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경 시작된 나무 장식 풍습…푸른 잎 나무 자체로 예수님 상징 아기 예수 기다리는 마음 있으나 성상 등 장식 없는 것이 일반적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거리를 수놓는 특별한 장식이 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꾸민 크리스마스트리입니다. 아시다시피 크리스마스트리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장식입니다. 그래서 신앙 유무를 떠나서 크리스마스트리의 우듬지에는 별 모양 장식이 달리곤 합니다. 바로 예수님이 태어나신 마구간 위에 떠 있었다는 별(마태 2,2)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에는 별은 있지만, 별 아래 태어나 계실 아기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종종 나무 아래에 구유 등의 성물을 두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아기 예수님의 성상 등을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계셔야할 예수님이 왜 보이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크리스마스트리가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돼서 예수님을 모시는 걸 잊어버린 걸까요?
답변을 먼저 드리자면,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아기 예수님 성상을 두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푸른 잎을 지닌 나무가 그 자체로 예수님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언제부터 두기 시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16세기경 독일 남서부 지역에 성탄을 앞두고 나무를 장식한 기록 등에서 크리스마스트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낙원극(樂園劇)을 공연하는 전통이 있었는데요. 낙원, 즉 에덴동산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표현하는 이 낙원극 중에는 에덴동산의 ‘생명의 나무’(창세 2,9)를 나타내는 상록수에 과자를 달거나 촛불로 꾸몄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에덴동산의 이야기에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는데요. 바오로 사도는 연결고리에 관해 “한 사람의 범죄로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죽음이 지배하게 되었지만,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충만히 받은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통하여 생명을 누리며 지배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에덴동산의 ‘생명의 나무’는 수난과 죽음으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해 주신 예수님의 ‘십자 나무’(1베드 2,24)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전통적으로 두 가지 형태의 열매를 장식합니다. 첫 번째로 빨간 구슬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어 죽음이 찾아왔음을 기억하게 해주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하얀 구슬은 ‘생명의 빵’(요한 6,22-59)이신 예수님의 몸, 성체를 상징하는 장식입니다.
이런 크리스마스트리의 풍속은 가톨릭, 개신교를 막론하고 전 유럽으로 퍼졌고, 미국으로도 전파됐습니다. 1891년에 처음으로 워싱턴 백악관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전시됐고, 이제는 종교를 넘어 세계의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성탄 장식이 됐습니다. 올해 성당과 거리 곳곳에 서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때마다 우리를 위해 ‘생명의 나무’,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십자 나무’가 돼주신 아기 예수님을 향한 감사와 사랑을 기억해 보면 어떨까요.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