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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 인터뷰 종합 / 아시아 복음화를 말한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0-09-07 수정일 2010-09-07 발행일 2010-09-12 제 271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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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에는 아시아 각국 교회 평신도 대표들뿐 아니라 각국 주교들과 성직·수도자, 선교사 등이 다수 참여, 더욱 풍요로운 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들은 모두 같은 그리스도인이지만 각자 다른 역할과 소명을 인식하고 ‘공동의 책임감’ 아래 아시아 복음화에 나설 의지를 모았다.

참가자 인터뷰를 통해 이번 대회의 의미와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제언을 종합해본다.

■ 인도 란치대교구장 토포 추기경

“순교신심 중요성 깊이 깨달아”

“순교신심으로 세워진 한국교회 아시아 복음화의 선봉장 기대 사도직 단체간 협력·연대 필요”

“신자들이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순교이며, 한국교회에 주어진 진정한 축복 또한 순교자들입니다. 순교신심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아시아 복음화의 리더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텔레스포레 프라치두스 토포 추기경(인도 란치대교구 교구장)은 “인도에서는 최근에도 종교간 갈등과 박해로 성직자와 신자 등이 순교했지만, 이 때문에 신자들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증가하는 경험을 한 바 있다”며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한국교회의 순교역사와 순교자의 신심을 다시 한 번 환기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전했다.

이어 토포 추기경은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 또한 단체 간 ‘공동 책임’을 깊이 묵상하고 실현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된 많은 나라들의 사례를 볼 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곳을 처음 찾아간 이들은 사제도 수도자도 아닌 바로 평신도들이었다”며 “아시아 복음화에서 큰 역량을 보이고 있는 다양한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이 자기 단체의 존속만이 아닌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공동 책임을 깊이 인지하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토포 추기경은 특히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직자들의 의식 개선 또한 시급하다”며 “신자들이 성직자들을 돌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가장 낮은 종인 성직자들이 평신도들의 활동을 돕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홍순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준비위원장

“친교의 교회상 구현 앞장서야”

“평신도는 사제 협력자 아닌 복음화의 능동적 주체 삶의 현장서 말씀 실현해야”

“친교는 친교를 낳고, 그 친교는 선교를 낳고, 선교는 친교를 낳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선교적 친교의 신비’를 나누는 이들입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친교의 교회상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구현하는데 힘써야할 것입니다.”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한홍순(토마스) 준비위원장은 특히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늘 강조하신 것처럼 친교의 교회를 이루는 것은 성직·수도자들만이 아니라 평신도를 비롯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공동 책임”이라고 역설했다.

“평신도의 소명은 사제의 역할에 협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복음화의 능동적인 주체로서 활동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평신도와 성직·수도자들이 공동으로 복음화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한 준비위원장은 “교황청 평신도 평의회의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평신도 사도직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며, 그 때문에 평신도대회를 여는 데 보다 적극적”이라며 “한국교회는 평신도대회를 통해 세계를 향해 더욱 지평을 열고 풍요롭게 성장할 수 있는 선물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성당에서 봉사를 많이 하고 헌금을 많이 내는 신자만이 열심한 신자가 아닙니다. 바로 내 삶의 현장에서, 내 일상생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현하는 이가 바로 열심한 신자입니다.

■ 아시아뉴스 책임자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 신부

“복음 선포, 생활로 실천하세요”

“바로 나 자신을 통해 하느님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생활 안에서 증거한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더욱 올바른 일이기도 합니다.”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Bernardo Cervellera, 교황청 외방선교원) 신부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사람은 하느님을 위해 창조된 존재로, 하느님을 찾기 전까지는 항상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바 있다”며 “무언가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리스도인을 만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아시아뉴스(asianew.it) 책임자로 활동 중인 체르벨레라 신부는 교황청 발행 잡지인 피데스 편집장을 거친 후 북경대학에서 강의와 연구 등을 바탕으로 아시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이는 선교사다.

“예를 들어 중국 사람들은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무신론에 빠져들지만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모습에서 무신론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며, 하느님이 없는 곳에서 인간은 늘 핍박받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더욱 절감했습니다.”

특히 체르벨레라 신부는 “아시아 곳곳에서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모습, 나아가 그에 무관심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더욱 큰 아픔을 준다”며 “그릇된 행동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늘 깨어 기도하고 실천하는 이가 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네팔 ‘그리스도를 위한 부부’ 회원 수자타 라이씨

“‘동등한 하느님 자녀’ 깨닫는 시간”

“우리와 같이 아시아 복음화에 뜻을 두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로 이번 대회는 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짙은 형제애를 체험한 장이지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활동을 하지만,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임으로써 하나가 되고 영적 영감도 받는 체험의 기회였습니다.”

수자타 라이(Sujata Rai)씨는 현재 네팔 카트만두 성모승천본당 내 Couple for Christ(그리스도를 위한 부부) 사도직 단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으로 이 사도직을 영어뿐 아니라 각 지역 언어로도 소개, 보급하는데 힘쓸 계획이라고.

“평신도 사도직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는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한 번도 의문을 가지거나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도직 활동은 내가 하느님 안에서 겸손해질 수 있도록 했고,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은 그 역할과 특징이 다를 뿐이지 동등한 하느님의 자녀로 창조되었음을 체험하게 도왔습니다.”

아울러 라이씨는 “네팔의 대부분 가정과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지위와 결정권 등이 없어 신앙생활을 하는데 장애물이 많지만 최소한 가톨릭교회 안에서 만큼은 여성의 존엄성과 품위가 지켜지고 있다”며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평신도 사도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깨닫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더욱 힘써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 마카오 성경협회 회원 빈센트 라우씨

“내 일에 충실하며 소명 실현할 것”

“예수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계셨다면 어떻게 행동하셨을까?”

빈센트 라우(Vincent Lau·마카오 성경협회 회원)씨가 평소 직장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생각이다. 현재 마카오의 대형 호텔 카지노에서 일하고 있는 라우씨는 “직업 자체가 신앙의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해 직장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가 늘 화두였다”고 말한다. 그는 “평신도들이 사회 활동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소명을 실현하고,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의식을 고양하고 싶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주교, 사제, 수도자 등과 더욱 자유롭게 교류하고 교회를 알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예수님의 제자 마태오도 당시로서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직업에 속하는 세리였습니다. 처음엔 직장을 바꾸려고도 생각했지만, 중요한 것은 직업 자체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그는 “아시아 젊은이들이 예수님과 멀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물질주의”라며 “교회가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뉴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투자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가톨릭교회는 뉴미디어 등에 빠르게 물들어가는 청년들의 시선을 끌지 못합니다. 이들이 지금 바로 신앙의 길을 찾도록 도와주지 못하면 이들이 앞으로 꾸려나갈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 또한 요원합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