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1) 총론 - 기획 취지와 내용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2-10-09 수정일 2012-10-09 발행일 2012-10-14 제 281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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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신앙 쇄신하자
“고백하고 경축하며 실천하고 기도하는
신앙 내용 재발견해 신앙 행위 성찰해야”
가톨릭신문사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마련한 공동기획은 한국교회 안에서의 다양한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나타난 문제점들을 인식해 신앙 여정의 재발견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사진은 지난 6월 13일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진행한 ‘신앙의 해’ 연수 모습.
“우리는 이 신앙의 해에 모든 신자들이 충만하게, 새로운 확신으로, 신념과 희망을 가지고 신앙을 고백하는 열망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것은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인 전례, 특히 성찬례를 통한 신앙의 경축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신자들의 삶을 통한 증언이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고백하고, 경축하며, 실천하고, 기도하는 신앙의 내용을 재발견하고, 신앙 행위를 성찰하는 것은 특히 이 신앙의 해에 모든 신자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입니다.”(‘믿음의 문’(Porta Fidei) 9항)

가톨릭신문사와 주교회의 산하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가 ‘신앙의 해’를 기념하는 2012년 10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1년 동안 마련하는 이 공동기획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신앙의 해’ 제정 자의교서 ‘믿음의 문’(Porta Fidei)의 취지에 대한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믿음의 문’ 제9항에서 권고하는, 고백과 경축, 실천과 기도의 신앙 내용을 개인과 공동체적으로 재발견하고, 믿는 이로서 우리들 자신의 신앙 행위를 성찰하는 ‘신자들의 책무’를 고무하고 격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신앙의 여정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기획은 모든 신자들이 “주 예수님을 향하여 새롭게 돌아서고 신앙을 되찾도록”(교황청 신앙교리성, 신앙의 해를 위한 사목권고를 담은 공지) 돕기 위한 것이다.

이미 우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보편교회가 ‘신앙의 해’를 왜 기념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진 바 있고, 11일 개막 후 1년 동안 집중적으로 신앙 여정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가톨릭신문사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마련하는 공동기획은 바로 이러한 신앙 여정의 재발견을 위한 길잡이요 동반자가 되어줄 것을 그 근본 취지로 삼고 있다.

신앙 여정의 재발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진단과 인식이 요구된다. 교황 성하는 ‘믿음의 문’ 2항에서 현대 사회의 ‘깊은 신앙의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비단 서구사회와 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와 사회 안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공동기획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다양한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나타난 문제점들을 인식하는데에서 신앙 여정의 성찰을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인식된 위기 상황과 신앙의 현실은 개막 50주년을 맞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반포 20주년을 맞은 가톨릭교회교리서의 정신과 가르침에 비추어 성찰될 것이고, 참된 가톨릭 신앙의 고백과 거행, 증거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특별히 이 모든 여정에서 우리는 신앙이 지니는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을 어느 것도 소홀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 정신과 자세로 향후 1년 동안 이 기획은 4개 범주 총 23개의 주요한 주제들을 다루게 된다. 각 주제 및 신앙과 사목 영역들은 그 특징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고백, 거행, 기도, 실천의 4개 범주로 분류된다. 이 기획은 신앙의 모든 영역을 다루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교리교육의 영역이며, 여기에서는 특별히 어떤 이유에서든 위기를 겪고 있거나 소홀히 여겨지고 있는 신앙의 내용과 실천의 영역들을 우선적으로 다룬다.

■ 고백

이 범주에는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내용, 신앙의 어려움과 장애요인들, 그리고 신앙교육 등과 관련된 6개의 주제가 포함된다. 이 범주는 무엇보다도 현대 사회와 문화의 가장 치명적인 해악을 미치고 있는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깊은 우려를 포함한다. 신앙의 공동체적 차원이 결여되어 철저하게 개인화된 신앙의 문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현대 사회와 문화의 경시, 초월과 절대자를 잃고 과학기술을 맹신하고 신화화하는 오류를 성찰한다. 나아가 많은 젊은이들이 신앙 고백에 어려움을 느끼고 교회를 떠나가는 현실을 점검한다. 또한 가정과 주일학교, 예비자와 성인교리, 그리고 점점 더 요구되는 각종 신앙 교육 프로그램의 강화 문제 등에 대해서 살펴본다.

