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평위, 경북 성주서 ‘한반도 평화’ 위한 미사 봉헌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6월 16일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옆 천주교 상황실에서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 주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소성리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후 미군 사드(THAAD) 포대 앞에서 평화 행동을 전개했다. 소성리 평화미사는 2017년 3월 처음 시작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중단됐다가 2022년부터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소성리 주민들과의 연대를 표하고, 반대 투쟁 중 선종한 고(故) 조현철(프란치스코) 씨 등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날 미사에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시몬) 신부, 부위원장 김비오(비오) 신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JPIC분과장 박신자(여호수아) 수녀 등 10여 명이 함께해 소성리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하성용 신부는 강론에서 “하느님의 구원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잘못한 사람은 용서와 화해를 청하고,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기를 선택했을 때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이상적인 말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2016년 소성리가 사드 배치지로 결정된 뒤 2017년 관련 장비가 소성리에 들어섰으며, 2023년 6월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됐다. 지역 주민들은 일방적인 추진 절차, 고출력 전자파에 따른 건강·환경 악영향, 소음으로 인한 일상 침해,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을 이유로 미군 사드 포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방치된 빈민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오승원 이냐시오 신부)가 태국 도시 빈민가 미얀마 출신 이주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돕는 ‘함께 달리는 희망 버스’ 캠페인을 시작했다. 방콕대교구가 운영하는 ‘성 안나 가톨릭 이주민 센터’(이하 센터)의 낡은 통학 차량을 교체하고,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금 행사다. 센터는 태국 교육법상 정규 교육기관에 입학할 수 없어 긴 시간 홀로 방치돼 각종 위험에 노출된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가정의 아이들을 교육하고 오후까지 돌보고 있다. 센터가 있는 사뭇사콘주(州) 타찐 산업지대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가 밀집한 대표적 도시 빈민가로 노동·생활 환경이 열악하다. 맞벌이하는 부모가 종일 출근한 사이 자녀들은 보호자 없이 인신매매나 아동 노동력 착취 등 인권 침해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노후하고 위험한 통학 차량의 교체, 책상과 의자 등 기본 기자재의 구비, 그리고 낙후된 센터 시설의 개보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센터에서는 20년이 넘은 낡은 승합차를 통학용으로 사용 중이다. 특히 한 대는 제작된 지 40년이 된 차량으로, 문이 오래전에 고장 나 운행 중에도 문이 갑자기 열릴 위험이 있어 탑승자가 안에서 계속 손으로 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센터는 각종 해충, 독사 등의 위협이 있는 열대 늪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이 차량 없이는 올 수 없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집이 너무 멀어 걸어서는 통학이 불가능한 학생이 많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아 센터 정원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정원을 초과해 통학 차량을 운행하는 일이 잦아지며 아이들의 안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센터에서 일하는 이 바울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는 “특히 등교 때 도중에 차가 서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들을 어떻게 할 수 없어 막막하다”며 “더욱 비좁아지는 교실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아이를 받을 수 있을까 늘 가슴 아프기에 캠페인 소식은 절망 속에서 만난 한 줄기 빛과 같다”고 전했다. 캠페인은 7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오승원 신부는 “아이들이 더는 위험하지 않게 교육받고 보살핌받으며 마음껏 꿈을 키워 고국과 지구촌의 미래를 일구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꿈을 함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5-804-784354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문의: 02-774-3488 ※‘함께 달리는 희망 버스’ 캠페인 안내 페이지: https://www.ohob.or.kr/html/dh_board/views/4158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4면

