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 당선자들에게 기대한다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우리는 유례없는 아픔과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는 가까스로 팬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고, 인간이 오염시킨 지구는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에서는 어려운 나라 살림에 가난한 이들은 더 곤궁해졌다. 연이은 사회적 참사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고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계와 정부는 환자를 볼모로 대치를 이어간다. 그 와중에 정치인들은 당리당략과 개인적 영달 추구에 여념이 없고, 표를 얻기 위해 국민들을 갈라치기한다. 제22대 총선을 지켜본 국민들은 때로는 절망, 때로는 분노로 가득 찼다.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자는 것이 유일한 구호였다. 국민들은 지혜로웠다. 실망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모두에 대한 기대와 경고를 담은 결과를 선사했다. 모든 당선자들이 이제는 공동선을 위해 일하기를 호소한다. 특별히 신자 당선자들에게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 천주교 신자는 국민 10명 중 1명꼴이지만 신자 국회의원은 4명 중 1명꼴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가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라며 “사회 상황과 국민과 가난한 이들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보내 주시도록 기도한다”(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205항)고 말했다. 신자 당선자들은 고결한 사랑을 실천하고 공동선에 봉사하도록 불린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 활동을 신앙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주님은 이들이 정치 활동에서도 하느님과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다. 새로 선출된 22대 국회의 신자 당선자들이 하느님 뜻에 충실하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2024-04-21

각자의 성소 찾으며 희망의 순례 나서자

올해로 제61차 성소 주일을 맞이했다. 교회는 매년 부활 제4주일을 성소 주일로 기념한다. 성소 주일은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아버지께 거룩한 성소의 선물을 청하며 기도하는 날이다. 한국교회는 특별히 사제·수도 성소 증진에 보다 집중하며 성소 주일을 지낸다. 갈수록 사제·수도 성소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이는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은사에 따라 고유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성소 주일 담화를 통해 밝히고 있듯, 우리 모두는 “다양한 생활 신분 안에서 복음의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특별히 2025년 희년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강조하며 ‘희망의 순례자’, ‘평화의 건설자’로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당부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갈등,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고향 땅을 떠나는 많은 이주민과 난민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들이 이 시대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희망의 순례자로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을 되새기자. “저마다 교회와 세상 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성소를 찾고 희망의 순례자이며 평화의 건설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일에 투신합시다.” 우리 각자가 용기를 낼 때 ‘우리 모두는 고유한 생활 신분에서 나름대로 작은 방식으로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희망과 평화의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

2024-04-21

과거 아픔 넘어 함께 연대해야

지난 4월 2일 광주에 제주 4·3 희생자를 기억하는 ‘4월걸상’이 놓였다. 제주 외 지역 최초의 4·3 조형물이며, 아픈 과거를 안은 두 지역의 연대를 드러낸 조형물로 의미가 깊다. 제막식에는 광주대교구와 제주교구장을 지낸 김희중 대주교와 강우일 주교가 참석해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는 걸상이 인간 존중과 평화의 연대를 강화하는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4월과 5월은 우리에게는 민족의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때다. 제주의 4·3, 광주의 5·18이 그렇고 가까이는 참사 10주기를 맞은 세월호의 슬픔이 고통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상징하는 총구 모양의 걸상을 일상 공간에 놓은 것은 여전히 고통 받는 피해자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하기 위함이다. 강우일 주교가 4월걸상 제막식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가 어제와 오늘을 기억함으로써 내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폭 1.1m의 걸상은 두 사람이 몸을 부대껴야만 겨우 앉을 수 있다. 의자 받침은 거칠고 큰 바위가 바다에 이르기까지 구르고 굴러 둥글고 매끈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제주 몽돌의 형상이다. 역사 안에 깊숙이 자리한 아픔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 우리는 의자에 부대껴 앉아야 한다. 거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기보다는 만남으로 부대끼고 폭력이 아닌 대화로 다가서야 한다. 그럼으로써 날 선 오해를 몽돌의 부드러움으로 바꿔가야 한다. 4월걸상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폭력의 반복을 끊고, 광주와 제주를 넘어 한민족이 하나로 마음을 모으는 연대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4-04-14

