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저축·환경보호…“행동할수록 더 특별한 사순 보낼 수 있어요”

3월 5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2025년 사순 시기가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이 시기에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 죽음을 묵상하면서 부활을 기다리며, 특별히 금육·단식 등의 재를 지키고 희생과 보속, 자선 등을 실천하고 있다. 교구와 함께 사랑을 실천하면서 주님 부활을 고대한다면 사순 시기가 더욱 의미 깊어질 것이다. 49년째 이어오는 사순 시기 실천 운동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국장 유승우 요셉 신부)은 2025년 사순 시기를 맞아 ‘사랑으로 가진 바를 나누자’를 주제로 ‘사순 시기 실천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순 시기 실천운동은 ▲사랑의 단식재(4월 11일)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동 헌금의 날(4월 13일) ▲사순 저금통 등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사랑의 단식재는 해마다 사순 제5주간 금요일 단식을 실천하고 단식을 통해 절약한 재화를 이웃을 위해 나누는 활동이다. 사랑의 단식재는 49년째 이어오는 한국교회의 사순 시기 운동이다. 한국교회는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을 확산시키고자 1975년 주교회의 산하에 인성회(人成會, Human Development Committee, 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를 설립했다. 인성회는 1977년부터는 해마다 전국적으로 사순 제5주간 금요일을 단식 권고일로 정해 나눔을 실천해왔다. 신자들은 사순 제5주간 금요일에 단식과 금육을 실천하고,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면서 봉헌금을 마련, 그 주간의 주일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봉헌했다. 1990년에는 주교회의를 통해 한국교회의 주일파공과 금육재 관면 취소가 결정됨에 따라 단식 권고일을 ‘사랑의 단식재’라는 명칭으로 변경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순 저금통 역시 단식과 금육 등의 재를 준수하며 사순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내고자 했던 신앙선조들의 노력에서 이어오는 전통이다. 한국교회 신앙선조들은 초기부터 사순 시기를 ‘봉재’(封齋)라 부르며 재를 철저히 지키는 시기로 여겨왔다. 박해 시기, 조선교회가 교황의 관면을 받으면서 재를 준수하는 규정은 완화됐다. 그러자 신자들은 사순 시기에 ‘애긍시사’(哀矜施舍)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이를 위해 자선을 실천하는 애긍시사로 재의 준수를 대신해 나갔던 것이다. 1923년 저술된 「회장직분」은 “조선의 교우들에게는 특별히 대·소재에 많은 관면이 있으니 그 대신 사순 시기에 매주 묵주 기도 5단을 바치거나 자선 행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생명 살리는 실천, ‘사순 저금통’ 교구는 사순 저금통을 통해 모금한 기금을 교구 사회복음화국 생명위원회를 통해 생명지원사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생명지원사업은 교구 내 출산, 양육, 치료비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 중에서도 특별히 3자녀 이상인 다자녀·조손·한부모·미혼부모·입양·가장의 실직·다문화·소년소녀가장·장애인 가정 등을 위한 양육지원, 셋째 자녀를 임신한 임산부·세 자녀 이상의 임산부·미혼모 임산부를 위한 출산 지원,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가 있는 가정을 위한 치료비 지원 등이 이뤄진다. 사순 저금통 모금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은 각 본당을 통해 배부되는 사순 저금통을 가정에 가져가 모금을 진행한 후 본당 사무실에 제출하면 된다. 저금통 모금이 어려운 이를 위해 온라인 후원도 진행하고 있다. ARS전화(060-702-0200)를 통한 모금은 한 통화에 1만 원이 사순 저금통 모금으로 보내진다. 계좌이체를 원하는 이들은 생명위원회 계좌(신협 131-018-742128)로 송금하면 된다. 또 QR코드를 통한 간편 후원은 신용카드, 휴대폰 결제 등을 통한 후원이 가능하고, 기부금 영수증 발급도 된다. 생태를 위한 사순 시기 실천 사순 시기 희생과 나눔의 실천은 생태를 위한 지향을 두고 할 수도 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일환으로 ‘교구 탄소중립 생활실천 봉헌’을 진행하고 있다. 교구 탄소중립 생활실천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처럼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희생, 작은 실천을 통해 가난한 이들과 모든 피조물에게 사랑을 전하는 활동이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쓰레기 줄이기 ▲소비 ▲식품 ▲전기·전자 제품 ▲교통 ▲생활 ▲기후 신앙 생활 등 7가지 분야에 걸쳐 40여 가지의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동참을 원하는 이들은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홈페이지(ecosuwon.casuwon.or.kr)의 ‘찬미받으로서-생활실천봉헌-봉헌하기’ 메뉴에서 실천사항을 확인하고 실천한 내용에 체크한 후 ‘봉헌’ 버튼을 누르면 된다. 생활실천 봉헌 웹페이지에서는 현재까지 참여한 이들의 수와 봉헌한 실천의 개수, 어떤 분야의 실천이 많이 봉헌됐는가 등에 관한 간단한 통계도 살필 수 있다.

발행일 2025-03-09 제3432호 4면

수원교구, WYD 향한 여정 박차…“청년들에게 힘과 용기 줄 수 있도록 온 마음 모아주길”

