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6) 사명을 위한 교회적 식별: 제3부(81~86항)

「최종문서」가 내세우는 교회적 식별의 모범은 예루살렘 사도 공동체의 “성령과 우리는 이렇게 결정하였습니다”(사도 15,28 참조)라는 말이다. 이 식별이 ‘교회적’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사명을 위해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행사하기 때문이다. 성령께서는 모든 시대의 신자를 진리 안으로 이끄시며, 사도들에게서 전해진 성전(聖傳)을 오늘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신다. 그리고 교회적 식별은 세례받은 모든 이에게 전해진 ‘신앙 감각’에 뿌리내리고 있다.(81항) 교회적 식별은 조직 관리 기술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영적 실천이며, 내적 자유, 겸손, 기도, 상호 신뢰, 새로움에 대한 개방성, 하느님 뜻에 대한 순명을 요구한다. 개인이나 집단의 견해를 관철시키는 것도, 개별 의견을 단지 합산하는 것도 아니다. 각자 양심에 따라 말하면서도 다른 이가 양심으로 나누는 것에 귀 기울여, 함께 성령께서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알아내려 한다. 더 많이 경청할수록 식별은 더 풍요로워지며, 특히 주변부에 있는 이들의 참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82항) 모든 교회적 식별의 출발점이자 기준은 하느님 말씀의 경청이다.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말씀하신다. 전례(말씀 봉독 시 그리스도께서 직접 말씀하심), 살아있는 성전과 교도권, 개인·공동체의 성경 묵상과 대중 신심,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과 인류 역사의 사건들, 피조물(창조주의 활동과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현존), 또한 무엇보다 개인 양심을 통해서도 말씀하신다. 이런 말씀을 제대로 잘 듣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양심 형성과 신앙 감각의 성숙이 필요하다.(83항) 「최종문서」는 교회적 식별의 핵심 요소들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식별 대상의 명확한 제시와 정보 제공, 기도·말씀 경청·성찰로 준비하는 적절한 준비 시간,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내적 태도와 공동선 추구, 서로에 대한 주의 깊고 존중하는 경청, 가장 폭넓은 합의의 도출 등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합의에 도달한 경우에는 그 합의를 정리해 참가자 전원에게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표명하도록 한다. 또 이 식별을 바탕으로 결정이 성숙하며,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들을 포함한 모두의 동의를 요구하고, 공동체 안에서 수용 기간과 이후의 검증·평가로 이어진다.(84항) 식별은 언제나 구체적 맥락 안에서 이뤄지므로 그 복잡성과 특수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또 참으로 교회적 식별을 위해서는 적절한 성경 주해, 교부·성전·교도권의 가르침에 대한 지식, 다양한 신학 분과의 기여, 나아가 인문·역사·사회·행정학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85항) 시노드 교회를 위해서는 지역 교회, 특히 소공동체와 본당 차원에서 교회적 식별 문화를 확산·함양하는 양성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식별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동반자·촉진자 양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86항)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5) 과정들의 회심: 제3부(79~80항)

「최종문서」 제2부 ‘관계들의 회심’ 첫 장면이 고기를 잡으러 나서는 제자들을 묘사했다면, 제3부는 밤샘 고기잡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실도 얻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요한 21,5-6) “그물을 던져라”라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제목으로 삼으면서 제3부는 고기잡이의 실패 속에서 예수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비로소 풍요로운 결실을 얻는 제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79항은 먼저 기존 고기잡이 방식, 곧 지금까지의 사명 실천 방식에서 제자들이 실패했음을 떠올리면서 출발한다. 이어서 부활하신 주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시노드 과정은 바로 이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었고, 이제 참가자들은 ‘교회적 식별’, ‘정성을 기울이는 결정 과정’, ‘책임감 있는 설명’과 ‘내려진 결정의 결과에 대한 평가’라는 실천 사항이 바로 주님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교회가 기존의 사목적 관성에서 빠져나오려면 방향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제도나 과정의 효율성 제고가 목적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주님 목소리에 대한 온전한 경청이며 그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80항은 제3부에서 다루게 될 세 가지 실천이 왜 분리되지 않고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는지 설명한다. 