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노인대학연합회 오현주 회장

“어르신들과 만나면서 드린 것은 많지 않은데, 받은 것은 너무 많아요. 교회 공동체에서 적극적으로 어르신들과 젊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세대 간에 유대를 형성했으면 좋겠습니다.” 교구 노인대학연합회 오현주 회장(카리타스·64·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은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통해 젊은 세대가 신앙과 사랑을 전하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봉사는 제 삶이나 다름없어요. 25년 동안 봉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은총 아닐까요? 봉사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너무 감사합니다.” 오 회장은 2001년 본당 어르신 모임인 안나회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다. 그 봉사를 시작으로 본당에 노인대학을 설립하며 실무를 하다 학장을 맡았고, 2022년부터는 교구 노인대학연합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오 회장이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한 햇수로만 25년에 달한다. “어르신들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의 기도를 해주시는 분들이에요. 본당에서 기도나 봉사도 그렇고, 재정적으로도 많은 부분 함께하시죠. 이런 분들을 교회의 모든 부분에 안배하는 것이 필요해요.” 특히 오 회장은 어르신들이 본당에서 활동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물품판매와 기도만 했던 안나회가 본당행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본당에 어르신 성가대인 ‘카리타스성가대’를 창단해 어르신들이 전례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또 2010년 본당 노인대학인 바오로대학 개교부터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다. 본당 활동의 주인공이 된 어르신들은 본당활동에 자부심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오 회장은 “어르신들이 선종하실 때 유가족분들께서 우리 어머님·아버님이 마지막에 노인대학에서 행복하게 사시다가 가신다고 행복해하셨다면서 감사인사를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게 이 봉사의 가장 큰 은총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이 행복해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오 회장은 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도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실이 본당 노인대학 설립 지침서다. 지침서에는 노인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절차가 충실히 담겨 있어 벌써 4개 본당이 이 지침서를 활용해 노인대학을 설립했다. 또 노인대학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사 풀을 공유하고, 노인대학 설립을 원하는 본당은 연합회 차원에서 방문해 설립과정도 컨설팅하고 있다. 오 회장은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위해 활동해 나갈 계획이다. “노년은 먼일이 아니에요. 저도 곧 있으면 65세가 되고 누구나 노년이 돼요. 우리가 노년의 삶을 잘 갖춰드리는 것은 또한 우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2024-07-28

[우리 이웃 이야기] ‘라 파밀리아’ 단장 김정현씨

“‘라 파밀리아’는 아마추어 밴드에 불과하지만 연습하고 연주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습니다. 가정미사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훌륭한 신앙적 자산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죠.” 평일에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아버지가 주일이면 청바지를 입고 베이스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멋있는 밴드 단원으로 변신한다. 평범한 아버지, 어머니가 변신하는 공연장은 다름 아닌 제2대리구 분당야탑동본당 ‘완두콩 가정미사’다. 매월 셋째 주일 오후 4시에 봉헌되는 완두콩 가정미사에서는 초·중·고등부 학생들과 부모들이 함께한다. 부모들의 나이대는 40대에서 50대 초반. 청년도 장년도 아닌 ‘끼인세대’인 이들은 성당에서 주역이 되기보다 중등부 00이 아빠, 초등부 00이 엄마로 불렸다. 라 파밀리아 단장 김정현(안토니오·45)씨도 청년 시절 성가대 지휘도 하며 활발히 본당 활동을 했지만 세 아이를 낳고 미사 참례하는 게 전부인 신자가 됐다. 공동체 뒤로 물러나 있던 이들을 중심으로 이끈 것은 주임 김진우(베드로) 신부였다. “2022년쯤 주임 신부님께서 주일학교 학생들과 부모가 함께 미사를 하니 부모들이 미사 반주를 하면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하지만 본당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자매님들이기에 남자 단원을 구하기가 힘들었죠. 세 달간 지원자가 없자 아내가 제게 밴드 활동을 권했고, 드럼과 기타를 칠 수 있는 형제까지 3명이 모여 우여곡절 끝에 밴드가 꾸려졌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밴드의 이름은 ‘라 파밀리아’. 3명에 불과했던 단원은 보컬 2명과 건반, 일렉기타를 치는 신자가 추가돼 7명으로 완성됐다. 라틴어로 ‘가족’이라는 뜻의 밴드는 완두콩 가정미사 반주뿐 아니라 본당 공동체가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번은 신부님이 본당 신자들이 전부 모이는 체육대회 때 미사 반주를 부탁하셨어요. 오래되고 숙련된 성가대가 있음에도 저희에게 기회를 주신 거죠. 그때를 계기로 더욱 책임감을 갖고 밴드 활동에 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3년차인 라 파밀리아는 벌써 두 차례의 단독공연을 치렀다. 이제 중등부 00이 아빠가 아닌 밴드 단장, 밴드 연주자로 본당에서 얼굴이 알려진 라 파밀리아 단원들에게 가장 뜻깊은 것은 신앙 안에서 자녀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밴드 활동의 기쁨만큼 신앙생활의 기쁨도 커진 것이다. “사춘기인 아들들은 아빠의 밴드 활동에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지만 딸은 미사 때 연주를 하는 아빠를 내심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엄마, 아빠와 성당에서 보낸 추억들이 나중에 어른이 돼서 신앙을 잊어버린 순간, 다시 성당에 돌아오게 하는 원동력이 될 거라 믿어요. 아이들에게 그것을 남겨준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나 만족합니다.”

