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동티모르 선교 방문기(2)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루카 4,43) 출발하기 전 여러 차례의 사전 준비 모임을 하며 처음 만나는 회원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불편이나 갈등은 “선을 행하려고 할 때에는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성숙하게 될 것이니 희망을 간직하기를 바랍니다”라는 지도 신부님의 응원과, 매일 묵주기도와 일상 기도를 바치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습니다. 짧은 여정이긴 해도 단순한 방문이 아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뜻을 동티모르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김민조(하상 바오로) 신부님께 알렸더니, 어려운 공소 신자 100명에게 25kg의 쌀을 제공하고, 폭우로 무너진 고등학교 축대를 쌓고 있는 인부 90명에게 한국 음식 한 끼를 해주고, 빌로코 데레사 중학생 100명에게 학용품을 선물해 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딜리까지는 직항이 없는 관계로 7~8시간 비행해서 발리에서 하루 묵은 다음, 다음날 3시간 비행해서, 드디어 8월 21일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일이자, 성 비오 10세 교황 축일에 딜리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높은 상공에서 창밖을 보며,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한 이래 수많은 시간이 흘러 현재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데 나는 온갖 죄로 하느님과 멀어져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상념에 빠져 있는데 어느새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합니다. 동티모르의 수도인 딜리는 신호등도 없는 우리나라의 작은 읍내 모습이었습니다. 산은 나무가 거의 없어 바닥이 빨갛게 드러난 풍경은 꼭 북한의 모습인 듯 보였습니다. 땔감이 없어 나무를 베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마중 나온 신부님들은 동티모르의 관습대로 영대 같은 어깨띠 ‘타이스’(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 등재)를 걸어 주시며 한 사람 한 사람 환영해 주심에 몸 둘 바를 몰랐지요. 딜리 시내로부터 20km 떨어진 1300m 고도의 산 위의 마을 리퀴도이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는 너무도 험난했습니다. 자동차 천장에 머리를 몇 번이나 부딪치며 2시간여 만에 리퀴도이 성당을 지나 우리가 머물 여학생 기숙사에 도착하였습니다. 맑은 밤하늘에 둥근 달님과 총총히 빛을 내고 있는 별님들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우릴 반겨줬습니다. 숙소에 짐을 푼 후 우리는 다음날 학교 축대 복구공사를 하는 일꾼들에게 대접할 90인분의 식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메뉴는 돼지고기볶음과 닭찜, 소시지, 떡볶이였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잘 손질된 재료들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기숙사 주방은 한쪽에서 물을 쓰면 다른 한쪽에서는 물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밤늦도록 식사 준비를 마친 후 저희를 이곳으로 이끄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꿀잠을 잤습니다. 글 _ 정옥금 클라라(직암선교후원회 봉사자)

2024-10-13

[밀알 하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알려주는 ‘마귀 퇴치법’

프란치스코 교황이 쓴 「악마는 존재한다」는 책을 중심으로 몇 가지만 짚어보고 싶다. 성경에서 악마는 호시탐탐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닌다.”(1베드 5,8) 그래서 믿는다는 것은 곧 악과의 투쟁이다. 바오로 사도도 말하듯 “우리의 전투상대는 악령들”(에페 6,12)이다. 교황은 ‘천사가 보호하면 악마는 파괴한다’고 잘 표현했다. 또한 교황은 그리스도인 삶의 ‘3가지 원수’(마귀, 세상, 육신) 교리를 지적하면서, 특별히 마귀에 대한 대처방법이자 퇴치법을 제시했다. 첫째, 21세기에도 악마는 존재하며, 그 접근 방식을 알아야 한다. 악마를 퇴치하려면 먼저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악마는 온갖 사악한 것만을 흩뿌린다. 가령 ‘폭력, 불화, 절망, 게으름, 험담, 거짓말, 교만, 미움 등’을 심으려고 애를 쓴다. 사실 하느님은 좋은 것만을 창조하셨고, 악한 것을 창조하지 않으셨다. 다만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를 선물로 주셨는데, 거기에서 ‘타락한 천사’(루치펠)가 나타났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악마를 “처음부터 살인자이고 … 거짓말쟁이”(8,44)라고 했다. 악마의 무기이자 특징은 한 마디로 ‘폭력’과 ‘유혹’이다. 교황은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사탄을 파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둘째, 악마의 존재에 대해 “믿는 이는 너무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루카 12,7) 주님을 향한 굳센 믿음만 세워놓으면 된다. 예수님 친히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루카 10,18-19)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님은 왜 악마의 존재를 허락하셨을까? 한 마디로 하느님은 선을 통해서 당신의 일을 하시지만, 때론 악을 통해서도 구원사업을 하신다. 예수님은 ‘가라지의 비유’에서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30)고 하셨다. 심판은 하느님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며, 우리는 다만 선악을 잘 ‘분별’해 살아가라는 것이다. 셋째, 미신 등 우상숭배에 빠질 때 악마의 유혹에 걸려들기 쉽다. 주술이나 점술 등을 접하는 것은 악마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다.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만 하실 수 있다. 한편 우리가 좌절감에 빠지거나 믿음에 회의가 들 때 혹은 하느님을 원망할 때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그것이 악마가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넷째, 마귀로부터 벗어나려면 먼저 ‘빛의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 그것은 악령과 싸우면서 ‘기도하고,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구마기도는 ‘성호경’과 ‘주모송’이다. 비록 짧은 기도이지만 하느님을 부르는 기도여서 효과적이라고 하겠다. 수시로 기도하자,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글 _ 유희석 안드레아 신부(수원교구 제1대리구 구성본당 주임)

