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 베네딕토 16세, ‘세계 평화의 날’ 담화(요약)

정리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9-12-28 수정일 2009-12-28 발행일 2010-01-03 제 2679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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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황폐화 막는 공동 발전 노력 절실
인류 평화 공존 위해 생태 위기 해결방안 마련 적극 요청
장기적 정책 부재·근시안적 이익 추구는 환경 파괴 야기
생태 수호에 대한 의무·책임 의식 깨닫고 함께 노력해야
지난 12월 2일 독일 서부 노이라트 인근 석탄화력발전소의 냉각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한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매연과 먼지로 가득한 인도 뭄바이의 산업단지를 지나가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교황 바오로 6세가 1968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선포한 이후, 매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지내고 있다. 교황은 매년 이날 특별한 주제를 담은 메시지를 발표해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과 선의의 모든 이들이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1월 1일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란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을 발췌 요약한다.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저는 2010년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 주제로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를 선택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존중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창조는 하느님의 모든 업적의 시작이자 기초이며, 인류의 평화 공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를 창조하시고 우리가 지향하는 하느님의 창조적 사랑을 반영하여야 하는, 인류와 환경 사이의 약속’을 새롭게 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교회는 구체적인 기술적 해결책을 제안하는 대신, ‘인간에 대한 전문가’로서 창조주와 인간 그리고 창조 질서의 관계에 주의를 돌리고자 노력합니다. 1990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생태계 위기’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그 위기가 ‘윤리적 위기’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연대의 절박한 도덕적 요구’를 지적하셨습니다. 자연 서식지의 파괴로 주거지와 재산까지도 잃고 강제 이주의 위협과 불안으로 내몰린 ‘환경 난민들’의 현상이 증대하고 있고, 또 자연 자원 이용을 둘러싼 실질적 잠재적 갈등이 드러나고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생명, 식량, 건강, 발전에 대한 권리와 같은 인간의 권리 행사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입니다.

생태계 위기를 다른 관련 문제들과 분리해 보아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의 위기는 그것이 경제적 위기든 식량 위기든, 환경적 또는 사회적 위기든, 궁극적으로는 도덕적 위기이며 그 모든 위기는 서로 연관돼 있습니다. 이전의 성공한 경험들에 의지하고 실패한 경험들은 단호히 버리는 새로운 참여 방식과 형태를 통해, 그리고 연대와 절제의 생활 방식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식별과 새로운 계획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사랑과 진리의 계획’에 기원을 두고 있는 자연은 어떤 필연성이나 맹목적 운명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피조물들을 당신의 존재와 지혜와 선에 참여시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자유로운 의지에서 생겨났습니다. 창세기의 첫 장들은 세상에 대한 지혜로운 계획을 알려 줍니다. 그러나 인간이 하느님의 협력자로 행동하는 대신에 하느님을 대신한다고 자처한다면, ‘인간의 지배보다 더욱 폭력적인’ 자연의 반란을 불러오고 말 것입니다.

지구상의 여러 나라와 수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환경 파괴는 흔히 장기적인 정책들의 결여나 근시안적인 경제 이익 추구에서 기인하고, 결국 이는 피조물에 비극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자연 자원을 이용할 때 우리는 그에 대한 보호와 발생할 수 있는 전체 비용의 필수적인 부분으로서, 그에 수반되는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 공동체와 각국 정부들은 환경 남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올바른 신호를 보낼 책임이 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 자원과 기후를 보호하려면 명확하게 정의된 법칙에 따라, 또한 법률적 경제적 관점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세계의 빈곤 지역들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미래 세대들에게 마땅히 보여 주어야 할 연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세대 간의 더 큰 연대 의식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자연 자원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즉각적인 이익이 인간이든 아니든 살아 있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피조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유 재산의 보호가 재화의 보편적 용도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더욱 공평한 세대 간 연대 의식에 덧붙여 특히 개발도상국과 선진 산업국들의 관계에서 세대 간 연대 의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도덕적 요구도 절실합니다. 생태 위기는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연대가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국제 공동체가 당면한 근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지속 가능한 공동 전략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발전한 사회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좀 더 검소한 생활 방식을 실천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동시에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에너지 형태의 연구와 활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이 에너지 자원을 이용하려면 에너지 자원의 세계적인 재분배 역시 필요합니다.

환경과 지구 자원의 지속 가능한 포괄적 관리는 인간 지식이 과학 기술 연구와 그 실천적 응용에 지혜를 모을 것을 요청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요청하신 ‘새로운 연대’와, 제가 ‘2009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호소한 ‘세계적 연대’는 더 나은 국제 공조를 통한 지구 자원의 관리로서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모으는 본질적인 자세입니다. 특히 환경의 황폐화에 맞서 싸우는 일과 온전한 인간 발전을 증진하는 일 사이의 관련성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오늘날, 이 두 가지 연대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전체적 발전 노력은 인류 전체의 공동 발전 노력에 결부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환경의 황폐화 문제는 사회와 환경, 나아가 우리의 생활양식과 현재의 생산 및 소비 양식을 반성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환경을 보호하고 돌볼 책임이 있습니다. 이 책임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보조성의 원칙에 따라 모든 사람이 개별 이익을 앞세우지 말고 제 자리에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 생태학’을 존중하는 생태적 책임을 확산시키기 위해 적극 헌신하는 현대 시민 사회의 여러 단체와 비정부 기구는 의식 고취와 교육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모두에게 주신 선물인 땅과 물과 공기를 보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기 위하여 공공 생활에서 그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황폐화는 인류의 공존을 이루는 문화적 양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개인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하는 인간에 대한 의무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저는 생태적 책임 의식을 더욱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꺼이 격려합니다. 이 책임은 「진리 안의 사랑」에서 언급한 것처럼 참다운 ‘인간 생태학’을 수호하여 모든 단계와 상황에서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 ‘인간의 존엄’, 인간이 이웃 사랑과 자연 존중을 배우는 ‘가정의 고유한 사명’을 강력하게 재확인할 것입니다.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하면 자연을 절대화하거나 인간보다 더 중시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교회의 교도권이 생태중심주의와 생물중심주의로 촉발된 환경 개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그러한 개념이 인간과 다른 생명체 간의 정체성과 가치의 차이를 없애버리기 때문입니다. 모든 살아있는 피조물의 ‘존엄’에 대한 이른바 평등주의적 관점을 명분으로 한 그러한 개념은 인간의 정체성과 탁월한 소명을 말살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또한 그러한 개념은 인간 구원의 원천을 순전히 자연주의적 차원에서 이해된 자연에서만 찾는, 새로운 우상숭배에 물든 새로운 범신론에 빠지게 됩니다.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과 인간과 피조물 전체의 불가분의 관계를 깨달으면 선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평화는 더욱 쉽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계시의 빛과 교회의 전통에 충실하여 저마다 여기에 공헌을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부의 창조 사업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만물을’(콜로 1,20) 하느님과 화해시키신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의 빛으로 우주와 그 놀라운 장관을 바라봅니다.

- 2009년 12월 8일 바티칸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

한 여성 활동가가 지난 12월 7~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자국 회의장 앞에서 소형 지구본을 들고 ‘기후 보호를 위한 정책’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리 곽승한 기자 (paul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