수원교구는 2월 15일 가톨릭교육문화회관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교구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사단법인 ‘수원교구가톨릭문화원’을 창립했다. WYD를 위한 대외적 활동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교구는 전국 여러 교구 가운데서도 WYD 교구대회 준비를 위한 활동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교구는 어떻게 WYD를 준비해나가고 있을까. 3월 15일 열릴 2027서울WYD 교구대회 발대식을 앞두고 WYD를 향한 교구의 활동을 살펴본다. 온 교구가 한마음으로 WYD를 향한 교구의 여정에서 돋보이는 점은 특정 계층, 특정 단체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교구민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구는 2024년 9월 13일 전국 교구 중 처음으로 WYD교구대회를 위한 위원회인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를 발족했다. 조직위는 그동안 WYD 교구대회 준비와 운영이 전 교구민의 참여로 이뤄질 수 있도록 토대를 닦아왔다. 사제단과 수도자와 교구·대리구·본당 차원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홍보활동을 통해 WYD의 성공적 개최에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왔다. 또한 WYD 교구대회 봉사자를 모집해 정기모임을 실시하고, 봉사자들이 WYD봉사자로서 소양을 갖추고 WYD의 흐름을 파악, 각 분야에서 봉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양성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온 교구민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은 세계청년대회(WYD) 상징물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순례에서였다. 2024년 12월 7일부터 28일까지 교구에서 진행된 상징물 순례는 다른 교구의 순례 프로그램과 달리 신자들이 찾아오는 것이 아닌, 신자들이 있는 삶의 자리를 찾아가는 순례로 진행됐다. 노숙인, 이주민, 환자 등 소외된 이들이 머무는 시설을 비롯해, 청소년·청년의 터전인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구 내 여러 본당에 이르기까지 30여 곳에서 열린 순례여정은 1만 명 이상의 교구민이 참여하면서 교구 전역에 WYD를 향한 영성운동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울러 조직위는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WYD를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장도 펼치고 있다. 특히 WYD에 관심을 둔 여러 전문가, 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조사분석팀을 구성해 WYD 관련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직위는 향후 4차례의 심포지엄을 통해 WYD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문화적 교류, 새로운 기술, 젊은이들의 증언 등을 다뤄나갈 계획이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역시 교구민의 참여를 역설하며 WYD를 향한 여정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 주교는 1월 1일, 새해를 시작하면서 교구민을 향해 「2027서울WYD 수원교구대회 준비 여정을 시작하는 수원교구장 특별 서한」을 발표했다. 이 주교는 서한을 통해 “교구는 WYD를 영적 젊음을 가꿔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공동체적 과업이자, 우리 자신의 영적 젊음을 쇄신하는 기회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면서 “젊은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모든 교구민이 마음을 모아 협력해 주길” 당부했다. “우리는 청년 이벽, 청년 김대건입니다.” 특별히 교구는 WYD의 주인공, 청소년·청년이 WYD를 준비하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청년기획협력단’은 젊은이를 중심으로 한 조직위 활동의 주축이다. 이미 상징물 순례를 비롯한 교구 내 WYD 관련 행사에서도 주요 역할을 수행했고, 오는 3월 15일 WYD 교구대회 발대식을 기획·진행도 이끌어 나가게 된다. 특히 청년기획협력단은 조직위 산하 단체지만, 조직위에서 주어진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WYD 교구대회를 위한 활동을 찾아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청년기획협력단은 2월 한 달 동안 지구마다 지구중심본당이나 청년사목이 활성화된 본당을 찾아 WYD와 3월 실시되는 WYD 교구대회 발대식을 홍보하고 있다. 청년기획협력단 청년들이 먼저 조직위에 제안해 시작된 홍보활동이다. 청년이 주축이 돼 각 본당의 청년들을 만나 WYD를 알리는 이 홍보활동은 청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시에 조직위는 청년층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과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WYD 관계자들을 위한 웹진 제작과 보급을 비롯해 카카오톡 채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X(구 트위터), 쓰레드 등 다양한 SNS를 통해 WYD와 청소년·청년 사목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보급하고 있다. 특히 이런 콘텐츠들은 글과 사진에 국한하지 않고 캐릭터, 숏폼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해 교회 밖 젊은이들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어로도 번역해 외국 젊은이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게시물에는 외국 젊은이들도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조직위는 교구민 누구나 WYD 여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WYD 교구대회 발대식은 그저 기념식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교구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펼쳐지게 된다. 또한 발대식을 기점으로 WYD를 향한 영성운동도 전개된다. 영성운동은 미사와 성사, 묵주기도, 시간전례 등 전통적인 방식뿐 아니라 이웃에게 미소 짓기, 작은 것에도 ‘고마워요’ 표현하기, 이웃에게 안부 묻기 등 생활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영성운동에 함께할 수 있도록 운영될 예정이다. 조직위 사무국장 현정수(요한 사도) 신부는 “WYD를 준비해 나가면서 실제로 교구 청년들 안에서 신앙적 열정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하고 “공동선을 열망하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우리는 청년 이벽이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청년 김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이 세상과 세상, 세상과 교회를 연결했듯이 우리 역시 그런 젊은 교회를,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교구를 지향하는 마음으로 WYD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2-23 제3430호 4면

