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에 위치해 있는 포이펫은 ‘캄보디아의 빈민촌’으로 불린다.

빚을 갚지 못해 몰래 고향을 떠난 사람들, 정부로부터 강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태국으로 일하러 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사람들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주로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캄보디아인조차 기피하는 지역이 바로 포이펫이다.

이곳에는 공장, 병원 등 사회기반 시설도 없어 일자리 또한 찾기 힘들다. 포이펫 돈보스코센터 원장 강종명 신부는 “포이펫은 캄보디아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으로 삶이 불안정해 가정 내 불화도 많다”며 “이러한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교육시켜 의식을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포이펫의 가난한 이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10월 24일 캄보디아의 빈민촌 포이펫의 킬로 메트4 지역과 포이펫 도심 지역을 찾았다.

◆ 노동으로 11자녀 키우는 분행·쿠트 낙씨 부부

킬로 메트4 지역은 빈민촌인 포이펫에서도 더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정착한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이지역의 가장들은 태국의 벼농사 일꾼, 막노동판의 노동자 등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기적이지 않아 일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포이펫 돈보스코센터 함석(바오로·윤리교사)씨의 소개로 방문한 분행(48)·쿠트 낙(44)씨 부부의 가정이 그랬다.

이들 부부는 독재정권인 크메르 루즈로 인해 가난으로 내몰린 이들이었다. 분행·쿠트 낙씨 부부의 고향은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이들에게 독재 정권은 막무가내로 고향을 떠나라고 했다고 한다. 모두가 농사짓고 살아야 한다는 명분하에 이들을 강제로 추방시킨 것이다.

포이펫에서 생활한지 20년째를 맞는 이들 부부는 매일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간다. 가장인 분행씨는 주로 벼농사를 도와 받는 품삯으로 가정을 돌보고 있다. 농사일마저도 매번 있지 않아 그는 공사 현장과 태국 공장의 일용직 등 닥치는 대로 일한다. 캄보디아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에는 분행씨의 수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이들 부부가 키우고 있는 자녀만 11명. 분행씨는 “저번 주 내내 내린 비로 침수된 논에서 어렵게 잡은 작은 물고기로 온 가족이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가난한 이들은 삶의 터전인 집도 제대로 짓지 못해 늘 위험하게 살아간다.

나무와 짚으로 대충 만들어진 집이 워낙 부실해, 늘 불안하다. 분행·쿠트 낙씨 부부의 6째 자녀인 로트 모노(12?포이펫 돈보스코센터 초등학교 1학년)군은 부실하게 만들어진 집에서 뛰어 놀다 집 한쪽이 부서져 얼마 전 다리를 다쳤다.

비위생적인 거주 환경도 이들의 근심거리 중 하나다. 화장실이 따로 없어 이들은 거주지 주변에서 용변을 해결하곤 한다. 먹을 물도 구덩이에 받은 물을 끓여 먹는다.

가난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분행·쿠트 낙씨 부부에게 유일한 희망은 자녀들이다. 이들은 “배우지 못해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만큼은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현재 이들 부부의 11명의 자녀 중 3명은 포이펫 돈보스코센터의 도움으로 초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쿠트 낙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져 요즘 매일 웃음만 나온다”며 “가난으로 공부하지 못했던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 가난하지만 7자녀 교육 우선시하는 찬손씨

포이펫 도심지에 살고 있는 찬손(43·여)씨도 대부분의 포이펫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남편을 사고로 잃고 자녀 7명을 혼자 키우고 있다. 요즘 그는 파파야 열매를 양념한 샐러드, 복을러홍(캄보디아 전통음식)을 길거리에서 판다.

무더운 날씨에도 복을러홍을 팔기 위해 매일 이른 아침 마을로 나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나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고단한 삶의 연속이다. 하지만 찬손씨는 늘 웃는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기가 쉽지 않지만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그가 버티고 있는 유일한 이유다. 현재 찬손씨는 자녀 7명 모두를 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해 글을 읽고 쓰지 못하지만 교육만이 아이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전기세, 임대료, 수도세를 내기 위해 매일 고단하게 일하지만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한 모습을 상상하면 피곤이 싹 사라진다”며 “지금은 가난하지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분명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교육을 제일 우선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아이들 또한 열심이다. 찬손씨의 첫째 자녀인 부시와 베니는 돈보스코센터 학교에 다니며, 나머지 5명의 자녀들도 포이펫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포이펫 돈보스코센터 기술 학교의 자동차 학과에 다니고 있는 부시는 주중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는 어머니 장사를 돕는다. 학교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지만 그는 주중에는 학교에서 공부에만 열중한다.

부시군은 “어머니께서는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며 학생 때는 공부에만 열중하라고 말씀하신다”며 “나중에 훌륭한 선생님이 돼서 어머니와 동생들을 잘 보살피고 싶다”고 했다.

포이펫 돈보스코센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배니(9)양은 “어머니가 아버지 역할까지 대신 하시느라 많이 힘드신 것 같다”며 “더 열심히 공부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찬손씨는 “포이펫의 많은 아이들은 여전히 태국으로 넘어가 구걸하고 있다”며 “캄보디아인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 미래의 꿈과 희망을 키울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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