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작가 ‘달빛 안에서’ 展

김혜선(실비아) 작가가 현대인들에게 쉼과 치유를 전하는 전시 ‘달빛 안에서’(In the moon light)를 5월 11일~6월 5일 경기도 고양시 마리나갤러리에서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김혜선 작가가 가장 지쳐 있을 때 작품을 그리면서 스스로를 치유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열릴 수 있었다. 마라톤을 완주한 뒤 완전히 녹초가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빈 캔버스를 마주하고 멍하니 앉아 있던 김 작가는 2017년 개인전 때 달빛에 기대어 쉬었던 기억이 떠올라 의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달빛 안에서’ 전시의 출발이다.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를 그렸고, 작가에게 집중하고 있는 듯한 달과 역시 작가만을 위해 빛나는 별을 그렸고, 그 달과 별이 작가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김 작가가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들은 부질없이 신경 쓰며 집착했던 것들을 버리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선으로 표현된 달과 산, 꽃으로 그려진 별 , 의자만으로 진정한 쉼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보여 준다. 그림이란 작가가 창작해 내는 것 같지만 실은 작가도 모르는 작가의 세계를 의도하지 않았던 색과 형태로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완성시키는 세계라는 것이 ‘달빛 안에서’ 전시가 전하려는 주제의식이다. 김 작가는 “작품을 하나 하나 완성하는 동안 그림 안의 모든 의자에 앉아 쉬는 여유를 누렸고, 내 영혼은 건강해졌다”며 “내가 의자에 앉아 쉬는 시간을 가졌듯이, 쉼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면 작품 속 원하는 의자에 앉아 달빛과 별빛의 축복과 위로를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2024-05-05

“오드리 헵번에게 찬사를…” 이인옥 작가 ‘이터널 뷰티’ 展

이인옥(그라시아) 작가가 한 세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에게 찬사를 보내는 전시 ‘이터널 뷰티’(Eternal Beauty)를 5월 8~16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연다. 전시 부제 역시 ‘오드리 헵번에 대한 헌정’(Tribute to Audrey Hepburn)이다. 이인옥 작가는 오드리 헵번이 영화배우로 활동할 당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배우였지만 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삶을 몸소 실천했던 이야기에 감동받아 인터넷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헵번의 사진 이미지를 모으고 거기에 이야기를 담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화면을 만들어 냈다. 캔버스에 확대된 헵번의 얼굴은 마치 실물을 대하듯 되살아나며, 문학적인 감수성에 의해 전개되는 이미지 구성방식이 반영돼 있다. 이 작가는 작품 전체를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묘사했다. 구태여 붓을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그린 것은 작가 자신의 정신과 감정 그리고 체온이 온전히 전이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헵번에게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나의 그림세계에 초대한 모델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며 “관객들 스스로 헵번이 돼 작품 속에서 의미를 찾아 가고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같은 기간 갤러리1898 제1전시실에서는 ‘완벽한 인생이란 없다’를 주제로 그림책에 실린 자신의 원화 작품을 전시한다. 종이책을 보는 것을 뛰어넘어 원화의 생생함과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이번 전시는 삶에서 소중한 것은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미래에 대한 헛된 욕망으로 지금의 삶을 낭비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가는 “그림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위안과 치유를 주기도 한다”며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이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관람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2024-05-05