2024-10-13

[밀알 하나] 한국 그리스도인과 기복신앙

한국인은 ‘재수가 없다’거나 ‘운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무슨 날만 되면 운세점을 보는 이들이 폭주한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땐 더 극성을 부린다. 요즘은 인터넷점도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가톨릭신자라고 예외가 아닌 듯하다. 지난 2003년에 발간한 - 지난 통계지만 지금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 - 「천주교와 한국 근·현대의 사회문화적 변동」에 따르면,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곳”으로 자신의 종교를 지목한 수치에서, 개신교(73%)와 불교(51%)에 비하여 가톨릭이 가장 낮은 수치(27%)를 보였다. 이는 특히 가톨릭신자들이 자기 믿음에 대한 소신이나 확신이 상당히 적거나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신앙인으로서 삶이 소극적이고 자긍심이 부족하다는 말과도 통하는 것이어서 안타까운 지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철학관이나 사주나 점 풀이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로 가톨릭신자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좀 꺼림칙하긴 하다. 그래서 점보고 나면 꼭 고해성사를 본다”고 하면서, “100% 다 믿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음이 후련해져 해답을 얻고 싶을 때마다 점집을 찾는다”는 것이다.(가톨릭신문 2008년 6월 8일자) 이는 신앙의 기복적인 측면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현상은 뭔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될 때 혹은 기존 종교나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상태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할 때 더욱 그럴 것이다. 여기에 관하여 사제의 입장에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은 누구나 있는 것인데, 그 해결을 찾는 데 있어서 하느님 안에서가 아닌 교회 밖에서 찾으려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느님께서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사도 7,32)이라고 하신 것은 하느님은 항상 ‘살아있는 사람의 하느님’이라는 뜻이다. 하느님은 누구보다도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시고, 그들에게 힘주기를 바라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기복행위가 윤리적이냐 아니냐(죄의 유무)를 따지기 이전에, 그런 행동이 자신의 건강한 신앙을 흔들거나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피해야 하며, 누구보다 하느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사람의 말)을 믿기보다 하느님(하느님의 말씀)을 먼저 믿어야 한다. 사실 신앙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그저 학생이 학교 가듯 하느님을 찾아가야 하며, 학생이 공부하듯 기도해야 할 뿐이다. 더 이상 주위를 두리번거릴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다. 한눈팔지 않고 자기 신앙에 애착을 갖고 매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이다. 글 _ 유희석 안드레아 신부(제1대리구 구성본당 주임)

2024-10-06

[신앙에세이] 동티모르 선교 방문기(1)

저는 직암선교후원회 봉사자 정옥금 클라라입니다. 2007년에 수원교구의 인준을 받아 설립된 직암선교후원회는 이벽(요한) 성조를 비롯한 한국 순교자들의 영성을 공부하며 아시아 지역에 파견된 선교사들의 활동과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와 물적 지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2021년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을 계기로 하느님의 종 133위 순교자들의 시복을 기원하며 아시아의 열악한 133곳 선교지와 자매결연을 목표를 정하고 현재 80여 곳과 결연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세계교회를 이끄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가 친교, 사명, 참여를 실천하는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라고 하십니다. 시노드는 저마다 제 길에서 함께 가는 길입니다. 시노드적으로 바라보고, 시노드적으로 말하고, 시노드적으로 공감하라고 하십니다. 이는 주님의 뜻에 맞는 결정에 이르기 위해 주님의 뜻을 경청하고, 형제자매들과 대화하며, 성령 안에서 주님의 뜻을 식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둘이나 셋이 있는 곳에 함께 있겠다고 하십니다. 그 함께 가는 길, 친교와 사명과 참여의 길을 실천하는 선교 봉사의 길을 제가 소속되어 있는 직암선교후원회, 양지직암회와 자매결연한 동티모르 딜리 리퀴도이 선교지를 8월 20일부터 27일까지 방문하였습니다. 동티모르의 정식 명칭은 동티모르 민주공화국입니다. 건조한 열대 기후로 건기(5월-11월), 우기(12월-4월)로 연중 따뜻한 날씨입니다. 지리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 하나로 테툼족이 대부분인 동티모르, 아또니족이 주로 있는 서티모르가 있습니다. 동티모르는 1524년부터 4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고, 1975년부터 1999년까지는 인도네시아가 지배했으며, 2002년까지는 유엔이 관리했고, 2002년에 정식으로 독립을 선포한 나라입니다. 유엔이 관리할 때 우리나라 상록수 부대(평화유지군)가 파견돼 안전과 치안을 돌봤다고 하지요. 우리나라와 경도가 같아서 시차가 똑같습니다. 강원도 크기 보다 조금 작은 1만4954㎢의 면적으로 인구는 137만 명 정도 됩니다. 언어는 포르투갈어와 인도네시아어, 테툼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쓰고 있습니다. 종교는 91%가 가톨릭, 그 외 개신교, 이슬람교입니다. 가톨릭신자가 대부분이어서인지 참 순수하고, 예의 바르고, 깍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가난하고, 도로도 열악해서 교통은 몹시 불편하고, 의료시설이 없어서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에 가라는 말은 곧 죽으러 가라는 말이라고 생각하여 병원에 가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평균 수명도 무척 짧다고 합니다. 열악한 환경과 기후와 영양상태 때문이겠지요, 그들의 외모에서 20년 정도를 뺀 나이가 실제 그들의 나이라고 보면 된다고 할 정도입니다. 글 _ 정옥금 클라라(직암선교후원회 봉사자)

2024-10-06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