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최양업 신부 다큐멘터리 제작 박정미 감독

“100년의 박해 동안 뿔뿔이 흩어진 신자들에게 한줄기 등불이 되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실현한 진정한 한국인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면서 제작했습니다.” 4월 15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시사회를 연 다큐멘터리 ‘한국인 최양업-사랑으로 길을 걷다’를 연출한 박정미 감독(체칠리아·67·제1대리구 동천동본당)은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마음가짐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롤모델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최양업 신부님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한국인의 ‘정’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치명으로 족적을 남기시는 분도 훌륭하지만, 1년 365일을 12년 동안 매일 신자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간 최양업 신부님을 조명하고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박 감독이 이번에 제작한 다큐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서한을 따라서 최양업 신부의 생애와 사목을 심도 있게 파고든 작품이다. 특별히 2021년 ‘한국인 김대건’을 연출한 바 있는 박 감독은 이번 다큐에서도 최양업 신부를 통해 한국인만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했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삶이 ‘열정’이었다면, 최양업 신부의 삶은 한국인의 따듯한 ‘정’(情)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최양업 신부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며칠을 걸어가서 영성체를 주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보이셨다”면서 “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지만, 이 보이지 않는 가치로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 그게 예수님의 마음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에게 이번 작품은 여느 작품보다도 특별하다. 제작기간 3년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전국 곳곳의 최양업 신부의 흔적을 찾아다닌 것도 그렇고, 수많은 신부, 수녀, 신자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한 것도 그렇지만, 함께 다큐를 제작하다 선종한 남편 최중설(안드레아)씨의 유작인 점이 가장 그렇다. 박 감독은 “다큐를 준비하면서 남편과 최양업 신부님의 심성이 정말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고, 남편을 통해서 최양업 신부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남편의 선종으로 한동안 가라앉아 있었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으며 이 작품을 통해서 선물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양업 신부님은 사목에서부터 순교자 행적 번역, 한글 사용, 천주가사 등 이렇게 많은 일을 해놓고도 내세우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셨어요. ‘한국교회가 박해 시기 동안 명맥을 잇게 해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했을 때, 최양업 신부님의 업적이 신자들 가슴 속에 박혀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양업 신부님을 통해 ‘일상의 순교가 일상의 기적을 낳는다’고 느낍니다.”

2024-04-21

"정성어린 봉사는 선교로 이어지죠?

“봉사란 많이 가진 사람만 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지금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면 누구나 가능해요.” 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주임 전삼용 요셉 신부) 집수리 봉사단체 ‘사랑나눔봉사단(이하 봉사단)’을 창단한 양진규(토마스) 단장은 인테리어 기술자로서의 지식을 활용해 가난한 이웃의 집을 수리, 보수 및 청소하고 있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난해 1월 창단됐다. 양 단장은 “10여 년 전 비신자 집수리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며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 사는 이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후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 본당에도 집수리 봉사단체를 만들고 싶었고, 주임 신부님께서도 사목 방향에 맞다며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지금은 본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창단 초 3개월은 신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양 단장은 “넉넉잖은 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 주셔서 단체 운영에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봉사단은 본당의 관심에 힘입어 식당, 1인 주택, 노후화된 복지시설 등 많은 곳에 도움을 줬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봉사단은 현재 다양한 재능과 기술을 가진 단원 35명이 활동 중이고 그 중엔 청년도 4명 있다. 양 단장은 “집수리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며 “5월에는 홀로 사는 노인가구의 이사를 돕기 위해 본당 청소년위원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물질적 풍요와 봉사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신부님의 말씀처럼 더 풍요로워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이라도 이웃과 나누는 것이 오히려 큰 행복을 준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작은 재능으로 하는 정성 어린 봉사는 우리와 이웃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양 단장은 집수리 봉사가 선행과 더불어 ‘선교’라고 강조했다. “우리 봉사가 널리 알려지면 ‘천주교 신자들이 이런 일을 한다’며 지역 사회에도 귀감이 돼 자연스럽게 선교로 이어진다”면서 “이런 면에서 봉사단만이 아닌 본당 공동체가 모두 함께하는 봉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다른 지역도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을 것”이라며 “우리 본당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웃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사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일상적인 일이 됐으면 하는 게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2024-04-14

