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책임 묻는다” 전국 사제 1466명 시국선언

전국 교구와 수도회·사도생활단 사제 1466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사명을 저버린 책임을 물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자고 촉구했다. 사제들은 11월 28일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들은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두운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선언문 발표 배경을 밝혔다. 이어 “5000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在世理化)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다”며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제들은 또한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국선언문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와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 (시몬)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를 비롯해 전국 교구 사제 1330명과 수도회·사도생활단 사제 130명, 오스트레일리아 사제 1명 등 총 1466명이 이름을 올렸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로마 3,23) 1.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2.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3.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그이에게만 던지는 물음이 아닙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로마 7,19)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두고 가슴 치며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강생이 되어 세상을 살려야 할 존재가 어째서 악의 화신이 되어 만인을 해치고 만물을 상하게 합니까? 금요일 아침마다 낭송하는 참회의 시편이 지금처럼 서글펐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 보소서 나는 죄 중에 생겨났고 내 어미가 죄 중에 나를 배었나이다.”(시편 51,5.7) 4.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마르 7,21-22)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오천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7.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2024.11.28. 하느님 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하며 천주교 사제 1,466인

[사형제도 Q&A⑨] 사형제 폐지 위한 관심 필요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9. 사형제 폐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가톨릭교회교리서는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단호히 전 세계의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하여 노력한다(2267항)고 전합니다. 신앙인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사형제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형제 폐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를 풀어주려고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입법은 국회에서 하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 입법에 관심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지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형제 폐지를 옹호하는 지지기반이 있다는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3월 13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는 ‘사형폐지·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김선태 주교를 비롯해 사폐소위 위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피델리스), 정의당 강은미(아가타) 국회의원이 함께했습니다. 김선태 주교는 기자회견에서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악순환을 멈추어야 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 모습으로 사형제도 폐지라는 전 세계적 부름에 응답해 주길 기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폐소위는 회견 후 현직 주교단 25명 전원과 전국 16개 교구 사제·수도자·평신도 7만 5843명이 참여한 입법 청원 서명도 국회에 공식 제출했습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교회의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입법 청원 서명에 동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사형폐지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대를 만들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사형 반대의 날에는 조명 퍼포먼스를 통해 그 중요성을 알릴 뿐 아니라 생명 이야기 콘서트, 세미나를 통해 사형폐지 운동에 연대할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10월 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 11월 30일 세계 사형반대의 날, 12월 30일 대한민국 마지막 사형집행일에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루도비코) 신부는 “인간의 존엄성은 대립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할 가치”라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며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2024-12-01

가톨릭농민회·우리농, 농민의 생존권 보장 촉구 거리미사

9년 전 백남기(임마누엘)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사건을 기억하며 가톨릭 농민들이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미사에 함께했다. 가톨릭농민회와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승현 베드로 신부)는 11월 14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광주대교구 방래혁(시몬) 신부 주례로 거리미사를 봉헌했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담당 안영배(요한 사도) 신부는 강론에서 “먹고 사는 걱정 안 하고 농사짓게 해달라는 것, 땀 흘려 땅을 가꾸고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할 줄 알고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양식을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으로 우리는 여기 모였다”며 “농민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업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가꾸고 나누는 일이 되도록 농촌이 생명의 터전이 돼 우리 삶을 지켜주도록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윤을 약탈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이 자라나는 땅, 땅을 가꾸며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편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세상, 농민들의 소박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찾는 하느님 나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월 25일 기준, 쌀 20kg은 4만5725원이다. 전년 대비 10.6% 떨어진 가격이다. 우리나라 쌀 자급율은 평균 94%로 수입쌀 확대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폭우, 병충해 확산은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가톨릭 농민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며 정부에게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농민의 생존권 보장 ▲밥 한공기 쌀값 300원 보장 ▲기후재난 근본대책 수립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지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2024-11-24