서울 경찰사목위, ‘전국 경찰교우 가족캠프’ 성료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위원장 김형균 스테파노 신부, 이하 위원회)가 6월 6일부터 8일까지 전남 목포 한국레지오마리애 기념관에서 2025년 희년 기념 ‘전국 경찰교우 가족캠프’를 개최했다. 캠프에는 서울·광주·부산·인천·전주·청주교구 경찰교우와 가족 121명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근무 특성상 신앙 활동이 어려운 교우들에게 희년을 소개하고, 교구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번 캠프를 기획했다. 특히 올해는 광주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가 담당하는 해양경찰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했고, 캠프 기간도 기존 2일에서 3일로 확대했다. 캠프에서는 ▲백일장 ‘폭싹 속았수다, 경찰!’ ▲인생네컷 사진을 남기는 ‘희망의 순례자들’ ▲바다를 배경으로 담소를 나누는 ‘목포는 항구다’ 등 교우들이 각종 사건·사고의 최전선에서 마주하는 고충 속에서도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김형균 신부는 “내년에는 더 많은 분을 가족캠프에 초대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협조를 바란다”며 "각 교구에 돌아가시더라도 짧은 기간이나마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 안에 주님이 항상 계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음을 주위 교우들과 나눠 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 강민숙(엘리사벳) 씨는 “업무 변경으로 일이 많아져 캠프에 오는 것을 고민했는데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면 그것을 다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씀조개를 뽑고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간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4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한 평 남짓 방에서 두 아이 키우며 투병 중인 함홍남 씨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 잔 지 2년째입니다.” 성인이 허리를 깊이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한 평 남짓한 공간. 함홍남(51) 씨는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미용실 구석의 좁은 계단 8개를 올라 그곳으로 향했다. 집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협소하다. 씻을 수도, 밥도 해 먹을 수 없다. 그의 일터인 미용실 천장을 뜯어 마련한 ‘생활 공간’이다. 함 씨는 아파트 상가에 세 들어 미용실을 하고 있다. 5년 전 이혼 후 이곳으로 와 12살 딸, 10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미용실을 열었지만 개업과 동시에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다. 곧바로 플랫폼 노동에 나서 낮에는 미용사로, 새벽에는 배달 노동자로 일했다. 점심마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어려운 노모의 식사를 챙겼다. 그렇게 잠도, 끼니도, 쉴 틈도 없이 버틴 시간들. 그 무게는 결국 그의 몸에 병으로 남았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심장 만성질환, 고혈압, 당뇨를 한꺼번에 진단받았다. 고정 수입이 없어 생계 부담은 늘 크다. 어린 두 아이와 노모를 돌봐야 하기에 미용실은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둘째가 자주 아빠를 찾아 새벽 배달 일도 꾸준히 하기 어렵다. 월세와 생활비, 교육비, 병간호비까지 매달 300만 원이 넘는 고정 지출은 결국 빚으로 쌓이고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마저 언제 잃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쇄골이 부러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핀 7개를 몸에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수술비도 문제지만, 회복 기간 동안 생계가 끊기는 게 더 두렵다. 다행히 두 살 터울의 남매는 방과 후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한울이네 공부방’에서 수도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까지 챙겨 먹고 돌아온다. 덕분에 함 씨는 끼니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주방도 식기도 없는 집에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사온 인스턴트 음식이다. 화장실도 없어 상가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 매일 샤워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다. 재작년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한 평짜리 공간에서 셋이 나란히 잠들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함 씨는 혼자 미용실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한다. 첫째는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둘째는 새벽에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클 때까지 여기서 살 줄은 몰랐어요.” 함 씨는 아이들을 위해 단칸방이라도 사람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째가 밤에도 혼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게 되면서, 이틀에 하루꼴로 새벽 배달을 나갈 수 있게 된 건 함 씨에게는 작은 위안이자 희망이다. 그렇게 한 달에 100만 원을 번다. 함 씨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한 한울이네 공부방 대표 전민아(살레시아) 수녀는 “함 씨는 심장 질환이 있어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두 아이와 노모를 혼자 돌보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함 씨 가족에게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6월 11일(수) ~ 2025년 7월 1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4면

‘현대 가톨릭 우파’ 형성 원인은…‘가톨릭 통합주의’ 조명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는 6월 7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가톨릭 우파의 형성과 귀환, 인테그랄리즘과 그 유산’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손민석 박사(조선대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중세 인테그랄리즘(Integralism)의 사상적 뿌리부터 현대 미국 가톨릭 우파의 부상까지를 짚으며, 최근 떠오르는 인테그랄리즘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신학적·정치적 대안 모색이라고 진단했다. 인테그랄리즘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비판하며 국가 권력이 교회의 도덕적 권위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가톨릭 전통 사상으로, '가톨릭 통합주의'라고도 불린다. 손 박사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인권국을 폐지하고 자연권국 신설을 추진하는 모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서구 전통 가치를 다시 수용하려는 흐름은 자유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어 “절차와 중립성만을 강조해 온 자유주의는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했고, 공동체 해체와 삶의 의미 상실이라는 실존적 불안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박사는 인테그랄리즘이 종종 극우 정치와 동일시되는 현실을 경계하면서 “단지 극우의 전유물이 아닌 포스트 자유주의적 흐름에 따른 하나의 대안”이라며 “이 흐름은 신학적, 정치적, 실존적 측면에서 작동하는 복합적 현상”이라고 전했다. 손 박사는 “프랑스혁명 이후 세속적 정치 이념이 부상하면서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가톨릭 인테그랄리즘이 등장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19세기에는 근대 자유주의와 세속주의에 반대하며, 가톨릭의 진리를 사회 전반에 통합하려는 흐름이었고, 20세기에는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에서 극우 파시즘과 결합해 전개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종교의 자유를 선언하고 정교 분리를 수용하면서 ‘국가 위의 교회’ 모델에 제동을 걸었다”며 “그 과정에서 인간 존엄성과 다원주의 담론이 확산됐고, 인테그랄리즘이 보다 자유민주주의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민(요한) 신부는 “신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인테그랄리즘은 근대 시기 동안 분리되고 주변화됐던 신앙의 세계를 복원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왜 지금 이 시점에 미국에서 인테그랄리즘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가”라며 “이는 방향성을 잃은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전통에 대한 깊은 향수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3면