기억은 힘이 세다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는 날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고통까지 망각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통과 연민, 공감과 연대를 잊을 때 불합리한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기억과 교훈이 힘을 잃을 때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 10·29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이어졌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들은 수수방관을 넘어선 방해를 일삼았다. 많은 이들이 참사에 대한 피로감을 빌미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비난했다. 당사자의 고통, 더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보상금을 더 받으려는 파렴치한 이들의 행태로 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거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능했을 뿐만 아니라 거짓으로 일관했던 국가는 철저한 진상 규명보다는 억압과 모욕과 무시로 희생자들을 대함으로써 기억을 덮으려고만 했다. 세 차례의 공식 조사 기구 활동이 있었지만 여전히 진실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참사를 기억하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은 온갖 어려움에도 계속됐다. 희생자들은 서로 위로하고 연대해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 생명이 최고 가치임을 잊지 않도록 노력했다. 선의의 시민들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냄으로써 고통에 동참했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기억은 힘이 세다. 우리가 고통을 기억하는 한 진실은 밝혀지고 잘못한 이들은 책임을 질 것이며, 더 안전한 사회를 향한 의지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2024-04-14

하느님의 자비를 온 세상에

교회는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4월 30일 폴란드의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면서 세상에 하느님 자비가 얼마나 절실하게 요청되는지를 일깨웠다. 이 시대는 자비를 요청한다. 끊임없는 국가간 분쟁과 내전, 억압과 차별 등 불의와 죽음, 폭력의 문화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은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물질 중심의 가치는 지구와 생태계를 파괴해 공멸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예수님의 부활을 맞은 인류는 자비가 결여된 세상의 참상을 안타깝게 목격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인 3월 31일 중동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전쟁의 현장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평화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용서로써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서로를 수용하고 용납하지 않는 극단적 대립으로 점철돼 있다. 여야는 공동선에 헌신하기보다는 서로 비난하는 권력 다툼에 빠져 있고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대치하고 있다. 그 와중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망은 갈수록 허술해지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자비의 모범을 따라 살아야 한다. 갈라진 이들이 서로에 대한 자비로운 사랑을 회복하도록 ‘자비의 관리자이며 분배자’가 돼야 한다. 때마침 우리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구하려는 다툼의 행위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선거는 공동선의 실현에 헌신하고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구체적인 사랑과 자비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2024-04-07

총선 후보자, 교회 가르침으로 식별하자

주교회의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 질의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사회 현안들에 대한 주요 정당의 정책과 공약을 들어본 각 정당 답변은 우리가 어떤 후보자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할지 식별하는 지침이 될 것이다. 8개 분야 총 43개 문항으로 이뤄진 질의에 대해 각 정당이 내놓은 답변은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 반면 많은 영역에서 첨예하게 갈리기도 한다. 예컨대 사형제도 폐지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동의한 반면 국민의힘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탈핵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반대에 ‘매우 동의’했으나 국민의힘은 동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입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노란봉투법’ 입법 재추진,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 재생에너지 확대, ‘탈석탄법’ 제정,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생명안전기본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해서도 정당 간의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는 민주시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정치 참여를 구현하는 신성한 기회다. 아울러 가톨릭신자인 우리는 교회가 전하는 복음적 가르침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인지를 배우고, 어느 정당과 어느 후보자가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을지 뿐만 아니라, 복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할지를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개인적 이해를 극복하고 공동선과 복음적 가치에 바탕을 둔 선택이 선거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돼야 한다.

2024-04-07

총선, 후보자를 검증하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연일 진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이러한 정치권의 상호 비방과 진흙탕 싸움을 보면서 실망과 혐오에 고개를 돌리거나 혹은 깊은 성찰 없이 이에 편승하기 일쑤다. 하지만 민주 시민인 동시에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맹목적인 집단적 이기심으로 정치 참여를 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선거를 통한 정치 참여를 외면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선거는 민주 시민이 가장 결정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자 신성한 의무다. 교회 역시 “모든 국민은 공동선의 촉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자유 투표의 권리와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현대세계의 사목헌장 제75항)고 투표라는 고도의 정치 행위를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앞세우거나 불신과 혐오로 냉소주의에 빠진다면 이는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무책임하게 방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 기간 동안 정치권과 각 후보자의 경력과 공약을 철저히 검증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주교회의가 생명윤리, 생태환경 등 각 영역별로 설치된 산하 8개 위원회 공동으로 작성해 4개 정당에 보낸 정책과 공약 질의서 답변은 이러한 검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따라서 선거에 앞서, 이 질의 답변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4-03-31

