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등 획일적 방법 아닌 장애인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필요”

탈시설 정책은 현재 유일한 장애인 자립생활의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2022년 실제 시범사업 시행 후 속출한 장애인 사망 사례처럼 가장 취약한 중증 장애인을 돌봄 사각지대와 인권 유린으로 내몬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립 지원 주택과 활동 지원 서비스 모델 또한 ▲24시간 상시적 전담 돌봄 ▲고도의 개별화한 의료와 재활 서비스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적 전문 대응 등 중증 장애인에게 불가결한 돌봄 욕구를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주도적 삶을 보장하려면 탈시설 강행보다 장애인 자립생활과 자기 옹호를 적극 지원하는 공간으로의 거주시설 변화가 답이 아닐까.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1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자립생활과 자기 옹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회복지, 장애인 시설, 법 분야 전문가·종사자로 이뤄진 발제·토론자들은 “획일적 해결책이 아니라 장애인 개별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개인별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상용 교수는 “스스로 선택·결정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갖는 것이 자립의 핵심’”이라며 “‘시설’ 대 ‘지역사회’ 이분법을 넘어 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과 자기 옹호 능력을 향상하고 개인 선택과 의사를 존중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 당사자이자 수십 년간 거주시설에 있었던 경기도장애인시설협회 김광식 회장은 “중증·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중층적 돌봄 욕구를 지역사회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 탈시설 정책의 최대 취약점이 있다”며 거주시설의 혁신적 전환과 ‘지역 돌봄 허브’ 모델 구축을 제안했다. 김현아 회장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전문시설 확보 ▲전문 인력 양성 ▲생활 환경 개선 ▲복지-의료-교육 통합지원체계 구축을 내용으로 구상 중인 ‘장애인 거주시설 선진화법’(가칭) 제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통합돌봄센터에서 인력 부족을 이유로 최중증 자폐성장애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은, 센터가 거주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임무영 변호사는 올해 10월 다시 발의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임 변호사는 “탈시설지원법과 종전 법률안과의 차이는 탈시설을 법률적으로 의무화하고, 불이행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조항까지 규정돼 있다는 데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회 적응 강요가 오히려 고문으로 느껴질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강제 퇴소는 형법적 관점에서 유기치사상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좌장을 맡은 가톨릭사회복지연구소 소장 김성우 신부(이사악·청주교구 충북재활의원 원장)는 “자립을 단순히 독립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오해하고 거주시설 폐쇄를 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전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새로운가·필요한가’ 사업 펼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대표이사 윤병길 요한 세례자 신부, 이하 복지회)가 주관하고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윤병길 신부, 이하 한마음한몸)가 후원하는 노후 사회복지시설 환경개선 사업 ‘새로운가(家)’와 ‘필(必)요한가’를 통해, 올해도 복지회 산하 시설들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이용인에게 보다 안전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복지회는 11월 4일 사업 지원시설인 서울 증산동 바오로교실 보호작업장·주간보호시설(이하 재활센터)에서 회장 정진호(베드로) 신부 주례로 현판·축복식을 거행했다. 바오로교실 재활센터는 발달장애인 이용인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재정적 제약으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복지회는 해당 시설을 공간 개선 분야의 ‘새로운가’와 필수재 지원 분야의 ‘필요한가’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지원했다. 보호작업장(시설장 조성애 크리스티나)은 두 사업에 모두 선정돼 1719만 원, 주간보호시설(시설장 한현미 루치아)은 새로운가 사업을 통해 548만 원의 지원을 각각 받았다. 이를 통해 재활센터 내 낡은 프로그램실 바닥재, 생산품 작업대, 식당 테이블과 의자, 신발장, 세면대 등이 교체됐다. 10년 넘게 사용한 프로그램실 바닥재는 들뜸과 균열로 안전사고 위험이 컸고, 식당의 테이블과 의자, 신발장 등은 20년 이상 지나 노후화와 오염이 심각했다. 파손된 세면대는 수차례 임시 수리를 거쳤으나 반복적으로 고장이 발생했다. 목재로 된 작업대 역시 상판 휘어짐과 낮은 높이로 인해 작업에 불편을 초래해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정진호 신부는 축사에서 “낡은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한마음한몸에 감사드린다”며 “물리적 환경개선은 이용인의 안전은 물론,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복지회는 산하 노후 시설의 ▲가시적 환경개선 ▲이용인 안전성 확보 ▲시설 환경에 대한 긍정적 인식 개선을 목표로 2024년부터 ‘새로운가’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공간 개선은 ‘새로운가’, 필수재 지원은 ‘필요한가’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2년간 사업을 통해 총 74개 시설이 지원받았다. 올해는 11월 기준 총 31개 시설이 한마음한몸의 2억8000여만 원 규모 후원금으로 노후 환경을 개선하고 운영 필수재를 갖췄다. 사업은 시설당 최대 5000만 원(인준 시설은 2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복지회는 12월까지 현장조사·결과보고 등을 통해 사업 효과를 체계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바오로교실 재활센터는 1983년 설립된 중증 발달장애인 시설로 1994년 준공된 현재 건물에 보호작업장과 주간보호시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35명을 포함해 40여 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보호작업장에서는 직업교육과 직업적응훈련, 누룽지 과자 생산·판매 등 작업 활동이, 주간보호시설에서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주간 돌봄과 재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4면

