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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CUM] 청소년 이성교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오혜민 기자,임양미 기자
입력일 2010-04-13 수정일 2010-04-13 발행일 2010-04-18 제 2693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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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정신 안에서 이성교제 서로를 성숙하게 하는 특별한 은총 
■ 청소년 이성교제의 순기능?
- 남녀 차이 배워가며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
- 인생의 반려자 찾는 안목도 길러
■ 청소년 이성교제의 역기능
- ‘성’ ‘생명’에 관한 이해 부족
- 윤리적 신념도 확고하지 않아
- 성폭력·원치 않은 임신 등 어려움에 노출될 수 있어
중학생 A양(16)은 요즘 고민이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 오빠의 ‘사귀자’는 고백을 받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A양도 오빠가 좋기는 좋은데, 사귀자니 왠지 죄를 짓는 기분이다. 부모님 눈치가 보이고, 공부에도 행여 지장이 있을까 걱정된다. 그래도 오빠에게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A양의 이런 마음,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아담과 하와, 태초부터 시작된 이성교제

여성과 남성은 ‘태초’부터 서로 끌리게 돼있었다. 창세기에는 처음에 ‘아담이 생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도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찾지 못했다’고 전한다. 실의에 빠진 아담을 위해, 하느님은 그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어주신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

창세기는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 사람과 그 아내는 둘 다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라고 전한다. 아담과 하와가 서로의 협력자를 만나 이내 ‘사랑’에 빠짐으로써 이성에 대한 끌림의 역사는 시작된다. 따라서 청소년시기에 이성에 대한 끌림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될 지극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요즘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는 이전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커플링이 유행하고, 심지어 ‘우리 자기’라고 부르며 문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케이블 게임쇼 채널 퀴니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성교제 설문조사 결과 발표(13세 이상 18세 이하 남녀 576명 조사)에 따르면, 이성교제 경험에 대해서 응답자 중 77%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첫 이성교제 시기에 대해서는 ‘초등학교’란 답이 60%를, ‘초등학교 입학 전’이 16%를 차지해 약 76%가 중학교 입학 전 이성교제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성친구와 가능한 스킨십 범위는 ‘손잡기’(24%)와 ‘키스’(20%)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전 은어송초등학교 임수미(마리아) 교사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이성’이나 ‘만남’,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드라마나 영화 속 이성교제를 흉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아이들이 만남이나 사랑에 대한 진지한 판단을 내리고, 그 관계에 책임감을 느끼기 보다는 흥미위주의 가벼운 만남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소년 이성교제는 선악과일까?

가족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이성교제의 역기능으로 ‘학업 성적 저하’, ‘부모와의 관계’, ‘정서적 불안함과 죄책감’ 등 다양한 문제점들을 꼽고 있다. 청소년 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 이성교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생명 존중’에 대한 의식이 흐려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이나 ‘생명’에 대한 윤리적 개념이 정확히 서지 않은 상태에서, 여학생들의 경우 원치 않은 임신으로 미혼모가 될 어려움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 휘문고등학교 2학년 금성은(디모테오·18·가명) 학생은 “이성교제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성적도 많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책임지지 못할 관계로까지 발전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여러모로 중요한 이때에 자제력과 통제력을 잃게 하는 이성교제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성교제는 ‘나쁜 것’, ‘금기시해야 할 선악과 같은 것일까?

가족사회학자들은 그러나 이성교제가 ‘오락적 기능’ ‘사회화기능’ ‘배우자 선택의 기능’ 등 다양한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감과 끌림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가지 즐거운 체험들은 생활에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서로를 배울 수 있는 사회화기능도 순기능으로 꼽을 수 있다. 청소년들은 이성교제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해 인지하게 되고, 이를 통해 서로 배워가며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궁극적으로는 자신에게 맞는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안목을 기르게 된다는 측면에서도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장 김철호 신부는 이성교제에 대해 “‘이성’이란 하느님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이며, 이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감을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성교제를 금기시해야 할 선악과가 아니라 오히려 복음정신 안에서 서로를 성숙하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은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김 신부는 “서로 다른 이성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으로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함께 신앙생활을 해 나간다면, 한 단계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기도모임이나 봉사활동, 전례참여 등 다양한 신앙생활을 매개로 해 상호간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뤄진다면, ‘이성교제’는 청소년들이 완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혜민 기자,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