곧 결정에 도달하려면 교회적 식별이 전제돼야 하며, 교회적 식별을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설명과 결정의 결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는 이 세 가지 실천의 토대는 상호 신뢰다. 결정을 내리는 이들은 하느님 백성을 신뢰하고 경청해야 하며, 하느님 백성도 권위를 행사하는 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목적은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과정들의 회심을 위해 주어진 세 개의 실천은 단지 기술적인 수준에서 훈련과 교육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교회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신학적, 성서적, 영적 차원의 양성이 필요하다. 곧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본질적 존재 방식(28항)이며, 위의 세 가지 실천은 이미 성경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며(사도 11장; 15장), 그리스도교 공동체 쇄신은 은총의 우선성을 인정함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다.(44항) 그리고 이 양성은 증언, 사명, 거룩함(성덕), 봉사를 목표로 한다. 이 네 가지는 시노달리타스의 실천적 열매들이다. 교회적 식별, 의사 결정 과정, 책임 있는 설명과 평가가 체화된 공동체는 세상을 향해 더 분명하게 증언하고, 더 효과적으로 사명을 수행하며, 더 깊이 성화되고, 더 진정성 있게 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들은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성을 부각시킨다. 양성의 목표는 공동체가 함께 사명을 수행하는 책임을 더 잘 감당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양성은 모든 세례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되 공동체에서 책임 있는 임무를 수행하거나 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양성도 요청한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20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4) 사명을 위하여 함께: 제2부(75~78항)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서 ‘관계들의 회심’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향을 다루고 있는 「최종문서」 제2부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제2부에서 관계들의 회심은 현재까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왔다. 첫 번째는 개인들 사이의 관계, 곧 남녀, 세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관계의 쇄신이다.(50~56항) 두 번째는 은사, 성소, 직무들 사이의 관계로서 다양한 은사들이 어떻게 사명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지 다루고 있다.(57~67항) 세 번째는 성품 직무자들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로서 성품 직무가 성령께서 일으키시는 조화에 봉사하는 직무라는 점이 강조된다.(68~74항) 이제 네 번째 부분은 관계들의 회심이 단지 태도와 마음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교회의 궁극적 목표인 선교 사명을 위해 평신도와 수도자가 성품 직무자들과 어떻게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먼저, 교회 역사 속에서 성품 직무와 구별돼 탄생한 몇몇 직무들의 가치를 상기시킨다.(75항) 이 직무들은 성령께서 주신 은사들이 공동체와 그 책임자들에게 공적으로 인정받고 사명에 봉사하도록 안정화될 때 생겨난다. 곧, 교회 안에서 어떤 특정한 은사들은 직무가 된다. 곧 독서직, 시종직, 교리 교사직과 같은 제정 직무는 준성사를 통해 수여되고 이것은 단순한 임무 부여를 넘어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는 방식을 규정한다. 제정 직무와 달리 일정한 예식 없이 권위 있는 이의 위임으로 수행되는 고정적인 직무들도 있다. 그 예로 작은 교회 공동체를 조정하는 직무, 공동체 기도를 인도하는 직무, 자선 활동을 조직하는 직무, 비정규 성체 분배자 등이 제시된다. 이것은 규정 예식이 없더라도 공동체 앞에서 이뤄지는 위임을 통해 공적으로 임무를 맡길 때 그 직무 수행이 더 효과적이 될 것임을 권고한다. 「최종문서」는 이런 평신도 위임 직무들을 지역의 필요에 따라 더욱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76항) 이 밖에 상호 협력과 분화된 공동 책임의 정신에 따라 평신도와 수도자들에게 더 많은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5가지 사항이 제기된다.(77항) 교회의 식별과 의사 결정 과정에 평신도들의 더욱 광범위한 참여 촉구는 제3부 ‘과정들의 회심’ 앞에 배치돼 선도하고 있다. 이어서 교회 안에서 더 책임 있는 직책에 평신도 임명, 수도자들의 삶과 은사를 인정하고 지지하며 교회의 책임 있는 직책에 임명, 교회법 절차에서 판사 역할에 더 많은 평신도들의 참여, 교회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존엄성과 권리 존중 등이 제시된다. 마지막으로는 ‘경청과 동반의 직무’를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 시노드 총회에서 있었던 논의를 소개하며 각 지역 교회에서 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열린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78항) 이것은 시노달리타스 문화가 교회 안에 정착되려면 경청이 바로 그 첫걸음이고, 이어지는 ‘과정들의 회심’ 역시 경청에서 시작됨을 말하고자 한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20면