[일치 주간 특집] 수원, 순례하며 일치를 위해 기도하다

수원 화성이 자리한 행궁동과 교동은 수원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역사 안에는 그리스도교의 역사도 자리하고 있다. 1월 18~25일 일치 주간을 맞아 수원에 복음의 씨앗을 퍼뜨려온 여러 그리스도교들의 자취들을 찾아본다. ■ 순교의 피가 뿌려진 곳 수원 시내에서 가장 먼저 본당이 자리 잡은 곳은 어딜까. 지금은 수원 시내에 번화한 곳이 많지만, 복음이 전해질 당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았던 곳은 역시 종로였다. 종로는 팔달문과 장안문을 잇는 길로, 수원 화성이 축조될 당시 서울의 종로를 본 따 만든 거리다. 수원의 첫 본당은 이 거리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42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북수동본당이다. 수원 지역에 복음의 씨앗이 퍼진 것은 순교의 역사와 맥을 함께한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순교자들이 이곳 수원 화성 일대에서 신앙을 증거하며 목숨을 잃었다. 순교의 중심이 된 곳이 수원도호부의 토포청이었다. 토포청은 죄인들을 심문하고 형을 집행하던 기관이다. 수원도호부는 경기도 화성시 동부 일대와 수원시, 오산시 등을 관할한 지방 행정 구역으로, 수원도호부에서 잡힌 천주교 신자들은 토포청으로 끌려와 고문을 받았고, 처형장으로 끌려가거나 옥사 등으로 이 자리에서 순교하기도 했다. 기록에 남아있는 순교자만도 80여 명이고, 기록에도 남지 못하고 처형된 무명 순교자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 박해가 얼마나 혹독했는지, 박해가 끝나고 종교의 자유가 찾아온 이후에도 이 지역에서는 “무당짓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천주학쟁이만은 되지 말라”는 말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북수동본당이 위치한 곳이 많은 순교자들이 붙잡히고 또 순교했던 토포청이 있던 자리다. 1906년 이 자리에 있던 기와집을 사들여 내부를 개조해 성당을 만들었고, 1923년 르메르 신부가 부임하면서 본당으로 승격됐다. 북수동본당은 순교터이자 수원 시내의 첫 본당인 것이다. 그렇기에 교구는 2000년 9월 북수동성당과 여러 순교터를 품은 수원 화성을 성지로 선포했고, 많은 순례자들이 성지를 순례하고 있다. ■ 순교터를 함께 지켜온 수원종로교회 천주교회로서 가장 먼저 수원 시내에 자리를 잡은 본당이 북수동본당이라면, 개신교회로서 가장 먼저 수원 시내에 자리를 잡은 교회는 수원종로교회다. 수원종로교회는 북수동성당과 이웃한 교회다. 성당에서 팔달문 방면으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북수동본당 성당의 일부가 토포청 자리이듯 수원종로교회 예배당 역시 수원도호부의 토포청 자리다. 1901년 설립된 수원종로교회는 북수동(보시동) 115번지에서 1907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이 자리가 개신교 신자들에게도 의미 있을까. 교회를 안내하는 인쇄물을 보고 의문이 풀렸다. 안내문에는 “천주교도들이 순교했던 순교의 터, 성지에 주님의 몸된 수원종로교회가 세워졌다”는 설명이 게재돼 있었다. 수원종로교회 강성률 담임목사는 “1969년 현재 교회 건물을 지을 당시 수원도시개발에 따라 교회 건물을 옮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순교의 터로 의미 있는 이 자리를 지켜나가자고 뜻을 모았다”면서 “종단은 다르지만 한 분이신 주님을 섬기는 교회”라고 말했다. 많은 개신교회들이 성경 봉독과 설교를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지만,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속한 수원종로교회는 성찬예배도 중요하게 여긴다. 성찬예배는 천주교의 미사처럼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를 함께하는 예배다. 비록 천주교의 미사처럼 성사로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몸까지 내어주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마음은 같다. 수원종로교회는 월 1회 성찬예배를 실시, 이날의 봉헌금은 모두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나누고 있다. ■ 교동에 자리한 대한성공회 수원교회 북수동본당과 수원종로교회가 자리한 북수동뿐 아니라 북수동 인근에 자리한 교동 역시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가 많다. 북수동이 조선시대 수원의 중심지였다면, 교동은 일제강점기 당시 수원의 중심지였다. 그러다 보니 ‘수원교회’라고 불리는 곳들이 많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수원교회는 1928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수원교회는 1946년, 기독교한국침례회 수원중앙교회는 1951년부터 이 지역에서 복음을 전해왔다. 교단은 다르지만 모두 그리스도교기에 ‘수원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여러 수원교회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교동의 ‘수원교회’들 중에서도 1904년 설립돼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한성공회 수원교회다. 다른 개신교단에 비해 옛 전례를 많이 지켜온 대한성공회는 많은 모습이 천주교회와 비슷하다. 성당의 모습이나 신부님이라는 호칭도 그렇고, 전례력에 따른 생활도 친근하다. 비록 성사교류는 불가능하지만, 감사성찬례의 모습은 꼭 천주교회의 미사를 닮았다. 특히 대한성공회 수원교회의 경우 매일 오전 7시 성당에서 우리의 시간전례 ‘성무일도’에 해당하는 성무일과를 함께 바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또 성공회 신자뿐 아니라 예수님을 만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성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울타리를 허물고 성당의 일부 공간을 공원처럼 꾸미기도 했다. 수원교회만이 아니었다. 수원중앙교회도, 북수동성당도 예수님을, 하느님을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해 열려있는 곳으로, 누구나 기도할 수 있도록 성당문을, 예배당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대한성공회 수원교회 보좌 김대묵(가브리엘) 신부는 “이곳 신자들만 가는 곳 아닐까, 들어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성당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면서 많은 이들이 성당에 머물며 기도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발행일 2025-01-19 제3426호 4면