[우리 이웃 이야기] ‘92세 고령에도 구역장 봉사’ 김영복씨

“이렇게 늦은 나이까지 교회에서 봉사 할수 있는 건 모두 주님의 은총 덕분입니다.” 김영복(요셉·92·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씨는 조원 제1지역 보훈원(사랑의 집) 구역의 구역장이다. 김씨는 92세의 고령임에도 5년째 구역장을 맡아오고 있다. “말이 구역장이지 심부름꾼입니다. 주일마다 주보를 나눠주고, 본당의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김씨가 거주 중인 수원보훈원은 국가 유공자들을 위한 거주 시설이다. 김씨 본인도 6·25전쟁에 무전병으로 참전했던 국가 유공자다. 국가 유공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노인 신자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임 구역장이 노환으로 그만두자 유일한 적임자인 김씨에게 구역장의 역할이 돌아갔다. 김씨는 “처음에는 이 나이에 구역장을 하라는 것에 있어 좀 걱정이 됐다”며 “그래도 구역장 경험이 있고, 봉사하는 자리기 때문에 직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김씨는 지팡이도, 안경도 쓰지 않는다. 김씨는 아직도 직접 계단을 오르내리고, 돋보기 없이 작은 글씨도 척척 읽어낸다. 그는 이렇게 건강할 수 있는 비결이 신앙생활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일마다 성당에 나오고, 매일 점심마다 보훈원의 사람들과 만나 기도를 드리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게 다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하는 겁니다. 주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김씨는 50세에 입교했다. 젊은 시절의 김씨는 천주교 신자인 가족들을 보면서 언젠가 성당에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가족들이 손을 잡고 성당에 가는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길로 김씨는 아내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은 김씨는 본당 활동도 열심히 했다. 레지오를 시작으로 사도회와 연령회 활동을 꾸준히 해오다 70세엔 10년간 구역장으로 봉사했다. 김씨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술과 담배도 멀리하게 됐다”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수의 비결은 열심한 신앙생활”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구역장으로서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씨는 “고령자가 많은 구역의 특성상 신자 수가 줄기만 한다”며 “많은 사람에게 신앙을 알려줘 보훈원의 기도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앙생활과 교우들의 친교 안에서 늘 행복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교회의 심부름꾼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2024-04-07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찬양사도협의회 김정석 회장

“음악에는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거나 기억에 남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가는 주님의 말씀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정을 음악에 실어서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라 생각합니다.” 수원교구 찬양사도협의회(이하 수찬협) 김정석(안드레아) 회장은 ‘음악의 힘’을 말했다. 어릴 적 구구단을 노래로 외우듯, 멜로디에는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어 성가가 하느님의 말씀을 잘 기억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성가들이 그렇지만, 특별히 오늘날 많은 이들이 접하는 대중음악 형식은 현대인들의 감정을 잘 녹여내, 하느님을 향한 감정도 음악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회장은 “드럼 등의 악기 때문에 대중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성가가 경건한 분위기를 해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는데, 교회 안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을 것 같다”면서 “전통적인 성가도, 현대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성가도 성장한다면 결국에는 교회음악 전체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저도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수찬협 덕분에 찬양사도로 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찬협이 앞으로도 여러 찬양사도들에게 찬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양성하는 단체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김 회장은 전공자는 아니지만, ‘이 길 위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등의 곡을 작곡하고 직접 연주도 하는 등 찬양사도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동료 찬양사도들이 함께하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함께하는 동료들을 통해서 영향도 받고, 동료를 통해 배우면서 작곡도 하고 활동하고 있다”며 “저는 보잘것없지만, 탈렌트의 비유처럼 탈렌트 하나라도 받은 것을 더 불리고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찬양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회장은 “팬데믹 이후 신자분들에게 성가를 전해드리는 발걸음 미사를 재개하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신자분들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발걸음 미사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찬협은 지난 3월 9일 안산성안나성당에서 열린 발걸음 미사를 시작으로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발걸음 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수찬협은 이를 통해 교구 신자들에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성가를 보급하고, 동시에 교구 찬양사도들이 봉사하고, 양성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간다. “교회 안에서 같은 주제와 같은 생각으로 찬양의 노래를 부르고, 또 만들면서 많은 것을 얻습니다. 신자분들도 발걸음 미사에서 저희와 함께하시면서 성가를 통해 우리가 공동체라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3-17

