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 만들어 가고 싶어요”
교리교사·봉사자 등 양성하며
사목·수도자-신자 다리 역할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기에 어려움도 있지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실수도 많이 하고, 경험하면서 교회에 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천진아(미카엘라·29·서울 봉천동본당)씨는 한국교회 1호 사목 코디네이터다. 이름도 개념도 낯선 이 직업을 선택한 지도 1년 4개월이 넘었다.
현재 서울 무악재본당(주임 조재연 신부)에서 사목자, 수도자와 협력해 사목활동을 계획하고 교리교사와 청소년 리더, 성인 봉사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주일학교 행사를 기획·실행하는 데 있어 조언을 하고 이 모든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 문서 등으로 기록, 정리하는 작업도 한다. 한마디로 본당에서 진행되는 일 중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2012년은 빨리 지나가서 상반기와 하반기가 전혀 다른 시간처럼 느껴졌다”는 천씨의 우스갯소리도 이해될 법했다. 실제로 그는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다. 아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평신도 사목자로서 접근하고, 사목자·수도자와 신자 간 소통의 다리가 됐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사목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 모델도 없었고, 오랫동안 교회에서 봉사를 해왔지만 본당 조직에 깊숙이 관여한 적도 없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거리였다. 다행히 무악재본당 주임 조재연 신부와 전교 수녀가 많은 도움을 줬다. 잘 웃고 사람을 좋아하는 천씨의 성격도 지금의 그를 만드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아직 낯선 개념의 사목 코디네이터라는 일을 하는 게 처음에는 힘들고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일로 다가가기 보다는 성당에 오면 언제나 맞이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런 노력 덕분에 천씨는 본당에서 사랑받는 존재다. 아이들은 웃으면서 그를 안아주기 일쑤고, 어르신들은 남몰래 다가와 손에 사탕을 쥐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전해주는 ‘사랑’의 에너지는 그를 힘나게 한다.
“교리교사로 즐겁게 생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일도 즐겁게 하고 있어요.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만족도와 성취감도 비례해요.”
신자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천씨는 이곳에서 큰 꿈을 꾼다. 성당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청년들을 변화시켜서 세상을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교사가 되고 싶었던 그가 학교가 아닌 교회에 뿌리를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생실습을 하면서 어쩌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학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학교에 있으면 교육적 서비스는 잘 제공할 수 있었겠지만, 제 꿈은 교회에서 훨씬 잘 펼쳐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한국교회 1호 사목 코디네이터인 천씨는 지난해를 적응기간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신학도 공부하고, 평신도 사목자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더욱 열심히 하면서 하느님과 신자들 사이의 다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냐고요? 전 여기가 바로 대기업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인데, 이렇게 큰 사업체가 또 어디 있겠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치 못한 기쁨과 보람이 있어서 저도 행복해요.”
■ 사목 코디네이터란?
사제의 사목지침을 바탕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돕고, 본당 내 봉사자 그룹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목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봉사자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등 세대 간은 물론 신자와 사목자 간의 소통을 돕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사목과 관련해서는 교사나 봉사자가 놓칠 수 있는 공백을 사목 코디네이터가 메울 수 있다.
무엇보다 사목 코디네이터는 활력 넘치는 교회를 만드는 데 원동력을 제공한다.
평신도들의 신앙생활 현장에서 그들의 문제를 이해하는 동시에 사제와 수도자와 협력해 사목활동을 계획하면서 봉사자를 돕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