‘시들지 않는 희망’의 새해…교구민 위한 다채로운 행사 마련

2025년은 보편교회가 함께 기념하는 정기 희년이다. 교구 역시 12월 29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희년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희년의 시작을 알렸다. 교구는 2025년 희년을 어떻게 보낼까? 2025년 희년의 의미 희년은 신자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회개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하느님께 돌아가겠다고 결단하도록 교회가 마련한 특별한 해다. 희년은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내던 축제에서 유래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7번째 해를 안식년으로 땅을 쉬게 했는데, 이 안식년을 7번, 바로 49년이 지난 다음 해인 50년째를 희년으로 삼았다. 이 희년은 소유지를 원 소유자에게 되돌려 주며, 종살이에서 풀어주고, 땅을 쉬게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재정립하는 시기였다. 교회는 1300년 첫 희년을 선포하면서 정기 희년을 지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0년마다 거행하던 희년은 1343년 클레멘스 6세 교황 때 50년마다 선포됐고, 1470년 바오로 2세 교황이 25년으로 희년의 주기를 줄여 모든 세대가 적어도 1번씩은 희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했다. 희년의 기원은 구약에서 왔지만, 오늘날 우리가 지내는 희년은 서기, 즉 예수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한다. 바로 예수님을 통해 구원이 이뤄졌음을 기념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고 선포하셨다. 그리고 이 말씀을 실천하시며 모든 생활과 만남, 관계 속에서 해방과 회개를 이뤄주셨다. 2025년 희년은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펼쳐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이번 희년은 “시들지 않는 희망,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희망으로 특징지어지는 성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황은 칙서에서 “믿는 이들의 증언이 우리 세상을 위한 참된 희망의 누룩이 되고, 주님의 약속이 성취되리라는 기쁨에 찬 기대 안에서 정의롭고 조화롭게 살아갈 새 하늘 새 땅에 대한 예고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의 증언을 통하여 희망을 간절히 찾는 모든 이에게 희망이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구에서 펼쳐지는 2025년 희년 교구는 희년을 맞아 각계각층 위한 다양한 교육을 비롯해 청소년·청년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희년을 맞아 가장 많이 이뤄지는 활동은 교육과 피정이다. 이번 희년에는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연령별, 평신도·수도자·성직자 등 직분별뿐 아니라 소공동체·교리교사·전례·성경교육·각 사목회 분과에 이르는 여러 봉사 분야별 등 교구 내 각계각층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피정과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정, 특별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여정에 있는 만큼,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다채로운 활동이 진행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교구 청소년국은 7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로마에서 열리는 젊은이들의 피정에 교구 청년들과 함께 참가하고, 희년에 열리는 7대 성당을 순례할 계획이고, 각 대리구 차원에서도 초등부 어린이를 위한 전례·성가교육을 비롯해, 청년 아카데미, 대학생 농촌봉사활동, 청년 연합 성지순례, 지구 청년 연합피정, 청년 간담회,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 주일학교 교리교사 힐링 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가정의 희년으로는 손주에게 전해주는 신앙이야기 수기대회, 조부모와 함께 촬영한 가족사진대회가 마련되고, 어르신들을 위한 떼제미사도 열릴 예정이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활동도 펼쳐진다. 교구 주교들은 교도소를 방문해 견진·고해성사를 집전할 예정이고,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아주일학교 연합 가족미사와 캠프, 성지순례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희년을 살아가는 모든 신자들, 희망의 순례자들을 위한 순례에도 박차를 가한다. 특히 교구는 여러 성당과 사적지, 성지를 희년 순례지로 지정해 더 많은 이들이 희년을 맞아 순례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또 대사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희년에 순례를 통해 대사를 얻을 수 있는 장소는 정자동주교좌·조원동주교좌·권선동·분당성요한성당 등 성당 4곳과 안성·왕림·용문·하우현성당 등 사적지 4곳, 구산·남양성모·남한산성·단내성가정·미리내·손골·수리산·수원화성순교·양근·어농·은이-골배마실·죽산·천진암 등 성지 14곳이다. 순례 외에도 6월 24일 천진암성지의 한국천주교회 창립기념행사, 10월 23일 죽산성지의 교구 성체현양대회, 10월 25일 미리내성지의 교구 순교자현양대회, 그리고 12월 29일 거행되는 희년 폐막미사를 참례하면 교황 강복과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 앞서 제시된 활동을 통해 대사를 얻기 위해서는 대사를 얻고자 하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어떤 죄도 짓지 않은 상태인 은총의 상태여야하고, 일반조건에 해당하는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 바치는 일을 충족시켜야 한다.

발행일 2025-01-05 제3424호 4면

고통 받는 이들 위로하고 생태적 회개와 선교 활동에 앞장서다

2024년 한 해 동안 수원교구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10가지 뉴스로 한 해를 돌아본다. ■ 서울WYD교구대회 준비 박차 교구는 서울대교구를 제외한 전국 교구 중에서는 처음으로 9월 13일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서울WYD) 교구 대회 추진을 위한 조직위원회를 출범, 서울 WYD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교구는 서울WYD 교구대회를 위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봉사자를 모집, 정기모임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생태를 위한 다양한 노력 2021년 9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포한 교구는 올해도 2월 7일 정자동주교좌성당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것을 비롯해 에너지 전환과 생태를 위해 힘을 모았다. 특히 올해는 해마다 진행해온 환경한마당 외에도 녹색성당 아카데미, 생태영성 신학포럼, 딱따구리 특강 등 새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열어 생태적 회개를 독려했다. ■ 교구 주교단, 해외 선교지 방문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4월 13일부터 5월 1일까지 아프리카 남수단과 잠비아 선교지들을 방문했다. 이 주교는 교구 선교사제들과 현지 신자들을 만나고 남수단 룸벡교구 쉐벳본당에서는 새 성당 봉헌식을 주례하기도 했다. 이성효(리노) 주교도 6월 미국 샌프란치스코의 한인 본당을,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도 5월 미국 올버니와 캐나다 키치너의 한인 본당을 방문했다. ■ 세월호 참사 10주기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되는 해였다. 교구는 4월 12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미사를 거행했다. 10주기에 앞서 수원가톨릭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박성호(임마누엘) 군을 위해 세워진 ‘임마누엘경당’ 보수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박성호 군과 친구로서 함께 사제의 꿈을 키웠던 심기윤(요한 사도) 신부가 12월 6일 사제품을 받기도 했다. ■ 교구 홍보국, 본당 홍보담당자들 첫 모임 교구 홍보국은 1월 20일 본당 홍보담당자 모임을 열었다. 교구 차원에서 본당 홍보담당자 모임이 진행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홍보국은 이후로도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본당 홍보분과, 홍보위원회 등 홍보담당자들과 소통하고, 본당에서 미디어 사도직 활동이 촉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 사회적 재난들로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용훈 주교는 6월 화성 공장 화재가 발생하자 경기도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또 1월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 새 성당 봉헌·입당·기공 많았던 한 해 올해는 교구 내에 성당을 새로 짓고, 입당하고, 봉헌하는 새 성당 관련 행사들이 많았다. 제1대리구 동탄반송동본당·제2대리구 초월본당이 새 성당을 봉헌하는 기쁨을 누렸고, 제1대리구 원삼본당도 고초골공소 경당 복원을 마치고 축복식을 거행했다. 기흥·동수원·문호리본당이 새성당 기공에 들어갔고, 배곧본당이 새 성당에 입당했다. ■ 설립 25주년을 맞은 단체·본당들 설립 25주년을 맞은 단체와 본당도 많았다.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교구 청년성서모임, 교구 노인대학연합회가 설립 25주년을 맞아 첫 마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또 고잔·분당성루카·상촌·정자꽃뫼·태평동본당 등도 설립 25주년을 기쁜 마음으로 보냈다. ■ 제1회 룩스메아의 날 교구 룩스메아는 7월 27일 제1회 룩스메아의 날 행사를 열었다. 교구 룩스메아에 소속된 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자녀가 모두 함께한 첫 행사였다. 2005년 설립된 룩스메아(Lux Mea·나의 빛)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기도 모임으로 2019년부터 교구 청소년국 산하 단체로 인준 받아 부모기도모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해외선교사제 파견 교구는 1월 박정근(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파견했다. 이로써 교구는 남수단 3명, 잠비아 3명, 페루 2명, 칠레 4명으로 모두 12명의 피데이 도눔 선교 사제를, 미국과 캐나다에는 5명의 선교사제를 파견하게 됐다.