2024-07-14

[우리 이웃 이야기]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 저자 장선용씨

“식물도 물이 필요한지 아닌지 잘 살피면서 물을 잘 주고 사랑한다 말해주면 꽃이 펴요. 하물며 아이들에게는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넣고, 사랑을 넣은 제대로 된 음식을 줘야하지 않겠어요?”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의 저자 장선용(체칠리아·85·미국 샌프란시스코 산호세본당)씨는 “아이들에게 주는 음식은 사랑이고 정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씨는 “맵고 짠 것만 먹어도 성질이 사나워지는데, 공장에서 기계로 만든 간편식이 피가 되고 살이 되겠느냐”며 “깍두기를 하더라도 네모반듯하게 정성을 들여 만들어 먹어야 아이도 잘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며느리 주려고 쓴 거니까 알기 쉽게 썼지요. 그걸 책으로 만들자 해서 냈는데 날개 돋친 듯 팔렸어요. 미국에 오니 집집마다 이 책을 들고 있어서 놀라기도 했어요.” 1993년 장씨가 펴낸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도 이런 마음으로 쓴 책이다. 시작은 이민가서도 매번 국제전화로 음식 만드는 법을 물어오는 며느리를 위해서 한 장, 한 장 써 내려간 조리법 편지였다. 장씨는 정확한 계량과 조리시간을 적어 며느리가 전화로 따로 묻지 않고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조리법을 적었다. 그걸 주변에서 보고는 서로 달라며 아우성이기에 책을 냈다. 그렇게 낸 책이 오랜 시간 많은 엄마들의 사랑을 받는 요리책이 됐다. 벌써 30만 부가 팔렸고, 영어·중국어로도 번역돼 지금도 팔리고 있다. 이후로도 장씨는 EBS에서 요리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미주 중앙일보에 7년 8개월 동안 조리법을 연재해 「장선용의 평생 요리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요리를 말로만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음식을 해서 다 먹이면서 가르쳐요. 아무렇게나 하면 맛이 없어요. 다 정성이 들어가야 해요.” 이렇게 장씨가 요리를 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성을 들인 음식을 잘 먹이려고’다. 본당에서도 아빠들을 위한 요리 교실을 열면서 음식을 나누고, 본당행사가 있으면 음식을 한가득 해갔다. 심지어는 북콘서트를 하는 데도 음식을 잔뜩 해가서 모두를 배 불렸다. 매번 이렇게 음식 하는 일이 고단하지는 않을지 묻자 장씨는 “먹는 게 제일 중요하지!”라며 웃었다. 장씨에게 먹이는 일은 신앙으로도 이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성 담은 음식을 먹이는 장씨에게 하느님은 우리를 더 잘 먹이시는 분이다. 그래서 장씨는 “신자들이 죄책감에 걱정하지 말고 영성체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집안에 우리 애들이 왔다고 생각해 봐요. 애들 밥상 차려놓은 엄마가 엄마한테 맨날 인사 안 했다고 ‘너 밥 먹지마’ 하면서 내쫓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하느님은 더, 더 좋은 분인데 밥 먹지 말라고 하실 리가 없어요.”

