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100일째를 맞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겸손하면서도 파격적인 언행은 최근 가톨릭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느 틈엔가 그에게는 ‘겸손한 양치기’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의 말과 행동은 이른바 ‘프란치스코 효과’라고도 불리며, 전 세계인의 시선을 가톨릭교회로 다시 모아들이는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각종 미사강론이나 대사회적 연설 등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단순하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는 다양한 비유를 들며 일반인들과 대화하는 것은 물론, 때론 강론 자료를 접고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받을 만큼 ‘열린’ 모습으로 교회 가르침과 현 시대 과제를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이후 처음으로 교황주일을 맞아, 그동안 전 세계인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교황의 ‘말’을 요약, 소개한다.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많은 건물을 세울 수도 있지만,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무엇인가를 짓고 십자가가 없는 상태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부른다면, 우리는 단지 인정많은 비정부기구에 지나지 않고, 예수의 제자가 아닌 세속적인 존재에 불과합니다.”
3월 14일, 첫 미사 중
“(사제) 여러분은 양의 냄새가 나는 목자가 되십시오…머리 위에 부은 좋은 기름이 수염 위로 흘러내려 옷 끝자락까지 적시듯, 기름 부음을 받은 사제들은 그 기름이 자신들을 통해 세상 끝 세상의 변두리까지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신자들이 기쁜 모습으로 성당에서 나오면 그 신자는 사제에게서 기쁨의 기름으로 도유된 것입니다.”
3월 28일 성유축성미사 중
“수백 만 명의 어린아이들이 매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데도, 차를 마시며 고상하게 신학만 논하는 신자들이 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 현재의 글로벌 경제 위기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가치의 문제입니다.”
5월 18일 성령강림대축일 전야 미사 중
“교회가 폐쇄적이면 부패하게 됩니다. 폐쇄적인 교회는 일 년 동안 문을 닫아 놓은 방과 같습니다. 누군가 그 문을 열었을 때 악취가 풍길 것입니다.”
5월 18일 성령강림대축일 전야 미사 중
“행정 업무에 치중하거나 소수 사람만을 상대하는 교회는 결국 병에 걸릴 것입니다. 양떼를 찾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고립을 자처하는 목자는 목자가 아니라, 양털을 꼬불꼬불하게 만드는데 시간을 쏟고 있는 미용사와 같습니다.”
대담집 ‘교황 프란치스코: 호르헤 베르골료와의 대화’ 중
“그리스도인들도 너무나 쉽게 세속적인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합니다…교회에서는 십자가를 지고 겸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진정한 승진이며, 이를 통해 예수를 닮게 됩니다.”
5월 21일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 직원들을 위한 강론 중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정치가 혼탁하다고 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계속 혼탁하게 될 것입니다.”
6월 7일 예수회학교 학생들과의 만남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