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출판 문화의 새로운 도약을 희망한다

한국교회 출판 역사의 산 증인인 분도출판사가 62주년을 맞아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분도출판사는 11월 1일 신학 토착화의 초석을 놓아왔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시대와 역사가 요청하는 신학과 교회 출판의 소명에 대해 성찰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은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와 교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신학과 인문서들을 일관성 있게 펴낸 분도출판사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 교회 출판계가 시대적 징표에 민감하게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인쇄 출판물은 쇠퇴의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인터넷과 PC, 정보 통신 수단의 발달은 인류 문명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디지털 문화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편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사색과 성찰을 요구하는 출판 문화는 쇠퇴일로의 길을 걸어왔고, 그나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가벼운 실용서와 처세, 경제 관련 서적들뿐이다. 때마침 한국 작가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문학과 인문서뿐만 아니라 인쇄 출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진 것은 큰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 출판계 역시 이러한 절호의 기회를 교회 출판 문화의 진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가톨릭 신학과 철학은 오랜 역사 속에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풍요로운 출판 콘텐츠를 품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지혜를 가톨리시즘은 담고 있다. 교회 출판은 신앙의 지혜와 교회가 쌓아온 지식의 보고를 현대의 언어로 전해야 한다. 여전히 출판의 미래는 밝다.

2024-11-10

‘말하고 이끄는 교회’로 살아가자

올해로 57회째를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이다. 평신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명과 역할을 되새기며 각자 삶의 자리에서, 곧 세상 속에서 복음적인 삶을 살도록 격려하고 함께 기도하는 날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의헌장」 33항은 “평신도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널리 가 닿도록 노력하여야 할 빛나는 짐을 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평신도의 역할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부터 크게 부각되면서 평신도를 통해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신자들이 삶의 자리에서 성실한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저마다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주일미사에만 성실히 참례할 뿐, 그 이상의 활동에는 나서지 않는 소극적인 이들도 적지 않다. 여전히 교회가 성직자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신도들이 언제까지나 수동적인 ‘듣고 따르는 교회’로만 남아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깨어 있는 평신도,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평신도의 모습이 필요하다. 교회가 더 이상 생기를 잃지 않도록 각자의 신앙과 삶을 점검하고 복음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평신도 주일을 맞아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선교하는 평신도-희망을 전하는 선교사가 됩시다’라는 제목의 강론 자료를 배포하고, “온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살아 있는 도구이며 증인이라는 사실을 되새기자”고 당부했다. 더 이상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말하고 이끄는 교회’로 살아가는 능동적인 교회의 주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4-11-10

예수님의 사랑이 구원의 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 성심과 그분의 무한한 사랑을 담은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를 반포했다. 교황은 회칙에서 세상과 교회를 향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비참한 세계 현실과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교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수 성심, 그분의 무한한 사랑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종종 현실과 세속의 논리에 매몰돼 단순하지만 참된 진리를 잊고 살아간다. 교황은 ‘돈이면 다’라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줄곧 비판해 왔다. 회칙에서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사고 팔리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가치가 단지 얼마나 많이 소유하는지에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칙은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우리를 이 미친 추구에서 해방해 주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되돌려준다고 가르친다. 교황은 또 그리스도의 사랑이 “오래된 구조나 과도한 개인적 생각과 의견, 또는 여러 형태의 광신주의로 대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주교시노드 폐막을 앞두고 발표된 새 회칙에서 교황은 시노드 대의원들과 전 세계 주교들이 사회과학적 방법론이나 신학적 성찰에 앞서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더 깊고 풍부한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새 회칙은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대중 신심이기도 한 예수 성심의 풍부한 영적 보화를 우리 신자들이 새롭고 열정적으로 접근하기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대중 신심의 한 종류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다. 예수 성심을 공경함은 인류에 대한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 전체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며 그 사랑을 우리 삶의 지침으로 삼아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