제주교구, 친교·경청으로 미래 평화교육 논의

“본당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땀 흘리고 돌아왔을 때 ‘이게 평화구나’, ‘주님의 뜻이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결국 평화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를 너무 추상적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6월 25일 제주교구 서귀복자성당에서는 평화를 주제로 자유로운 대화가 오갔다.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각자의 삶에서 경험한 평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교구장과 함께하는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운영에 대한 시노달리타스’ 현장이었다. 이번 행사는 교구민에게 서귀포시 강정동에 자리한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마련한 평화교육을 알리고, 교구의 평화교육이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지 함께 결정하기 위해 기획됐다. 센터를 교구 공동체 전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평화의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논의 과정에는 시노드 방법이 적용됐다. 행사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회차인 이날은 센터장 김성환 신부(콜베·예수회)가 센터의 역할과 현재 시행 중인 평화교육의 개요를 설명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그리스도인이 지향해야 하는 평화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이뤄 나갈 수 있는지를 두고 ‘성령 안에서 대화’ 방식으로 조별 나눔을 했다. 2회차에서는 이날 나눔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센터 운영 방안을 모색한다. 제주교구는 이번 평화센터 논의뿐 아니라 교구 운영 전반에도 시노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경청과 참여의 문화 안에서 교구의 중요한 사목 방향을 정하고, 성령의 이끄심을 공동체가 함께 식별하기 위해서다. 문 주교는 2026년 사목교서에서 시노드 실천 단계 이행을 위해 교구가 ‘친교와 경청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실제로 교구는 사목교서 수립, 소공동체 활성화 방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제주 교구대회 준비, 성소 현황 파악 등에 시노드 방법을 활용해 왔다. 본당 차원에서도 사목평의회 운영, 경청 모임, 소공동체 말씀 나눔, 청년 참여 확대 등으로 공동 책임의 문화를 확산해 가고 있다. 앞으로 교구는 시노드 정신을 교구의 일상 안에 정착시켜, 구성원 모두가 성령의 목소리를 함께 식별하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청년, 여성, 사회적 약자 등의 참여와 역할을 넓혀 갈 계획이다. 교구가 강조해 온 평화와 화해, 생태와 생명의 가치도 시노드 정신을 바탕으로 삶과 사목 현장에서 구체화해 나갈 방침이다. 문 주교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라는 사목 비전 안에서 경청, 참여, 공동 책임 그리고 공동 식별의 문화를 교구의 일상적인 삶과 사목 안에 자리 잡게 하겠다”며 “이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하느님의 뜻을 찾아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발행일 2026-07-05 제3498호 3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3) ‘조화’에 봉사하는 성품 직무: 제2부(68~74항)

「최종문서」 68~74항은 시노드 교회 안에서 성품 직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최종문서」에서 ‘조화(harmony)'가 성령의 본질적 속성(42항, 154항)임을 감안하면, 이 ‘조화에 봉사하는 성품 직무’라는 소제목은 성품 직무가 어떻게 성령의 활동에 봉사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곧 주교, 사제, 부제는 모두가 복음 선포와 공동체 건설에 봉사하며, 성령께서 이미 교회 안에 부어 주고 계신 조화가 깨지지 않도록, 그것이 더 잘 드러나도록 섬기는 직무이다.(68항) 주교는 성령께서 개인과 공동체에 주시는 선물들을 인식하고 식별하며 일치 안에서 모으는 임무를 수행한다.(69항) 주교는 성령께서 이루시는 것을 알아보아야 하고, 거기에서 무엇이 공동체 전체의 조화에 기여하는지 식별해야 하며, 각자의 은사들이 그 고유함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를 이뤄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임무를 주교는 혼자만의 특권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사제와 부제들과 함께 수행한다. 「최종문서」는 주교 직무를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와 함께, 공동체를 위한 직무라고 명시한다.