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대교구, 헌재 납골당 금지 합헌 판결에 유감 표명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9-08-11 수정일 2009-08-11 발행일 2009-08-16 제 266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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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설 특수성 인정해야
헌재, 납골당 혐오시설 판단
장례문화의 변화에 역행
님비현상 청소년에 해 될것
2007년 9월 9일 태릉성당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이 성당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학교 주변의 납골당 설치를 금지한 현 학교보건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서울대교구가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서울대교구는 7월 31일 ‘학교 주변 납골당 설치 금지 합헌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운영주체와 관계없이 학교 주변의 납골시설 설치를 모두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종교시설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구는 “이러한 사고방식대로라면 앞으로 재개발 현장 등의 교회건물도 회사건물이나 개인주택과 같은 기준에 따라 취급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최근 서울 가재울 뉴타운 사업으로 강제철거 위기에 처한 가좌동성당이 그 예”라고 강조했다.

교구는 특히 “헌재가 앞장서서 납골시설을 혐오시설로 판단했다는 자체가 문제”라며 “사망한 사람의 시신이나 무덤을 기피하는 풍토와 정서가 우리 사회 전통이었다 하더라도, 그 전통이 앞으로 계속 보호돼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교구는 이어 “우리나라의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 위주로 바뀌었고, 화장률 증가로 인한 화장시설과 납골시설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큰 문제로 지적됐다”며 “납골시설의 확충은 원하면서도 우리 마을, 내 집 앞 설치는 반대하는 님비현상(Nimby)이야말로 자라나는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큰 해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구는 끝으로 “삶과 죽음은 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고, ‘삶’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며 “죽음을 무조건 멀고 두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문화가 하루빨리 변화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앞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지재단이 ‘학교정화구역 내에서의 납골시설 설치 및 운영을 금지한 학교보건법 6조 1항 3호는 위헌’이라며 낸 위헌심판제청사건에 대해 재판관 5(합헌)대 3(위헌)대 1(일부 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시신이나 무덤을 기피하는 풍토와 정서를 가지고 살아왔다”며 “그러한 풍토와 정서가 과학적 합리성이 없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정서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규제해야 할 필요성과 공익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대교구는 2005년부터 서울 노원구 태릉성당 지하 2층 납골당 설치를 추진해오다, 노원구청이 행정절차법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 주민의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신고서를 반려하자 행정소송을 냈다.(가톨릭신문 2008년 11월 23일자 참조) 이후 서울행정법원이 ‘문제의 학교보건법 조항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이번에 최종판결이 나온 것이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