[우리 이웃 이야기] 교구 여성연합회 이애경 신임 회장

“교구 여성연합회가 연대를 통해 여성들이 교회의 지향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을 함께 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조직이 되길 바랍니다.” 2월 22일 교구 여성연합회 제21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애경(에스텔) 회장은 “연대하는 공동체”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교황님께서도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혼자 힘으로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19항)라고 말씀하셨다”며 “본당 여성들과 연대하며 연결고리를 만드는 여성연합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구 여성연합회는 1980년부터 교구 여성들과 연대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새로운 대리구제를 시작하면서 2개 대리구에 맞는 새로운 조직 구성을 필요로 하던 중 팬데믹이 터지면서 본당과의 긴밀한 연대가 약해지고 말았다. 이 회장은 “앞으로 조직을 회복해 연대할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라면서 “교회의 많은 수가 여성인데, 여성이 연대하면 못 할 게 없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일을 하고 행사를 하다보면 성과에 치중할 수 있는데, 그전에 내가 먼저 성화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회장은 교구 여성연합회가 올해 지향해야 할 목표로 “복음적 삶”이라고 답했다. 지난 2월 22일 총회와 오는 3월 21일 제2회 여성의 날 행사도 ‘복음적 삶’이 주제다. 이 회장은 “우리가 복음화된다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무엇이 저렇게 행복한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우리가 복음화돼야 성모님을 닮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처럼, 저는 약하지만 회장이라는 직책으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복음 말씀을 새기고 흔들림 없이 서 있으면서도 현장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을 하려합니다.” 이 회장은 교구 여성연합회에서 교육부 차장, 교육부 부장, 간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교구 여성연합회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봉사해 온 이 회장이지만, 회장직은 생각보다 더 무거운 책임으로 느껴졌다. 이 회장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제 힘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가 필요하다”고 기도를 요청했다. “회장으로서 책임감은 무겁지만, 협력과 섬김의 자세로 임한다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 일을 한다면서 사랑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청하며 21대 임원들과 시작하려 합니다.”

