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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유아실 벗어나 성전 앞으로”…아이와 함께하는 ‘어부바미사’ 인기

미사 중 아기 울음소리가 성전 안에 퍼졌다. 제대 앞자리에 앉은 엄마는 아기띠로 아이를 안은 채 조심스레 달랬고, 아이가 성전 한쪽 통로를 자유롭게 오가자 아빠는 조용히 뒤따르며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제지하거나 눈치를 주는 이 하나 없이,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받아들였다. 성전 맨 앞에는 유모차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수원교구 제1대리구 원천동본당(주임 김창해 요한세례자 신부)은 6월 21일 두 번째 ‘어부바미사’를 봉헌했다. 어부바미사는 5월 처음 시작됐으며, 이후 매달 한 차례 토요일 청년미사를 이 미사로 대체해 봉헌하고 있다. 미사는 영유아를 둔 청장년 세대가 유아실이 아닌 성전 앞자리에서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간이다. 청년회에서 활동하던 한 신자가 결혼과 육아로 인해 미사 참석이 어려워진 현실을 겪으면서 직접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로 본당의 30·40세대 청장년층은 청년회 활동에서는 물러났지만 아직 사목회나 본당 단체 참여에는 거리감을 느끼는 이른바 ‘낀세대’로, 결혼과 육아, 생계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신앙 활동이 단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규영(대건 안드레아·41) 청장년회장은 “30대부터 청년회에서 활동했지만, 40대가 되니 20대 청년들과는 자연스레 거리감이 생겼다”며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는 이들, 혹은 미혼인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청장년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 후 성당에 잘 나오지 못하거나 육아로 미사 참례가 어려운 청장년층이 마음 편히 올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이 특별한 미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어부바미사라는 이름조차 필요 없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미사에 참례한 하용현(가브리엘) 씨는 “청년회에서 활동하다 결혼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성당에 나오기 어려웠고, 주로 유아실에서 조용히 미사를 드렸다”며 “이제는 성전 앞 가까이에서 아이와 함께 미사에 참례할 수 있어 좋고, 본당 공동체가 함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본당 보좌 김준교(스테파노) 신부는 “어부바미사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아지면서, 청장년층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이 미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그들만의 찬미 방식이라 생각하며, 공동체가 함께 이해하고 품어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원천동본당 사례처럼, 영유아를 동반한 신자들이 성전 안에서 함께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배려하거나 낀세대 맞춤 사목을 시도하는 본당은 차츰 늘고 있다. 제1대리구 동탄송동본당은 2024년 12월부터 어부바미사를 매달 마련하고 있으며, 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 ‘마루’와 서울대교구 묵동본당 ‘요셉회’ 등의 단체들은 청장년 사목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2025-06-24

서울 경찰사목위, ‘전국 경찰교우 가족캠프’ 성료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위원장 김형균 스테파노 신부, 이하 위원회)가 6월 6일부터 8일까지 전남 목포 한국레지오마리애 기념관에서 2025년 희년 기념 ‘전국 경찰교우 가족캠프’를 개최했다. 캠프에는 서울·광주·부산·인천·전주·청주교구 경찰교우와 가족 121명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근무 특성상 신앙 활동이 어려운 교우들에게 희년을 소개하고, 교구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번 캠프를 기획했다. 특히 올해는 광주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가 담당하는 해양경찰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했고, 캠프 기간도 기존 2일에서 3일로 확대했다. 캠프에서는 ▲백일장 ‘폭싹 속았수다, 경찰!’ ▲인생네컷 사진을 남기는 ‘희망의 순례자들’ ▲바다를 배경으로 담소를 나누는 ‘목포는 항구다’ 등 교우들이 각종 사건·사고의 최전선에서 마주하는 고충 속에서도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김형균 신부는 “내년에는 더 많은 분을 가족캠프에 초대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협조를 바란다”며 "각 교구에 돌아가시더라도 짧은 기간이나마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 안에 주님이 항상 계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음을 주위 교우들과 나눠 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 강민숙(엘리사벳) 씨는 “업무 변경으로 일이 많아져 캠프에 오는 것을 고민했는데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면 그것을 다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씀조개를 뽑고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간다”고 밝혔다.

