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진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었다.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제2회기를 마치면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이어 교황은 별도로 자신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보편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즉각 공포했다. 3년간의 시노드 여정, 그 결실을 담은 최종문서의 자세한 내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3. 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5. “나도 너희를 보낸다” -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최종 문서 제4부는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그물을 던진 시몬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이 많은 물고기를 잡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다른 제자들은 그 작은 배로 고기가 든 그물을 끌고 왔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다.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요한 21,8.11)
모든 제자가 함께 그물을 끌어올리고, 여기에서 베드로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물고기를 잡는 일은 각자 다르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고유의 임무를 통해 이뤄진다. 이는 곧 시노드 교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즉, 시노드 교회는 우리를 일치시키는 친교의 유대 위에, 모든 민족과 모든 문화의 장소(space)에서 세워진다.
제4부의 핵심은 첫 문단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된다. “교회가 뿌리내리고 순례하는 ‘장소(place)’의 개념이 크게 변화된 오늘날, 우리는 은사의 교환과 우리를 일치시키는 유대의 새로운 형태를 계발해야 합니다. 이는 자기들간에, 그리고 로마 주교와 일치를 이룬 주교들의 직무에 의해 지속됩니다.”(109항)
교회 뿌리내리고 순례하는 ‘장소’
공간 개념 넘어 관계·문화로 연결
유대의 새로운 형태 계발 요청
단단히 뿌리내리되 순례자로서
“단단히 뿌리내리되 순례자로서”라는 표현은 “교회는 구원하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이라는 공유된 경험이 이루어지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의 뿌리를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다.”(110항) “뿌리를 내린다”는 경험은 오늘날 ‘장소’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키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관련된다. 즉, ‘장소’는 더 이상 지리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관계와 문화적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문서는 이러한 변화의 요인으로서 ‘인구 이동’(112항)과 ‘디지털 문화의 확산’(113항)을 꼽는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인구 이동의 증가 현상이다. 이에 따라 “모두가 다양한 지리적,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한 영향을 경험하며, 이를 통해 상호문화적인 공동체를 세우라는 부름을 받는다(112항).” 또한 디지털 문화의 확산은 “일상 활동, 소통, 대인관계뿐 아니라 신앙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디지털 환경이 선교와 선포의 예언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113항).”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회는 “삶 속에서 ‘지역성’의 의미를 재고하고,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재검토”(114항)할 것을 요청받는다. ‘지역교회’인 교구는 “세례받은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친교를 가장 완전히 드러내는 기본 영역”(116항)이고 본당은 지역교회의 주요 조직 단위로서 “성찬례를 중심으로 모인, 관계, 환대, 식별, 선교의 특권적 장소”(117항)다. 축성생활회와 교회내의 다양한 단체 및 공동체들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장소와 환경을 연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118항 참조). 지역교회와 보편교회 사이의 ‘중간’ 공간에 위치한 관구, 국가 및 대륙 차원의 교회들에 더 높은 비중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사의 교환
다양한 카리스마와 사명을 지닌 예수님의 제자들로서, 우리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함께 걷고, 교회들 간에 은사를 교환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징표”(120항)다. 교회는 만남, 사회 정의, 소외된 이들의 수용, 민족들간의 친교, 공동의 집인 지구의 돌봄 등의 문화를 증진하는 관계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교회들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건강한 상호성에 바탕을 두고, 연대의 정신으로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121항 참조) 대화는 단순한 아이디어의 교환이 아니라 항상 ‘은사의 교환’이다.(122항)
지역교회들 관계 이끄는 원칙으로 대화 통한 은사의 교환 강조
주교회의와 여러 교회 회의들 거론…교회 일치 위한 교황 역할 중요시
일치의 유대:주교회의와 교회 회의들
문서는 “교회들 사이의 관계를 이끄는 원칙은 은사의 나눔을 통한 친교”(124항)라며, 이를 바탕으로 주교회의와 다양한 교회 회의들을 설명한다. ‘은사의 나눔을 통한 친교’의 원칙은 보편교회의 일치를 형성하는 유대를 중시하면서도 역사와 전통을 포함한 각 지역교회의 고유한 맥락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주교회의는 교회 간 친교를 증진하고 사목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주교단의 단체성을 표현하고 실행하는 도구로서, 교회 간 유대 형성, 경험과 사목적 모범 사례의 공유, 신앙 생활을 다양한 문화에 적응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125항 참조).
문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언급한 “‘건실한 분권화’(16항)와 효과적인 문화 적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교회의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공의회 제도를 재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129항)고 지적했다. 즉, 지역 및 전국 공의회는 정기적으로 소집돼야 하고, 공의회의 결론이 신속하게 공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마 주교의 봉사
지역교회의 중요성과 다양성이 인정될 때, 교회 안의 일치를 위한 로마 주교, 교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시노달리타스는 공동체적(모든 이), 단체적(일부), 개인적(하나) 측면을 결합한다(130항). 문서는 교황이 교회 일치의 기초이며, “교회적 친교 안에서 지역교회는 고유한 전통을 누리며, 교황의 수위권은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교황의 직무 수행의 쇄신 역시 ‘건실한 분권화’의 전망 안에서 이뤄저야 함(134항)을 일깨웠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문서는 “동방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이들의 오랜 신학적, 교회법적, 전례적, 영적, 사목적 전통을 존중한다”(132항)고 확인했다.
주교 시노드는 시노달리타스와 단체성(collegiality)이 실현되는 가장 분명한 장이다. 오늘날 ‘단계적 과정’으로 변화된 시노드의 본질은 하느님 백성과 주교단, 교황 간의 본질적인 관계를 증진한다. 시노드 전체 과정을 통해 ‘모두(거룩한 하느님 백성)의 참여, 일부(주교단)의 사명, 한 사람(베드로의 후계자)의 주재’, 이 세 가지의 결합이다.(136항 참조)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