2024-03-10

[우리 이웃 이야기] 광암학원 35년 교직생활 마무리하는 한정희씨

“아이들이 보잘것없는 저와 함께해 줬다는 것 자체가 은총이죠.” 효명중학교 교장직을 마무리하고 퇴임하는 한정희(안드레아·61·제1대리구 고덕본당)씨는 교단에 섰던 35년의 시간을 ‘은총’이라고 답했다. 한씨는 “교사로 불러주신 그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지금까지 교사의 길을 걸으면서 후회 한 번 없이 그때 그 마음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교사해야 한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본당 수녀의 권유로 피정을 다녀온 한씨는 본당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봉사할 것을 제안받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한씨는 이 일이 “평생에 걸쳐 잊히지 않는 기억”이라면서 “부르심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회고했다. 그때부터 단 한 번도 청소년 곁을 떠나본 일이 없다. 20대에는 줄곧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고, 나이가 차면서 청소년분과장 등으로 봉사하며 본당 청소년들과 만났다. 35년 전 효명중학교 수학 교사로 임용된 이후로는 평일이든 주일이든 늘 청소년과 함께했다. 관리직인 교장이 되고도 해마다 1학년 전 학생과 직접 면담하고, 매일 교문 앞에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할 정도로 청소년과 가까이 지냈다. 광암학원 교직원으로는 35년 동안 일했지만, 실상 청소년들의 ‘선생님’으로 살아온 세월은 40년이 넘는다. “아이들을 ‘야!’라고 불러본 일이 없어요. 늘 이름으로 불렀어요. 제가 잘못했을 때는 아이들에게 먼저 사과하면서 다가갔죠. 그랬더니 아이들도 저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한씨는 교사로서의 생활을 “아이들과 놀았다”고 표현했다. 물론 불의의 사고를 겪는 학생도 있었고, 찾아 헤매던 가출 청소년을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만나야 했던 기억 등 괴롭고 슬픈 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씨는 “아이들 곁이 좋다”며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한씨가 교직생활을 통틀어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행복’이다. 한씨는 “지금도 아침마다 가장 먼저 우리 선생님들과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달라고 기도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만나온 모든 제자들에게 “슬프고 힘든 일도 있지만, 인생은 희망이 더 많이 있는 공간이니 행복을 위해 멋지게 꿈과 이상을 펼치길” 전했다. 2월을 끝으로 교단을 떠나는 한씨는 이제 교회에서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제는 제가 받은 만큼 교회에 봉헌해야지요. 미약하지만 그동안 받은 은총을 조금이라도 갚는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2024-03-03

[우리 이웃 이야기] 신작 뮤지컬 준비하는 앗숨도미네 정애란 감독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과 현대인들이 걸어가는 길은 달라보이지만, 뮤지컬을 통해서 예수님의 길에 나의 길을 접목시켜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 나의 길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예수님을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교구 성음악위원회 산하에는 뮤지컬 극단 ‘앗숨도미네’가 있다. 성가나 연주로 봉사하는 단체는 많지만, 선교를 위해 뮤지컬로 봉사하는 사도직단체는 앗숨도미네가 유일하다. 신작 뮤지컬 ‘Via Domini-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앗숨도미네 정애란(베로니카·66·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 감독은 “예수님이 걸어가신 고통의 신비를 표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새로 준비하는 뮤지컬은 그리스도의 수난, 바로 십자가의 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앗숨도미네는 그동안 성모님의 삶을 담은 ‘YES!’,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담은 ‘TURN’, 성 김대건(안드레아) 성인의 생애를 담은 ‘위주오만리’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예수님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작품들이 많은 부분 상상력에 의존해 창작했다면 이번에는 상상보다는 성경에 입각해서 연출해 나갈 계획이다. 정 감독은 “이번에는 작은 규모로 만들어 공연장뿐만 아니라 본당에서도 부담 없이 초대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려 한다”면서 “내년 사순에는 더 많은 분들이 공연에 함께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저희는 신심단체고, 선교단체에요. 단원들 신심이 대단해서 제가 못 따라가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배역의 영성을 연기하는 분들이 정말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하시죠.” ‘Via Domini-주님의 길’은 현재 대본작업을 마무리하고, 대본에 노래를 입히는 작업에 들어갔다. 동시에 12사도 역을 맡을 단원들을 모집하는 중이다. 정 감독은 단원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주님께 맡길 수 있는 마음”을 꼽았다. 그는 “도중에 하차하는 분들은 대부분 연기에 재능이 있었던 분들”이라며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고 하시는 분들이 마지막까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신다”고 말했다. 특히 정 감독은 앗숨도미네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 만큼,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 감독은 “고통의 신비를 담은 작품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공연 전에 단원들과 성지순례를 통해 우리 신심을 돌아보고 굳건하게 마음을 다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엄숙하기만 한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뮤지컬로 풀어내서 관객이 성모님의 마음도 되고, 제자의 마음도 되고, 예수님의 마음도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를 통해 교리적으로만 아는 게 아니라 정말 부활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2024-02-04