(70항) 그렇기에 주교 선출에서도 하느님 백성이 더 큰 목소리를 갖기 바라고, 주교 서품과 관련한 예식들을 통해 교구 공동체와의 관련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된다. 「최종문서」는 하느님 백성이 주교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과 이상화가 아니라 교회의 사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주교 직무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71항) 신부들이 “은사들을 식별하고 지역 교회를 동반하며 이끄는 데에서 주교에게 협력한다”(72항)는 표현은, 신부들도 조화의 식별과 수렴에 참여하는 존재임을 말한다. 주교 혼자 모든 은사를 알아볼 수 없으며, 신부들은 주교가 닿지 못하는 공동체의 구석구석에서 조화의 요소들을 알아보고 주교와 나누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한 사제단의 다양성은 ‘차이들의 조화’(1항)를 실천하는 것이다. 부제직과 관련해서는, 이 직무가 사제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봉사 직무를 위한 것이라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재확인한다.(73항, 「교회헌장」 29항) 그리하여 부제는 온갖 사회적 상황 안에서 ‘선포된 복음과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삶 사이의 관계’(「최종문서」 73항)를 드러내 보인다. 이것은 부제 직무가 교회 내부의 조화와 세상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임을 뜻한다. 부제는 온 교회 안에서 모든 이,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을 향한 인식과 봉사의 방식을 증진한다. 「최종문서」는 성직주의를 “자기 이익을 위하여 권력을 사용하고 하느님 백성을 섬기기 위해 부여된 교회 권위를 왜곡하는 것”(74항)으로 정의하고 있다. 성령께서는 조화 자체이시고(42항), 성직주의는 그 조화를 깨트리기 때문이다. 이에 성품 직무자들 사이의 공동 책임, 그리고 하느님 백성의 다른 지체들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임무와 책임의 명확한 분담, 다른 이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을 용기 있게 식별하는 것 등이 바로 성직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권고한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6-28 제3497호 20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2) 사명을 위한 은사, 성소, 직무(2): 제2부(64~67항)

「최종문서」 제64항은 혼인을 단순한 생활 형태가 아닌 성사적 성소로 조명한다. 여기서 혼인성사의 은총은 가정 내부만이 아니라 교회 건설과 사회적 임무로까지 확장된다. 이것은 가정을 사목의 ‘대상’에서 ‘주체’로 재정의하는 시각의 전환이다. 가정은 자신 안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세상에 이를 전달하는 선교 공동체가 된다. 따라서 교회는 이런 가정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관계망을 더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65항은 축성생활이 시노달리타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다룬다. 축성생활은 오랫동안 공동 식별과 공동체적 삶을 실천해 왔기에 시노드 정신의 살아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또 오늘날 많은 수도회가 접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화적 맥락과 구성원들의 다양한 출신지를 고려할 때 풍요로운 상호 문화의 실험실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교회의 목자들과 수도회 책임자들이 은사 교환을 통해 공동 사명을 강화하도록 초대받는다는 점에서, 축성생활이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지역교회와 긴밀히 연결돼야 함을 촉구한다. 제66항에서는 은사와 직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드러낸다. 선교 사명은 세례 받은 모든 이의 것이며, 평신도의 첫째 임무는 세상 안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키는 것임을 재확인한다. 그리고 평신도의 은사 가운데 일부를 직무로 제도화하는 문제를 다룬다. 직무 설정의 절차로는 공동체의 필요 확인, 목자와 공동체의 공동 식별, 관할 권위의 결정이라는 시노드적 과정이 제안된다. 공동체의 식별 과정 거쳐 사명과 직무로 열매 맺어 평신도 직무와 관련해서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자의교서 「일부 직무」(1972년)를 통해 평신도에게 독서직과 시종직의 전례 직분을 부여한 바 있는데, 최근 시노드 과정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2021년)을 통해 이를 여성에게도 확대했다. 또한 「최종문서」는 이동성이 높아진 오늘의 현실에서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에 한정된 기존의 직무에 대한 재성찰 역시 요청하고 있다. 제67항은 신학의 봉사적 기능을 다룬다. 신학자들은 하느님 백성이 계시를 깊이 이해하고 현실에 적절히 응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신학은 신앙 공동체 안에서 공동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로 자리매김한다. 