인천 갈산종합사회복지관, “소통·연대로 ‘사람과 마을’ 연결해요”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갈산종합사회복지관(관장 백진희 프란체스카, 이하 복지관)은 2024년부터 ‘인천시 찾아가는 복지시범특화사업’ 일환으로 고립된 중장년 남성들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사잇길’(사람과 마을을 잇는 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천 부평구 내 40~60대 고립 가구를 발굴해 관계 단절과 은둔으로 인한 고립감을 완화하고, 지역사회와의 관계망 회복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사업 대상자들은 갈산동과 청천동 두 그룹으로 나뉘어 거점 공간에서 ▲경청 모임 ▲목공, 요리, 원예 등 공동체 활동과 자조 모임 ▲나들이 및 문화 체험 등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주민 문화공간, 협동조합 공방 등의 거점 공간은 지역 내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비롯한 마을공동체들과의 협약을 통해 마련했다. 매달 1회 2시간 진행되는 ‘경청 모임’은 테이블 없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을 소개하고, 타인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다. 오픈다이얼로그(open dialogue, 당사자가 사회적 관계망과 함께 회복의 대화를 나누는 정신 건강 서비스 모델)를 접목해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건강한 소통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참여자들은 전문 강사로부터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 교육을 받고 있다. NVC의 네 가지 핵심 요소인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을 실생활에 적용함으로써 평가나 비난 없이 상황을 관찰하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인식하며, 이를 긍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소통 능력을 키우고 있다. 5월 20일 복지관에서 열린 경청 모임에 참석한 이석규(67) 씨는 “예전에는 대화 중 옳고 그름에만 집착하다 갈등이 생겨 위축되곤 했다”며 “공감의 방법을 배우면서 다름이 오히려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서로에게 자신을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일마다 만나는 교회 신도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덧붙였다. 복지관은 6월 11일부터 중장년 여성 대상 경청 모임 등 집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백진희 관장은 “중장년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대화와 상호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고립된 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잇길’을 넓혀 가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4면

100차 맞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

기도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기억하며 10년 간 이어진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윤병길 요한 세례자 신부)의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가 100차를 맞이했다. 서울 사회사목국은 5월 29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제100차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연대와 참여의 힘을 믿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했다. 서울 사회사목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 당시 보여준 가난한 이들과 난민,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사랑과 연대의 의미를 이어받기 위해 2015년 3월 첫 미사를 봉헌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성주간 등을 제외하고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미사를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 통일을 위해 힘쓴 고(故) 조성만(요셉) 열사, 세계의 난민들, 무력 분쟁과 자연재해 희생자, 환경파괴로 고통받는 이들 등 동시대 기도가 필요한 존재들을 기억하며 미사가 봉헌됐다. 교회가 사회 곳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곁에 자리하고, 하느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음을 드러내는 전례로 의미가 깊다. 미사를 주례한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는 강론에서 “정평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을 전하고, 민족 간 정의를 촉진하기 위해 성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설립된 단체”라며 “인권과 사회 정의, 평화와 생명 존중 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신부는 “오늘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첫날이고, 투표는 선거 때만 고개 숙이는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공선을 우선시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차기 대통령이 공동선의 정신에 입각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노력해줄 것도 요청했다. 미사에 참례한 박영인(루치아·서울 양천본당) 씨는 “사회교리학교 27기를 마친 후 함께 졸업한 동문들과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며 “신앙인으로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기억하고 함께하는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사회사목국은 앞으로도 주거권 문제로 더욱 가난해진 이웃들, 고공 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들, 이 땅의 참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정의·평화·창조 보전 활동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와 기도를 이어가며 사회교리의 가르침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6면

“반복되는 노동자 죽음, 구조적인 생명 경시 결과”

“되풀이되는 산재 사고는 기업의 무책임과 생명경시 문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경기도 시흥 SPC 시화공장에서 5월 19일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종교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통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이하 3대 종교)는 5월 27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SPC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살인기업 SPC 규탄 3대 종교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김시몬 신부 등 각 종교 관계자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임종린 지회장, (사)김용균재단 권미정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3대 종교 성직자들은 공동선언문에서 “SPC 시화공장에서 또 한 명의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며 “지난 2022년, 2023년 두 건의 사망사고 이후 SPC는 여러 차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은 단지 현장의 부주의가 아니라 구조적 생명경시의 결과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지, 누가 이 죽음을 책임져야 하는지, 왜 노동자의 안전은 늘 뒷전인지 SPC에게 묻는다”고 소리를 높였다. 성직자들은 또 “종교의 가르침과 도리에 따라 고통받는 노동자의 편에 서서 종교인으로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SPC 허영인 회장 사퇴 ▲SPC 경영진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SPC의 기업 차원의 실효성 있는 근본대책 수립·공개 ▲정부가 중대 재해에 대한 수사 진행과 송치 관련 상황을 밝히고 최고책임자를 수사·처벌할 것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SPC 그룹 내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2년 10월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2023년 8월에는 경기도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이 밖에도 알려진 SPC 계열 공장에서의 부상 사고만 4건에 달한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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