[우리 이웃 이야기] 장애아주일학교교리교사연합회에서 7년째 봉사 중인 김민국씨

“장애아 학생들이 크게 몸짓하고 소리 내며 순수하게 스스로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그 순수한 모습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어요.” 교구 장애아주일학교교리교사연합회(이하 연합회)에서 7년째 봉사 중인 김민국(요한 사도)씨는 장애아들을 돕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는 연합회에서 장애아주일학교 관련 각종 행사 기획과 진행을 보조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장애아 학생들의 모습에서 나 스스로의 모습을 봤다”며 “봉사활동이 나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지인분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했어요. 한 해 정도만 하고 그만두려 했는데, 언어장애가 있는 동생을 보면서 제가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장애에 대한 공부도 할 겸 계속 봉사를 해왔는데, 그게 벌써 7년째입니다.” 연합회 봉사는 신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씨는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를 할 정도로 신앙생활에 열심이었지만, 어느 순간 냉담에 빠져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런 그를 다시 성당으로 이끈 것은 연합회였다. 연합회 봉사를 계기로 고해성사를 하고 다시 미사에 참례하게 됐다. 김씨는 “처음에는 하느님으로부터 도망가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저 자신을 보고 크게 반성했다”면서 “봉사를 하며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힘든 상황을 마주했을 때 도망치고 망설이는 태도를 많이 고쳤어요. 언제나 맞닥뜨린 상황에 집중하고 그 시간을 충실히 보내려 노력하다 보니 어느샌가 마음에도 평온함이 찾아오더라고요. 이게 다 은총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김씨는 연합회 활동을 하며 직업진로도 바꾸고 미래 꿈을 새로 설계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연합회를 통해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시설인 사회적협동조합 ‘두들’의 일자리를 소개받은 덕분이었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장애인들과 관련된 일을 하며 전문성을 더욱 키울 기회라고 생각해 진로를 바꿨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씀처럼, 내 마음을 바꾸려 노력하니 주님이 그 안에 좋은 것들을 채워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주님이 항상 장애아 학생들을 위해 쓸 에너지를 채워주시는 것 같아요.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그 학생들을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4-01-28

[우리 이웃 이야기] ‘마일스톤 챌린지’ 계기로 신앙 키워가는 이연우양 가족

“‘마일스톤 챌린지’라는 작은 움직임으로 하느님 말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 돼가는 것 같아요.” 이연우(마리스텔라·9·제2대리구 산본본당)양과 선우(미카엘·5)군은 ‘마일스톤 챌린지’ 영상으로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제1대리구 ‘모여라 가톨릭’(이하 모카) 하반기 영상 공모전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마일스톤 챌린지는 1000걸음마다 성경 말씀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과제다. 산본본당 조남구(마르코) 신부가 지난해 8월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마일스톤 챌린지를 제안했다. 아무 의미가 없는 장소라도 그 장소에 말씀을 두고 의미를 발견하길 바라는 취지로 과제를 마련한 것이었다. 연우양과 선우군은 엄마 문수아(수산나·39)씨와 함께 산본성당에서 초막골생태공원까지 7개 장소를 찾아다니며 각각의 장소에서 조 신부가 정한 성경구절을 낭송하고 영상을 찍었다. 처음 만든 영상이었지만 호응이 컸다. 본당 신부에게는 물론이고, 모카 시상식에서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아직 성경을 잘 모르지만, 마일스톤 챌린지를 하면서 성경을 읽고 예수님은 착한 분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예수님은 늘 고통스러운데도 용서해주시는 분 같아요.” 연우양은 마일스톤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연우양이 유아세례를 받은 이후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8월이다. 유아세례 이후 가족 모두가 냉담을 하다 연우의 첫영성체를 계기로 다시 성당에 나오기 시작했다. 연우양도 선우군도 아직 성당에 대해 조금씩 알아나가는 단계다. 선우군은 “성경도, 예수님도 아직 잘 모르지만 기쁜 일인 것 같다”며 천진한 웃음을 지었다. 엄마 문수아씨는 “첫영성체 교리를 시작하면서 체험한 마일스톤 챌린지로 저희 가족이 주교님께 상을 받으면서 하느님께서 저희를 찾고 부르고 기다리셨고, 귀하게 받아주셨다고 느꼈다”며 “냉담을 오래했지만 아이들이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저도 매일 미사를 다니며 모범이 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우양과 선우군은 엄마와 함께 마일스톤 챌린지를 하며 가족끼리, 본당에서, 그리고 대리구에서도 기쁨을 하나씩 쌓았다. 그런 기쁨에 연우양 가족은 모카 시상식에서 받은 상금을 모두 본당 주일학교에 기부했다. 마일스톤 챌린지를 계기로 기쁨을 얻은 연우양 가족은 앞으로도 성경을 가까이하며 신앙 안에서 기쁨을 키워나갈 꿈을 키운다. “상을 받은 것도 기분 좋았고, 또 그 상을 주일학교 친구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올해도 성당을 다니면서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2024-01-14