주님 평화의 불을 밝히는 부활 시기 되길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 만물이 소생하며 새로운 희망을 주는 좋은 계절에 주님께서 부활하셨지만, 이 기쁜 소식을 한없이 즐기기에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남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남한 안에서도 이념과 계층, 세대 간 분열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도 분열과 갈등, 반목과 대립으로 얼룩지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테러가 발생해 130명이 넘는 이들이 희생됐다. 테러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주님께서 태어나시고 돌아가셨으며 부활하신 성지에서도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전국의 각 교구장 주교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메시지를 발표하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신 희망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사랑과 화해의 목소리를 내고, 이를 지치지 않고 삶으로 살아갈 것을 요청했다. 예수님의 부활은 죽음과도 같은 현실이 끝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첫 말씀은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이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평화이기 때문에 이 말씀은 여전히 유효하다. 갈등과 폭력, 시련이 가득한 이 세상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하느님께서 모든 것의 시작이며 모든 것의 완성임을 선언한다”는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부활하신 주님이 주시는 평화를 온 세상에 퍼뜨리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노력하자.

2024-03-31

의정부교구, 새 교구장과 함께 새롭게 도약하길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의정부교구 제3대 교구장으로 임명됐다. 새로운 십자가를 기꺼이 진 손 주교에게, 하느님께서 보다 큰 지혜와 사랑을 채워주시길 함께 기도하자. 특별히 설정 20주년을 맞이한 해에 새로운 교구장을 선물 받은 의정부교구가 또 한 번 새롭게 도약하길 기대한다. 의정부교구는 교회의 근본사명 수행을 천명하며 기도와 말씀 선포가 살아있는 공동체를 일구는데 꾸준히 힘써왔다. 손 주교 또한 시종일관 기도와 말씀, 사랑 실천 등을 신앙인의 우선적인 몫으로 강조해 온 목자다. 바로 신앙의 기본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기본에 충실한 것은 교회 쇄신의 여정에서도 지름길이라며 신자들을 독려해 왔다. 손 주교는 하느님 진리를 찾는 학문에 누구보다 능통한 신학자이기도 하다. 덕분에 그는 주님 포도밭의 일꾼으로서, 양들의 목자로서 탁월하게 헌신할 수 있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장으로서 신앙의 기본기가 탄탄한 평신도 양성에 힘쓴 것도, 총대리 주교로서 교구 산하 각 기관이 ‘우리’와 ‘함께’를 기치로 새로운 발전에 나서도록 힘이 돼 준 것도 그 헌신의 한 흐름이었다. 특히 사제들에게는 먼저 신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목자가 되는 데 힘쓰자고 당부해 왔다. 의정부교구는 이제 신임 교구장 주교와 함께 신앙의 기본 체력을 더욱 탄탄히 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세상 곳곳에 복음의 기쁨을 확산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의정부교구의 모든 사제들과 신자들이 성령 안에서 새 교구장과 함께 걷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에 함께 하시어 축복하여 주소서.”(‘새 교구장님을 위한 기도’ 중)

2024-03-24

후쿠시마를 기억하라

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13년이 되는 날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발생한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후유증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그 아픈 기억을 통해 배운 것이 없는 듯하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후쿠시마 핵 사고 13주기를 맞아 성명서를 발표, “기후 위기의 대안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탈핵”임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생태환경위원회는 한국과 일본 모두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 핵발전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이 결코 핵발전의 진흥으로 이뤄질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핵발전소는 한 번 사고가 나면 체르노빌 핵발전소와 후쿠시마 핵발전소처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공동의 집 지구에 끼친다. 만약 전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사용 후 핵연료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지진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또한 핵발전소의 건립과 유지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은 언제라도 핵발전소가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핵폐기물과 관련된 실현 가능한 어떤 대안도 현재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이른바 국내 산업계의 RE100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현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은 반생명적이고 환경 파괴적이며 비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생태환경위원회가 성명에서 강조하듯이,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핵발전소의 포기일 수밖에 없다.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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