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문서 해설]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진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었다.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제2회기를 마치면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이어 교황은 별도로 자신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보편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즉각 공포했다. 3년간의 시노드 여정, 그 결실을 담은 최종문서의 자세한 내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3. 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5. “나도 너희를 보낸다” -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최종 문서 제4부는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그물을 던진 시몬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이 많은 물고기를 잡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다른 제자들은 그 작은 배로 고기가 든 그물을 끌고 왔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다.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요한 21,8.11) 모든 제자가 함께 그물을 끌어올리고, 여기에서 베드로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물고기를 잡는 일은 각자 다르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고유의 임무를 통해 이뤄진다. 이는 곧 시노드 교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즉, 시노드 교회는 우리를 일치시키는 친교의 유대 위에, 모든 민족과 모든 문화의 장소(space)에서 세워진다. 제4부의 핵심은 첫 문단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된다. “교회가 뿌리내리고 순례하는 ‘장소(place)’의 개념이 크게 변화된 오늘날, 우리는 은사의 교환과 우리를 일치시키는 유대의 새로운 형태를 계발해야 합니다. 이는 자기들간에, 그리고 로마 주교와 일치를 이룬 주교들의 직무에 의해 지속됩니다.”(109항) 교회 뿌리내리고 순례하는 ‘장소’ 공간 개념 넘어 관계·문화로 연결 유대의 새로운 형태 계발 요청 단단히 뿌리내리되 순례자로서 “단단히 뿌리내리되 순례자로서”라는 표현은 “교회는 구원하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이라는 공유된 경험이 이루어지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의 뿌리를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다.”(110항) “뿌리를 내린다”는 경험은 오늘날 ‘장소’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키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관련된다. 즉, ‘장소’는 더 이상 지리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관계와 문화적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문서는 이러한 변화의 요인으로서 ‘인구 이동’(112항)과 ‘디지털 문화의 확산’(113항)을 꼽는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인구 이동의 증가 현상이다. 이에 따라 “모두가 다양한 지리적,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한 영향을 경험하며, 이를 통해 상호문화적인 공동체를 세우라는 부름을 받는다(112항).” 또한 디지털 문화의 확산은 “일상 활동, 소통, 대인관계뿐 아니라 신앙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디지털 환경이 선교와 선포의 예언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113항).”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회는 “삶 속에서 ‘지역성’의 의미를 재고하고,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재검토”(114항)할 것을 요청받는다. ‘지역교회’인 교구는 “세례받은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친교를 가장 완전히 드러내는 기본 영역”(116항)이고 본당은 지역교회의 주요 조직 단위로서 “성찬례를 중심으로 모인, 관계, 환대, 식별, 선교의 특권적 장소”(117항)다. 축성생활회와 교회내의 다양한 단체 및 공동체들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장소와 환경을 연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118항 참조). 지역교회와 보편교회 사이의 ‘중간’ 공간에 위치한 관구, 국가 및 대륙 차원의 교회들에 더 높은 비중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사의 교환 다양한 카리스마와 사명을 지닌 예수님의 제자들로서, 우리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함께 걷고, 교회들 간에 은사를 교환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징표”(120항)다. 교회는 만남, 사회 정의, 소외된 이들의 수용, 민족들간의 친교, 공동의 집인 지구의 돌봄 등의 문화를 증진하는 관계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교회들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건강한 상호성에 바탕을 두고, 연대의 정신으로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121항 참조) 대화는 단순한 아이디어의 교환이 아니라 항상 ‘은사의 교환’이다.(122항) 지역교회들 관계 이끄는 원칙으로 대화 통한 은사의 교환 강조 주교회의와 여러 교회 회의들 거론…교회 일치 위한 교황 역할 중요시 일치의 유대:주교회의와 교회 회의들 문서는 “교회들 사이의 관계를 이끄는 원칙은 은사의 나눔을 통한 친교”(124항)라며, 이를 바탕으로 주교회의와 다양한 교회 회의들을 설명한다. ‘은사의 나눔을 통한 친교’의 원칙은 보편교회의 일치를 형성하는 유대를 중시하면서도 역사와 전통을 포함한 각 지역교회의 고유한 맥락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주교회의는 교회 간 친교를 증진하고 사목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주교단의 단체성을 표현하고 실행하는 도구로서, 교회 간 유대 형성, 경험과 사목적 모범 사례의 공유, 신앙 생활을 다양한 문화에 적응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125항 참조). 문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언급한 “‘건실한 분권화’(16항)와 효과적인 문화 적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교회의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공의회 제도를 재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129항)고 지적했다. 즉, 지역 및 전국 공의회는 정기적으로 소집돼야 하고, 공의회의 결론이 신속하게 공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마 주교의 봉사 지역교회의 중요성과 다양성이 인정될 때, 교회 안의 일치를 위한 로마 주교, 교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시노달리타스는 공동체적(모든 이), 단체적(일부), 개인적(하나) 측면을 결합한다(130항). 문서는 교황이 교회 일치의 기초이며, “교회적 친교 안에서 지역교회는 고유한 전통을 누리며, 교황의 수위권은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교황의 직무 수행의 쇄신 역시 ‘건실한 분권화’의 전망 안에서 이뤄저야 함(134항)을 일깨웠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문서는 “동방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이들의 오랜 신학적, 교회법적, 전례적, 영적, 사목적 전통을 존중한다”(132항)고 확인했다. 주교 시노드는 시노달리타스와 단체성(collegiality)이 실현되는 가장 분명한 장이다. 오늘날 ‘단계적 과정’으로 변화된 시노드의 본질은 하느님 백성과 주교단, 교황 간의 본질적인 관계를 증진한다. 시노드 전체 과정을 통해 ‘모두(거룩한 하느님 백성)의 참여, 일부(주교단)의 사명, 한 사람(베드로의 후계자)의 주재’, 이 세 가지의 결합이다.(136항 참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문서 해설] (3) 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진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었다.