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황, 스리랑카-필리핀 방문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5-01-20 수정일 2015-01-20 발행일 2015-01-25 제 2929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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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원고 덮고 소녀의 슬픔 끌어안다
강연 중 눈물 흘린 필리핀 고아 소녀 안으며
“슬픔에 함께 눈물 흘릴 때 참된 그리스도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5일 필리핀 마닐라 성 토마스 가톨릭대학에서 열린 젊은이들과 만남 행사에서 울음을 터뜨린 고아 소녀와 소년을 말없이 안고 있다.【CNS】
【외신종합】 “버림 받은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요? 이 아이들은 왜 마약과 매춘, 헤아릴 수 없는 가혹한 일들을 겪어야 하나요? 하느님은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들에게 이런 일들을 허락하시는지요? 그리고 왜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가요?”

12살 고아 소녀 글리젤레 팔로마가 울음을 터뜨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준비했던 원고를 옆으로 치웠다. 교황은 조금 전에는 역시 거리에서 생활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리랑카와 필리핀을 방문한 교황이 1월 15일 필리핀 마닐라 성 토마스 가톨릭대학에서 젊은이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교황은 말없이 두 어린 소년소녀들을 가슴에 품고 오랫 동안 소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교황은 치워진 원고 너머 스페인어로 입을 열었다.

“오늘 저는 답이 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나요. 소녀는 울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황은 세속의 동정심은 주머니를 열게 하지만, 사람들은 그 후에는 그저 가던 길을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수는 사람들의 고통에 스스로 동참한다. 그래서 예수는 죽은 친구, 자식을 잃은 부모, 아들을 묻어야 했던 가난한 과부를 보고 울었고 그럼으로써 비로소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교황은 말했다.

“왜 아이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그 아이들의 고통에 함께 울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는 대답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오늘 한 소녀가 그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이의 슬픔과 고통에 참으로 공감하고 흐느껴 울 줄 알아야 참된 그리스도인이라고 교황은 3만여 명의 젊은이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교황은 소외된 사람들, 내버려진 이들, 한쪽으로 치워져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흐느껴 울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미에 교황은 다시 한 번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젊은이 여러분,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십시오. 여러분들은 그들을 얼마나 생각합니까? 과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한 번이라도 그들이 가진 지혜를 나눠 달라고 청한 적이 있습니까? 바로 이것이 제가 오늘 여러분들에게 청하고 싶은 것입니다.”

스리랑카 첫 성인 시성… 필리핀 미사, 700만명 운집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13일부터 일주일 동안 스리랑카와 필리핀을 방문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촉구하고, 불의와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했다.

26년간의 내전으로 황폐화된 스리랑카에서는 16세기 선교사 조셉 바즈 신부의 시성식을 거행하고, 하느님의 자비가 온 국민을 참된 치유와 화해로 이끌어주기를 기원했다. 자연재해와 빈곤으로 고통받는 필리핀에서는 부패 척결과 함께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 가정의 가치 수호를 당부했다.

특히 18일 마닐라 리잘공원에서 거행된 미사는 700만명에 달하는 신자들이 참석, 규모면에서 지난 1995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의 500만명을 능가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이런 사랑은 소외된 이들의 고통에 함께 울어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