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써 내려간 글씨에 기도 담아요”

서울대교구 사당5동본당 서예 동아리(회장 양승대 이냐시오)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2015년 6월 서예 동아리를 창단해 10년간 회장으로 봉사한 양승대 회장은 “대면 행사가 어려웠던 팬데믹 기간에도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해 야외 공원이나 산 속에서 체본하는 모임을 했었는데 벌써 10주년이라니 감개무량하다”며 “하느님 은총 속에 특별한 나날이었기에 함께 자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예 동아리는 무엇보다 신앙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양 회장은 “서예는 한 획마다 집중하고 내면부터 침묵해야 하기에 기도와 닮은 구석이 많다”며 “마음을 아래로 하고 한 획 한 획 쓰는 것도 나를 낮추고 주님께 기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본당 주임 최정진 신부는 “내적인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하는 신앙생활은 서예처럼 집중이 필요하다”며 “본당 신자들이 서예 기량을 쌓으며 인격을 수양하고 그 결과로 나온 작품이 다른 교우에게 좋은 영감을 주며, 교우 간 친목을 도모해 신앙생활에도 크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회원 권형대(빈첸시오) 씨도 “서예 동아리를 시작한 뒤 신앙생활이 즐거워졌고 특히 냉담하던 가족이 주님 곁으로 돌아왔다”며 “예수님의 사랑과 향기는 묵향과 닮았고, 우리는 주님 안에서 한 명 한 명의 형제자매라는 점은 서예 속 점과 획들의 모임과 같으며, 우리 공동체가 구원이라는 한 방향을 향하는 것도 작품의 완성을 도모하는 것과 닮았다”고 전했다. 강원도 횡성 연례 모임과 주님 성탄 대축일 전후 본당 전시회 등으로 친교를 다지고 실력을 꾸준히 키워 나간 것은 동아리 10년 장수의 비결. 금파서예술대전과 대한민국서도협회에도 참가한다. 본당 바자 때는 가훈 쓰기 행사도 열어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20년 경력의 전문 서예가인 양 회장을 비롯해 2명의 전문 서예가와 10명의 아마추어 회원들이 매주 월요일 세 시간씩 서로 돕고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양 회장은 “서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이 더욱 필요했던 것 같다”며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나를 성화하는 기회로 삼아 본당 공동체 일원으로서 함께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시노드 교회 이뤄 갈 것인가?”…전국 교구 시노드 담당자 한 자리에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2월 19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 국제가톨릭형제회 전·진·상 센터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전국 모임’(이하 전국 모임)을 개최한다. 세계주교시노드 이행 단계에서의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국 각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를 비롯한 수도자·평신도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2021~2024년)는 2024년 10월 「최종 문서」를 채택함으로써 ‘거행 단계’를 마무리하고 ‘이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 문서」에 포함된 지침들을 지역의 다양한 사회 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고려해서 실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2024년 12월 9일 회의에서 “주교시노드의 준비와 거행 단계에서 이뤄진 성찰과 결실을 한국교회 안에서 어떻게 열매 맺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며 전국 모임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시노드 교회를 이루어 갈 것인가?’를 주제로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와 수도회, 평신도 대표들이 함께하는 전국 모임은 ▲「최종 문서」에 나타난 사목적 실천 사항 ▲시노달리타스 실천 사례와 이행 계획 등 2개의 발제와 ‘성령 안에서 대화’, 조별 대화와 전체 모임 등으로 열린다. 전국 모임에는 주교회의 서기 옥현진 대주교(시몬,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와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 또는 교구 내 이행 담당자 등 16명과 수도회·평신도 대표가 참석한다. 주교회의는 첫 전국 모임에 이어 3월 28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연구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교 시노드’라고도 부르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지역 교회의 사목자인 전 세계의 주교들이 교회의 중대사를 숙고하며 교황에게 자문할 목적으로 소집되는 회합이다. 정기총회는 3~4년 주기로 열리는데, 지난 2021년에 개막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는 2023년 10월 4~29일에, 제2회기는 2024년 10월 2-~7일에 열렸다.

