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후, 20명 남짓한 청년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를 비롯한 심리, 행동에 대해 심도있게 대화를 나눈다. 청년들은 영화를 매개체로 각자의 생각과 체험을 자유롭게 말한다. 누구한테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속내를 용기 있게 털어놓기도 한다.
성탄을 이틀 앞둔 12월 23일, 서울대교구청 별관 대회의실. 교구 문화홍보국(국장 허영엽 신부)이 명동대성당과 성바오로딸수도회와 함께 마련한 ‘힐링무비 힐링토크’의 모습이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해 4주간 진행된 프로그램은 김스텔라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가 지도를 맡았다. 프로그램은 영화감상, 나눔, 작업으로 구성됐다. 청년들은 영화 안에 담긴 복음적 가치를 발견하고, 나눔과 작업과정을 통해 신앙의 의미를 찾으며 스스로 ‘힐링(치유)’을 체험할 수 있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어려웠던 순간을 생각해 보세요. 그때 내가 누군가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나눌게요.”
잠시 적막이 흐른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침묵 속에 과거의 아픔과 마주한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널 이해해”, “넌 할 수 있어”,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조금씩 다르지만, 청년들에게 공통으로 필요했던 말은 ‘위로’였다. 한 사람의 나눔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래 청년들의 나눔에 공감을 표한다. 김 수녀가 청년들의 나눔에 조언을 덧붙였다.
“사람이 변하려면 같은 말을 몇 천 번을 들어야 한답니다. 우리는 어른이에요. 누구도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않죠. 그럼 누가 해야 할까요? 앞으로는 자신에게 자주 말해주세요.”
4주간의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참가자들은 모두 손을 잡고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한다. 기도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한 청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참가자들은 맞잡은 두 손에서 신앙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위로와 치유를 공유했다.
“치유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아요. 상처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치유의 첫 단계입니다. 상처라는 게 그래요. 감추고 싶거든요. 하지만 주님께, 다른 이에게 상처를 드러냈을 때 비로소 도움의 손길이 와 닿습니다.”
김 율리아(율리아·27)씨는 이번 프로그램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그동안 피하고 멀리했던 내 안의 상처, 걱정거리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또 나눔을 통해 나만 상처받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크고 작은 아픔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매주 명동에 가는 시간이 기다려질 만큼 ‘힐링’ 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