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재위 이후 두 번째 아시아 순방길을 마쳤다. 교황은 13일부터 19일까지 수십년간의 내전으로 인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스리랑카와 아시아 최대의 가톨릭 국가로서 전체 인구의 4분의 1 가량이 빈곤선 아래의 삶을 살고 있는 필리핀을 방문,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의 본래적 소명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지난해에는 한국을 방문해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일깨우는 복음적인 길을 제시해주었던 교황은 이번 순방길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교황은 부모에게 버려져 거리에서 학대 받던 고통스러운 체험을 토로하던 소녀의 말을 듣고서는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함께 울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태풍 하이옌의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필리핀 타클로반에서 거행된 미사에서는 가족과 재산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희생자들과 주민들에게, 십자가상의 예수께서 고통의 순간에 여러분과 함께하셨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성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빼고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전체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까지 하면서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결코 올바른 복음화의 길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지난해 말 주교단 담화를 통해서 한국을 방문한 교황의 메시지를 되새기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특히 이를 위해서 주교단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다짐했다. 5개월만에 아시아를 다시 찾은 교황이 재차 강조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의 메시지가 올 한해 한국교회 안에서 구현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