2025-02-16

주교회의 민화위 100차 전국회의, 광복·분단 80주년 맞이 활동 방향 모색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는 2월 5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별관 회의실에서 제100차 전국회의를 열고 , 광복과 분단 80주년을 맞는 올해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전국 각 교구와 남녀 수도회 민화위 담당 사제와 수도자 등이 참석했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올해가 광복과 한반도 분단 80주년이 되는 해임에도 남북 교류 재개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논의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직시하면서 교회가 지난 80년을 성찰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서울대교구 민화위 부위원장 정수용(이냐시오) 신부는 2025년 희년 맞이 주교회의 민화위 활동 방안 토의에서 “올해 광복절을 즈음해 주교회의 명의로 광복과 분단 80년을 역사적,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문헌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 신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반도 이슈는 논의의 우선순위를 전혀 차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갈등을 극복하고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영 주교는 “주교회의 차원의 문헌 발표를 한국 주교단에 제안해 보겠다”고 답했다. 또한 김 주교는 올해는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80년이 되는 해이고, 원폭 희생자 중에는 한국인 수만 명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한국교회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활동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안재홍(베다) 회장은 “평양에 있는 장충성당은 소중한 가톨릭 자산"이라면서 "과거에 장충성당에서 한국인 사제가 미사를 봉헌했던 사례를 기억하고 올해 중 남북이 함께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협의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 5월 19일부터 6월 6일까지로 예정된 ‘광복 80주년 4대 종단과 함께하는 DMZ 걷기’에도 사제들뿐만 아니라 참가를 희망하는 수도자와 평신도도 참여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이번 전국회의에서 혼인신고만 하고 혼인 예식 없이 살아가는 북향민 부부나 혼인 후 세례를 받아 성당에서 혼인 예식을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북향민 혼인 갱신식’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가을 중 ‘북향민 혼인 갱신식’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우선 각 교구별로 혼인 갱신식을 원하는 대상자들을 파악하기로 했다. 아울러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북향민들의 사생활 보호 필요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사목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을 추후에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김주영 주교는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지난 25년 동안 선배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수도자들, 평신도들 덕분에 주교회의 민화위 전국회의를 100차까지 이끌어 온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지금은 힘든 여건이지만 앞으로 남북 교류를 희망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5-02-16

희년에 짚어보는 ‘희년 역사’