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제2회기를 마치면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이어 교황은 별도로 자신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보편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즉각 공포했다. 3년간의 시노드 여정, 그 결실을 담은 최종문서의 자세한 내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3.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5. “나도 너희를 보낸다” -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최종문서 제3부(79-108항)는 고기가 잡히지 않아 상심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희망과 길을 보여주는, 권위 있는 예수님의 명령으로 시작된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요한 21,5-6 참조) 시노드는 여기에서 “기도와 대화를 통해 우리는 ▲교회적 식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관심 ▲결정 사항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과 평가가 선교의 길을 보여주는 말씀에 응답하는 실천임을 인식했다”(79항)고 말한다. 이 세 가지 실천은 서로 깊이 연관된다. “의사결정 과정들은 교회적 식별이 필요한데, 이 식별은 신뢰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경청이 요청되고, 이는 투명성과 책임에 의해 지지된다. 신뢰는 상호적이다: 결정권을 가진 이들은 하느님 백성을 믿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하느님 백성은 권위를 지닌 이들을 신뢰해야 한다.”(80항) 시노드적 교회 촉진하려면 최대한 많은 하느님 백성의 의사결정 과정 참여 이뤄져야 여기에서 문서는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교회적 식별에 바탕을 두고 투명성, 책임과 평가의 문화를 반영하는 양성이 필요하다. 이 양성은 기술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신학적, 성경적, 영적 기초를 탐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서, “모든 세례 받은 이들은 증거, 선교, 성화 및 봉사의 측면에서 공동책임을 강조하는 이러한 양성이 필요”하고 이는 특히 “책임을 맡고 있거나 교회적 식별에 봉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형태의 양성”이 요구된다.(80항 참조) 선교를 위한 교회적 식별(81-86) 교회적 식별은 “주님이 교회에 주시는 모든 지혜의 선물과, 성령에 의해 모든 세례자에게 부여된 신앙 감각(sensus fidei)에 근거”한다.(81항) 이 식별은 “살아있는 신앙에 뿌리내린 영적 실천”으로서 “내적 자유, 겸손, 기도, 상호 신뢰, 새로움을 향한 개방성,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명”을 요구한다. 모두가 각자 양심에 따라 발언하고 의견을 나누어야 하며, 따라서 교회적 식별은 “모두의 기여를 요구하고 … 모두의 의견이 들려질수록 식별은 더 풍성해진다.” 여기에서, 식별의 출발점이자 기준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그래서 시노드는 “교회적 식별은 양심을 지속적으로 돌보고, 신앙 감각을 성숙시켜,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고 당신의 백성과 만나는 모든 장소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요구한다”고 일깨운다.(83항)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87-94),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평가’(95-102), ‘공동 의사결정과 참여 기관’(103-108)은 시노드의 경험에서 나온 최종문서의 핵심적 제안 사항이다. 문서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자유롭고 풍성한 다양성 속에서 기도하고, 듣고, 분석하며, 대화하고, 식별하고, 선교를 위한 사목적 결정을 내리는 데 조언을 제공”하도록 불리웠다고 규정한다. 그래서 시노드적 교회를 촉진하는 방법은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가능한 한 많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87항)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동체의 각 구성원은 존중받아야 하고 공동 결정의 목표에 비추어 각각의 은사와 능력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89항 참조) 특별히, 권한을 가진 자들은 현행법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문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사목적 권한을 가진 이들은 자문에 참여한 이들의 말을 경청할 의무가 있으며, 자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수 없다. 그러므로 권위자는 자문의 결과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할 수 없다.”(91항) 문서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올바르게, 시노드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하느님 백성이 참여적 방식으로 진보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특히 교회법에서 제공된 제도적 수단, 특히 참여적 기구들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94항 참조) 투명성, 책임성과 평가 의사결정으로 식별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책임성과 평가의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95항 참조) 여기에서 ‘투명성’은 단지 ‘행정적’ 또는 ‘절차적 요구 사항’이 아니라, ‘성경에 근거한 근본적인 태도’를 지칭한다. 시노드 과정 안에서 투명성은 진리, 충실, 명확성, 정직, 일관성, 모호성이나 위선의 거부, 불순한 동기의 부재 등과 연결됐다(96항). 투명성, 책임성과 평가의 실천은 교회의 신뢰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97항 참조) 대의원회의와 사목평의회 등 지역교회 기구의 참여 장려 특히 여성과 청년·빈곤층 다양한 관점 식별 중요성 강조 이러한 실천들은 교회가 그 사명에 충실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이 부족하면 그것이 성직주의의 결과 중 하나가 된다. “성직주의는 교회 내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이나 결정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98항) 교회의 모든 수준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의 문화와 실천이 이뤄져야 하지만 특별히 “권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99항) 아울러 책임성과 평가의 효과적인 과정에서는 더 큰 전문성을 가진 이들, 특히 평신도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101항 참조)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제안이 구체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재정 위원회의 효과적인 기능 수행 ▲사목 및 재정 계획에서 하느님 백성의 실질적인 참여 ▲연례 재정 보고서 작성 및 공개 ▲지역 교회의 사명 수행에 대한 연례 보고서 작성 및 공개 ▲교회 내 모든 사목과 역할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 시노달리타스와 참여적 기구들 세례 받은 이들은 의사결정, 책임성 및 평가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교회법에 규정된 지역 교회의 참여적 기구들을 통해 이뤄진다. 라틴교회에는 교구 대의원회의, 사제 평의회, 교구 사목 평의회, 본당 사목 평의회, 교구 및 본당 재무 평의회 등이 있다. 문서는 이들 참여적 기관들의 존재와 활동이 명목상으로만 머물지 않고 “모든 시노드 과정에서 요청된 대로 의무화되어야 하며, 다양한 지역적 맥락에 맞게 형식적이지 않고 그들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104항) 이들 참여적 기구들에는 “여성, 청년, 빈곤층 및 주변화된 사람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더 많은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106항) 이를 통해 “교회적 식별은 더 큰 개방성, 현실을 분석하는 능력,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