발행일 2024-12-25 제3422호 4면

교구민 1만7522명 ‘성경 완필’, 공동체 함께하는 신앙 성숙

수원교구는 1992년 성경사목을 시작하면서 신자들의 영적 생활을 증진시키고 말씀을 통해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성경 프로그램과 성경필사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성경필사는 주교에서 평신도까지, 남녀노소를 떠나 많은 교구민들이 함께한 운동이다. 교구의 성경필사 운동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수천 년의 시간, 성경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필사의 힘이었다. 신자들은 성경을 손으로 필사해 성경을 남겼고, 또 이 성경을 소중하게 보관해 오늘날까지 이어왔다. 수많은 필사자들의 노력이 수천 년의 세월을 딛고 하느님의 말씀이 후대에 전해졌고, 신앙의 맥이 이어질 수 있었다. 우리 신앙선조들이 신앙의 불을 꺼뜨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성경필사의 도움이 컸다. 아직 정식으로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출판하기도 어려웠던 박해시기, 신앙선조들은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구절들을 필사하고 필사본을 서로에게 나눠주며 신앙을 지켜나갔다. 신앙선조들이 성경 필사를 통해 신앙을 지켰듯이 오늘날 교구에도 성경필사는 중요한 신앙행위로 이어오고 있다. 교구는 1997년 본격적으로 성경필사 운동을 전개한 이래 해마다 성경을 완필한 신자에게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명의의 축복장을 전달하고 있다. 처음으로 성경 완필자에게 축복장을 수여한 것은 1997년. 당시 성경 완필로 축복장을 받은 이는 255명이었으나 해마다 성경필사자가 증가해 2024년 현재 1만7522명이 성경 완필로 교구장 주교의 축복장을 받았다. 연평균을 셈하면 해마다 626명이 성경을 완필해 교구장 축복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필사를 1회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 여러 차례에 걸쳐 필사를 완료한 이들도 많다. 교구는 성경 필사로 이미 축복장을 받고 2회 이상 성경을 완필한 이들에게는 교구장 주교가 선사하는 상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성경 완필로 교구장 축복장을 받은 600여 명의 신자 중에도 2회 이상 필사를 완료한 이들이 190명에 달했다. 가장 많이 완필을 마친 이는 올해로 25회 필사를 완료한 윤정구(토마스) 씨다. 다양한 성경 프로그램 마련 축복장으로 성경 필사 독려 본당 공동체 공동 필사 활발 선조들 신앙심 후대에 이어 개인적으로 필사를 하는 이들도 많지만, 신자 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필사하는 본당도 많다. 특히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 신앙대회에는 교구 내 186개 본당이 각각 본당 공동체가 함께 필사한 대형성경필사본을 봉헌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로도 교구 내 본당들은 본당 설립을 기념하거나 본당 차원의 특별한 사목으로 본당 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필사하며 공동체의 일치와 신앙을 돈독히 하고 있다. 올해도 제1대리구 상현동·흥덕본당, 제2대리구 관악·분당성루카본당이 전 신자 성경필사를 완료해 교구장 표창패를 수상했다. 무엇보다 완필자들은 성경필사를 통해 신앙을 성숙시키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붓글씨로 성경을 필사한 배경아(이라이스) 씨는 “코로나19로 구약성경을 7번, 신약성경을 8번 완필했던 아이들 아빠가 돌아가신 슬픔을 잊고자 성경필사를 했다”며 “성경필사를 통해 남편 영혼의 안식을 기도하면서 주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가정불화로 힘들던 중 필사를 결심했다는 이종란(엘리사벳) 씨는 “하루하루 아버지 말씀을 써 내려가니 무겁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이 왔다”며 “필사하는 과정에서 완강했던 남편도 영세를 받고 가정에 평화와 성가정의 축복이 함께했다”고 전했다. ■ 성서 주간에 만난 사람 - 반월성본당 손준혁 씨 “매일 성경 필사 작품 제작” “말씀은 볼 때마다 새롭고, 또 넓습니다. 그래서 계속 말씀을 쓰는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쓴 말씀이 다른 분들에게도 묵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손준혁(비오·61·제2대리구 반월성본당) 씨는 매일 성경필사로 작품을 만들고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pio_edith)에 공유하고 있다. 크기도 종류도 다른 조각에는 손 씨가 그날의 복음과 독서를 묵상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구절이 적힌다. 붓이나 펜으로 적어 내려간 말씀에서부터 목각과 황동을 활용한 말씀까지. 성경에 담긴 글자들이 매일 손 씨를 통해 작품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신부님 강론 말씀을 알아듣기 어려워서 성경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로도 「매일미사」 책에 그날 복음과 독서를 필사하면서 매일 필사를 했고, 지금은 말씀 작업을 하면서 기쁨을 찾고 있습니다.” 손 씨가 세례를 받은 것은 2016년, 이듬해 견진도 받았지만, 그날의 말씀을 해설하는 강론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필사였다. 신·구약 전체를 필사한 손 씨는 「매일미사」에 그날 복음과 독서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고, 말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매일 성경필사를 했고, 평생 업으로 살아온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말씀을 표현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나무라는 소재가 주는 따듯함이 말씀이 주는 따듯함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무와 황동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십자가 형태의 나무에 황동으로 조각한 말씀을 못으로 고정하면서 말씀이신 하느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했다. 한 장의 화폭에 펜으로 복음서 한 권을 겹쳐 필사하면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작품들로 2022년 첫 개인전을, 그리고 지난 10월 1일에서 6일까지 수원화성순교성지 뽈리화랑에서 2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뽈리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중에는 매일 제작한 성경말씀 나무조각 작품으로 전시회장을 꾸미기도 했고, 또 이 작품들을 성지 성체조배실 리모델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성지에 봉헌하기도 했다. 손 씨는 “작품이라기보다 제가 말씀이 좋아서 매일 남긴 것인데 그것을 좋은 곳에 좋은 의미로 써주신다고 해서 정말 기뻤다”며 “앞으로도 매일 꾸준히 말씀을 써나가며 전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말씀을 쓰고, 또 각인하는 것은 제가 신앙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을 찾은 것이 행복했던 것처럼, 제가 쓴 말씀을 보시는 분들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발행일 2024-11-24 제3418호 4면