지난 12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이 열리면서 시작된 이번 희년은 2000년 희년에 이은 정기 희년이다. 레위기(25장 8절)로 그 의미가 거슬러 올라가는 희년은 1300년 시작됐다. 희년을 지내며, 그 역사적인 변천과 희년에 얽힌 주요 이야기를 알아본다. 보니파시오 8세 교황(1294~1303)은 1300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100년마다 한 번의 희년을 선포할 것이라는 내용의 교서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을 발표했다. 교회 역사상 최초의 희년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교황은 교서를 통해 “앞으로 100년마다, 경건하게 이(베드로·바오로) 대성당들을 방문하는 이들과 진실로 참회하고 고백하는 이들, 또는 앞으로 참회하며 올해와 100년마다 이러한 방법으로 참여할 이들에게 본인은 그들의 모든 죄에 대해 완전할 뿐만 아니라 더욱 너그럽고 가장 완전한 용서를 허락하며 앞으로도 허락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1343년 클레멘스 6세 교황(1342~1352)은 50년마다 희년을 거행한다고 정했다. 이후 1350년 제2차 희년이 거행됐으나, 교황은 프랑스 아비뇽에 감금돼 있었다. 때문에 이 희년은 교황 없는 유일한 희년으로 남았다. 우르바노 6세 교황(1378~1389)은 예수의 33년 공생활 기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50년 주기 희년을 33년마다 개회하도록 정한 후, 1390년을 ‘구원의 희년’으로 선포했으나 갑작스레 선종했다. 후임 보니파시오 9세 교황(1389~1404)은 이에 따라 제3차 희년을 치렀으나 다시 50년 주기 전통으로 복원해 1400년 제4차 희년을 열었다. 하지만 전염병이 유행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검은 희년’으로 기록됐다. 마르티노 5세 교황(1417~1431)은 1423년 희년을 두 번째 '구원의 희년'으로 거행했다. 1390년에 기념한 구원의 희년으로부터 33주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라테라노 대성당의 성문(聖門)을 여는 예식이 처음 시작됐으며, 로마 4대 성당 순례지가 완성됐다. 아울러 희년을 다시 50년마다 지내는 규정이 마련됐다. ‘성년’(희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제안한 이는 바오로 2세 교황(1464~1471)이다. 이와 함께 25년마다 성년을 거행하도록 했는데, 이 전통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데르 6세 교황(1492~1503)은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은 교황이, 다른 3개 대성당 문은 그가 임명한 3명 추기경이 열게 했다. 그리고 폐막하면 성문을 벽으로 막는 전례 규정을 정했다. 이 예식은 오늘날 희년의 본질적인 예식이 됐다. 로마에 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희년의 은사가 베풀어지도록 한 것은 율리오 3세 교황(1550~1555) 때였다. 교황은 지중해에서 해적들과 싸우는 군인들과 전쟁터에 나가 있는 모든 군인에게 로마를 순례하지 않아도 희년의 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밖에도 1750년 희년 때 베네딕토 14세 교황(1740~1758)은 성년의 은사를 받기 위해 반드시 영성체해야 한다는 규정을 덧붙였다. 한국교회와 관련이 깊은 희년은 1925년이다. 비오 11세 교황(1922~1939)이 기념한 이 희년 동안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를 비롯한 한국 순교자 79위가 시복됐다. 리지외의 아기 예수의 데레사가 시성됐고, 루르드 성모 발현을 목격한 베르나데타 수비루는 복자 반열에 올랐다. 1950년 희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1939~1958)에 의해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서 성모 마리아의 승천이 교의로 선포된 것도 기억할 만하다.

