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교회 복음화의 주역으로 적극 초대했던 복자 요한 바오로 2세의 정신을 한국교회 청소년사목에서 이어가기 위한 ‘제1회 요한 바오로 2세 청소년사목 심포지엄’이 햇살청소년사목센터(소장 조재연 신부) 주최로 6월 30일 경기도 양주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열렸다.
매년 전국 청소년 사목자를 대상으로 ‘청소년·청년 사목자 및 활성가 양성 연수(이하 CAFE·Chaplain and Animator Formation Exchange)’를 열어온 햇살청소년사목센터는 6월 27일~7월 1일 4박5일 일정으로 진행된 2011년 CAFE 넷째 날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제1회 요한 바오로 2세 청소년사목 심포지엄을 기획하고 주제를 ‘청소년·청년을 구원하는 구조(Structure)’로 정했다.
청소년사목 전체를 통괄하는 기본 틀 없이는 청소년사목이 프로그램 등 활동 중심의 근시안적 사목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구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사목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이날 심포지엄에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평신도가정사무국(FABC-OLF) 산하 청소년사목위원회(Youth Desk) 위원 구스만 덱스 신부(Guzman Renato Degz·살레시오회)가 참석해 청소년사목의 기본 구조에 대한 기조 강연을 펼쳤다.
이 밖에도 조재연 신부가 ‘한국천주교회 청소년사목 구조 제안’, 김승한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국 차장)가 ‘본당과 지역 연대를 통한 청소년사목 활성화 방안’, 박문수 박사(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가 ‘청소년을 구원하는 사목의 구조와 요소’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224명의 참가자들은 기조강연과 발제를 바탕으로 청소년사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그룹 및 전체토의도 진행했다.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청소년 담당 겸 중서울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는 축사에서 “초등학생의 주일학교 재적 1/3, 중고등부의 경우 1/4, 청년의 경우 본당 재적 1/6~1/8 만이 신앙생활을 간간히 이어가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여기 이렇게 청소년을 위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서른세 살의 예수님께서도 열두 명의 청년 제자와 함께 세상을 바꿨듯, 여러분과 같은 젊은이들의 열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교회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날 발표된 기조강연과 발제를 요약한다.
■ 필리핀교회 청소년사목 구조 - 구스만 덱스 신부
“전국 사목자 연계 통합 기구 운영하자”
청소년사목 프로그램들을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사목은 모든 차원 즉, 전국·교구·본당 차원에서 각각 조직돼야 한다.
필리핀교회의 경우 모든 청소년사목은 주교회의 청소년위원회로 수렴된다. 이 위원회는 1986년 청소년사목을 위한 전국 차원의 실행기구인 ‘전국 청소년사무국(NSYA)’을 개설했다. 이 전국 사무국은 각 교구의 청소년 사목국과 전국 단위의 청소년 기구들의 소통을 돕는다.
또 주교회의 청소년위원회에서 발의된 내용을 전국 각 사목기관으로 발송하고 의견 수렴 및 전달을 한다. 청소년사목에 대한 주기적인 연구와 조사, 데이터 및 정보 문서화 및 홍보 등을 담당하는 것도 전국 사무국의 역할이다. 청소년위원회 자문기구 역할을 하며 청소년 사목자들의 협력을 돕는 ‘전국청소년 조정위원회’도 조직돼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필리핀은 12월 16일에 신방가비 미사를 통해 국가 청소년의 날(NYD)을 기념하고 있다. 이 행사는 주교회의 청소년위원회가 후원하고 주최 교구가 협력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전국 청소년 사무국이 행사의 전체 틀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대회가 일관성 있고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 한국천주교회 청소년사목 구조 제안 - 조재연 신부
“교구-지구-본당 연결 조직 구축해야”
한국교회에는 청소년사목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성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고 교구와 본당 모두를 관통하는 명시된 지침이 없어 주교회의가 교회의 하부단위들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사목위원회의 경우 전국 규모 행사를 지원하는 행정업무에 그치고 있어 한 교구가 한국청년대회(KYD)와 같은 전국단위 행사를 주관할 경우 여러 한계점에 부딪히게 된다. 이때문에 주교회의에 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청소년사목 지침서를 발간하고, 산하에 청소년사목 실행 기구인 청소년사목 사무국을 개설해 교구·지구·본당을 연결하는 청소년사목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또 교구 차원에서는 청소년 대표자와 청소년사목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기초 양성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본당 차원에서는 본당 주임신부가 청소년사목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을 제안한다. 또 본당에 정주해 사목할 수 있는 청소년사목 코디네이터(전문적인 평신도 청소년 사목자) 시스템도 점차 도입해 나가야 한다. 주교회의-교구-본당의 기본 시스템이 지닌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청소년사목센터도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고 운영해 나가야 한다.
■ 본당과 지역 연대를 통한 청소년사목 활성화 방안 - 김승한 신부
“거시적 비전·청소년 리더 양성 필요”
현재 한국교회의 청소년사목은 일관성과 지속성을 잃어버렸다. 청소년사목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잦은 사제 인사이동과 이동 후 사목의 연계 부재를 꼽을 수 있다. 개별 본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신선한 사목 아이디어들이 개발되고 적용되고 있지만 한시적일 뿐만 아니라, 본당 간 연대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본당 사목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도 벅차기 때문에, 다른 본당에 도움을 준다거나 교사를 타 본당에 파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어려움은 총체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만을 탓할 수 없다. 본당 청년 사목 활성화를 위해선 먼저 본당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거시적 안목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또 청소년을 세분화해 대상을 정확히 하고, 비전에 부합하는 목적을 세우며,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써 교사와 청소년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특히 본당 사목 현장을 지키면서 사목의 일관성과 지속성 유지를 돕는 청소년사목 실무자 배치가 요구된다. 또 지역 연대를 강화할 지역 단위의 핵심 그룹도 양성해야 한다.
■ 청소년을 구원하는 사목의 구조와 요소 - 박문수 박사
“‘설문으로 구성된 평가틀’ 유용할 것”
2000년 대희년 전후로 교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숙고했던 교구 시노드들에서 보편적으로 도출한 시급한 사목 영역과 대상은 청소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청소년사목은 선언적이고 임기응변적이며 전시성 행사위주다. 장기 비전과 이를 구체화할 전략, 또 충실한 기초를 다지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실행계획을 갖고 있는 교구 또는 단체를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청소년의 구원 혹은 복음화는 청소년을 제외한 모든 교회 구성원 특히 사제, 수도자, 성인 신자들의 관심, 이들이 동원하는 자원(시간·재정), 사람과 환경에 따라 바뀌지 않는 안정된 구조, 또 이를 뒷받침하는 주교회의·교구 차원의 사목지침 등을 통해 청소년을 한 신앙인으로, 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을 구원하는 사목구조를 설계하고 또 구조 설계를 넘어 실효성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조재연 신부의 박사학위 논문인 ‘청소년사목의 기본틀’ 중 ‘설문으로 구성된 평가틀’은 현재 청소년사목의 현황을 진단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