한복 차려입은 시니어들, 이탈리아에 은총의 하모니 수놓다

“서라벌 옛 터전에 연꽃이 이울어라. 선비네 흰옷자락 어둠에 짙어 갈 제 진리의 찬란한 빛 그 몸에 담뿍 안고 한 떨기 무궁화로 피어난 님이시여.” 10월 12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성당 벽감에 자리한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성인상 앞에 다소곳이 섰다. 이내 아름다운 선율이 펼쳐졌다. 바로 「가톨릭 성가」 287번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노래>였다. 세계 곳곳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을 찾은 순례자들은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펼쳐지는 김대건 성인을 위한 공연에 연신 찬사를 보냈다. 수원교구 시니어합창단 베아띠(지휘자 정애란 베로니카, 영성지도 김우정 베드로 신부)의 로마 버스킹 현장의 모습이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 김대건 성인상 등 이탈리아 주요 순례지 버스킹 투어 성가 외에도 가곡 등 한국문화 알려…세계 무대로 성음악 봉사 ‘감격’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노래한 ‘복된 사람들’(Beati) 김대건 성인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 지 1주년을 맞는 시점에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버스킹은 단원들에게도 공연을 마주한 순례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사실 베아띠는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공연을 염두에 두고 이번 버스킹을 기획하면서도,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버스킹이 성사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세계 각국에서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순례지인 만큼, 특정 단체의 공연이 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버스킹 형태로 이뤄지는 공연이기에 성 베드로 대성당 측의 허가가 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단원들은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공연이 불가능하게 될 지라도 김대건 성인을 현양하는 마음 하나로 공연을 준비해 왔다. 로마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과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도 현지 관계자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추진했다. 결과 성 베드로 대성당 측에서 버스킹을 허가했고, 또 공연을 위해 특별입장까지도 배려받을 수 있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25명의 베아띠 단원들은 대기 없이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입장해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가장 어울리는 노래,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노래>를 시작으로 김대건 성인이 공경하던 성모님을 기억하며 <아베 마리아>를 부르고, 또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의 주제인 “당신은 천주교인이오?”에 대한 응답을 담아 <나는 천주교인이오>를 부르기도 했다. 베아띠 이애랑 단장(안젤라·65·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은 “버스킹을 준비하면서 벅참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서 “주님께서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셨고, 정말 은총의 나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프라노 파트를 맡은 김경자(제노베파·75·제1대리구 죽전본당) 씨도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하시고, 모든 것은 주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깨닫게 됐다”면서 “순례 내내 가슴 벅차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펼쳐진 버스킹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만이 아니었다. 베아띠는 10월 5일부터 15일까지 로마를 비롯해, 시에나, 아시시, 산조반니 등 이탈리아 내 여러 도시를 순례하면서 순례지를 방문한 세계 여러 나라의 순례자들을 위해 성음악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버스킹 투어를 준비한 것은 성황리에 마무리한 지난 9월 21일 창단연주회에 이어 세계를 무대에서 성음악을 통해 봉사하고자하는 마음에서다. 베아띠는 그동안 교구 내에서 수준 있는 공연을 선보이며 시니어가 교회에서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 활동하는 역량 있는 봉사자라는 것을 보여줘 왔다. 지금까지는 갖춰진 무대에서 공연을 펼쳐왔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버스킹을 펼치면서 순례자들에게 성음악을 통한 기쁨을 선사하고자 했다.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베아띠 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70세가량. 단원들에게 버스킹이라는 공연 형식도 낯설거니와 체력적인 어려움도 따를 수 있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단원들은 3차례에 걸친 버스킹, 그리고 로마 한인본당에서 미사 중 성가봉사까지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역량을 보였다. 10월 7일 시에나 캄포 광장 열린 첫 버스킹 중에는 비까지 내렸지만, 오히려 우천 중에도 관중이 모여 환호를 들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베아띠 단원들은 모든 버스킹에 한복을 입고 노래하고, 또 <아베 마리아>처럼 서양인들에게도 친숙한 노래를 비롯해 한국어 성가와 한국 가곡 등도 선보여 한국의 문화를 서양인들과 나누기도 했다. 또 단원들에게는 나이와 국적을 떠나 노래를 통해 세계의 모든 이들과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알토 파트를 맡은 이정은(안나·77·제1대리구 권선동본당) 씨는 “버스킹은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버스킹을 한다고 듣는 순간 가슴이 뛰고 저에게 이런 큰 선물이 주어졌다는 것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면서 “이동 시간만 10시간이 넘는 긴 여행이었지만 단원 모두가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밝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이번 이탈리아 버스킹 투어를 추진하고 동행한 정애란 지휘자는 “단원들이 연세가 있으셔서 염려도 있었지만 다들 너무 건강하게 계획했던 모든 공연을 마치고 올 수 있었다”면서 “정말 이번 버스킹 일정을 함께하면서 이 연세가 되실 때까지 열심히 살았고, 헌신적으로 봉사하신 이분들의 삶의 노고를 보시고 길을 열어주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니어 합창단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이루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4-11-10 제3416호 4면

“누군가에게 희망 된다면 기쁘게 봉사활동 이어가야죠”