[사형제도 Q&A⑧] 하느님 계명 거스르는 ‘공적 살인’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8. 사형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 혹은 종교계 입장은 무엇인가요? A.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에는 교회 초기부터 분명히 사형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힙니다.(265항) 평신도 교부 락탄티우스(260~330년경)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명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가 사형을 합법으로 여길지라도 이는 하느님의 명령을 거스르는 불법이며 “공적(公的) 살인”이라고 선언합니다. 니콜라오 1세 교황(858-867)도 “무고한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죄인이 사형을 받지 않게 노력하십시오”라고 권고했습니다. 사제들을 살해한 몇몇 살인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재판관에게 살인자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말아 달라고 요구하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이 사악한 이들에게서 앞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자유를 없애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목적을 위해서는 그들을 살려 두고 또 그들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지 않으면서도 법에 규정된 강제 조처로 그들이 불온한 선동에서 벗어나 건전하고 평온한 삶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면 합니다. … 죄인들의 잔학 행위에 대하여 복수의 희열을 분출할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행위로 그들 영혼에 입은 그 죄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 주십시오.” 사형에 반대해 온 교회의 이러한 입장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통해 현대의 신앙인에게 구체적인 교리로 가르침을 전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단호히 전 세계의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하여 노력한다”(2267항)고 전합니다. 한국교회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혁 변호사를 중심으로 추영호(요한) 신부, 문장식 목사, 서성운 스님 등이 1989년 5월 10일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결성한 이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인연합이 2000년 창립됐습니다. 아울러 2001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국민들의 사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는 한편 관련 입법을 위해 필수적인 국회에서의 특별법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왔습니다. 2022년에는 7대 종단 대표가 사형제 폐지를 염원하는 공동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이었던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를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원행 총무원장(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성균관 손진우 관장(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4-11-24