한국가톨릭교정사목전국협, ‘정기 희년 교정 사목 국제대회’ 참가

한국가톨릭교정사목전국협의회(회장 유정수 루카 신부) 한국 대표단이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인도 케랄라주 코타망갈람교구 니르말라 신학·영성교육센터(NESTT)에서 열린 ‘2025년 정기 희년 교정 사목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정기 희년을 기념해 교정사목 인도본부(Prison Ministry India, 이하 PMI)가 ‘쓰러진 인간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를 주제로 개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구체적인 친밀감의 징표를 보여 주기 위하여, 저는 교도소에서 성문을 열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대회는 이러한 교황의 희년 정신을 교정사목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교정사목 국제대회는 1993년 네덜란드, 1996년 폴란드, 1999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바 있으며, 2000년대 이후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에는 인도를 비롯해 필리핀·싱가포르·스리랑카·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서 300여 명의 사제·수도자·평신도가 참가해 각국의 교정사목 사례와 경험을 공유했다. 한국대표단은 이그레고리오 신부(그레고리오·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유영 신부(스테파노·전주교구 교정사목), 강미숙 수녀(필립보·대전교구 교정사목부)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대표단은 교정시설에서 나타나는 과밀 수용과 정신건강 악화를 한국 교정사목의 주요 과제로 전하고, 한국교회 각 교구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교정사목 활동을 소개했다. 또 홍삼 캔디와 믹스커피, 나무로 만든 묵주 등을 나누며 한국 문화도 알렸다. 강미숙 수녀는 한복을 입고 한국 전통 민요 ‘홀로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선보였다. 강 수녀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인도의 ‘수용자 자녀를 위한 학교’ 사례를 보며,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느꼈다”며 “교도소 안에서뿐 아니라 한국 사회 안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사목 방향을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PMI는 2000년 인도주교회의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단체로, 7000여 명의 사제·수녀·자원봉사자가 소속돼 있다. 인도 전역 1400여 개 교도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미사와 고해성사, 상담 등 영적·사회적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4면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30주년 맞아