2025-02-09

청년과 중년 그 사이, 낄 곳 없는 낀세대들

청년이라기에는 나이가 많고 장년 단체 활동에는 주저하기 마련인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사이. 소위 ‘낀세대’ 사목에 대한 교회의 고민이 깊은 가운데, 다양한 방식으로 맞춤 사목을 시도하는 교구와 본당 공동체가 눈길을 끈다. 다만 그간의 노력에도 낀세대 사목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교회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대리구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는 지난해 4월부터 9주간 청·장년 신앙 아카데미 ‘바라봄’을 열었다. 청년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전문가의 맞춤 강의와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청·장년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5월에도 프로그램을 가질 예정이다.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최인비 유스티노 신부)도 청장년들을 위한 맞춤형 사목에 힘쓰고 있다. 청년부 부국장 박수종(스테파노) 신부는 “청년 신자 대상으로는 그들의 신앙생활을 이끌고 동반하는 ‘양성’에 초점을 둔다면, 30대 이상에게는 더 성숙한 신앙으로 교회에 봉사하는 ‘사랑 실천’을 하도록 이끄는 데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 휴가를 내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해 명절을 이용한 청·장년 맞춤 피정, 성지순례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 본당도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 나서고 있다. 본당 내에 3545+청년봉사분과를 둔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주임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은 매주 토요일 ‘3545+ 늘푸른청년미사’를 봉헌한다. 미사 뿐 아니라 분기별 교리 특강, ‘명동밤샘’ 단기 피정 등도 마련해 청·장년 신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묵동본당(주임 송차선 요한세례자 신부)도 지난 2015년부터 청·장년모임 ‘요셉회’를 만들어 청년회와 중장년단체 간 다리를 놓고 있다. 회원 대부분은 본당 청년 밴드 ‘먹골리카’와 전례단 등에서 활동하던 30대 이상 신자들. 자신들보다 연령대가 낮은 청년들에게 청년회 활동 기회를 열어줌과 동시에 신혼이거나 어린 자녀를 둬 활동에 제약이 있는 젊은 부부들이 부담 없이 본당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주임 김유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은 2016년 청·장년모임 ‘마루’를 결성했다. 현재 45명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 마루는 회원들이 청년회에서 장년 단체로 넘어가기 전 준비단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청·장년 사목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30대 이상을 모집 요건으로 전례 봉사자를 모집하거나 이들만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본당도 속속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구·본당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한 교회 내·외부 요인 탓에 청·장년 사목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제로 남아있다. 묵동본당 요셉회 엄영석(가브리엘) 씨는 “팬데믹 당시 모든 단체의 대면 활동이 멈추며 침체기를 겪었는데, 그 여파로 요셉회도 신규 회원 유입이 줄었다”며 “기존 회원 외 비슷한 또래 청·장년들은 요셉회 활동에 동참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유입 원천인 청년회 자체도 인원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도, 장년도 아닌 세대를 바라보는 교회의 이중적인 인식 또한 이들 세대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주교좌명동본당 진슬기(토마스데아퀴노) 신부는 “교회 내 기성세대가 청·장년을 궂은일이 있을 때마다 동원하는 등 쉽게 생각하면서도 직장을 다니며 경제력을 갖춘 성인이니 후원에 적극 참여하라고 요구하며 이중 잣대로 바라보는 것도 청·장년들을 교회 밖으로 밀어내는 요인”이라며 “본당은 최근 청년 사목회를 따로 만들어 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02-09

서울대교구 사제 1000명 시대…두 번째 청각장애인 사제도 탄생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교구 사제 1000명 시대를 맞았다. 조선대목구 설정 194년 만이다. 2월 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주교좌대성당에서 거행된 2025년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에서 부제 26명(레뎀또리스마떼르 1명 포함)이 정순택 대주교에게 성품성사(聖品聖事)를 받고 새 사제로 탄생했다. 이로써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는 974명(추기경 1명, 대주교 1명, 주교 3명, 몬시뇰 4명 포함, 2025년 2월 현재)에서 1000명이 됐다. 교구 사제 1000명은 전 세계 교구의 상황을 보더라도 꽤 많은 숫자다. 교구 측은 “이는 미사를 집전하고 성사를 거행할 직무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뜻이며, 결국 성사를 통해 신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더 많이, 더 자주 만날 수 있기에 한국교회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 된다"고 의미를 밝혔다. 특별히 1831년 조선대목구 설립 당시 단 한 명의 사제도 없이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들이 목숨을 건 활동을 벌이고, 김대건(안드레아) 성인이 사제 영입을 위해 피 흘린 노력과 최양업(토마스) 신부가 성사를 거행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흘린 땀 등을 떠올릴 때 의의는 더 남다르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최광희(마태오) 신부는 "이제 서울대교구 1000명의 사제를 포함해 한국교회 전체에 6000명에 가까운 사제가 성사를 거행하게 됐는데, 여전히 성사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기 어려운 곳의 신자들을 생각할 때 이런 큰 은총을 한국교회에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고 말했다. 교구는 한편 “교구 사제가 1000명이라는 사실은 큰 은총이지만 자랑하거나 자만할 일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래전부터 사제 성소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또 급변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종교에 대한 국민 인식 통계 자료 등을 참고할 때 사제 부족 상황을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우려에서다. 최 신부는 “신자들의 영적 유익과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이 그분을 만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예수님을 따르려는 많은 젊은이가 끊임없이 이어지길 기도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신학교 교육, 사제 평생교육을 통해 사제들이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자신이 만나는 모든 이에게 그 사랑과 기쁨을 전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서울대교구 2025년 사제품 대상자 중에는 청각장애인 김동준(갈리스토) 부제도 포함됐다.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 농인(聾人) 사제로 서품된 박민서 신부 이후로 18년 만이다. 수품자 중 류호준(안드레아) 부제와 김용우(요한 세례자) 부제는 각각 류호영, 김용주 신부의 동생으로 교구에 형제 사제가 두 쌍 새로 탄생했다.