곧 신학도 시노달리타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신학자끼리, 그리고 신학자와 목자들이 서로 경청하고 대화하며 식별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성령께서 세례받은 모든 이에게 부어 주신 은사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것이며, 혼인·축성생활·평신도·신학의 다양한 성소 안에서 공동체의 식별을 거쳐 사명과 직무로 열매 맺는다. 교회는 여성·어린이·청소년·장애인은 물론 가정과 수도 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세례받은 이를 수동적 대상이 아닌 능동적 사명 주체로 인정하고 파견하며 동반함으로써 관계의 진정한 회심을 이룬다. 시노달리타스란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성령의 자유에 뿌리를 둔 은사의 다양성이 공동체의 식별과 목자의 권위와 신학의 봉사 안에서 온전히 존중받고 사명으로 수렴되는 복음적 관계의 근본적 재구성이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20면

시노드 이행 단계… “동력 되살려 현장 변화로 이어가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이행 단계에 들어선 한국교회가 약화된 시노드 동력을 되살려, 시노드의 열매를 본당 현장과 교회 구조의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각 교구가 「최종문서」 교육과 ‘성령 안에서 대화’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경청과 식별의 문화로 정착시키고 교구 시노드 팀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주교회의는 6월 10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선물들의 교환’(「최종문서」 120-123항)을 주제로 ‘제2차 시노드 교회를 위한 교구 시노드 팀 연수’를 열고, 이행 단계에 있는 각 교구 현황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연수에는 13개 교구에서 주교 1명, 신부 16명, 수녀 6명, 평신도 21명 등 44명이 참석했다. 주교회의 사무총장 겸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장 이철수(스테파노) 신부는 인사말에서 “시노드의 준비와 거행에 3년, 그 결실을 지역교회에 알리고 경험하게 하는 데 3년의 시간이 할애됐다”며 “세계주교시노드 역사상 이보다 더 오랜 시간 진행된 시노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2028년 열리는 교회 회의까지의 이행 단계는 하나의 출발점”이라며 “더 멀리 바라보고 성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 교구별 이행 편차 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엄재중(요셉) 연구원은 전국 12개 교구가 제출한 답변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시노드 이행 단계의 분석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2개 교구 가운데 시노드 이행 계획 또는 로드맵을 수립한 교구는 8개 교구, 아직 수립하지 않은 교구는 4개 교구였다. 교구별 자기 진단에서는 초기 시작 단계, 진행 단계, 구조적 변화 시작 단계, 안정적 정착 단계가 모두 나타났다. 일부 교구는 기존의 교구 시노드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모델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관망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교구도 있었다. 엄 연구원은 이 같은 분류가 각 교구 시노드 팀 담당자의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2021년부터 시작된 시노드 초기와 거행 단계에 비해서는 그 동력이 떨어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러 교구가 각종 연수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소개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상호 경청과 공동 식별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교구 시노드 팀 운영도 과제로 제시됐다. 교구 시노드 팀의 정기 모임이 있다고 답한 교구는 일부에 그쳤고, 시노드 팀 활동이 본당에 뚜렷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 교구도 많지 않았다. 엄 연구원은 교구 시노드 팀 내부, 교구청 사목 부서, 본당 현장 사이의 협력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행 단계의 첫 책임자는 교구장 주교라며, 교구장 리더십과 지원 없이는 시노드 팀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엄 연구원은 “시노드 팀이 단순한 연락·행정 조직이 아니라 지역 교회가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도록 동반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력과 자원의 부족, 관심과 동력 저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등 현안과의 우선순위 충돌, 기존 참여 기구와의 역할 혼선, 본당 현장과의 단절 등을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았다. 