2024-06-30

[우리 이웃 이야기] 라경숙 안젤라 플루티스트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라는 구절처럼 주님께서 나를 쓰고자 하신다면 뭐든지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고 믿어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하는 독주회 시리즈’라는 제목의 본당 후원 독주회를 열고 있는 라경숙(안젤라·44·제1대리구 보정본당) 플루티스트는 프랑스 젠빌리에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국내외 다수의 콩쿠르에서 음악적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은 플루트 연주자다. 지금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 1년에 두 번 교구 내 본당에서 후원 플루트 독주회를 연다. 첫 본당 독주회는 2014년 말경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요청으로 시작됐다. 라씨는 “다른 연주회 일정도 바빠 고민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힘이 될 수 있는 후원 독주회가 전부터 하고 싶어서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5년 5월 첫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독주회 제목인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하는 독주회 시리즈’에 대해선 “연주회 중간에 들어가는 곡 해설을 본당 신부님께 부탁하는데, 이 구성에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신부님이 곡 해설을 하시면 신자들이 더 집중하고 좋아하더라고요. 아무리 음악 전공자가 와도 ‘우리 신부님’이 하시는 친근한 해설을 따라잡을 수 없죠.”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보정본당을 비롯해 세 번의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라씨는 “후원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독주회가 열린 본당의 부족한 살림을 채우는 데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4년 만인 올해 5월 수지본당에서 팬데믹 이후 첫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라씨는 “도심의 큰 홀에서 하는 독주회와 똑같은 구성으로 양질의 음악을 교구 본당 신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벌써 올해 9월에는 동탄본당, 내년에는 신갈본당이 예정돼 있다. 라씨는 가톨릭 음악인으로서 사는 것을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릴 적 매주 중고등부 미사 때 플루트로 영성체 묵상곡을 연주한 기억, 음악인을 준비하는 내게 신부님들이 하신 소중한 말씀들이 잊히지 않는다”며 “플루트를 전공한 것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이 하느님이 나를 도구로 쓰시기 위해 계획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독주회 외에도 성가 편곡, 각종 연주회, 레슨까지 병행하고 있지만 라씨는 힘든 기색 없이 앞으로도 후원 독주회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랐다. “요즘은 주말을 가리지 않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자녀도 키우다 보니 몸이 남아나질 않지만,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도구가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2024-06-16