2025-02-09

[특별기고] ‘순결한 동성애자’의 신학교 입학에 관하여

최근 언론을 통해 교황청이 성관계를 하지 않는 동성애자의 신학교 입학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한 교회의 입장과 성경의 가르침을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방종우(야고보) 신부에게 들어봤다. 최근 각종 언론은 교황청이 성관계를 하지 않는 동성애자의 신학교 입학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본 그리스도교인들은 ‘이제 교회는 동성애를 용인하고 옹호하기 시작한 것인가?’ ‘교회의 가르침이 변화된 것인가?’ 등의 의문으로 혼란스럽다. 먼저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이탈리아 주교회의 성직자 양성부의 「신학교를 위한 지침과 규범」 44항은 다음의 내용을 언급한다. “신학교 입학을 원하는 이들이나 교육 과정 도중에 발견된 동성애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 관해, 교회는 당사자들을 깊이 존중하면서도, 실제로 동성애 행위를 하는 사람들, 뿌리 깊은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 또는 이른바 게이 문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신학교나 성품에 받아들일 수 없다. 사실 그러한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사람들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데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동성애 문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성품이 불가능하다는 단호한 선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정반대되는 보도는 무엇 때문일까? 이어지는 내용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사제 후보자 양성의 목적은 독신 생활의 순결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 이 부분만 본다면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순결을 지킬 경우 신학교 입학이 가능하다고 왜곡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참고하면 이는 신학생 양성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자유와 책임에 대한 교육적 권고일 뿐이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주교회의 역시 “교도권의 규범을 되풀이하고 있으므로 언론의 해석은 올바르지 않다. 동성애자의 사제직 불허에 관한 규범은 변함이 없다.”(Avvenire, 2025년 1월 10일)고 즉각 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확인 없이 악의적이고 왜곡된 기사를 보도한 국내 언론들 모습은 심히 유감스럽다. 그런데도 다음의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교황님께서는 최근, 동성애자들과 관련하여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는가?” “동성애자 축복이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교회 가르침을 분명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단 교회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들과 동성애 행위를 하는 이들을 명확히 구분한다. 동성애 성향을 갖고 태어난 이들에게 교회는 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동성애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반대한다. 이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목적을 결여한 행위이며, 성서에서도 이를 극심한 부패 행위로 단죄하고 있고, 하느님을 배척하는 슬픈 결과를 내는 것으로까지 제시되기 때문이다.” (「성 윤리상 특정 문제에 관한 선언」) 결국 동성애자 축복은, 성향이 있을지라도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당하는 것이며, 이는 결코 동성 커플의 승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동성애자 축복과 관련된 선언 「간청하는 믿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성애자 축복에 있어 “혼인성사에 고유한 축복과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그 축복의 형식에는 교회 권위가 예식으로 고정한 어떠한 것도 있어서는 안 된다.”(31항) 마지막으로 다음의 질문도 제기될 수 있다.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이 동성애자를 배척하시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받는 이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죄를 지었었다 할지라도 후에 회개한 이들, 주님을 따르기로 결심한 이들이다. 즉 하느님이 사랑이시라고 해서 모든 윤리적 죄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자비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선의 부재, 계명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러한 점에서 성향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주님을 따라 살고자 하는 이들만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대상이다. 만약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지 않으며 행위를 정당화하는 이들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행위를 하지 않는 성향만으로도 신학교 입학은 허가되지 않음을 교회는 분명히 해왔다. 동성애자의 특수한 성향이 죄는 아니지만, 그것은 내재적인 윤리적 악으로 기울어지는 다소 강력한 경향이기에, 그 성향 자체는 하나의 ‘객관적 무질서’로 인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뿌리 깊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서품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신학교 입학과 성품 허가와 관련하여 이들의 성소를 식별하는 기준에 관한 훈령」) 글 _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2025-02-09