■ 거행

전례와 성사 생활, 복음 선포를 중심으로 하는 이 범주에서는 우선 주일과 미사의 중요성이 퇴색하고 있는 현실에서부터 시작해, 전통적인 칠성사들이 제대로 신앙생활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복음화 및 새로운 복음화의 개념 이후 (직접)선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성찰하고,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떠오른 사회홍보매체와 복음선포의 요청에 대해서 알아본다. 특히 교회 안에서조차 성직자들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성직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는 가운데 권위주의적인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탈피해 전례를 거행하는 사제이자 참된 목자로서의 성직자상을 성찰한다.

■ 기도

물질숭배의 우상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이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정신적이고 영적인 가치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증은 더욱 깊어진다. 또한 한국교회는 양적 팽창을 획기적으로 이뤘지만 그에 준하는 영적 성숙을 이루지 못했다는 자성이 있었다. 이 범주에서는 기도와 신심 생활, 영적 성장을 위한 수련, 그리고 영성의 보고로서의 수도회에 대해서 살펴본다. 여기에서 교회내적으로는 전통적 기도 방법의 아름다움과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기도 방법의 발견을 모색하며, 사회적으로는 영성 생활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회적 현실과 조건들을 성찰한다. 아울러 최근 수십년 동안 진전되어온 그룹 성경공부의 허와 실,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다.

■ 실천

그리스도교가 여러 종교 중의 하나인 다종교 사회 안에서 신앙의 사회적 실천은 많은 장애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또한 종교가 다만 개인의 선택과 취향으로 간주되는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복음 가치와 세속 가치의 충돌은 신앙인으로 하여금 끊임없는 결단을 요구한다. 이 범주에서는 가장 먼저 신앙과 삶이 유리되는 현실을 성찰하는데에서 시작한다. 신앙의 요람으로서 가정과 교회 안에 남아있는 여성 차별의 실상에 대해서도 다룬다. 사회복음화의 노력이 자칫 형식적인 정교분리 이념에 의해 매도되는 실상, 사회를 향해 정의를 외치지만 정작 교회 안의 부조리에는 눈을 감는 현실,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이라는 명제가 부끄럽게 중산층화되어가고, 교회 스스로 가난하지 못하지는 않은가 하는 성찰이 이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개인과 공동체 모두 자신들의 삶을 통한 복음과 신앙의 증거를 위한 모색이 시도된다.

■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지난 2010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그해 10월 14일자로 설립된 주교회의 산하 연구기관이다. 이듬해 1월 25일 부소장에 서울대교구 박선용 신부가 임명됐고, 3월에 개최된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소장으로 강우일 주교가 임명됐다.

연구소는 일차적으로 주교회의가 위임하는 사목 전반에 걸친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각종 사목 자료와 정보를 수집 분석해 주교회의에 제공하며, 일선 사목활동과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연구소는 현대의 사목 방안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일상적으로 수행하며, 효과적인 사제 평생 교육 방안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 아울러 연구 결과와 관련된 세미나 및 강연회를 개최함으로써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광범위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연구소장 강우일 주교는 연구소의 설립과 관련해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 교회의 사목활동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현실 속에서 각 교구의 역량을 넘어서 보다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연구를 위해 주교회의 산하에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 주교는 특히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여러 연구 기관 및 개인 연구자들과의 협력과 연대도 강조하고 있다.

연구소는 특히 이번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안집을 작성하기 위한 ‘의제 개요’의 설문에 대한 한국교회 답변서를 작성,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했고 ‘신앙의 해’ 연수 및 각종 관련 교육을 주관하고 있다.

연구소는 현재 소장과 부소장 외에 4명의 상임연구원을 두고, 산하에 운영위원회, 소공동체 연구위원회 및 사제평생교육 연구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 기획 ‘신앙의 재발견’ 목차

■ 고백

1.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2. 개인주의적인 신앙

3. 생명의 존엄성과 창조질서

4. 떠나가는 젊은이들

5. 과학기술 만능주의

6. 신앙교육

■ 거행

7.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8. 잃어버린 성사들

9. 화해의 성사

10. 선교의 열정

11. 사회홍보매체

12. 행정가가 된 성직자

■ 기도

13. 영성의 부재

14. 기도를 잃은 믿음

15. 고도경쟁사회 속에서의 영성

16. 성경공부

17. 영성의 샘인 수도회

■ 실천

18. 신앙 따로 삶 따로

19. 가정의 해체

20. 교회 안의 여성

21. 교회의 사회참여

22. 내 눈 속의 들보

23. 가난한 사람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