2024-11-03

세계주교시노드 폐막은 새로운 시작

3년간에 걸쳐 진행됐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막을 내렸다. 이전의 어느 시노드에서도 볼 수 없었던 획기적 면모들을 보여준 이번 시노드는 마무리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의원들이 제출한 최종문서를 승인하고 발표하면서, 이 문서가 그 자체로 충분하므로 별도로 자신의 시노드 후속 사도적 권고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이 결정 자체를 시노달리타스의 큰 모범으로 여긴다. 최종문서는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기 위한 실제적 제안들, 특히 평신도의 교회 생활 참여 확대와 교회 직무자들의 투명성과 책임성의 강화 방법들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교회 내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여적 기구들을 통한 자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따라서 교황이 사도적 권고를 별도로 내지 않고 대의원들이 승인한 최종문서를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의 결론을 직접 모범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그 모범은 앞으로 시노드의 정신을 교구와 본당 안에서 적용하고 구현할 때 우리가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를 일러준다. 세계주교시노드는 모든 일정을 마쳤지만 3년 동안 나눈 경청과 대화, 식별의 성과들을 이제 구체화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격적인 시노드의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시노드 개막 당시 적지 않았던 의혹과 회의는 시노드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시노드를 마치고 다시 회의적이 되지 않으려면 최종문서에 담긴 지침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2024-11-03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결과를 보며

주교회의가 추계 정기총회에서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을 지속적으로 열기로 했다. 본당 사제 모임이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를 양성해 교회 내에 확산시키는 매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가 마무리되고 하느님 백성의 수용 단계에 들어서는 시점이라 더욱 시의적절하다. 사목 환경도, 시노드에 대한 관심도 각기 다른 각 교구 본당 사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성령의 이끄심 안에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진정한 시노드 정신을 구현하는 자리는 시노드 이후 교회에 맡겨진 ‘시노달리타스 수용’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자 토대가 될 것이다. 첫 본당 사제 모임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의견을 적극 수용해 보다 발전적인 모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올해 9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이하 WYD) 주제 성구와 로고가 발표된 데 이어, 11월에는 교황청에서 WYD의 상징인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한국 청년들에게 전달된다. 주교회의는 정기총회에서 이 자리에 전국 14개 교구와 수도회 청년 대표 등 57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대표단의 구성에서 드러나듯 서울 WYD는 본대회를 개최하는 서울대교구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손을 맞잡고 준비해야 할 행사다. 이미 각 교구는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WYD에 깊은 관심을 표한 광역·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히 협력하며 교구대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교회의의 WYD 교구대회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모자란 부분은 채우고 여유 있는 부분은 서로 나누며 서울 WYD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24-10-27

천안성정동본당의 탄소중립 운동을 지지한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제19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 수상자로 대전교구 천안성정동본당을 선정했다. 올해 환경상의 주제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이다. 천안성정동본당은 「찬미받으소서」 정신에 따라 햇빛발전소 건설을 통한 재생에너지 보급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고 창조질서 보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무분별한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높여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훼손함으로써 발생한, 인류 공통의 위기 상황을 말한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분별한 신공항 개발,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핵발전 진흥 등 기후위기에 대한 올바른 대응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가톨릭 환경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천안성정동본당의 사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본당 차원의 모범을 보여준다. 본당은 햇빛발전소 설치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축했다. 또한 전 신자들이 생태환경 사목 활동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본당의 울타리를 넘어 인근 본당과 지역 사회와의 연대를 이뤄냈다. 우리는 천안성정동본당의 생태적 회개와 활동이 전국의 모든 본당으로 확산될 수 있고 확산돼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한국교회의 모든 본당들이 이처럼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선다면 기후위기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대응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24-10-27

‘하늘땅물벗’ 생태사도직 활성화를 기대한다

기후위기 극복은 인류 최대의 과제다. 우리나라도 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 태풍, 홍수, 산불 등을 통해 극심해지는 기후위기의 영향을 체험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교회 역시 인간의 생태환경 훼손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창조질서의 보전이 신앙적 소명에 속함을 가르쳐왔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자연생태계의 보호가 인간과 사회 생태계의 보호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통합적 생태론을 선포했다. 생태사도직 단체인 ‘하늘땅물벗’ 한국협의회는 10월 9일 서울 명동에서 제1회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59개 본당 89개 단체가 참여한 이날 대회는 처음으로 전국의 모든 하늘땅물벗 ‘벗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생태사도직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늘땅물벗’은 그 유래가 깊다. 교회 환경운동이 처음 태동한 90년대 초 생태적 회개를 바탕으로 창조질서 회복을 지향하며 결성된 이 단체는 창립 이후 다소간의 침체기를 거쳤지만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다시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모든 사도직 활동이 그러하듯, 생태사도직 역시 교회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본당에서의 활동이 관건이다. 보편교회의 창조질서 보전에 대한 굳건한 의지는 본당에서의 왕성하고 적극적인 생태사도직 활동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이번 전국대회가 본당은 물론 교회 내 기관 단체, 수도회와 교육 기관 등 모든 영역에서 생태사도직 활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4-10-20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라