어려운 이들 기댈 유일한 곳…세상 향한 헌신 다짐

군사독재를 겪으며 인권, 민주화, 평화가 사라진 한국사회에서 약자들의 손을 잡고 길 위에 섰던 사제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마르코 신부, 이하 사제단)이 50년 전 길 위에 섰던 시간을 기억하며 다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투신할 것을 다짐했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원장 함세웅 아우구스티노 신부)과 사제단은 11월 18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50년,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심포지엄 격려사를 통해 “사제단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복음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정의실현과 인권회복에 용감하고 신속하게 힘을 모아 대처했다”면서 “교구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복음화를 위해 신부님들이 보여준 열정은 전 세계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탁월하고 위대한 활동이었다”고 치하했다. 함세웅 신부는 사제단 출범과정을 회상하며 “1974년 사제단 결성은 그동안 교회의 조직과 건물 안에 머물렀던 한계를 스스로 깨닫고 한국 사회공동체의 변혁과 발전을 추동하려 했던 교회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 회개와 연대의 상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50년에 대해 “사제단은 고통받고 억울한 많은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면서 사회정의를 위한 일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했으며 사회정의와 민주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모든 의로운 시민들과 연대를 이룩했다”며 “살벌한 유신독재 치하에서 어려움에 처한 모든 이들이 찾아야 할 곳이 교회가 거의 유일한 장소였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50주년 준비위원장 김인국 신부는 사제단 2기(2000~2024) 시기에 대해 성찰했다 김 신부는 “사제단 50년의 전반부는 박정희, 전두환과 싸우며 반독재 민주화를, 후반부는 삼성그룹 이건희를 거슬러 경제민주화를 기원했다”며 “길 위에서 만난 세상은 약자들의 연대는 너무 허술하고 부실하고 일시적인데 강자들의 동맹은 너무나 강하고 조직적이고 일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께서 우리를 목자로 자임하셨고 예수님께서 그 엄청난 이름을 우리에게 물려주셨음을 생각하며 이리떼의 탐욕으로부터 양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제의 사명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에 대한 평신도의 제언에 대해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교회의 시선과 방향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 시노드 정신이라면 그런 신자들을 변화시키고 움직여 함께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초대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신자들을 위해 봉사할 사제의 직무요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시노드 정신을 한국교회에 실현하는 데 사제단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4-11-19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지적장애 자녀 5명 키우는 이원명 씨 가족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말이 늦거나 전혀 말을 하지 않기도 했고, 한 가지 습관에 집착을 보이거나 감정 표현이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자폐’라는 진단을 내렸다. ‘자폐’라는 병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지만, 어떻게든 잘 키워보겠노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첫째에 이어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그리고 막내인 다섯째까지도 정도는 다르지만 자폐에 지적장애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누구를 원망할까. 이 씨의 가슴은 무너졌지만, 정작 누구를 탓하거나 무너져 내릴 틈도 없었다. 지적장애인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힘에 벅찬 일인데, 다섯이나 되는 지적장애 아이를 돌보려니 ‘눈코 뜰 새 없다’는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한 아이에게 발생한 문제를 수습하고 있으면 또 한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저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수습하고, 수습하고, 또 수습하다가 시간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자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 밖에서 놀던 아이가 어디론가 사라져 실종신고를 하고 저녁 늦게까지 눈물을 머금은 채 아이를 찾아 헤매기도 했고, 아이의 폭력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가족에게 칼을 휘두르는 일마저 일어났다. 정도가 심했던 넷째는 이웃집 차를 손상시키는 등의 사건으로 1년간 보호감호를 받고 강제 입원치료까지 받기도 했다. 이 씨는 “아이가 실종됐을 때는 너무 걱정되고 기도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순간 주님께서 ‘네 자식이기 전에 내 자식’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고, 그러고 나서 아이를 찾았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주님께서 주신 보석이고 보물”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아이들의 폭력적 성향은 호전됐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이들이 끼친 피해들을 아직 다 배상하지 못한 상태다. 이 씨 가족의 수입은 아이들의 아빠 대건 안드레아(65) 씨가 택시 운전으로 벌어오는 120만 원 안팎의 수입과 노령연금, 지적장애 1급인 막내에게 나오는 장애연금 40만 원 정도다. 막내도 21살이 된 지금, 성인 7명 가족이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아직 아이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 생활비와 치료비 모두 도움 없이는 막막할 따름이다. 가장 큰 걱정은 집이다. 현재 월세로 살고 있는 낡은 집은 누전으로 집의 절반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보일러 배관이 낡아 물이 새는 데다, 집 곳곳에, 아이들 방까지도 곰팡이가 슬었다. 또 넷째와 막내가 폭력적 성향을 보일 당시에 창문들을 깨뜨려 창문에 임시로 비닐을 붙여놓았다. 게다가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은 상황이라 언제 나가야 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보증금도 없거니와 지적장애 아이들이 있다 보니 받아주는 집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주위에 지적장애 자녀를 둔 다른 부모님들을 보면 아이를 위해 대단히 많은 활동을 해주는데, 저희는 아주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이제 저도 60살이 넘었고,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도 모르는데, 그저 아이들이 주님을 믿고 주님 자녀로 살아가길 기도할 따름입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1월 13일(수) ~ 12월 3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11-17