「최종문서」 수용은 시작… 본당 교육은 ‘공백’ 한국교회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문서」 수용은 시작됐지만, 본당 현장까지 충분히 확산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 연구원은 12개 교구 중 8개 교구가 교구장 사목 교서에 「최종문서」를 언급하며 이행 단계를 준비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7개 교구가 사제 연수를 통해 「최종문서」를 교육했고, 지구 단위 교육은 4개 교구, 구역·반장 연수는 9개 교구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면 본당 및 제 단체 차원의 교육을 직접 실시한 교구는 1개 교구에 그쳤다. 엄 연구원은 “시노달리타스와 「최종문서」에 대해 교구에서 여러 기회를 마련해 알리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본당과 신자들은 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게 현실”이라며 “하느님 백성의 대부분이 살아가고 있는 본당에서 「최종문서」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은 심각한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성령 안에서 대화’, 보급 늘었지만 일상화는 미흡 시노드 방법론인 ‘성령 안에서 대화’도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교구가 소개와 보급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제들의 ‘성령 안에서 대화’ 모임은 7개 교구에서, 사제·평신도·수도자가 함께한 ‘성령 안에서 대화’ 모임은 6개 교구에서 이뤄졌다. 본당용 ‘성령 안에서 대화’ 자료를 제작·제공한 교구는 8개 교구였다. 엄 연구원은 각 교구의 실천을 교육·체험형, 자료 제작·보급형, 의사 결정형, 사제 연수형, 본당 적용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일부 교구는 사제 연수나 사제·수도자·평신도 연수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체험했고, 일부 교구는 교구 차원의 자료를 제작해 본당에 공급했다. 또 몇몇 교구는 교구 사목 계획과 비전 설정, 교구장 사목 교서 작성, 사목 평의회 논의 과정에 이를 활용했다. 논의 주제도 디지털 문화와 신앙,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승, 본당 사목 방향, 성전 건립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엄 연구원은 이러한 시도들이 아직 일회적 체험이나 자료 보급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실제 본당 운영과 의사 결정의 변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약하다고 짚었다. 특히 자료를 만들고 배포했지만 본당 안에서 얼마나 실제로 사용되는지는 대부분의 교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제와 평신도·수도자가 함께하는 모임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시노달리타스의 핵심은 하느님 백성 안에서 이뤄지는 공동 경청과 식별인데, 사제끼리 또는 평신도끼리만 진행되는 방식은 그 본질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엄 연구원은 앞으로의 과제로 시노드 교회를 향한 지속적인 전환, ‘성령 안에서 대화’와 같은 공동체적 식별 방식의 정착,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와 시노드 이행 단계의 연계, 시노드 결실의 본당 확산, 교구 시노드 팀에 대한 지원과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교구 시노드 팀은 단순히 회의를 준비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실무 조직이 아니라, 지역교회가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도록 동반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청 시노드 사무처가 최근 발표한 「2027-2028년 회의들을 향하여: 준비를 위한 단계와 기준과 도구」의 주요 내용도 설명했다. 그는 2027년 상반기 교구 평가 회의와 서술형 보고서 작성, 다른 지역교회들에게 보내는 서한 준비 등이 앞으로 각 교구가 준비해야 할 과제라며, 이 과정은 단순히 또 하나의 문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교구 공동체가 살아온 시노드 여정을 함께 되읽고 식별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대교구, 페루 리마대교구, 호주 메이틀랜드-뉴캐슬교구, 미국 샌디에이고교구, 세네갈 다카르대교구 등 해외 교구의 이행 사례도 소개했다. 엄 연구원은 이들 사례를 통해 「최종문서」의 수용이 교육과 대화에 머물지 않고, 사목 계획 수립과 참여 기구 쇄신, 본당 시범 모델, 상설 양성 체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광주·대구·전주·춘천교구, 이행 단계 사례 발표 이어진 사례 발표에서는 각 교구가 시노드 정신을 교회 현장에 적용해 온 경험을 나눴다. 광주대교구는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중심으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교회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교구 사목 방향을 식별해 온 과정을 소개했다.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 나눈 내용은 단순한 의견 수렴에 머물지 않고 교구장 사목 교서와 교구 사목 방향에 반영되고 있다. 교구는 앞으로 이 대화를 매년 정례화하고, 본당과 지구 단위로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대교구는 교구장 사목 교서 작성 과정에 ‘성령 안에서 대화’를 도입한 경험과 산격본당 시노드 시범 본당 사례를 발표했다. 대구대교구는 2025년과 2026년 교구 사제 연수에서 교구 장기 사목 계획에 따른 사목 교서 작성을 위해 의견을 식별했고, 본당 총회장 연수와 촉진자·서기 양성 교육을 통해 본당 차원의 확산을 모색하고 있다. 