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순교자성월에 만나는 오페라 최경환

입력일 2010-08-24 수정일 2010-08-24 발행일 2010-08-29 제 2711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9월 12~16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아트센터 관악홀에서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이 초연된다고 한다. 그동안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에 대한 문화 공연은 있었지만, 최경환 성인에 대한 오페라가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방 교구의 몇몇 사제들이 힘을 모아 성사시켰다고 한다. 필요한 일은 둘이나 셋의 힘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공연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하는 이유는 우리가 순교 성인들의 삶과 정신을 너무 멀리 느끼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최경환 성인은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다. 그런 그가 아직도 한국교회 신앙인들의 영성 삶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아직도 최경환을 단순히 한국교회 두 번째 사제의 아버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에 대한 영성과 삶이 오늘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각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양업 신부의 삶과 순교가 많은 신앙인들에게 경외로 다가온다면, 아버지 최경환의 삶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최경환 성인의 삶 면면을 들여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살았을 수 있을까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더 나아가 이번 공연은 최양업 신부의 모친인 이성례 마리아에 대한 재조명도 새롭게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감옥에 있던 중 젖먹이 아들이 굶어 죽자 모성애에 의해 일시적으로 배교했지만 곧 마음을 바꿔 아이들을 모질게 떼어 보내고 스스로 옥에 갇혀 참수형을 받았다. 모성애를 뛰어넘은 이 같은 어머니의 신앙은 분명, 아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모든 내용이 오페라에 나온다고 한다.

순교 성인을 주제로 하는 오페라는 죽음을 내건 신앙 사투를 그리고 있기에 감동이 한층 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오페라는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작곡가 리카르도 죠반니니 교수가 작곡가로 참여해 동서양 음악이 융합된 독특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의 풍부한 성량도 감상할 수 있다. 많은 신앙인들이 이번 오페라를 통해 순교자들의 영성을 몸으로 체험했으면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신앙 문화 콘텐츠 개발로 이어 지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이번 공연이 전국 순회 및 이탈리아 공연으로 이어져 한국교회의 기억이 우리만의 기억이 아닌 세계 교회와 함께 나누는 기억이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