2024-11-24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문서 해설]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진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었다.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제2회기를 마치면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이어 교황은 별도로 자신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보편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즉각 공포했다. 3년간의 시노드 여정, 그 결실을 담은 최종문서의 자세한 내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3.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5. “나도 너희를 보낸다” -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최종문서 제2부는 주님과 형제자매들, 사회와 교회, 교회들 사이에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다룬다. 더 큰 관계 형성의 능력을 갖춘 교회 문서는 2부 맨 앞에서 시노드 여정이 ‘더 큰 관계 형성 능력을 갖춘 교회’(50항)에 대한 요청이었음을 강조한다. 이는 곧 “주님과의 관계, 남녀 간의 관계, 가족 내 관계, 지역 사회 내에서, 사회 집단과 종교 간, 그리고 지구와의 관계를 포함한 것”이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 여정에 초대받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을 놀라워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는 혼인 상태, 정체성, 성적 지향으로 인해 여전히 배제되거나 판단받는 고통”을 경험했음도 고백했다. 그래서, 시노드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진정한 관계적 전환을 위해 우리 자신을 열어야 하며, 관계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전략이나 조직적 효율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복음으로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관계와 유대는 성부께서 예수님과 성령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신 수단”이다. “우리의 관계가, 비록 완전하지 못하다고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은총, 성부의 사랑, 성령의 친교를 빛나게 할 때, 우리는 삶으로써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시노드 정신을 갖춘 교회 되려면 복음으로부터 관계적 전환 배워야 누구든지 만나 경청하고 대화했던 예수님 모습이 회개 여정 모범답안 다양한 맥락에서의 관계 문서는 복음 안에서 우리의 회개의 여정을 찾는다. 즉, 예수는 누구도 그냥 보내지 않고 모두를 만나 경청하고 대화했다. 그럼에도 “시노드 과정 동안, 모든 지역과 대륙의 평신도와 성직자, 여성들이 표현한 고통과 아픔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이 비전을 충족하지 못했는지를 보여준다”(52항). 특히 “주님 안에서 새롭게 된 관계를 향한 부름은 제자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꽃피며”, “문화의 다양성은 각 문화적 맥락의 고유성을 고려해야 함을 요구”하지만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작용할 때 복음에 어긋나는 왜곡된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계의 실패는 죄의 구조로”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구조를 직면해 “복음의 빛에서 관계의 전환의 길을 나서야 한다.”(53항) 문서는 “우리 세상을 괴롭히는 악들이… 이러한 역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가장 근본적이고 극단적인 거부는 인간 생명 자체에 대한 거부로, 이는 태아와 노인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 대한 거부로 이어진다”고 밝힌다.(54항) 교회 안에서도 드러나는 악들 세상을 괴롭히는 악은 교회 안에서도 발견된다. 다양한 학대의 체험은 피해자와 생존자, 공동체에 고통을 안겨왔다. 여기에는 “성적, 영적, 경제적, 제도적 학대뿐만 아니라 성직자나 교회 내 역할을 가진 이들의 권력과 양심 남용이 포함된다.(55항) 경청은 치유와 회개의 여정에 본질적 요소이고, 교회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용서를 구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외와 배제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상처받은 관계의 짐을 짊어지는 것이 교회의 사명’임을 자각하게 한다. 이는 살아계신 주님께서 그 관계를 치유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교회가 “하느님과의 친밀한 결합과 모든 인류의 일치를 위한 성사이자 도구적 표지”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56항) 사명을 위한 은사, 소명과 직무들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은사와 소명, 그리고 교회 안의 직무들(57~67항)은 문서의 핵심을 이룬다. 여기에서는 특히 평신도 남성과 여성의 교회 생활 참여 확대에 중점을 둔다. 성직자의 직무는 ‘조화의 섬김’(68항)에 있고, 주교의 직무는 성령의 은사를 “식별하고 일치로 이끄는 것”(69~71항)을 목표로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개인과 공동체로서 은사를 나누고 복음의 증인이 되라는 부름을 받는다. 여기에서 문서는 여성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한다. “여성들은 교회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자신들의 은사, 소명, 역할이 더 완전하게 인정받는 데 여전히 장애물을 만난다.”(60항) 성직자 직무, 조화와 섬김에 있고 주교는 식별하고 일치로 이끌며 평신도, 특히 여성은 교회 참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 특별히 시노드는 “여성의 역할에 관해 이미 교회법에 제공된 모든 기회를 특히 미개척된 분야에서 전면적으로 실행할 것을 요청”하고 “성령으로부터 오는 것을 막을 이유나 장애물은 없어야 한다”(60항)고 규정한다. 또한 “여성의 부제직 접근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열려 있으며, 이러한 식별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서는 이어 어린이, 청년, 장애인, 부부, 봉헌 생활자 등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은사와 소명, 교회의 발전을 위한 공동 책임 등을 규명한다. 특히 문서는 “평신도 남녀의 첫 번째 임무는 복음의 정신을 지상 현실에 스며들게 해 변화시키는 것”임을 강조한다.(66항) “선교적인 시노드 교회는 더 많은 형태의 평신도 직무, 즉 성품성사를 요하지 않는 직무들을 장려하며, 이는 전례 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도 적용된다.”(66항) 성직자와 주교의 직무 “주교의 과제는 지역 교회를 주재하여 그 교회의 가시적 일치의 원칙이 되고 모든 교회와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69항)이고, “주교의 봉사는 공동체 내에서, 공동체와 함께,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봉사”다. 그 때문에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이 주교를 선택하는 데 더 큰 발언권을 가질 것을 원한다.”(70항) 사제와 부제는 “시노드 교회 내에서 성직자 간의 협력”을 위해 주교와 함께 봉사한다.(74항) 따라서 “시노드 영성”의 경험이 중요하며, “개인적 및 공동체적 차원에서 영적 깊이가 부족할 경우, 시노달리타스는 단순한 조직적 편의로 축소된다.”(44절) “‘성직주의’는 성직자들이나 평신도들에 의해 권력이 남용되는 형태로서, 이는 교회의 권위가 하느님과 백성을 섬기는 목적을 왜곡하는 행위이다.”(74항) “성직주의는 사제들 스스로나 평신도들에 의해 조장되었을 때 교회 몸에 단절을 일으키며, 우리가 오늘날 정죄하고 있는 많은 악행을 영속시킨다.”(74항) 모두 함께 사명을 위해 교회는 공동체와 선교의 필요에 따라 서품된 직무 외에도 다른 직무들을 채택해 왔다. 문서는 특별히 오늘날 남녀 평신도들이 새로운 봉사와 직무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몇 가지 구체적인 필요를 제시했다. 이는 다음과 같다. ▲교회 식별 과정과 모든 의사결정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평신도 남녀의 참여 확대 ▲교구와 교회 기관, 연구소 및 신학 대학에서 평신도 남녀의 책임 있는 위치에 대한 접근 기회 확대 및 이와 관련된 기존 규정을 더 완전하게 실행 ▲봉헌된 남녀의 삶과 은사에 대한 더 큰 인정과 지원 및 교회 내 책임있는 직책에서의 활동 ▲모든 교회 법정 절차에서 자격을 갖춘 평신도가 판사로 활동할 기회 확대 ▲교회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실제적인 인정.