산격본당 사례는 사목자나 일부 구성원의 의견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목소리를 모아 본당의 변화 방향을 찾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주교구는 교구 꾸리아 회의, 사제 연수회, 사제 월례 묵상회, 사목평의회, 본당 사목회 연수 등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교구 설정 100주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제단 전체의 나눔과 식별을 바탕으로 교구 사목 방향을 구체화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전주교구는 ‘성령 안에서 대화’ 매뉴얼과 자료집을 제작해 본당과 단체에 보급하고 있다. 춘천교구는 교구장 사목방문 과정에 ‘성령 안에서 대화’를 도입한 사례와 단계별 이행 로드맵을 발표했다. 춘천교구는 2026년 ‘성령 안에서 대화’를 교구 안에 정착시키고,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소공동체와 본당 현실에 맞게 토착화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청년, 노인, 이주민, 장애인, 냉담 교우, 사회적 약자 등 교회 안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이들을 찾아가 경청하고, 2028년 이후에는 교구장 사목방문 안에서 심화된 대화를 실시해 교구 영적 비전과 사목 방향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사례발표 뒤에는 조별 모임 ‘선물들의 교환’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강의와 사례 발표를 들으며 마음에 남은 단어를 카드에 적고, 각 교구의 시노드 여정에서 얻은 열매와 앞으로 적용해 보고 싶은 실천을 나눴다. 이후 전체 모임에서는 각자가 적은 단어 카드를 다른 참석자에게 전하며, 교회들 사이의 ‘선물 교환’이라는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되새겼다. 주교회의 시노드 팀 대표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마무리 인사에서 “학술적인 심포지엄이었다면 끝날 때쯤 모두 지쳤을 수도 있지만, 성령 안에서의 대화로 마무리하면서 모두들 가슴에 안고 가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령 안에서의 대화는 우리 교회가 ‘함께 걸어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서로 만나고 대화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자리인지 새롭게 느꼈다”고 밝혔다. 시노드 이행 단계는 현재 ‘지역교회들과 그 연합체들의 이행 과정’(~2026년 12월)에 있으며, 2027년 전반기 교구 내 평가 회의, 2027년 후반기 주교회의와 주교회의 연합회 내 평가 회의, 2028년 대륙별 평가 회의를 거쳐 2028년 10월 바티칸에서 열릴 교회 회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발행일 2026-06-13 제3496호 2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1) 사명을 위한 은사, 성소, 직무(1): 제2부(57~63항)

「최종문서」 57~67항은 ‘사명을 위한 은사, 성소, 직무’라는 제목 아래 교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사명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교회 안의 여러 신분과 직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항들은 제2부 ‘관계들의 회심’이 요청하는 교회의 새로운 관계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회심’은 개인의 내적 변화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 자체가 성령 안에서 새롭게 변화돼야 함을 뜻한다. 따라서 이 항들은 바로 이러한 관계의 회심이 실제 교회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 부분의 신학적 기초는 「최종문서」 57항에 제시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에 놓여 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12,4-6)라는 말씀처럼, 교회 안에는 다양한 은사와 성소와 직무가 존재하지만 그것은 모두 같은 성령 안에서 공동선을 위해 주어진다. 교회 안의 다양한 성소와 직무는 세례를 통해 받은 사명과 성덕의 부르심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는 표현들이다. 그러므로 시노달리타스는 단순한 조직 운영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은사가 조화를 이루며 공동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의 존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58~59항은 평신도 이해의 중요한 전환을 보여 준다. 오랫동안 평신도는 성직자의 활동을 보조하는 존재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종문서」는 평신도를 세상 안에서 복음을 살아가는 고유한 선교적 주체로 강조한다. 평신도들은 가정과 직장, 사회와 정치, 문화와 디지털 환경 안에서 복음의 정신을 드러내도록 파견된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다. 