이들이 성당에 온다 해도 현재 교사 인력으론 컨트롤이 어렵다.

■ 사회 : 주일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 박 : 교사가 아이들 신앙교육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경향이 있다. 교사들이 그 몫을 다 감당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봉사심이나 신앙심만으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이들을 이끌어갈 기준도 없다.

- 양 : 인력이 절대적으로 달린다. 행사를 진행할 교사가 없어 취소된 적도 있다. 가톨릭 교회는 체계적인 주일학교 운영이 많이 미흡한 것 같다.

- 최 : 맞다. 무슨 시도를 하고자 할 때 교사 여력이 안 된다.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려고 해도 편집 기술이 없다. 경력교사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교회 차원의 지원 없이는 전문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

- 박 : 고학년 학생들이 대거 졸업하거나 교사 인력 부족 등으로 예년에 비해 행사나 캠프 진행이 미흡할 경우 아이들은 금세 실망한다.

- 최 : 이런 현상의 원인은 주일학교가 철저히 그 당시 아이들과 교사에게 달려있다는 데 있다. 그 당시 아이들이 활성화돼 있느냐, 그 교사가 열정적이냐에 따라 본당 전체가 엎치락뒤치락한다.

■ 사회 : 사목자가 바뀌는 것이 주일학교 운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 박 : 큰 영향을 끼친다. 흥미와 교리 어디에 비중을 둘지, 교적관리를 할지 말지 등 사목자의 마인드, 방침에 따라 주일학교 방향도 좌우된다. 보좌신부님 유무도 크게 작용한다.

- 양 : 맞다. 교사회와 신부님의 마음이 잘 맞지 않을 경우 주일학교 운영이 어렵다. 수녀님의 영향도 크다. 격려와 지원이 많은 경우 훨씬 쉬워진다.

- 최 : 교사회에 비협조적인 신부님은 거의 없다고 본다. 오히려 열쇠는 교사들이 쥐고 있다. 교사회의 틀이 확고하다면 사목자가 바뀌어도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교사들이 헤매고 있으면 사목자의 영향력이 커진다. 교사회가 불안정하거나 본당 제도적인 부분이 흔들리고 사목자까지 바뀌는 등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만날 때 본당은 확 주저앉는다.

■ 사회 : 현재 주일학교 교재나 프로그램이 현재 청소년들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 양 : 10년에 두 번 꼴로 개정이 되는 교재만으로는 아이들 교육에 한계가 있다. 지난 성소주일에 지구회의를 했는데 모두다 ‘KBS 영원과 하루’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교회에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자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 박 : 교재 내용이 굉장히 좋지만, 중고등부 기간에 너무 많은 교리를 주입시키는 측면이 있다. 신앙이란 평생 가는 것 아닌가. 캠프나 피정 같은 체험 위주 프로그램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선후배간의 관계 속에서 예절과 리더십을 배우고 살아있는 신앙을 체험할 수 있다.

- 최 : 다양한 교육방법이 개발돼야 한다. 개신교와 비교할 때 차이가 많다. 개신교는 종파가 다양하고 지원도 잘 되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방법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톨릭의 경우 각 본당차원의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교구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데 활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사회 : 그렇다면 교리위주의 신앙교육이 먼저인가, 흥미위주 프로그램이 먼저인가.

- 양 : 조화돼야겠지만 ‘흥미’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 아이들은 흥미를 느낄 수 없으면 성당에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성당에 나오게 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 박 : 보상이 따를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다. ‘성경골든벨’ 같은 것이 흥미와 보상이 결합된 대표적인 예다. 교리교육이 주입식이 돼 버리면 안 된다.

- 최 : 교리교육과 흥미프로그램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도 비유를 들어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셨다. 우리가 생각하는 신앙의 모습을 교리 안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기 보다는 텍스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 사회 : 청소년들 신앙교육을 위해 교회와 부모,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 양 : 청소년들에게 신자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줘야 한다. 또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 지원에 대한 홍보도 강화했으면 좋겠다.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박 : 교사에 대한 처우나 지원도 개선돼야 한다. 교육을 위해 영상편집이나 신학 등을 공부하려 해도 지원이 없다. 몇 년간 봉사를 해도 사회적으로 이력이 인정되지 않기에 점점 교사의 수와 수명이 줄어든다. 부모가 마리아와 요셉같은 예수님의 협력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교육을 할 필요성도 있다.

- 최 : 주일학교를 위해 일하는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 본당 신부나 교사들에게 아이들 교육을 맡기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 교사들의 신앙심이나 봉사심에 호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회도 변하고 규모도 커지는데 주일학교는 그 자리에 있다.

■ 사회 : 청소년들이 왜 주일학교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 양 : 성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해나갈 수 있다.

- 박 : 지식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얻어갈 수 있다. 성적과 상관없는 공간이다. 무엇보다도 영원한 친구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 최 : 당장 청소년 시기에는 신앙의 중요성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그리스도 신앙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신앙생활을 잘한 친구들이 자기 삶을 현명하게 꾸려나가는 걸 많이 봤다.

정리 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