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중문화 속 성(性)] (5) ‘뮤비는 왜 포르노를 모방하나?’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
입력일 2012-07-03 수정일 2012-07-03 발행일 2012-07-08 제 2803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포르노에 광범위하게 포위당한 채 살면서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
무의식적 성교육 활발한데 그것을 걸러 판단할 수 있는 식별력 키워줄 성교육 전무
정상급 인기 뮤직비디오 중 상당수는 포르노의 영상 문법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그 정신세계를 모방한다. 보핍보핍, no love no more 등 많다. 왜 대중문화상품이 포르노를 모방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포르노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과도하게 소비되고 있고, 그래서 대중과 청소년들에게 매우 친숙하기 때문이다.

뉴스위크 인터넷판(2011.2.6)에는 ‘포르노 산업 1인당 매출 1위 국가는 한국’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고, 해외 포르노물 제작자가 저작권 있는 상품을 불법으로 유통시켰다며 우리나라 네티즌 수만 명을 검찰에 고소한 바도 있다(2009년 8월).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가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세계 각지의 포르노가 한 나라에 모여서 광케이블을 타고 빛의 속도로 대량 유통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초등학생들이 포르노를 흉내 내며 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인데,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한가?(동아일보 2012.2.28.) 우리는 포르노에 광범위하게 포위당한 채 살면서도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사에서 포르노를 모방해 상품을 만드는 이유는 친숙한 것을 바탕으로 소통해야 전달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소통의 기본 원리를 이들이 체득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이렇게 배운다는 의식조차 없이 문화상품을 즐기면서 왜곡된 성을 배운다. 그 결과는 첫 성관계 경험 연령의 저하(13.6세), 청소년 분만 건수의 폭증 3,300건(2008년 심평원)이다. 문화상품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무의식적 성교육은 활발한데, 그것을 걸러서 볼 수 있는 식별력과 통찰력을 키워주는 성교육은 전무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청소년을 보호하고 싶다면, 기획사에서 청소년들에게 ‘즐기라’(樂)고 주는 문화상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블로그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http://blog.daum.net/prolifecorpus〉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