경인 지역 최초로 설립된 호스피스 기관인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30주년을 맞이했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병원장 박익성 요한 사도)은 11월 7일 병원 성요셉관 대강당에서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이경장(바오로) 주교 주례로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개소 30주년 기념미사와 기념식을 열고,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가톨릭 호스피스 사명으로 헌신해 온 의료인·봉사자들의 노고를 되새겨 앞으로도 환자들이 존엄한 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기념식에는 가톨릭학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주요 보직자,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타 병원 호스피스 관계자 등 주요 내빈과 부천성모병원 교직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병원 영성부와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합창한 <혼자 걷지 않을 거에요>는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경상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환자가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거룩한 사명”이라며 “숱한 어려움 속에도 가톨릭 영성과 생명 존중 정신으로 그 사명을 수행해 온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의 여정이 계속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경기도·인천 최초의 호스피스 의료 기관으로 1995년 9개 병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말기 암 환자와 가족에게 신체·정신·사회·영적 돌봄을 실천하며, 인간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사명을 이어왔다. 200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말기 암환자 호스피스사업기관’ 및 ‘암환자 완화의료기관(호스피스병원)’으로 지정됐으며, 2016년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는 부천시 유일의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에는 병원 내에 완화의학과를 신설해 전문성과 체계성을 더욱 강화했다. 현재 센터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학제적 팀을 중심으로 환자의 고통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있다. 지난 30년간 12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요일별로 기도·마사지·침상 준비 등을 돕는 등 현장에서 함께해 왔다. 1만7000여 건이 넘는 후원도 센터와 의료인·봉사자들이 사명을 실천할 버팀목이 돼왔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1만2000여 명 환자가 센터의 돌몸을 받으며 평안한 임종을 이뤘다. 센터는 음악·미술·원예 요법 치료와 가족사진 촬영, ‘맞잡은 손’ 석고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환자와 가족이 사랑 속에 마지막 여정을 준비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환자에게는 의료·간병·장제 비용을 지원하며, 사별 가족 모임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등 ‘전인적 치료’를 실천하고 있다. 병원 영성부원장 김범준(요한 세례자) 신부는 “앞으로도 환자 한 분 한 분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사랑과 돌봄 속에 마지막까지 삶의 의미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입력일 2025-11-12

“희생자 179명 기억합시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희생자 179명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추모미사가 11월 2일 위령의 날 무안국제공항에서 봉헌됐다. 민세영(시몬·광주대교구 무안본당 주임) 신부가 주례하고 박공식 신부(보나벤투라·광주대교구 금호동본당 주임), 이요한 신부(요한 사도·광주대교구 노안본당 주임), 문정현 신부(바르톨로메오·전주교구 성사전담), 유영 신부(스테파노·전주교구 사회사목국 부국장)가 공동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와 신자, 유가족 등 200여 명이 참례했다. 민세영 신부는 미사에 앞서 참사로 희생된 179명 중 예비신자 2명을 포함한 신자 17명의 이름과 세례명을 한 명씩 부르며 그들의 영혼을 기억했다. 박공식 신부는 강론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과정을 지켜보시고,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을 가슴에 묻으신 성모님만이 유가족들의 마음을 가장 깊이 이해하실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며 “오늘은 성모님의 마음으로 돌아가,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으로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돼, 유가족들과 우리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과 법령이 마련되고, 유가족들이 이 아픔을 가슴에 묻을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자”고 당부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김유진 대표는 “유가족들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속에서 지난 10개월을 지옥처럼 살아왔다”며 “정부가 이번 참사를 단순 사고로만 치부하려 하는 현실이 더욱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고의 전 과정이 명확히 밝혀지고, 다시는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희에게 유일한 위로”라며 “오늘 이렇게 찾아와 함께 기도해 주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유가족 협의회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 마련과 유가족의 조사 및 검증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김유진 대표는 “그동안 단 한 줄의 진실도, 단 한 장의 자료도 받지 못했다”며 “국토교통부 소속 사고조사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유가족에게 그 어떤 정보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날 봉헌된 추모미사를 계기로 희생자들을 위한 정기 미사도 시작됐다. 미사는 참사 1주기인 12월 29일까지 매주 주일 오후3시 무안국제공항에서 봉헌될 예정이다. 한편 유가족 협의회는 11월 1일 서울 용산역 앞 잔디광장에서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침묵 행진을 벌인 뒤 대통령실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4면