2024-11-17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문서 해설]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진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었다.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제2회기를 마치면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이어 교황은 별도로 자신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보편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즉각 공포했다. 3년간의 시노드 여정, 그 결실을 담은 최종문서의 자세한 내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3.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5. “나도 너희를 보낸다” -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최종문서는 5부로 구성된 총 155개 항목에서, 친교, 참여, 사명으로서의 교회의 경험을 자세하게 다시금 설명하고 새롭게 체험하도록 이끈다. 특히 이러한 성찰과 체험들이, 기존의 관행들을 뒤집는 새로운 전망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과 함께 주어진다. 특히 최종문서는 시노드 여정이 두 차례의 총회로써 완료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이제 보편교회는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를 건설해나가기 위한 실행 단계에 들어감을 분명히 밝힌다. “시노드 여정은 현재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가 끝남으로써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일상 속에서 자문과 식별의 시노드적 방식을 실천하고, 다양한 교회적 상황 속에서 가시적인 시노드적 전환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양성의 길을 찾아나가는 실행 단계도 포함합니다.”(9항) 문서는 특히 교회의 지도자인 주교들에게 투명성과 책임감을 강하게 요구하고, 교회 안에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역할과 권한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밝힌다. 최종문서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중요한 열쇳말은 ‘관계’와 ‘유대’이다. ‘관계’는 교회의 존재 방식이며, ‘유대’는 교회들 간의 ‘은총의 교환’을 특징으로 하며, 따라서 ‘전환’(conversion)의 과정과 관련된다. 교회의 선교적 전망의 중심에는 정확히 지역교회가 위치하며 이는 시노달리타스의 다양성의 토대가 된다. 교회의 모든 구조는 선교에 봉사하며, 평신도는 이 과정의 주체, 혹은 주역으로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종문서는 ‘장소’(place)에 뿌리내린 구체적인 현실을 강조한다. 특히 시노드 대의원들은, 교황청 부서들이 ‘중요한 규범적 문서들을 발표하기 전에’(135항) 폭넓은 하느님 백성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문을 실행하기를 제안한다. 최종문서의 구성과 요지 최종문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장면들을 따라, 서문과 결론 외 5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시노달리타스의 핵심’적 요소들을 밝힌다. 2부 ‘배 위에서 함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명을 이끄는 관계의 전환을 다루고, 3부 ‘그물을 던져라’는 교회적 식별, 의사 결정 과정, 그리고 투명성과 책임성 및 평가의 문화라는 세 가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된 실천을 규명한다. 4부 ‘풍성한 수확’은 어떤 한 ‘장소’에 뿌리내린 경험이 큰 변화를 보이는 시대에, 우리를 교회 안에서 하나로 일치시켜 주는, 은사를 교환하고 유대를 맺는 새로운 방법들을 어떻게 계발해 나갈 것인지를 성찰한다. 마지막으로 5부 ‘나도 너희를 보낸다’는 하느님 백성 모두를 돌보는, 시노드 교회의 선교사들을 양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첫 번째 단계를 설명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 서문(1~12항)은 시노드의 본질을 “부활절 저녁, 다락방에서 부활하신 분을 만난 제자들의 새로운 체험”으로 제시한다. “부활하신 분을 묵상하며 우리는 그분의 상처를 보았습니다. … 우리의 잘못으로부터, 많은 형제자매들이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주님을 바라보는 것은 역사의 비극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의 고통을 바라보게 합니다. 전쟁의 공포에 질린 아이들의 얼굴, 눈물 흘리는 어머니들, 무너진 젊은이들의 꿈, 고통스러운 여정을 마주하는 난민들,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의의 희생자들이 있습니다” (2항). 시노드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전쟁을 상기시키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폭력, 증오, 복수의 논리에 대한 비난과 평화를 위한 지속적 호소”에 동참한다(2항). 또한 시노드적 방식은 “그리스도인의 완전하고 가시적인 일치”를 지향하고(4항),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더욱 깊이 수용하고, 그럼으로써 오늘날의 세계에 그 영감과 예언자적 힘을 더욱 깊고 새롭게 깃들이게 합니다.”(5항) 최종문서는 시노드 여정이 쉽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우리는 지치기도 했고, 변화에 대한 저항도 있었으며, 복음의 목소리와 식별의 실천보다는 우리 생각을 앞세우려는 유혹에 직면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6항) 다양성과 관계성 존중을 시노드적 교회 요소로 보고 현시대 문화를 비판하는 예언자적 역할 수행 요청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최종문서의 제1부(13~48항)는 ‘하느님 백성’, ‘일치의 성사로서의 교회’(15~20항)에 대한 성찰로 시작되고, ‘하느님 백성의 성사적 뿌리’(21~27항)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사실 ‘시노달리타스’와 ‘시노드적’(synodal)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그 의미를 더욱 생동감 있게 체험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수년간에 이르러서였다. 이 용어들은 이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관계 중심적인 교회, 즉 하느님의 집이자 가족인 교회를 향한 열망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좀 더 간략하고 명료하게 말하자면, “시노달리타스는 교회가 더 참여적이고 선교적으로 변화되고, 그럼으로써 모든 남녀가 함께 걸어감으로써 그리스도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영적 쇄신과 구조적 개혁의 길”(28항)이다. 교회의 일치는 결코 획일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맥락, 문화, 다양성, 그리고 이들 간의 관계성을 존중하는 것이 선교적인 시노드 교회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40항)이다. 아울러 다른 종교 전통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교회는 “그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41항)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시노달리타스는 현대 세계에서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늘어나는 불평등, 과거의 통치 방식에 대한 환상, 민주주의의 기능에 대한 환멸, 독재 정치, 취약 계층과 피조물에 대한 고려가 없는 시장 경제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참된 시노달리타스의 실천은 그리스도인들이 현시대의 문화에 비판적이고 예언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가 공동선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러 도전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독보적인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47항)

