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한 해의 시작인 대림시기가 왔습니다. 대림시기하면 아무래도 성탄을 위한 여러 준비가 떠오르는데요. 우리가 준비해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교무금 책정입니다. 교무금은 ‘교회 유지를 위해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교회에 내는 봉헌금’입니다. 그런데 구약성경을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은 교회 유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예물이라 하면 떠오르는 규정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바로 십일조입니다. 십일조는 수입의 10분의 1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규정인데요. 아브라함은 멜키체덱에게 전리품의 10분의 1을 줬고(창세 14,20 참조), 야곱도 하느님께 10분의 1을 바치겠다고 서원합니다(창세 28,22 참조). 이 전통은 구약성경에 십일조 규정으로 나타납니다. 예수님도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는” 바리사이들을 꾸짖으며 언급(루카 11,42 참조) 하시지요. 십일조는 사제들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되곤 했습니다. 교회법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222조 1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무금만이 이 활동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외국에는 교무금 제도가 없습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종교세’의 형태로, 미국 등의 나라는 기부금이나 주일헌금으로 교회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는 “신자들은 주교회의나 교구의 규정에 따라 교무금, 주일헌금, 기타 헌금과 모금 등으로 교회 운영 활동비를 부담해야 한다”(165조)고 밝히고 있는데요. 교무금만이 아니라 여러 헌금 등도 교회 운영을 위해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 교회는 교회 운영비 외에도 2차 헌금이나 모금 등을 통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성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무금과 십일조가 동일하다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교무금은 우리 신앙선조들의 공소전(公所錢)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사제가 부족하던 시절, 공소에 모여 기도하던 신자들이 공소와 공소공동체 운영을 위해서 모았던 기금입니다. 이 전통이 1931년 ‘전조선지역 시노드’를 통해 교무금 제도로 정착됐습니다. 교무금이라는 제도에는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이고 사제 없이도 신앙공동체를 꾸려나갔던 우리 신앙선조들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던 마음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교회는 교무금 액수를 규정하지도 않고, 미납한 신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갑작스런 사정이나 수입 감소로 교무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자신의 수입에 10분의 1에서 30분의 1 정도를 책정하자고 제안합니다. 적어도 한 달 중 하루의 수익은 하느님께 봉헌하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교무금은 수입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쓰고 나서 남은 돈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입 즉 하느님께 받은 것 중 일부를 봉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