서울 한빛·인천 심곡 종합사회복지관 30주년 기념행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한빛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원석 베드로 신부)은 10월 31일 복지관 강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설립 30주년 기념미사와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 중에는 한빛장애인주간이용시설 이용자들과, 남·북한 주민이 연합한 남북어울림합창단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장기근속 직원, 특별 공로자 등 유공자들에 대한 표창도 진행됐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축사에서 “신월동 주민과 북향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수행해 온 복지관 여러분의 노고를 크게 치하한다”며 “가톨릭 사회복지 정신을 구현한 전문적 사회복지 활동을 앞으로도 펼쳐달라”고 격려했다.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심곡동종합사회복지관(관장 연정준 요셉 신부)도 11월 1일 부천 마루광장에서 개관 30주년 기념식과 비전 선포식, 문화나눔 콘서트를 열었다. 행사에서는 새 비전을 상징하는 캘리그래피 퍼포먼스, 주민 참여 무대 및 전문 공연, 사업설명회 등이 진행됐다. 복지관과 동행하는 지역 공동체와 단체들이 기획한 작품 전시, 캠페인 소개, 만들기 프로그램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부스도 운영됐다. 행사장에는 위기가구 생계비 지원 모금 부스가 설치돼 부천시 내 긴급·위기 가구를 위한 2026년 기획 모금 캠페인도 진행됐다. 복지관은 캠페인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가정들에 대한 신속하고 안정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빛종합사회복지관은 가톨릭 사회복지 정체성에 따라 북향민 등 지역 주민 복지를 넘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자살 예방과 고독사 예방 등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을 구현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심곡동종합사회복지관은 문화, 환경,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주제에 따라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계획·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단순한 소외계층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나눔 문화까지 촉진하는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4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간세포암종으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 오마르 씨

“어느 날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응급실을 찾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진찰하더니 간세포암종과 문맥혈전증이라고, 최소 1년은 항암 치료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본국에 있는 아내와 딸들의 생활비와 교육비를 벌어야 하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못 하게 됐어요. 멀리 떨어져 지내는 슬픔을 겨우 견디고 있는데,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지도 못하는 상황이 괴로워요.”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만난 이주노동자 오마르(가명·53) 씨는 암으로 인한 고통보다 가족들이 겪을 가난의 고통에 더 아파하고 있었다. 정치적 박해로 모국을 떠나 2018년 난민 비자(G-1)로 한국에 입국한 오마르 씨는 20여 년 전 결혼한 아내와 슬하에 6명의 딸을 두고 있다. 가족의 유일한 소득원인 그는 한국 생활을 하는 동안 전기차 배터리 공장, 목재 공장, 유리 공장 등에서 일하며 번 돈 대부분을 가족들에게 보내고, 남은 돈으로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암이 발병한 뒤로는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야 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일을 할 수 없다. 의사의 진단에 따르면 오마르 씨는 1년 이상 3주 간격으로 항암 혹은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고, 경과에 따라 수술도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한 번 치료에 들어가는 돈은 자그마치 700만 원 이상이다.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가족들을 위해 쓰려고 모아둔 돈마저도 다 쓸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 부담은 치료가 거듭될수록 가중되고 있다. 오마르 씨의 몸에는 성한 곳이 없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두 차례 산업재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2022년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일할 때 로봇에 치여 등을 다치고, 척추뼈 3개가 부러졌습니다. 1년에 걸쳐 치료받았지만, 후유증이 남아 여전히 허리가 아픕니다. 2023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차에 치여 무릎 십자인대, 왼손 약지, 코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수술 부위에는 힘이 잘 안 들어가고, 수시로 저려옵니다. 사고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도 전에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그 소식을 들은 아내는 그만 울며 쓰러졌습니다.” 사고의 후유증보다도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 것은 본국으로 송환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오마르 씨는 현재 망명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망명이 승인되기 전까지는 3개월마다 비자 갱신을 해야 하는데, 갱신이 허가되지 않으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그는 “지금 본국에 돌아가면 감옥에 갇히고, 가족들도 정부의 박해를 받게 된다”며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저를 가장 괴롭힌다”고 토로했다. 오마르 씨의 몸과 마음은 모두 지쳐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주변의 배려와 신앙 덕분에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은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이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도움을 주는 분이 많아 잘 적응할 수 있었다”며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주신 전능하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지금까지의 고통을 극복할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오마르 씨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이 가르치신 ‘이웃 사랑’이다. 건양대학교병원 원목 담당 김재준(알베르토) 신부는 “오마르 씨는 지금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며 “그가 삶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웃과 독자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모금기간: 2025년 11월 5일(수) ~ 2025년 11월 25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4면