[우리 이웃 이야기] 어린이 찬양 사도 제리아 양

“제가 노래하는 하느님은 실수나 잘못을 해도 용서해 주시는 따뜻한 분이세요.” ‘아이들의 마음으로’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자는 노래를 발표했던 제리아(안나·10·제1대리구 서정동본당)양은 그 마음을 꼭 닮은 어린이 찬양 사도다. “노래를 연습해서 녹음하고, 발매된 노래를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듣는 분들도 제가 부르는 성가를 통해 기쁘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당차게 말하는 제리아양은 타고난 찬양 사도다. 제리아양이 처음 찬양을 시작한 건 6살 때. 현재 첫째, 둘째 토요일에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관장 피승윤 바울리노 신부)와 교구 용인성당(주임 박정배 베네딕토 신부)에서 교차로 열리는 ‘은혜의 뜰’(단장 이형진 가브리엘) 음악 피정에서 아빠 제치원(암브로시오)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자작곡인 ‘아이와 함께 바치는 기도’를 딸과 함께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리아양이 흔쾌히 함께 했다. “처음이라서 많이 긴장했지만 관객들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첫 공연치고 괜찮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어요.” 첫 공연부터 좋았다는 제리아양은 먼저 찬양 사도의 길을 걷고 있던 아빠 제치원씨의 끼를 물려받아서인지 어릴 때부터 아빠가 부르는 성가들을 곧잘 따라했다. “본당에서는 어린이 미사 때 독서를 맡거나 반주를 하고 있어요. 나중에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고 싶어요.” 이렇게 음악적 재능이 넘치는 제리아양의 꿈은 댄서와 아이돌 가수이다. 장래희망을 정하지 못하거나 부모와 의견이 달라 고민하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벌써부터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제리아양은 부모의 전폭적인 이끎과 지지까지 받고 있는 셈이다. “…….” 제리아양은 부모님께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눈물이 차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제리아양은 이번 어버이날 선물로 용돈을 모아 아빠에겐 옷을, 엄마에겐 매니큐어를 선물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선물도 있었다. 어버이날에 ‘부모를 위한 기도’ 음원을 발표한 것이다. “엄마 아빠, 그동안 잘 키워주신 것 정말 감사드려요. 영원히 평생 함께 지내고 싶어요.” 겨우 입을 뗀 제리아양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름다운 노래들을 계속 부르고 싶어요”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2024-05-12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가톨릭연극인회 설립 추진 최주봉 회장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연극은 다른 연극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닌 힘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힘으로 연극을 하게 되거든요. 교구의 넓은 지역에서 가톨릭 연극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더 풍성해질지 기대됩니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이하 서가연)를 이끌고 있는 최주봉(요셉·78) 회장은 수원가톨릭연극인회(가칭, 이하 수원연극인회) 창립을 준비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창립까지는 아직 남았지만, 시작이 반이라 하듯 이미 절반 이상이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수원연극인회의 활동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수원연극인회는 지회가 아니라 서가연과 동등한 입장에서 운영되는 단체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교구와 서울대교구, 나아가 전국의 많은 가톨릭 연극인들이 유대감을 가지고 함께하길 바랍니다.” 최 회장은 서가연의 회장이고, 수원연극인회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원연극인회의 공식 설립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지만, “수원연극인회는 서가연의 지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의 목표는 서가연의 확장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가톨릭 연극인들이 연극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함께하는 장을 열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서가연 설립 초기부터 전국 어느 교구든지 가톨릭연극인단체 설립을 도우려고 준비해왔다”면서 “지난해 이용훈(마티아) 주교님을 뵙고, 교구 홍보국과 만나면서 교구에 설립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설립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원연극인회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단체가 되길 희망합니다. 앞으로는 젊은이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줘야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수원연극인회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청소년·청년을 위한 활동에 주목했다. 최 회장은 청소년·청년을 위한 공연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청년 연극인들이 재능을 펼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최 회장은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기 어려운 젊은 연극인들이 많다”면서 “교구에서 젊은 연극인들도 함께할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앙을 통해 연기하면서 신앙의 신비를 많이 느꼈어요. 같은 물건이라도 더 세련되고 가치 있는 물건이 있듯이, 신앙은 내 가치를 높여줍니다. 앞으로 수원연극인회와 서가연의 연극을 통해 많은 분들도 그 가치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4-28

