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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청소년 사목, 긍정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필요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09-05-26 수정일 2009-05-26 발행일 2009-05-31 제 2650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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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영성적 교리교육 필요하다
주일학교 출석 비율 학년 오를수록 저조
사회 변화에 따른 새 프로그램 개발 시급
주일학교 출석률 저하 원인(청주교구)
형식 변화보다 체험·영성적 내실을 다지는 주일학교 교육이 요청된다. 사진은 수원교구 어농성지 기도생활 체험학교에 참가한 청소년들.
‘왜’ 청소년일까. 현재 교회의 장기적 사목 방안이 논의되는 ‘뜨거운 감자’는 단연 ‘청소년’이다. 2009년 각 교구장 사목교서를 보면, 흥미롭게도 대전과 부산·청주·수원·제주교구 등 대부분 교구들의 사목방향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향해 있다. 대구대교구 또한 얼마 전 2차 시노드 의제들을 확정하며 “청소년과 청년의 복음화 방안에 역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지난해 시노드를 폐막한 청주교구도 3가지 의안중 하나를 ‘청소년’으로 정하고 다양한 사목방안을 논의했다.

▤ 청소년 변화 품지 못하는 교회

그러나 교회의 이 같은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청소년의 변화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사목에 대한 자성의 소리가 높다.

청주교구 양윤성 신부는 시노드 의안 초안 세미나 자료집에서 “청소년·청년사목이 미래의 교회와 직결된 문제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청소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가정과 사회 안에 신앙교육 부재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교회가 낙관적일 수 없다 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조사한 교적 수 대비 청소년 출석비율에 따르면 2007년을 기점으로 ▲초등부는 교적 수 대비 34%가 출석하지만 ▲중고등부는 11% ▲청년부는 오직 4%만이 성당에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부의 출석률이 중고등부로 이어지지 않은 채 청년부에 가서는 매우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일차적 원인은 청소년의 변화, 나아가 사회현상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청주교구는 시노드 ‘청소년’ 의안 초안을 마련하며 “초등부 주일학교로부터 중고등부로 올라갈수록 부모의 학업 위주(성공지상주의와 물질주의 사회현상에 기반을 둔) 사고와 이를 극복하는 신앙교육 프로그램의 부재가 주일학교의 참석 감소로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교회 내적 문제들로는 ▲청소년 사목의 인적·물적 부족 ▲프로그램과 교재의 부족 ▲지도자들의 자질 문제와 짧은 봉사기간 ▲청소년 지도자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무관심 ▲본당사목 내에서 부차적으로 취급당하는 청소년 사목의 위상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청소년사목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청소년사목 2008년도 연말보고서에 따르면 교구 215개 본당 중 청소년사목 전담 사제가 활동하는 곳은 116개 본당으로 54%에 불과하다. 청소년 전담 사제가 없는 본당의 경우 교사교육, 주일학교 운영, 청년활동 등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전담 사제가 상주하는 본당도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본당의 한 주일학교 교사는 “신부님이 하시는 일이 유초등부, 중고등부, 청년 레지오, 성서모임 등 너무 많다”며 “우리 본당의 목요일 회합 같은 경우 신부님이 10분씩 이동하며 회합에 참석한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 청소년사목 패러다임 변화 요청

변화하는 사회에 따른 청소년사목의 패러다임 전환은 가능한 이야기일까. 또 우리는 어떠한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할까.

2007년 청주교구의 ‘주일학교 담당사제와 수도자, 교리교사, 학생, 학부모,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청소년의 변화에 대해 각각 다른 시각으로 마주하는 교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일학교 전담 사제와 수도자들은 ‘주일학교 학생의 출석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대상 청소년들의 학업으로 인한 시간부족’(30.18%)을 1위로 꼽은 반면, 학부모들은 주일학교의 불만스러운 점을 묻는 질문에서 ‘획일적이고 지루한 교육내용 때문(41.67%)’이라고 답한 것이다. ‘자녀의 학업에 방해가 되어서’(1.67%)라는 대답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여기서 교회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일학교 교육방식이 학생들의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일 것이다. 입시의 압박을 받는 교육 대상자의 처지뿐 아니라 교육담당 주체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청소년들의 변화에 맞춘 ‘체험적이고도 영성적인 교리교육’에 눈을 맞춰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어진 ‘초등부 주일학교 발전을 위한 우선 개선 사항’을 묻는 질문에서 청주교구 성직자 응답자들은 ‘주일학교 운영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26.67%)을 첫째로 꼽았다. 또 주일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리교재에 대한 질문으로는 ‘개선해야 한다’(62.22%)가 ‘훌륭한 교재이며 개선점이 없다’(37.78%)보다 많았으며 개선방법으로는 직접 활동할 수 있는 보조교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5월 21일 열린 ‘2010 한국청년대회 십자가 전달식’ 미사 강론에서 “현실과 유리된 교리만 가르친다면 생명력이 없는 추상적 교리가 될 것”이라며 “삶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신앙교육”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청소년의 변화에 따르겠다는 목표 아래 형식적인 교리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보다 그들 스스로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체험적이고도 영성적인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교구 교육국장 김석주 신부 또한 “아이들 문화와 사회 환경은 10년 전과 다른데 교회의 교리교육 접근방법은 큰 변화가 없다”며 “형식적 변화보다 알맹이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