[사랑나눌수록 커집니다] 노숙인 요양시설에 살고 있는 유채운·교영의씨

서울특별시립 은평의마을(원장 장경환)은 1961년 개원한 대표적인 성인 남성 노숙인 요양 시설로 약 700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만 국적의 외국인인 유채운(마르티노·68)·교영의(74) 씨는 1996년과 2008년 각각 이곳에 왔다. 입소 후 조사를 통해 대만대사관에 문의했으나, 연고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잘 모셔달라’는 회신이 왔다. 외국인등록증이나 출입국 기록 같은 공적 기록도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도, 대만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실상 무국적 상태다. 유 씨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노숙하는 모습을 보고 인근 주민이 신고해 은평의 마을과 연을 맺었다. 교 씨는 1960년대에 한국에 와서 일정한 주거지와 가족 없이 독신으로 지냈다. 그러다 행려자로 도티병원에 입원했지만, 연고자가 없어 건강 허약 상태로 입소했다. 가족과는 연락이 두절돼 행방조차 알 수 없다. 유 씨와 교 씨는 각각 조현병과 심각한 여러 기저 질환을 앓고 있지만, 의료보험 적용을 못 받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혜택도 받지 못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여의치 않다. 원내 내과와 정신과에서 기본적인 처치만 받을 뿐이다. 치아가 좋지 않아 음식물 섭취도 어렵다. 교 씨는 이빨이 단 하나 뿐이다. 유 씨는 고혈압, 당뇨, 간염, 뇌경색 후유증, 조현병이 있다. 또 만성 폐쇄성 질환을 앓고 있어 경과 관찰을 위한 폐기능검사, 폐 CT와 같은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함에도, 병원 진료나 투약 때 큰 비용이 발생해 전문적인 치료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과거에는 원내 작업 요법(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근로 활동을 했으나 현재는 건강 악화로 그마저도 포기했다. 약 100만 원가량 모은 통장이 전 재산인데, 의료비를 감당 못 해 병원에 갈 때마다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2013년 세례를 받고 매 주일 5층 강당에서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교 씨의 경우 과거부터 조현병, 전립선 비대, 폐결핵 후유증상을 안고 산다. 특히 결핵 후유증이 있어서 폐렴과 같은 급성 호흡기 질환에 유의해야 하지만, 전문적인 병원 진료와 관찰이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1월에는 폐렴이 발병해 입원했으나 의료비 부담으로 중도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비타민 B12 및 엽산 결핍성 빈혈 치료도 필요한 실정이다. 두 사람 모두 고령으로 근로 활동이 어려워 현재 원내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과 정신과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어서, 언제라도 응급 수술 등 긴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은평의마을 측은 그들의 일상생활을 예의주시하고 관찰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동절기는 낙상 사고 방지를 위해 더 조심해서 일과를 살피고 있다. 은평의마을 측은 “이들에게 시급한 것은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라며 “도움을 주시면 현재 필요한 검사 및 치료 시 발생하는 비용을 납부할 예정이며 추후 응급이나 수술 등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요양과 송소민 대리는 “정부와 서울시 지원으로 운영되는 시설이어서, 외국인의 경우에는 의식주와 의료서비스 혜택이 제한돼 안타깝다”며 “오랜 시간 은평의마을이 집이고, 동료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지금처럼 동료들과 안정되게 여생을 보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리는 “노숙인 대부분이 고향도 가족도 없는 소외된 이들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라며 “편견을 갖지 말고, 이들에게 절실한 따뜻한 손길과 관심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2월 5일(수) ~ 2025년 2월 25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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