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아, 너에게서 평화가 시작되리라!
골조공사 마무리 35% 공정률
기도실·순례자 쉼터 등 조성
사제·평신도 십시일반 성금
전국 정평위 노력 결집 ‘의미’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에 평화가 시작되리라!”(2011년 9월 8일, 강정 생명평화 미사 중 강우일 주교 강론)
시간을 거듭할수록 제주도 강정마을에는 평화의 태가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9월 ‘강정 생명평화사목센터 및 강정공소’ 기공식이 열린 후 평화를 향한 발걸음은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1월 10일 찾은 제주 강정마을. 9년째 건설이 한창인 해군기지는 7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며 위용(?)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항만공사의 경우 공사 진척도가 이미 83%를 넘어섰다. 멀찌감치 바다를 향해 치고 나가 제주의 풍광을 가로막은 방파제며 각종 시설물은 답답해진 가슴을 헤집게 만들기 십상이다.
2015년 말까지 9700여 억 원을 들여 해군 함정 20여 척과 최대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 2척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름의 해군기지.
해군기지에 비하면 455.40㎡ 대지에 연면적 227평(747.93㎡) 남짓한 사목센터는 그저 한 점(點)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수도 없을 만큼 미소해 보이는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떨림은 결코 작지 않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4522-1 현지에 지어지고 있는 사목센터는 현재 건물 골조공사가 마무리돼 35% 남짓한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사목센터에는 강정공소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게 된다. 땅은 작고 필요한 시설은 많다 보니 그야말로 다목적 다용도 공간으로 지어지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연구 공간, 강의실, 회의실, 전시장 등은 물론이고 순례자들과 활동가들을 위한 식당과 쉼터 등도 빠질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목센터의 심장 역할을 하게 될 작은 기도실이다.
사목센터가 더욱 의미를 띠는 것은 수많은 개인들의 선의가 뭉쳐 주님의 정의를 밝히는 굳건한 등대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 시작부터가 그랬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첫걸음을 뗐다. 국가라는 골리앗 앞에서 변변한 저항은 고사하고 울음 한 번 제대로 울 수 없었던 강정마을 주민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 처음 공소가 태어났다.
다음 바통은 은퇴한 노사제가 받아들었다. 사목 일선에서 물러나 잠시 무거운 십자가를 내려놓고 있던 문정현 신부(전주교구 원로사목자)에게 강정마을 주민들이 찾아왔다. 그 길로 자신의 마지막 삶을 불사를 곳으로 강정을 택한 문 신부, 그는 자신이 받은 민주화운동 보상금으로 강정마을에 조그만 땅을 매입해 평화의 씨앗으로 내놨다. 이를 계기로 본격화된 사목센터 건립 사업은 국가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골리앗에 맞선 무수한 다윗들이 뭉쳐 힘겹지만 쉼 없는 걸음을 내디뎌온 결실이다.
생태건축으로 유명한 이일훈(62) 건축가. 신자가 아닌 이씨도 자신의 재능을 선뜻 내놓았다.
“지역과 세상을 위한 평화운동에 구실하는 작은 집이 되길 바랍니다. 빛나지 않아도 제 역할 하는 집이 되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죽이고 있던 많은 이들이 십시일반 사목센터 건립 사업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강정마을 주민들을 필두로 강정공소 신자들, 평화활동가들, 강정마을을 오가는 순례자들이 스스로 평화의 빛이 되고 있다.
사목센터 건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교회 차원에서는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처음으로 개별 교구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함께 뜻을 모으고 운영하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선의의 사람들이 무력을 통한 평화가 옳지 않다는 것을 고발하고 함께 깃발을 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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