2024-11-10

세계주교시노드 폐막, “세상의 길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선교적 교회 되자”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는 ‘정체’(static) 상태에 빠질 위험을 감수할 수 없고 “세상의 길을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고 10월 27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세계주교시노드 폐막미사에서 말했다. 교황은 “교회는 오늘날 모든 이들이 우리에게 던진 의문들, 우리 시대의 도전 과제, 즉 복음화의 긴급성과 인류를 괴롭히는 수많은 상처들 앞에서 무력하게 있을 수 없다”며 “삶에서 물러나 현실의 가장자리로 자신을 한정시키는, 아무 생각 없이 제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교회는 자신의 불안 속에 안주하는 눈먼 교회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폐막미사는 2021년 10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3년 동안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이로써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바탕으로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보편교회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한 세계주교시노드는 교회가 직면한 도전 과제와 세례받은 모든 신자들이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라 미래의 교회를 건설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교황은 전날인 26일 제2회기 본회의를 마치면서 투표를 통해 승인된 최종 문서를 제출받고 승인, 발표했다. 특히 교황은 이 문서가 “하느님 백성에게 주는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문서가 “매우 구체적인 지침들”을 포함하고 있기에 별도의 시노드 후속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노드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교황이 시노드 후속 사도적 권고를 작성하지 않고 즉시 최종 문서를 승인, 발표한 것은 교황이 시노드의 제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또 “복음의 기쁨을 발견하고자 하는”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신앙에서 멀어진 이들과 “무관심한 이들의 침묵의 외침”을 듣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절망에 빠진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자리에 주저앉아 패배주의에 빠진 교회는 필요하지 않다”며 “세상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주님을 섬기기 위해 손을 더럽히는 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1쪽 분량의 시노드 최종 보고서는 2021년 10월 개막 후 3년 동안 교구와 국가별 단계와 대륙별 단계를 거쳐 두 차례의 본회의를 거치며 지역교회와 보편교회 전체가 참여한 유례없는 대규모 회의의 최종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미래 사제들을 위한 사제 양성 개혁, 주교 선출 과정에 대한 평신도의 더 큰 참여, 여성의 교회 내 역할 확대, 그리고 교회 운영과 생활 전반에 걸쳐 더 큰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교회법 개정 등이 포함돼 있다. 최종 문서는 여성 부제 서품이나 성소수자 신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 등 진보적 성향의 단체들이 요구해 온 급진적 변화는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즉 여성 부제 서품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혼인 상태,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는 교회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여성 부제직 복원을 포함해 총 15개의 주제를 연구하는 연구 그룹들을 설치, 2025년 6월까지 연구를 계속하도록 했다.