[우리 이웃 이야기] 본당 사진 촬영 봉사 15년, 광북본당 홍보분과장 장정숙씨

“오늘 하루도 주님 안에서 저를 도구로 써달라고 기도하면서 그때그때 봉사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게 본당의 역사를 기록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죠.” 제2대리구 광북본당 홍보분과장 장정숙(마리아·65)씨는 본당 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벌써 15년째 본당의 대소사를 사진으로 담아왔다. 덕분에 본당 25년사에 실린 사진의 대부분이 장씨가 찍은 사진이다. “본당 행사 모습은 순간순간 지나가잖아요.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데 찍으려니 답답해서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사진만이 아니라 봉사하면서 늘 배웠던 것 같아요.” 15년 전 홍보분과 차장을 맡은 장씨는 본당 행사 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 다루는 법도 잘 모르던 장씨였지만, 조금이라도 본당 행사 사진이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교구 사진가회가 운영하는 사진교실도 수료하고, 좋은 카메라를 마련해 사진을 공부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본당 세례식에도 외부 사진사가 아닌 장씨의 사진을 사용할 정도로 본당 행사 사진을 도맡게 됐다. 장씨는 “순간 장면을 포착하는 사진을 주로 찍다보니 카메라를 다양하게 조작해서 작품을 만들지는 못한다”면서 “사진을 배우기는 했지만, 어디 가서 ‘사진 찍는다’고 말하기 부끄럽다”며 웃었다. 장씨가 사진교실을 다닌 것은 여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1990년 세례를 받자마자 반장·구역장 등으로 봉사해온 장씨는 교리신학원을 졸업하고부터는 본당 교리교사로 활동해왔다. 교구 예비신자 교리팀에도 들어가 타 본당 예비자 교리반을 맡는 봉사도 11년 동안 해왔고, 교구 명예기자단으로도 봉사했다. 3남매를 키우면서 여러 봉사를 하려니 사진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작업은 밤늦은 시간까지 해야만 했고,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씨는 봉사를 굽히지 않았다. 장씨는 “하느님 일에 봉사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힘들지 않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런 장씨의 정성어린 모습 덕분일까. 처음엔 반대하던 장씨의 남편도 장씨를 따라 세례를 받았고, 자녀들도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장씨는 몇 년 전부터 홍보분과장 자리를 내놓고 후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본당의 역사를 기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홍보분과장을 내려놓더라도 교회에서 봉사의 끈은 놓지 않을 생각이다. 장씨에게 봉사하는 그 순간들은 모두 예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항상 즐거웠고, 하느님께 은총을 많이 받았어요. 다른 것보다도 언젠가 예수님께서 ‘수고했다’고 한마디 해주신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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