[우리 이웃 이야기] 최양업 신부 다큐멘터리 제작 박정미 감독

“100년의 박해 동안 뿔뿔이 흩어진 신자들에게 한줄기 등불이 되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실현한 진정한 한국인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면서 제작했습니다.” 4월 15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시사회를 연 다큐멘터리 ‘한국인 최양업-사랑으로 길을 걷다’를 연출한 박정미 감독(체칠리아·67·제1대리구 동천동본당)은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마음가짐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롤모델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최양업 신부님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한국인의 ‘정’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치명으로 족적을 남기시는 분도 훌륭하지만, 1년 365일을 12년 동안 매일 신자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간 최양업 신부님을 조명하고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박 감독이 이번에 제작한 다큐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서한을 따라서 최양업 신부의 생애와 사목을 심도 있게 파고든 작품이다. 특별히 2021년 ‘한국인 김대건’을 연출한 바 있는 박 감독은 이번 다큐에서도 최양업 신부를 통해 한국인만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했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삶이 ‘열정’이었다면, 최양업 신부의 삶은 한국인의 따듯한 ‘정’(情)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최양업 신부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며칠을 걸어가서 영성체를 주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보이셨다”면서 “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지만, 이 보이지 않는 가치로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 그게 예수님의 마음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에게 이번 작품은 여느 작품보다도 특별하다. 제작기간 3년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전국 곳곳의 최양업 신부의 흔적을 찾아다닌 것도 그렇고, 수많은 신부, 수녀, 신자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한 것도 그렇지만, 함께 다큐를 제작하다 선종한 남편 최중설(안드레아)씨의 유작인 점이 가장 그렇다. 박 감독은 “다큐를 준비하면서 남편과 최양업 신부님의 심성이 정말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고, 남편을 통해서 최양업 신부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남편의 선종으로 한동안 가라앉아 있었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으며 이 작품을 통해서 선물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양업 신부님은 사목에서부터 순교자 행적 번역, 한글 사용, 천주가사 등 이렇게 많은 일을 해놓고도 내세우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셨어요. ‘한국교회가 박해 시기 동안 명맥을 잇게 해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했을 때, 최양업 신부님의 업적이 신자들 가슴 속에 박혀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양업 신부님을 통해 ‘일상의 순교가 일상의 기적을 낳는다’고 느낍니다.”

2024-04-21

"정성어린 봉사는 선교로 이어지죠?

“봉사란 많이 가진 사람만 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지금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면 누구나 가능해요.” 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주임 전삼용 요셉 신부) 집수리 봉사단체 ‘사랑나눔봉사단(이하 봉사단)’을 창단한 양진규(토마스) 단장은 인테리어 기술자로서의 지식을 활용해 가난한 이웃의 집을 수리, 보수 및 청소하고 있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난해 1월 창단됐다. 양 단장은 “10여 년 전 비신자 집수리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며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 사는 이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후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 본당에도 집수리 봉사단체를 만들고 싶었고, 주임 신부님께서도 사목 방향에 맞다며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지금은 본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창단 초 3개월은 신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양 단장은 “넉넉잖은 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 주셔서 단체 운영에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봉사단은 본당의 관심에 힘입어 식당, 1인 주택, 노후화된 복지시설 등 많은 곳에 도움을 줬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봉사단은 현재 다양한 재능과 기술을 가진 단원 35명이 활동 중이고 그 중엔 청년도 4명 있다. 양 단장은 “집수리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며 “5월에는 홀로 사는 노인가구의 이사를 돕기 위해 본당 청소년위원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물질적 풍요와 봉사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신부님의 말씀처럼 더 풍요로워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이라도 이웃과 나누는 것이 오히려 큰 행복을 준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작은 재능으로 하는 정성 어린 봉사는 우리와 이웃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양 단장은 집수리 봉사가 선행과 더불어 ‘선교’라고 강조했다. “우리 봉사가 널리 알려지면 ‘천주교 신자들이 이런 일을 한다’며 지역 사회에도 귀감이 돼 자연스럽게 선교로 이어진다”면서 “이런 면에서 봉사단만이 아닌 본당 공동체가 모두 함께하는 봉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다른 지역도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을 것”이라며 “우리 본당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웃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사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일상적인 일이 됐으면 하는 게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2024-04-14