2024-11-03

[세계주교시노드 폐막] 이번 시노드, 무엇이 달랐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이전 시노드들과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우선 시노드 여정 자체가 길다. 대개 한 달 미만 고위 성직자들의 논의로 진행된 이전의 시노드들과 달리 이번에는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3년여 동안 진행됐다. 여성을 포함해 평신도들이 투표권을 지닌 온전한 대의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제1회기에는 대의원 365명 중 54명이 여성이었다. 2021년 10월 시작해 올 10월 종료 교구-대륙-보편교회 순환구조로 진행 여성 포함 평신도, 투표권 갖고 참여 순환구조의 경청과 식별 교구-대륙-보편교회의 3단계 순환구조로 진행된 이번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들의 참여 폭이 넓고 깊다. 각 지역교회에서의 대화와 경청 단계에서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많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교구와 나라별 주교회의 보고서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취합되고 대륙별 단계 시노드 논의에 기초가 됐다. 이러한 시노드 여정의 특징은 순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된 보고서는 다시 지역교회로 내려가고, 그에 대한 응답이 다음 단계 논의에 바탕을 이루었다. 두 차례의 본회의도 같은 구조로 진행됐다. 2023년 10월 제1회기의 종합보고서는 다시 지역교회로 되돌려지고 그에 대한 응답을 바탕으로 제2회기 의안집이 작성됐다. ‘혼란’ 자체가 시노달리타스의 한 측면 이전에는 터부시됐던 첨예한 주제들이 ‘담대하게’ 논의됐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여성과 평신도의 폭넓은 참여의 보장, 여성 부제 서품의 가능성,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 사제 성추행과 성직주의 등 뜨거운 주제들에 대한 교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거침없이 논의됐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담대한 논의가 보장되고 권장됐던 만큼 저항과 거부도 적지 않았다. 일부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의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에 대한 공격은 교회가 분열된다는 우려까지 자아냈다. 시노드에 대한 회의와 기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시노드의 당위성은 교회가 직면한 도전들의 긴박성에 기인한다. 이미 탈종교화 현상 속에서 성당들이 비어가는 가운데, 서구교회를 중심으로 터져나온 아동 성추행과 교회의 조직적인 은폐, 교황청 재정 비리 등은 교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의 새 면모를 일깨우며 쇄신 작업을 이어갔다. 시노드는 그러한 시도의 정점, 또는 본격적인 시작이다. 하지만 기대와 회의가 엇갈렸다.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고,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들에 따른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시노드 여정이 이어지면서 회의와 의혹은 긍정과 기대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공동 식별의 체험이 거듭되면서 교회와 신앙생활에 대해 자유롭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는, 시노달리타스에 바탕을 둔 교회의 모습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저항과 급진적인 요구들 교황은 몇 가지 조치들을 실시했다. 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고, 3단계 대화 구조를 적용했다. 남녀 성별을 배려했고 평신도들을 투표권을 지닌 대의원으로 임명했다. 본회의에서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그룹을 지어 원탁에서 만났다. 하지만 교황은 제2회기 기간 동안 회의 자체는 비공개로 진행하도록 했다. 기자회견과 개인적 인터뷰를 통해서만 회의 내용을 엿볼 수 있었다. 제2회기 의안집에서는 여성 부제와 성 소수자 문제 등을 제외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을 위해 별도의 연구 그룹들을 설치했다. 현상 유지적 보수주의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존재 자체, 평신도들의 참여 폭이 크게 확대된 시노드 자체에 대해 노골적으로 저항했다. 반면 개혁을 주장하는 쪽은 급격한 변화를 요구했다. 시노드에서 두 입장이 격렬하게 부딪힌 주제들은 기혼 남성 사제 서품, 여성 부제 서품,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 등이다. 교황은 이런 주제들을 둘러싼 격렬한 찬반이 시노드 회의장을 뒤덮지 않고, 좀 더 큰 주제인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바탕을 둔 교회의 미래를 논의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폐막과 함께 교황의 승인을 받아 발표된 최종문서 안에서 그러한 교황의 뜻은 효과적으로 실현됐다. 3년간의 시노드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그 시작은 이제부터다. 그리고 이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체코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은 5월 24일 가톨릭 독립언론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과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보적 신학자가 아니라 현명한 사목자”라며 이번 시노드를 시작한 교황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미 우리가 ‘바꿀 수 없는 변화’의 흐름에 들어섰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 세계주교시노드 어떻게 진행됐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0월 9~10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개막식을 교황청에서 거행했다. 이어 10월 17일 주일에는 전 세계 각 지역교회에서 시노드 여정을 위한 개막식을 열었다. 이로써 가톨릭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한 3년간의 시노드 여정에 들어갔다. 2021년 10월부터 2022년 8월 사이에 각 지역교회는 교구장의 지도 아래 하느님 백성의 자문을 특징으로 하는 시노드 여정의 교구 단계가 진행됐다. 각 교구별 다양한 방법과 형식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해 귀를 기울이며 하느님 백성 전체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단계의 논의는 교구별 종합 보고서 작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주교회의에 제출돼 국가 보고서로 종합됐다. 국가별 종합 의견서는 2022년 8월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취합됐다. 21개 교황청 부서에서 15개, 15개의 동방 가톨릭교회에서 15개, 114개의 주교회의에서 112개의 답변, 세계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UISG)와 세계 남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USG)에서 1개의 답변 그리고 이에 더하여 개인과 단체로부터 1000여 개의 자유 의견이 모였다. 한편 2022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더욱 폭넓은 성찰을 위해 시노드를 2023년과 2024년 두 회기에 걸쳐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구 및 국가 교회 단계에 이어 대륙별 단계가 2023년 2~3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총 7개 대륙별 회의가 2월초부터 3월말까지 진행됐고, 대륙별 회의 최종문서는 3월말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됐다. 2023년 4월 총회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들의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첫째, 선출직 대의원 중 축성 생활회 소속 성직자 10명은 각각 세계 남자 수도회 연합회와 세계 여자 수도회 연합회에서 선출된 5명의 남자 수도자와 5명의 여자 수도자로 대체됐다. 둘째, 교황 지명직 대의원에는 주교 직무를 받지 않은 70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신부, 부제, 그리고 남녀 축성 생활자들을 비롯한 평신도 신자들 가운데서 선발됐다. 이 70명의 대의원은 대륙별 기구들이 준비한 140명의 명단에서 선정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하느님 백성의 경청과 식별 단계에서의 논의를 거쳐 작성된 시노드 총회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이 2023년 6월 20일 발표됐고, 10월 4~29일 본회의 제1회기가 열렸다. 역사상 처음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한 제1회기는 10월 28일 80개가 넘는 제안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채택했다. 제1회기를 마친 뒤, 전 세계 각 지역교회는 종합보고서의 성찰을 심화한 문서를 2024년 5월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했다. 이어 10월 2~27일 가톨릭교회는 3년간의 시노드 여정을 마무리하는 본회의 제2회기를 열고 최종문서를 승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후속 사도적 권고 없이 이 문서를 시노달리타스 교회 구현을 안내하는 교도권적 문서로 승인하고 발표했다.