2025-06-18

‘가톨릭공직가족 피정대회’ 6월 28일 전남 나주서 열려

‘제40회 대한민국 가톨릭공직가족 피정대회’(이하 대회)가 6월 28일 오전 10시30분 전남 나주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다. 행전안전부 로사리오회(회장 황명석 프란치스코)가 주최하고, 전라남도 향주삼덕회(회장 강영구 다미아노)와 나주시 성우회(회장 김민석 사무엘)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네 이름이 무엇이냐’(창세기32,28)를 주제로 공직자의 소명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기획됐다. 대회 오전에는 나주 순교자 기념성당 성지순례를 시 작으로 순교자 묘원, 현 하롤드 대주교 기념관, 까리따스 수녀회 역사기념관 등을 둘러본다. 오후에는 ▲나주시립합창단과 광주가톨릭합창단의 공연 ▲목포가톨릭대학교 윤빈호(루치오) 총장 피정강의 ▲도서, 음반, 특산품, 포토박스 체험부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강영구 전남 향주삼덕회 회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생각한다”며 “공직자로서 마음을 더욱 굳건히 하는 대회에 많이 참여해 달라”고 독려했다. 대회에는 행안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 가톨릭 공무원과 가족 2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식에는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 윤병태 나주시장, 이규현 전라남도의원 등이 참석하며, 장엄미사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나주 함평지구 사제 20여 명이 공동 집전한다. 대회는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신청은 홈페이지(https://cpfkorea.kr/36)를 통해서 할 수 있다. ※ 문의 061-286-2000

2025-06-16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한 평 남짓 방에서 두 아이 키우며 투병 중인 함홍남 씨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 잔 지 2년째입니다.” 성인이 허리를 깊이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한 평 남짓한 공간. 함홍남(51) 씨는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미용실 구석의 좁은 계단 8개를 올라 그곳으로 향했다. 집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협소하다. 씻을 수도, 밥도 해 먹을 수 없다. 그의 일터인 미용실 천장을 뜯어 마련한 ‘생활 공간’이다. 함 씨는 아파트 상가에 세 들어 미용실을 하고 있다. 5년 전 이혼 후 이곳으로 와 12살 딸, 10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미용실을 열었지만 개업과 동시에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다. 곧바로 플랫폼 노동에 나서 낮에는 미용사로, 새벽에는 배달 노동자로 일했다. 점심마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어려운 노모의 식사를 챙겼다. 그렇게 잠도, 끼니도, 쉴 틈도 없이 버틴 시간들. 그 무게는 결국 그의 몸에 병으로 남았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심장 만성질환, 고혈압, 당뇨를 한꺼번에 진단받았다. 고정 수입이 없어 생계 부담은 늘 크다. 어린 두 아이와 노모를 돌봐야 하기에 미용실은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둘째가 자주 아빠를 찾아 새벽 배달 일도 꾸준히 하기 어렵다. 월세와 생활비, 교육비, 병간호비까지 매달 300만 원이 넘는 고정 지출은 결국 빚으로 쌓이고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마저 언제 잃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쇄골이 부러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핀 7개를 몸에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수술비도 문제지만, 회복 기간 동안 생계가 끊기는 게 더 두렵다. 다행히 두 살 터울의 남매는 방과 후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한울이네 공부방’에서 수도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까지 챙겨 먹고 돌아온다. 덕분에 함 씨는 끼니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주방도 식기도 없는 집에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사온 인스턴트 음식이다. 화장실도 없어 상가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 매일 샤워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다. 재작년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한 평짜리 공간에서 셋이 나란히 잠들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함 씨는 혼자 미용실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한다. 첫째는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둘째는 새벽에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클 때까지 여기서 살 줄은 몰랐어요.” 함 씨는 아이들을 위해 단칸방이라도 사람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째가 밤에도 혼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게 되면서, 이틀에 하루꼴로 새벽 배달을 나갈 수 있게 된 건 함 씨에게는 작은 위안이자 희망이다. 그렇게 한 달에 100만 원을 번다. 함 씨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한 한울이네 공부방 대표 전민아(살레시아) 수녀는 “함 씨는 심장 질환이 있어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두 아이와 노모를 혼자 돌보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함 씨 가족에게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6월 11일(수) ~ 2025년 7월 1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6-11