[우리 이웃 이야기] ‘92세 고령에도 구역장 봉사’ 김영복씨

“이렇게 늦은 나이까지 교회에서 봉사 할수 있는 건 모두 주님의 은총 덕분입니다.” 김영복(요셉·92·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씨는 조원 제1지역 보훈원(사랑의 집) 구역의 구역장이다. 김씨는 92세의 고령임에도 5년째 구역장을 맡아오고 있다. “말이 구역장이지 심부름꾼입니다. 주일마다 주보를 나눠주고, 본당의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김씨가 거주 중인 수원보훈원은 국가 유공자들을 위한 거주 시설이다. 김씨 본인도 6·25전쟁에 무전병으로 참전했던 국가 유공자다. 국가 유공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노인 신자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임 구역장이 노환으로 그만두자 유일한 적임자인 김씨에게 구역장의 역할이 돌아갔다. 김씨는 “처음에는 이 나이에 구역장을 하라는 것에 있어 좀 걱정이 됐다”며 “그래도 구역장 경험이 있고, 봉사하는 자리기 때문에 직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김씨는 지팡이도, 안경도 쓰지 않는다. 김씨는 아직도 직접 계단을 오르내리고, 돋보기 없이 작은 글씨도 척척 읽어낸다. 그는 이렇게 건강할 수 있는 비결이 신앙생활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일마다 성당에 나오고, 매일 점심마다 보훈원의 사람들과 만나 기도를 드리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게 다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하는 겁니다. 주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김씨는 50세에 입교했다. 젊은 시절의 김씨는 천주교 신자인 가족들을 보면서 언젠가 성당에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가족들이 손을 잡고 성당에 가는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길로 김씨는 아내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은 김씨는 본당 활동도 열심히 했다. 레지오를 시작으로 사도회와 연령회 활동을 꾸준히 해오다 70세엔 10년간 구역장으로 봉사했다. 김씨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술과 담배도 멀리하게 됐다”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수의 비결은 열심한 신앙생활”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구역장으로서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씨는 “고령자가 많은 구역의 특성상 신자 수가 줄기만 한다”며 “많은 사람에게 신앙을 알려줘 보훈원의 기도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앙생활과 교우들의 친교 안에서 늘 행복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교회의 심부름꾼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2024-04-07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찬양사도협의회 김정석 회장

“음악에는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거나 기억에 남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가는 주님의 말씀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정을 음악에 실어서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라 생각합니다.” 수원교구 찬양사도협의회(이하 수찬협) 김정석(안드레아) 회장은 ‘음악의 힘’을 말했다. 어릴 적 구구단을 노래로 외우듯, 멜로디에는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어 성가가 하느님의 말씀을 잘 기억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성가들이 그렇지만, 특별히 오늘날 많은 이들이 접하는 대중음악 형식은 현대인들의 감정을 잘 녹여내, 하느님을 향한 감정도 음악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회장은 “드럼 등의 악기 때문에 대중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성가가 경건한 분위기를 해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는데, 교회 안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을 것 같다”면서 “전통적인 성가도, 현대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성가도 성장한다면 결국에는 교회음악 전체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저도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수찬협 덕분에 찬양사도로 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찬협이 앞으로도 여러 찬양사도들에게 찬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양성하는 단체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김 회장은 전공자는 아니지만, ‘이 길 위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등의 곡을 작곡하고 직접 연주도 하는 등 찬양사도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동료 찬양사도들이 함께하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함께하는 동료들을 통해서 영향도 받고, 동료를 통해 배우면서 작곡도 하고 활동하고 있다”며 “저는 보잘것없지만, 탈렌트의 비유처럼 탈렌트 하나라도 받은 것을 더 불리고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찬양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회장은 “팬데믹 이후 신자분들에게 성가를 전해드리는 발걸음 미사를 재개하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신자분들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발걸음 미사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찬협은 지난 3월 9일 안산성안나성당에서 열린 발걸음 미사를 시작으로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발걸음 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수찬협은 이를 통해 교구 신자들에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성가를 보급하고, 동시에 교구 찬양사도들이 봉사하고, 양성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간다. “교회 안에서 같은 주제와 같은 생각으로 찬양의 노래를 부르고, 또 만들면서 많은 것을 얻습니다. 신자분들도 발걸음 미사에서 저희와 함께하시면서 성가를 통해 우리가 공동체라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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