2024-11-03

[세계주교시노드 폐막] 최종문서, 무엇을 담았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10월 27일 폐막미사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투표권을 가진 355명의 시노드 대의원들은 26일 각 항목별로 투표를 통해 최종문서의 내용을 승인하고 교황에게 제출했다. 교황은 이 문서가 교회의 사명을 안내해 줄 ‘매우 구체적인 지침들’을 이미 포함하고 있기에 시노드 후속 권고를 작성하지 않고 즉각 발표하도록 했다. 최종문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최종문서는 제1·2회기의 논의 내용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문서가 2021년 10월 시작된 시노드 여정을 통해 이어진, 전 세계 모든 지역교회의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한 순환적 대화와 식별의 과정 끝에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교황은 대의원들이 승인한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했다. 신학자인 리카르도 바토키오 몬시뇰은 26일 교황청에서 열린 시노드 최종문서 관련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최종문서를 명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교황의 교도권적 문서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구성적 차원 최종문서는 서문과 결론 외 5개 장, 155개 항목으로 구성됐고 51쪽 분량이다. 최종문서는 시노달리타스를 교회의 ‘구성적 차원’으로 제시한다. 즉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본질적 요소다. 따라서 시노달리타스는 교회를 더 ‘참여적이고 선교적’ 방향으로 이끌며, 호기심이나 일시적 추세가 아닌 교회의 근본적인 이해 방식으로 여긴다. 선교 지향적이고, 자체가 목적이 아닌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모든 단계에서 상호 경청, 대화, 공동체적 식별을 위한 모임(28항)이다. 뿌리는 예루살렘 공의회와 교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해 온 시노드 회의에 두고 있으며, 이는 대화, 식별, 결정의 과정을 통해 교회 공동체가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다. 이처럼 세계주교시노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교회에서 시노달리타스가 차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위치에 대한 확인이다. 교회 내 경청과 식별 절차 모든 계층에 적용할 것 당부 주교·사제는 신자들 의견 귀 기울이고 의사 결정 전 ‘자문’ 실시 요청 여성 부제서품과 성소수자 등 중심 주제로 다루지 않았지만 시노드 연구 그룹 과제로 넘겨 참여적 의사 결정 문서는 또한 교회 내 모든 의사 결정은 참여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을 포함, 식별 과정에서 가능한 한 폭넓은 참여를 촉진하는 것이 필수적”(82항)이다. 이는 성령이 추기경이나 주교, 사제들에게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활동하고 계심을 인식하는 것이다. 문서는 제시된 경청과 식별의 절차가 모든 교회 계층에 적용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시노드가 처음으로 주교들뿐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다른 구성원들을 포함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의 시노드들에도 해당된다(136항). 의사 결정 과정과 관련해 평신도들이 “주교 선출에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력한 제안도 담고 있다.(70항) 아울러, 모든 교회 계층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95항) 주교와 사제의 경청 의무 문서는 나아가 주교와 사제의 ‘경청할 의무’를 강조한다. 경청과 참여는 문서의 가장 핵심적 요청이다. 주교와 사제들은 교구와 본당에서 신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도록 강력히 요청된다. 특정한 경우, 현재 교회법에 따라 의사 결정 전에 자문을 실시할 의무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목적 권한을 가진 이들은 자문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권한을 가진 이들은 자문 결과로부터 합당한 이유가 없이는 벗어날 수 없고, 그 이유는 적절히 설명돼야 한다.(91항) 또한 교도권에 기초해 의사 결정을 할 주교, 주교회의, 로마 주교의 권위를 언급하면서도, 이러한 권위 행사가 “한계를 지니며, 특히 참여적 기구를 통한 정당한 식별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92항) 본당 수준에서도 교회는 특히 소외된 이들에게 경청해야 하며, 본당들이 “경청과 동행의 사목”을 도입할 것을 권한다. 또한, 시노드적 방식은 “속도의 차이를 정당한 다양성의 표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며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변화할 필요는 없다고 명시한다.(124항) 사목평의회 등 참여기구 의무화 최종문서에는 사목평의회, 교구 시노드, 그리고 기타 참여적 기구들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대의원들은 두 차례의 본회의 회기 내내 신자들이 교회 생활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할 방법을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교회 생활의 중심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속된 본당이다. 이에 따라 라틴교회와 동방가톨릭교회 모두의 사례를 살피며 다양한 자문기구를 검토했다. 라틴교회에서는 교구 시노드, 사제 평의회, 교구 사목 평의회, 재정 평의회 등의 참여적 기구들이 참여, 책임, 투명성의 중심이 된다. 이러한 기구들은 이미 교회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이 기구들이 의무화돼야 하며,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그 역할을 완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104항) 논란의 주제들 그 외에 일부 첨예한 논란이 된 문제들은 중심 주제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최종문서에 포함됐다. 교회 내 여성의 위치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60항은 ‘여성의 동등한 존엄성’을 명확하게 표명하면서 시작된다. 교회 내 모든 수준에서 여성의 참여를 강조하는데 여기에는 “교회 기관의 책임자, 교구청, 로마 교황청”에서의 역할을 포함한다. 특히 여성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법에 이미 제공된 모든 기회의 완전한 실현”을 요청한다. 또한, 사제와 부제의 양성 과정에서 “여성의 중요한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148항) 반면 여성 부제직 서품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2021년 시노드 개막 당시 기혼 남성 사제 서품, 여성의 부제 서품, 성소수자(LGBTQ)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판결을 기대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주제들은 시노드 연구 그룹의 과제로 넘어가 폐막 이후의 과제로 넘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들은 논의의 배경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즉, 교회 내 여성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부제직 서품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여성 부제 서품에 대한 여러 부정적 언급들에도 불구하고 최종문서는 여전히 문을 열어두었다. 즉, “여성이 교회 내에서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이유나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여성의 부제직 접근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열려 있으며 이 분별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60항) 성소수자(LGBTQ) 문제에 대해서도 제1회기보다 더 개방적인 태도와 자유로운 논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주제 역시 별도 연구 그룹에 배정됐기 때문에 집중적 토론은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대의원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됐다. 문서에서 ‘LGBTQ’라는 용어가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혼인 상황,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으로 인해 배제되거나 판단받는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교회가 경청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50항)