코로나19를 거치며 끊이지 않는 분쟁, 사회의 양극화,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희망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래서 교회는 2025년 희년을 ‘희망의 순례자’라는 표어 안에서 준비해 나간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7주년을 맞아 우리 ‘희망의 순례자’들의 희망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치매 어르신과 함께한 다큐로 희망을 나누는 김태은 군 “누군가에게 희망 된다면 기쁘게 봉사활동 이어가야죠”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 치매에 대한 관심 높이려 영상도 제작 세상에 희망 퍼뜨리는 봉사 의지 재조명 “저의 작은 활동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한 발짝이라도 내딛으려고 노력한다면 그 누군가의 희망은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은(루치아노·18·수원교구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군은 지난여름, 용인외대부고 동아리 ‘몽실몽실’ 부원들과 함께 치매 환자 요양원에서 봉사를 진행, 그 과정을 영상에 담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치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지만 어둡거나 부정적인 느낌은 없다. 청소년들과 함께 소통하고, 밝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 그런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던 치매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 편견을 깨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김 군은 “봉사하기 전에는 치매를 앓는 분들은 소통도 잘 안되고 폭력적이시지 않을까하는 이미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만나보니 많이 웃기도 하시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시는 그냥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셨다”고 말했다. 김 군과 ‘몽실몽실’ 부원들은 이런 마음을 다큐멘터리에 담아 전했다. 특히 9월 21일 화성 달빛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몽실몽실 봉사단: 치매 요양원으로 간 고등학생들, 그 한 달간의 여정’을 상영했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이 김 군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치매 어르신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시선에 감동하고, 또 공감했다. 김 군은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시는 분도 계시고, 한 어르신은 나중에 치매가 생겼을 때 이런 학생들이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치매라는 주제가 예민할 수 있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치매에 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또 희망이 생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안 그래도 다들 각자 삶 속에서 바쁘고, 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여유도 시간도 없는데, 우리마저 외면한다면 세상이 너무 차가워지지 않을까요?” 김 군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치매 어르신을 위해서가 처음이 아니다. 중학생 때부터 스스로 봉사활동을 찾아 나선 김 군은 다문화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했었고, 지금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다. 예전처럼 대입에 외부 봉사가 가산점이 되지도 않는 지금, 입시만으로도 바쁠 고3 시기에도 봉사를 이어가고, 봉사가 더 널리 퍼지도록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유를 묻자 김 군은 “예수님이 희망을 주는 존재라서”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잠시 생활할 때 현지 또래들의 차별과 따돌림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나를 도와주는,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제게 희망을 주시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 절망의 끝에서 ‘희망 디자이너’로…제2인생 사는 유창옥 작가 “모든 걸 잃은 때에 붙잡은 기도로 희망의 문 열고 주님과 가까워져” 6년 전 사업 실패로 자살까지 생각해 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강사’로 재기 성공 스스로의 삶 통해 청중들에게 희망 전파 “어렵고 힘들고 죽고 싶을 만큼 어려울 때, 절망의 문 뒤에는 또 다른 문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은 바로 ‘희망의 문’입니다.” 유창옥(바오로·68·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작가는 지난해부터 스스로를 ‘희망 디자이너’라 부르고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유 작가는 다양한 강의뿐 아니라, 지역 도서관과 함께 희망 인문학 강좌를 기획하고, 상담을 위한 마음건강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알몸뚱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식물인간이 됐죠. 설악산이나 인천대교도 여러 번 찾아가서 장소를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죽음에 문턱에서 희망의 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희망을 전하고 있지만, 6년 전의 유 작가는 절망의 나락 끝에 서 있었다. 일본 쪽 수출이 수익의 80~90%를 차지하던 그의 회사는 한일 무역분쟁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빠르게 기울어졌다. 은행 추심업체가 매일 집 문을 두드렸고, 수많은 등기가 집 앞에 쌓여나갔다. 결국 회사는 물론이고 전 재산을 다 잃고 말았다. 육십 평생을 성실히 살아왔다 자부했는데, 가족은 물론이고 제 몸조차 건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몸도 마음도 황폐해졌다. 그래서 사망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기에 이르렀다. 유 작가는 “눈치를 챈 아내가 ‘돈을 잃은 건 용서할 수 있지만, 죽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절규하자 그때 마음을 돌리고 성지를 찾아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며 “그 기도의 힘이 제가 희망의 끈을 잡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금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던 중 ‘강사’가 눈에 들어왔다. 레크리에이션에서부터 시작해서 웃음치료, 웰다잉, 생명존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격을 취득해 복지관, 학교 등에서 강의를 해나갔다. 또 돈 버는 활동만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기도로 신앙을 깊이 성찰하면서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을 졸업, 선교사·교리교사 자격증을 따고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성경 강의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의를 하던 유 작가는 강의를 듣는 이들이 자신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강의를 통해 희망을 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희망 디자이너 유창옥」(208쪽/1만8000원/행복에너지)을 펴내기도 했다. 유 작가는 “제 책을 읽고 남편과 사별 후 우울증에 빠져 생활하시던 한 독자가 ‘매일 아침 감사하다는 말로 시작하면서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제 인생을 통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받을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만약 파산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저 그런 신자였을 것이고, 이렇게 희망을 전하는 일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망하는 것, 실패하는 것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안에서 예수님과 더 가까워지고 희망의 문을 발견한 저처럼, 누구든지 주님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행일 2024-10-27 제3414호 1면