진정한 연대 기반한 국제개발협력 방안 모색

국제개발협력 패러다임은 공여국 중심의 일방적 지원에서 현지 주민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현지주도개발’(Locally-Led Development)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국제개발협력도 과거 원조 제공자로부터 경험한 하향식 원조 구조를 벗어나 진정한 연대에 기반한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을 찾을 요구를 받고 있다. 해외원조 사업 수행 주체와 방식의 변화, 여러 현실적 과제 앞에서 한국교회는 어떻게 그 요구에 응답할 수 있을까. 가톨릭꽃동네대학교(총장 이종서 보니파시오, 이하 꽃동네대)는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이하 한국 카리타스)과 함께 10월 31일 줌(Zoom) 화상으로 개교 27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기관·단체의 국제개발협력 현황 연구 결과를 살피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참여와 상호성을 기반으로 한 개발협력 모델 재정립 ▲세이프가딩(Safeguarding, 취약계층 보호책임) 국제 기준 반영과 제도화 ▲세계시민 교육 확대 필요성에 공동 인식을 모았다. 한국 카리타스와 꽃동네대 카리타스복지연구소(소장 도건창 요한 교수)가 전국 209개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공동 수행한 ‘2025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및 국제개발협력 현황 실태 보고’에 따르면, 한국교회 해외원조 사업은 간접 사업이 75%, 직접 사업이 19%로 간접 사업 수와 지원금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이는 과거 수도회 중심의 현장형 사목에서 전문 기관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 구조로 사업 수행 방식이 변화 중임을 보여주는데, 전문성과 효율성은 높아져도 복음적 관계성과 현장성은 약화될 위험도 시사한다. 현실적 과제로는 ▲인력과 재정의 제한 ▲대외적 가시성 부족과 파편화한 협력 구조 ▲공동 규범의 공백이 제시됐다. 보고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46개 기관·단체 중 수행 인력 관련 질문에 응답한 기관·단체는 31개로, 그중 18개(58%)가 ‘사업 담당 인력이 없다’(5개, 16.1%) 또는 ‘1명’(13개, 41.9%)으로 응답했다. 각 조직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상호 조정이 가능한 장이 없어 사업이 산발적이고 중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파트너 기관과 서면 약정을 하는 단체가 46개 단체의 절반가량(20개, 57.1%)이고 협약서에 세이프가딩을 명시하는 단체도 전체의 23.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지 주도 개발 패러다임의 핵심인 상호 책임성, 현지 주인의식 등을 구체적으로 보장할 수 있게 해줄 명문화 규범과 실행 구조가 미비한 기관·단체가 많음을 나타낸다. 도건창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한국교회 국제개발협력 모델의 강점인 헌신적 동반은 현지 파트너를 공동 창조자가 아닌 수동적 수혜자로 위치시킬 수 있어 새로운 현지주도개발 중심 시대에는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환 신부(안토니오·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주제 발표 토론에서 “해외원조 담당 인력이 1~2명에 불과한 기관은 전체의 60% 이상, 세계시민 교육을 실시한 기관은 20% 미만으로, 국제개발협력이 교회 전체의 사명이 아니라 일부 기관의 전문 영역으로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본당, 신학교, 대학 안에서 신자들이 세계시민적 영성을 함양하도록 적극 교육하고,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자와 시민이 공동 참여하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 방향으로는 ▲상설 허브 설립 등 국제개발협력 주체들 간 시너지를 촉진하는 네트워크 전략 ▲구속력 있는 윤리적 파트너십 강령 공동 제정, 신자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야별 실무 그룹 개발 등 인적 자원과 지식에 대한 공동 투자 ▲참여형 글로벌 시민 교육 확대와 본당·단체와 현지 공동체 직접 만남 활성화 등 글로벌 연대 플랫폼으로의 교회 환경 재구성 등이 제안됐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6면