2024-11-03

‘지역교회와 보편교회의 관계’ 시노드 포럼 열려

10월 16일 ‘지역교회와 보편교회의 상호 관계’와 ‘교황 수위권의 행사와 주교 시노드’를 주제로 한 2가지 포럼이 열렸다. 이는 ‘사명의 주체로서의 하느님 백성’과 ‘시노드 교회에서 주교의 역할과 권위’에 대한 포럼에 이어 시노드 부대 행사로 열린 포럼이다. 지역교회와 보편교회의 관계를 다룬 포럼은 로마의 교황청립 교부학연구소에서 열렸다. 시노드 참석 대표들이 두루 발표에 참여한 포럼에서 교황청 주교부 장관 로버트 프리보스트 추기경은 “지역교회들은 보편교회의 ‘단순한 일부’가 아니며, 특정 지역교회는 서로 다른 공동체들로 이뤄진 ‘신비로운 존재’의 일부로서 보편교회에 고유성과 풍요로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나폴리 교구 소속 신학자인 안토니오 아우티에로 신부는 “지역교회는 전체 교회의 시노드적이고 선교적인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장(places)”이라며 말했다. 또 네덜란드의 교회법학자인 미리암 위즈렌스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교구 및 본당의 사목평의회에 초점을 맞추고, “하느님 백성은 자신들을 시노드 교회의 참된 전달자로 변화시켜 줌으로써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도록 해주는 교회법적 개정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로마 예수회 총본부에서 열린 교황 수위권에 대한 포럼에서는 교황의 직무와 주교 시노드의 관계를 성찰했다.

2024-10-27

세계주교시노드 제2회기 의안집 토의 종료

10월 2일 시작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는 3주 동안, 의안집에서 논의 주제로 다룬 세 가지 중 ‘과정’(Pathways)과 ‘장’(Places)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 의안집은 시노드 교회 건설을 위해 성찰해야 할 3가지로, 주님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교회들 사이의 관계를 다룬 ‘관계’(Relations)와 이 관계들이 구체적이고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과정’, 그리고 관계들이 구체화되고 뿌리내리는 맥락으로서의 ‘장’을 제2회기에서 다룰 논의의 세 가지 영역으로 제시했다. 의안집에서 논의된 세 주제 주님-형제자매-교회들 ‘관계’ 관계들 이뤄지기 위한 ‘과정’ 관계들이 뿌리내리는 ‘장’ 이에 따라 시노드는 의안집 토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최종 문서 작성 단계로 들어갔다. 이에 앞서 비주교 참석자들은 18일과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시노드 대의원은 2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시성식에 참례하고 21일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 참례한 후 최종 문서 초안을 발표하는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이어 22일과 23일 소그룹 토론과 전체회의에서 최종 문서 초안을 검토,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24일과 25일 최종 문서 작성 마지막 작업을 거친 후 26일 오전 회의에서 발표되고, 오후에 항목별로 투표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된다. 확정된 최종 문서는 교황에게 제출되고 교황은 이를 바탕으로 실천을 위한 후속 문헌을 발표한다. 제2회기 시작 열흘째인 10월 14일 기자회견에서는 ‘과정’과 관련해, 교회 지도자들의 의사 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췄던 며칠 간의 논의 내용이 소개됐다. 이에 따르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상황과 환경에 처한 지역 교회들의 각자의 경험을 깊이 성찰해야 할 필요성이 제안됐다.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 재차 그 중요성이 강조됐는데, 교회 내에서 여성에게 더 큰 역할이 부여돼야 한다는 점, 특히 신학교 양성 과정에서 여성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5일부터는 ‘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교회는 복음이 선포된 장소와 문화의 뿌리와 맥락에 대한 고려가 없이는 제대로 이해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장소와 문화의 깊은 상호 연관성을 강조했다.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진행된 논의에서는,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 운영에 있어서 교회의 일치와 주교회의의 주요 활동 영역에 대한 성찰이 포함됐다. 교황청 홍보부 파올로 루피니 장관은 “대륙별 주교회의는 각 대륙별로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기 위한 적절한 자리”라고 말했다. 루피니 장관은 교황은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타종단들에게도 최고의 도덕적이고 영적인 권위로서 일치에 봉사한다”고 말했다. 이후 과정 어떻게 진행되나 최종 문서 초안 검토와 수정 투표로 최종안 확정되면 교황은 후속 문헌 공개 17일 기자회견에서는 이주민과 난민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또한 젊은이와 장애인, 교황청과 지역교회의 더 강한 유대에 대한 희망 등이 표시됐다. 특별히 교황청과 지역교회의 주교회의 사이에 건전한 분권화에 대한 제안들이 많았다. 루피니 장관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더 많은 권한을 지역교회에 부여하는 문제가 오랫동안 성찰돼 왔다고 지적했다. 18일 기자회견에서도 분권화에 대한 보다 더 구체적인 제안들이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의 중심 주제는 분권화는 확고한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면 ‘건강한 것’이라는 것이다. 루피니 장관은 지역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역교회의 ‘고유성’은 일치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특별한 은총’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제2회기 기간 동안 로마로부터 변방으로의 분권화는 매우 자주 언급되는 주제였다.

2024-10-27

대학생들과 시노드 지도자들, 교회 미래에 대해 질의응답

10월 18일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 시노드 지도자들과의 대화’에는 북미 지역 대학생 140여 명이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등 4명의 시노드 지도자들이 참가했다. 이 모임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시노드 본회의와 마찬가지로 7~8명씩 원탁에 자리잡은 학생들은 시노드와 교회의 미래, 젊은이들과 신앙의 문제 등 폭넓은 질의응답의 시간을 보냈다. 그레크 추기경은 “교회가 어떻게 더 많은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이번 시노드는 이전과 비교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성령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교회는 훨씬 더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어 하느님과 우리들 서로를 경청하는 만남의 문화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오늘날처럼 양극화된 세계에서 다른 이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자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극화는 시노달리타스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은 적이 아니라 같은 인류이기에 공동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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