‘회개’와 ‘희망’ 품은 희년…일상 속 실천으로 되새겨야

희년은 자비로운 구원자 하느님을 만나는 기쁨의 축제이자 장차 하느님의 영원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으로 기뻐하는 때다. 그러나 끊임없는 폭력과 전쟁, 인간 존엄성 파괴와 생태 위기의 가속화 등 세상은 절망에 신음하고 있다. 절망적 시대를 순례하는 ‘희망의 순례자’인 우리들에게 희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10월 19일 수원가톨릭대 하상관에서 열린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신앙연구소(소장 전홍 요한세례자 신부)의 제47회 학술발표회 ‘희망의 순례자를 위한 희년의 신학’에서 희년의 의미를 찾아본다. 회개와 희망 함께 담고 있는 희년, 먼저 교회의 내적 회개 필요 ■ 희년 거행에 담긴 ‘희망’ 1300년 식량난과 전염병, 전쟁이라는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느님의 도움을 얻기 위한 죄의 용서를 요청하자 교회가 이에 응답하면서 첫 희년이 시작됐다. 첫 희년이 하느님의 은총을 요청하고, 이 요청에 합당한 회개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처럼, 희년에는 먼저 하느님의 현존에 어울리는 교회의 내적 회개를 필요로 한다.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정만(에제키엘) 신부는 이날 ‘희년 거행에 담긴 희망에 관한 신학적 고찰: 시간 차원에서의 창조·구원·종말론을 중심으로’에서 먼저 교회의 희년이 회개와 희망을 함께 담고 있음을 고찰했다. 기 신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2000년 대희년 반포 칙서를 살폈다. 2000년 대희년은 사전 단계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요청되는 회개를 요청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희년 준비단계에서는 희년 안에서 용서와 해방의 은총으로 현재를 성화시키실 하느님께 희망의 중심을 두었다. 그는 “2025년 희년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칙서도 2000년 대희년 준비와 비슷하게,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신·망·애를 토대로 희년이 지니는 ‘오시는 하느님에 대한 희망’을 부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0년대 들어 두 번 맞이한 정기 희년이 담고 있는 중심 주제 역시 하느님으로부터 발하는 희망”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 희년의 희망은 그리스도교 생활의 핵심인 믿음, 소망, 사랑, 즉 대신덕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성부의 사랑에 근거한 성자의 오심과 믿음에서 오는 희망이다. 기 신부는 두 교황의 칙서를 통해 희년의 핵심을 “하느님의 오심에 의한 은총의 때”라고 짚었다. 그는 “교회의 희년은 전례력으로 표현하자면 대림 시기”라며 “그리스도의 강생과 파스카 그리고 성령 파견을 통한 종말의 완성에 대한 희망으로 충만한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약의 안식일, 안식년, 속죄일을 분석하면서 희년이 기존의 시간을 폐기해 버리는 반복적 회귀를 말하는 고대 종교들과는 달리, 하느님의 약속과 희망을 오늘, 바로 현재에서 실현하는 시간의 충만을 상징함을 역설했다. 특히 희년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역사적 성취를 이룬다. 기 신부는 “그리스도를 통해 역사의 시간 안에 이미 종말의 시간이 시작됐고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의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이미 도래한 종말의 시간에 힘입어 그것의 완성을 향해 희망의 순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삶과 사명은 교회가 창출하고 꾸미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창조하고 구원하러 오시는 하느님께 주도권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기 신부는 “따라서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을 당신 안으로 품으시는 하느님께로 전부 개방하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그분을 만나는 희망찬 순례의 시작이요 본질이 될 것”라고 전했다. 뿔 나팔 소리는 하느님 현존 상징…구체적인 희년 정신 실현 노력 필요 ■ 희년의 실현 이처럼 희년이 우리의 세속적 주도권을 내려놓고 하느님과의 영적인 친밀함 속에서 우리의 시간과 역사를 성화시키는 것에 희망을 두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희년의 정신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 광주가톨릭대학교 김명숙(소피아) 교수는 ‘희년과 희년을 신호한 숫양 뿔 나팔의 상징성 고찰’을 발표하면서 그 대답을 찾아나갔다. 희년을 뜻하는 히브리어 ‘요벨’의 어원은 숫양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 숫양의 뿔 나팔 소리가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뿔 나팔은 창조주이자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현존에 대해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레위기 25장에서 숫양 뿔 나팔, 곧 요벨로 희년을 신호하게 함으로써 희년 선포의 주체가 누구인지 환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희년과 속량 제도는 천지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이 온 땅의 주인이시며, 이스라엘은 그분의 종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년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제언을 덧붙였다. 김 교수는 “희년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안식년은 들짐승과 땅의 휴식까지 보장하려는 제도”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우리의 집이 돼주는 자연 생태계에 감사하는 말, 우리의 양식으로 식탁에 올라오게 된 모든 동식물의 희생을 기억하는 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식사 전 기도’를 바치면서 생태계에 감사하는 말을 덧붙이면 정기적으로 기도 중에 희년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희년법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약자 보호와 연관된다”면서 “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 구조에 덫에 걸린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차원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형편에 따라 이자를 안 받거나 적게 받고, 집주인은 입주자의 사정을 고려해 집세를 너무 올리지 않는 등의 노력” 등을 제시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 참석한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도 축사 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칙서를 인용하며 희년의 정신을 실천하는 방법에 관해 전했다. 이 주교는 “교황은 전통적 희년 여정인 성지순례, 화해, 기도와 전례, 신앙고백, 대사뿐만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통해 실천하기를 요청한다”며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관심,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연대와 지원, 청소년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격려하고, 청년들에게 힘을 쏟는 것, 공동의 집을 잘 돌보는 것”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희년의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시노달리타스도 실제로 펼쳐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일방적으로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의지가 하나로 만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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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화합 위한 숨가쁜 7일의 여정

한국 주교단은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로마 교황청에서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Apostolorum, 앗 리미나)를 진행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은 교회법(제399조 1항)에 따라 지역 교회 주교들이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와 바오로 묘소 순례, 교황 면담, 교황청 부서 방문 등을 진행하는 행사다.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은 지난 2022년 예정돼있던 사도좌 정기방문이 연기되면서 2015년 3월 이후 9년 만에 열린 행사다. 이에 2015년 9월 주교로 서품된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가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에 처음 참가하면서 교구 주교 3명이 모두 참가한 첫 사도좌 정기방문으로 의미를 더했다. 주교들은 이번 방문 중 20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아울러 16일부터 21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와 성직자부, 시성부, 복음화부(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평신도가정생명부 등을 방문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의 주요 일정 외에도 17일 주교황청 대한민국대사관 방문, 20일 바티칸 정원에서 열린 ‘한국의 성모 성화(모자이크)’ 축복식, 22일 로마 한인본당 미사 등에 함께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에 참가한 교구 주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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