교회 공동체는 단지, 내부 활동을 유지하는 조직이 아니라, 신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고 그들 삶의 자리에서 수행되는 사명을 지지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59항에서 이것을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60항에서는 여성들의 은사와 성소가 교회 안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여기서 성경과 교회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뤄진 여성의 역할을 확인하고, 여성의 지도력 수행, 여성 부제직 문제 역시 계속 식별돼야 할 과제로 남겨 둔다. 나아가 설교와 교리교육, 공식 문서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이미지까지 성찰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이는 관계들의 회심이 교회의 문화와 표현 방식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변화임을 의미한다. 61~63항은 각각 어린이, 젊은이,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과거에는 이들이 주로 보호와 돌봄의 대상이었다면, 「최종문서」는 그들을 교회의 능동적 주체로 바라본다. 이는 모든 이들, 특히 주변화된 이들의 목소리를 교회의 중심에 놓으려는 시노달리타스의 방향성을 잘 드러낸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5-31 제3493호 20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0)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와 교회: 제2부(53~56항)

「최종문서」는 시노드 과정에서 교회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을 ‘맥락(상황)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성찰한다.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실천하는 자리는 결코 단일하지 않다. 각 지역 교회는 고유한 문화적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사명 수행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맥락 안에는 복음의 논리에 반대되는 폐쇄적 관계의 논리가 존재한다. 「최종문서」는 이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따라 ‘죄의 구조’(「사회적 관심」, 36항)라고 칭한다. 곧 구조적 죄는 관계를 폐쇄시킨다. 이러한 구조는 장벽을 세우고 두려움을 조장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회개뿐만 아니라 구조적 쇄신과 관계들의 회심이 동시에 필요하다. 「최종문서」는 오늘날 인류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관계의 단절과 균열이라는 관점에서 구체화한다. 전쟁과 무력 충돌, 무력에 의한 평화 건설, 이익을 위한 피조물과 인간의 착취 역시 이와 같은 신념에 기인한다. 이러한 세상의 논리는 교회 안에서도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다. 남녀 불평등, 인종 차별, 장애인 차별, 이주민 배척 등의 장벽 역시 폐쇄성의 원리에서 말미암는다. 통합 생태론의 차원에서도 공동의 집인 지구와의 관계 균열이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태아부터 노인까지 인간 생명을 경시하고 버리는 가장 비극적인 폐쇄성이 만연해 있다. 시노드 과정에서 세상과 교회의 맥락은 늘 관련돼 있다. 세상의 악은 교회 안에서도 나타난다. 「최종문서」는 그동안 교회 내부에서 자행된 다양한 학대와 권력 남용 희생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성적 학대뿐만 아니라 영적 학대, 경제적 남용, 권력 남용, 양심의 학대 등 성직자와 교회 직분자들이 가한 끔찍한 잘못들을 하나하나 거명한다. 교회가 피해자와 생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치유와 정의, 화해를 향한 것이다. 교회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허히 용서를 구함으로써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직시를 통해 교회는 자신의 사명을 새롭게 정의한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상처받은 관계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것이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다. 이를 통해 교회는 비로소 하느님과 인류가 일치를 이루는 ‘성사’가 될 수 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교회는 성령께서 모든 문화와 장소에 뿌려 주신 복음의 씨앗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상호 신뢰와 용서의 함양, 환대의 공동체 형성, 사람들과 지구의 삶을 증진하는 경제 건설, 갈등을 화해로 전환하는 능력 등의 열매를 맺는다. 역사적으로 종교 간에 자행된 적대 행위, 특히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분열과 적개심이라는 추문을 극복하려는 시노드 여정의 새로운 경험이 관계적 회심의 중요한 표징으로 제시된다. 시노드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과 교회 안에 깊게 뿌리내린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관계의 어둠을 직시하고, 배척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성령께서 이끄시는 관계적 회심과 일치의 사명으로 나아간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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