‘현대 가톨릭 우파’ 형성 원인은…‘가톨릭 통합주의’ 조명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는 6월 7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가톨릭 우파의 형성과 귀환, 인테그랄리즘과 그 유산’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손민석 박사(조선대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중세 인테그랄리즘(Integralism)의 사상적 뿌리부터 현대 미국 가톨릭 우파의 부상까지를 짚으며, 최근 떠오르는 인테그랄리즘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신학적·정치적 대안 모색이라고 진단했다. 인테그랄리즘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비판하며 국가 권력이 교회의 도덕적 권위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가톨릭 전통 사상으로, '가톨릭 통합주의'라고도 불린다. 손 박사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인권국을 폐지하고 자연권국 신설을 추진하는 모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서구 전통 가치를 다시 수용하려는 흐름은 자유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어 “절차와 중립성만을 강조해 온 자유주의는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했고, 공동체 해체와 삶의 의미 상실이라는 실존적 불안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박사는 인테그랄리즘이 종종 극우 정치와 동일시되는 현실을 경계하면서 “단지 극우의 전유물이 아닌 포스트 자유주의적 흐름에 따른 하나의 대안”이라며 “이 흐름은 신학적, 정치적, 실존적 측면에서 작동하는 복합적 현상”이라고 전했다. 손 박사는 “프랑스혁명 이후 세속적 정치 이념이 부상하면서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가톨릭 인테그랄리즘이 등장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19세기에는 근대 자유주의와 세속주의에 반대하며, 가톨릭의 진리를 사회 전반에 통합하려는 흐름이었고, 20세기에는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에서 극우 파시즘과 결합해 전개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종교의 자유를 선언하고 정교 분리를 수용하면서 ‘국가 위의 교회’ 모델에 제동을 걸었다”며 “그 과정에서 인간 존엄성과 다원주의 담론이 확산됐고, 인테그랄리즘이 보다 자유민주주의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민(요한) 신부는 “신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인테그랄리즘은 근대 시기 동안 분리되고 주변화됐던 신앙의 세계를 복원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왜 지금 이 시점에 미국에서 인테그랄리즘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가”라며 “이는 방향성을 잃은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전통에 대한 깊은 향수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25-06-10

대천동본당, ‘플로깅’으로 “선교·환경보호 함께해요”

수원교구 제1대리구 대천동본당(주임 박한현 요셉 신부)이 6월 1일 새 신자 입교를 위한 선교 활동의 일환으로 성당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 플로깅 선교’를 진행했다. 신자들은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과 함께 주민들에게 천주교회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환경 플로깅 선교에는 레지오 마리애와 소공동체, 선교분과 단원 60여 명이 참여했다. 성당 주변을 세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마다 20명씩 조를 편성해 이동했으며, 구역별로 마련한 부스에서는 입교 신청도 받았다. 심상일(요셉) 선교분과장은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선교 방식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길거리에서 선교 홍보 책자를 나눠주는 것보다, 쓰레기를 줍고 환경 활동을 하며 신앙을 전하는 방식이 주민들에게 부담이 덜하고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선교와 환경 보호를 따로 할 것이 아니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플로깅 선교에 참여한 노기화(세실리아) 소공동체 회장은 “평소 거리에 쌓인 쓰레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무심코 버리는 이들을 위해 화살기도를 바치곤 했다”며 “오늘은 지나가던 주민들이 천주교가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며 박수를 보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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