전교 주일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며 부여하신 선교 사명을 되새기고, 이 숭고한 사명에 투신하고 있는 선교사와 선교 지역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돕기 위해 마련된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제98차 전교 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가서 모든 사람을 잔치에 초대하여라’(마태 22,9 참조)는 성경 말씀을 주제로 모든 사람에게 ‘가서’ 그들을 ‘초대하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또 시노드 정신은 본질적으로 선교적이며 선교 또한 항상 시노드적이라며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적 교회가 되기를 권고했다. 복음 선포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수님께 직접 수여받은 본질적인 사명이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복음 선포는 자랑거리도 아니며,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행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전교를 압박이나 강요, 개종의 방식으로 잘못 이해하지는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전교 주일 담화에서 인용한 성경 말씀에서, 임금은 종들에게 모든 사람에게 가서 그들을 혼인잔치에 ‘초대하라’고 명령했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강요하지 않고 초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대로,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준다.”(「복음의 기쁨」 1항 참조) 우리는 우리 안에 복음의 기쁨을 가득 채워 흘러넘치게 해야 비로소 이웃에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교 주일을 맞아 우리 안에 복음을 채우고 이를 이웃에게 선포해야 하는 신앙인의 소명을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2024-10-20

군종교구의 활동에 기도와 관심을

군일 주일이다. 한국교회는 1968년부터 해마다 10월 첫 주일을 ‘군인 주일’로 지내오다 2023년부터는 10월 둘째 주일에 군인 주일을 지내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관심과 지원으로 군종 사제들은 종교를 초월해 모든 군인들의 영혼을 돌보며, 특히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군종교구는 ‘선교의 황금 어장’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청년 영세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 20대 초중반 남성 영세자의 90%가 군대에 입대해 신자가 됐다. 하지만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군종교구는 어느 교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고, 병영 문화 선진화로 군인들의 휴대전화 사용 및 병영 내 다양한 문화생활이 허용되자 종교활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군종 사제들은 전국에 흩어진 군성당을 다니며 병사들을 만나고 미사와 성사를 집전하는 등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군인 주일 담화에서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가 성경에서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고,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라는 구절을 인용한 대로, 전역 후 각 본당으로 돌아갈 신앙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군종교구가 뿌린 신앙의 씨앗이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온 교회의 책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서 주교는 무엇보다도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한국교회에 젊은 피를 공급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사목활동을 하는 군종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자. 그리고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청년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하자.

2024-10-13

가톨릭학술상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가톨릭학술상 수상작들이 발표됐다. 올해로 제28회를 맞은 가톨릭학술상은 척박한 한국교회의 학문 연구 풍토 속에서도 교회 학문의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학술상 본상 수상의 영광은 「교부학 사전」을 번역해서 펴낸 노성기 신부와 하성수, 최원오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간행된 「교부학 사전」은 교부들과 연구 주제들, 관련 연구서 등에 관한 문헌학적 정보를 사전식으로 묶은 것이다. 1283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교부들의 가르침을 쉽게 접하도록 한 공로가 크다. 본상 외에 연구상과 번역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토빗기」와 「마르코가 전하는 기쁜 소식」 역시 그 학술적 가치와 문체의 유려함 등으로 학술상 수상작으로서 부끄럼이 없는 역작들이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공로상을 수상한 정달영 신부의 업적도 눈길을 끈다. 다시 한 번 수상자들에게 그 노고에 대한 심심한 감사와 축하의 뜻을 전한다. 학술 연구는 비록 직접적인 실용성으로 가늠할 수 없는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리스도교 교회의 발전은 신앙과 함께, 복음의 진리를 탐구하는 인간 지성의 활동으로서 학술 연구에 그 바탕을 둔다고 할 수 있다. 당대의 학술과 학문 연구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신앙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와 문명의 발전과 성숙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톨릭학술상 수상자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전하며 가톨릭학술상이 한국교회 학술 발전에 더 큰 자극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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