장애인 죽음으로 내모는 획일적 정책 당장 멈춰야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은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강제 탈시설된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들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도대체 누구이며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사회가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가의 ‘전체주의적 탈시설 정책’으로 잊힌 ‘익명의 장애인들’에 대해 한국교회가 “탈시설 정책을 당장 멈추라”는 호소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이하 복지위)와 한국카리타스협회(이사장 조규만 주교, 이하 협회)가 11월 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마련한,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대한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에서였다. 복지위와 협회는 보건복지부가 2021년 8월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천명하고자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들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와 어긋나게, 지역사회에 지원 체계가 미비한 현실에서 중증장애인들의 퇴소 후 인권 침해 노출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중증 발달장애인, 최중증 장애인들은 일상생활은 물론 의사소통도 어려워 진정한 자립이 극히 어렵다.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시설 거주 장애인으로서의 ‘자기결정권’(헌법 제10조)을 행사하기 어렵고, 시설에 살기 원해도 강제 퇴소를 당해 감시 밖에 놓이면서 학대를 당할 수 있다. 복지위와 협회는 2022년 1월부터 실제 시범사업이 진행된 이래 자립장애인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사실에서 정책 폐기를 호소하고 있다. 퇴소 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3개월 만에 욕창에 의한 패혈증으로 죽거나, 15일 이상 변을 못 봐 장폐색으로 장을 잘라냈는데도 끝내 목숨을 잃은 장애인 당사자도 있다. 또 서울시의 탈시설 전수조사 내용에 따르면 거주시설을 나온 장애인 700명 중 최소 24명이 제대로 된 돌봄 밖에 놓여 사망했다. 조사 참여자 중 136명이 타인에 의해 퇴소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위와 협회는 정부가 이러한 현실에도 “정책 평가, 재발 방지, 피해 배상보다 사업 연장, ‘정기적 인권 전수 조사’를 명목으로 교회 품 안의 장애인 및 종사자들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입장문에서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시설 정책을 당장 멈추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기관과 민간이 함께 전국적 전수조사를 해 그 결과를 공개할 것 ▲결과를 통해 드러난 피해 장애인들에 대한 근본적 보호 방안과 보상 등 종합 대책을 세울 것 ▲정책에 연루된 부정부패 및 비리 개인·단체들을 인권과 장애인 복지 사업에서 영구히 퇴출시킬 것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후견인 제도에 전 국민이 관심을 갖게 하는 신뢰성 있는 노력 ▲일상생활 및 의료적 돌봄의 전문기관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전문성 확보 및 안정을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2024-11-17

[사형제도 Q&A⑦] 타당한 조건 따른 상대적 종신형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7.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사형이라는 최고형을 내리는 것인데, 사형제를 폐지하면 그에 맞는 처벌이 무엇이 있을까요? 사람 목숨을 빼앗는 형벌만큼 강력한 벌이 있을 수 있을까요? 사형제를 대체하는 형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형이 집행돼 교수형으로 사형수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시적입니다. 사형수들은 오히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감옥생활보다 빨리 집행돼 죽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형을 대체할 형벌의 경우, 종신형이 언급됩니다. 종신형은 절대적 종신형과 상대적 종신형이 있습니다.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의 가능성 없이 수형자가 자연사할 때까지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입니다. 수형자를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는 점에서는 사형과 다를 바가 없으나 국가에 의한 제도적 살인을 피하고 사형과는 달리 오심의 불가역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사형보다 나은 제도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수형자의 개선과는 무관하게 그를 자연사할 때까지 수감하므로 수형자의 생을 종식시키는 방법과 시기만을 달리할 뿐 사형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형벌입니다. 아울러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경우에 사형과 마찬가지로 인권에 대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다른 대체 형벌은 상대적 종신형입니다. 절대적 종신형의 위헌소지 때문에 사형을 대체할 수 있는 형벌로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종신형이 법리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상대적 종신형에서 가석방의 구체적 조건, 특히 가석방이 가능한 최소복역 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경희대 법대 주호노 교수의 「사형제도의 폐지와 그 대안에 대한 소고」에 따르면 ‘최소복역 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하거나, 가중된 무기형이 상대적 종신형으로 타당하므로 최소복역 기간을 25년으로 해야 한다’, ‘무기형에서는 20년이 지나야 가석방할 수 있고(형법 제72조 제1항) 유기형이 최고 30년인 점을 감안할 때 최소 30년의 복역기간이 지나야 가석방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형제 폐지에 부정적인 국민의 정서, 피해자의 응보감정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 종신형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으려면 가석방의 조건으로 피해자의 동의와 종신형 수형자가 복역기간 중 20년 이상을 교도작업에 참가해 받은 작업상여금 중 상당금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것을 가석방의 조건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무기징역도 상대적 종신형과 사실상 같은 개념입니다. 무기징역의 경우 25년 복역한다면 가석방을 신청해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극형의 상징으로 순화된 사형제의 기능은 종신형으로 대체가능합니다. 사형이 확정된 수형자에 대한 사형을 사실상 영구히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내일의 희망도 없이 살아가도록 하는 것보다는 가석방의 희망을 품고 도덕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범죄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수 있습니다.

2024-11-17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