서울 정평위, 제30회 가톨릭 ‘교회와 세상’ 강연회 개최

부당한 명령에 맞서는 양심의 힘을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는 10월 2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명령과 양심’을 주제로 제30회 가톨릭 ‘교회와 세상’ 강연회를 열고, 법과 신앙의 관점에서 양심의 의미를 성찰했다. ‘명령과 양심-법률적 측면에서’ 제목으로 강연한 이석태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헌법 제19조가 규정하는 양심의 자유를 근거로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을 권리를 주장했다. 이 전 재판관은 “과거 헌재의 판례들을 살펴보면 개인의 양심을 표현하는 것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권리”라며 “우리가 저항해야 한다고 느끼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는 복음 말씀을 묵상하듯이 내면의 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재판관은 불복종 시민 운동의 역사적 사례들을 언급하며 양심에 따른 저항이 비폭력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비폭력인 방식으로 흑인 인권 운동을 전개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인종 간 버스 좌석 차별을 위헌으로 판결하도록 이끌었다”며 “그는 폭압적인 로마 법 집행에 평화적으로 맞서신 예수님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영향을 받아 비폭력 저항운동을 실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군 관련 사건을 중심으로, 권위와 진실 사이에서 양심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조명됐다. ‘명령과 양심–사례 중심으로’ 강연한 임태훈(막시밀리안 콜베) 군인권센터 소장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은 군이 다시 권력 앞에 고개를 숙인 사례”라며, “군 사법 체계가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작동되도록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압에 맞선 진실을 밝히려 했던 박정훈(스테파노) 대령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준 신부님과 수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4면

‘이태원 참사 3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추모미사 봉헌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사회적 참사로 인해 희생된 모든 영혼을 돌봐 주소서. 특히, 10·29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젊은이들의 영혼과 유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하오니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애원을 들어주시고,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관련자들의 처벌이 이루어지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는 안전한 나라로 거듭나도록 도와주소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조민철 스테파노 신부, 이하 사제단)은 10월 27일 서울 이태원광장에서 최재철 신부(대건 안드레아·수원교구 안산성마르코본당 주임) 주례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400여 명의 시민과 함께 기도했다. 이번 행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영혼과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국가와 정치의 첫 번째 사명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임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민들은 희생자 159명을 기리기 위해 제대 앞에 헌화하고, 159개의 촛불을 밝히며 미사에 참례했다. 하춘수 신부(레오·마산교구 하동 진교본당 주임)는 강론에서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이며, 우리 모두의 안에는 그분께서 계시기에 사람은 하나의 작은 우주이자 존귀한 인격체”라며 “그럼에도 2022년 10월 29일,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159명의 하느님의 숨결이 깃든 소중한 영혼들이 잠들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사람들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업신여기지만,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다”며 “가슴 아픈 참사가 다시는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으며, 꽃다운 159명의 청춘을 기억하자”고 청했다. 이날 미사는 2022년 12월 25일 같은 장소에서 사제단이 집전했던 ‘10·29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에서의 아픈 기억을 덮는 미사였다. 고(故) 신애진(가브리엘라) 씨의 어머니 김남희(데레사) 씨는 유가족 대표 발언에서 “당시 추모미사를 방해하려는 이들이 고주파 스피커로 틀어 놓은 캐럴 소리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며 “당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울분이 저를 집어삼키려고 할 때, 대열을 정비하고 흔들림 없이 미사를 함께해 주신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계셨기에 그날을 버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난 정부가 지워버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러주신 사제단과 수녀님들의 기도, 시민들이 내밀어 준 따뜻한 손길은 저에게 큰 선물이자 위로였다”며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손잡아 주며, 생명이 최우선이 될 때 끝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미사가 끝난 뒤 사제단과 시민들은 참사가 발생한 골목 건너편인 이태원역 4번 출구까지 침묵하며 행진하고, 현장 앞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기도를 봉헌했다. 참례자 이정미(로사·수원교구 광교2동본당) 씨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나라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아픈 기억을 안고 계신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기억하며 이를 나눌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4면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