모녀 함께 다정히 빚어낸 신앙인의 삶과 미학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50대에 접어든 딸이 함께 살아온 순간들을 표현한 작품을 모아 특별한 전시를 연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5월 8~16일 열리는 구자희(베로니카·77) 작가와 차영주(비비안나·50) 작가의 2인전 ‘내게 너무 소중한 당신’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어머니는 가정주부로 살아오다 뒤늦게 2005년부터 유화 페인팅을 공부했지만 전공자인 딸이 보기에도 자신만의 감각을 담은 그림들을 그려냈다. 차영주 작가는 어머니의 그림을 보며 “나는 엄마 딸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어머니에게 농담처럼 건넨 “둘이서 함께 전시회를 열어 볼까?”라는 말이 계기가 돼 어머니도 ‘아티스트’로서 딸과 전시를 열게 됐다. 구 작가는 이번 전시에 40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그동안 20년째 작품활동을 하며 단체전에는 꾸준히 참여했지만 자신의 대표작들을 망라하는 전시를 여는 것은 처음인 만큼 어느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우리는 인생을 한 번의 순간으로 살 수 없다. 그저 쪼개진 삶의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룰 뿐이다.” 구 작가가 ‘내게 너무 소중한 당신’ 전시를 앞두고 떠오른 말이다. 매일 꽃과 풀을 가꾸며 주로 풍경을 그려온 어머니와 24년째 금속공예 작가로 살아오며 우연히 올려다 본 구름에 매료돼 매일 바뀌는 하늘 풍경을 2년째 그리고 있는 딸은 서로의 작품을 바라보다 공감을 얻었다. 반복적으로 풍경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순간들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빚어내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이 깨달음은 신앙에 대한 재인식으로까지 이어졌다. 반복적인 예술의 여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일상의 신앙생활과 맥을 같이 한다. 실제 구 작가와 차 작가가 모녀 2인전을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딸인 차 작가가 중학교 2학년 때 먼저 서울 목5동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어머니 구 작가는 1년 뒤 딸을 따라 천주교 신자가 된 뒤 25년 동안 함께 같은 본당에서 신앙을 키워 왔던 내력이 깔려 있다. 구 작가가 이번 전시 출품작 가운데 ‘목5동성당 성모자상’에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종태(요셉) 작가의 따뜻한 성모자상을 구 작가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성모님과 어리지만 결기 있는 시선을 가진 예수님으로 다시 그려냈다. 작품 안에는 딸과 함께 신앙생활하며 항상 바라보던 성모자상을 통해 신앙인으로 살아왔던 세월을 추억한다는 의미도 녹아 있다. 구 작가의 작품들은 푸른 나무 한 그루, 나지막한 언덕, 잔잔히 흐르는 개울, 색색의 꽃을 배경으로 하는 소박한 풍경을 다루고 있지만 성모님과 예수님의 모습도 같은 결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차 작가의 작품은 하늘이라는 캔버스에 매일 다른 모양과 색으로 펼쳐지는 풍경 속에서 발견한 하느님의 신비와 신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이번 모녀 2인전에는 특별한 의미 한 가지가 더 있다. 딸이 어머니의 팔순을 미리 축하한다는 것이다. 3년 뒤 팔순을 맞는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에 각별히 마음을 쓰며 조금은 이른 시기에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차영주 작가는 이번 전시를 찾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풍경은 멈춰 있지 않고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은 결국 작가의 예술적 선택 여정의 결과물”이라며 “신앙도 정지된 것이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 하느님께 다가가는 선택 여정임을 느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24-05-05

우소영 개인전 ‘받아, 드림’

우소영(마리아) 작가가 4월 27일부터 5월 10일까지 의정부교구 갤러리 평화에서 ‘받아, 드림’을 주제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전시 주제인 ‘받아, 드림’에는 ‘받은 것을 도로 드린다’와 ‘받아들인다’라는 중의를 담고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만난 우 작가는 그간 일어난 일들을 바라보고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 작가에게 일어난 일들을 일기처럼 표현한 회화와 드로잉, 일러스트, 노래 등 23점을 선보인다. 우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전시를 준비하면서 하느님 안에서 나눈 대화가 사랑의 동력이 된다는 것을 그림으로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라면 짙은 어둠과 불행들이 오히려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는 재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억지 없이 순간순간을 단순히 채집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이어 “‘그분과 제가 늘 함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분을 향한 신뢰와 사랑과 감사가 더욱 굳건해졌다”면서 “전시회의 그림들은 그 과정 속에서 태어났다”고 전했다.

2024-04-28

예술과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 ‘구하우스’에서 만나요

‘리버마켓’으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 문호리.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끼고 차로 10여 분 달리면 다다를 수 있는 문호리에서는 ‘집 같은 미술관’을 표방하는 구하우스 미술관(관장 구정순 아우구스티나)을 만날 수 있다. ‘구하우스’라는 독특한 이름은 설립자인 구정순 관장의 성(姓)과 영어로 집을 의미하는 ‘하우스’(house)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구하우스 미술관은 미술관에 대한 기존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개념의 ‘집 같은 미술관’을 표방하고 있다. 예술과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을 생활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집’을 콘셉트로 2016년 개관했다. 가정집 분위기를 연출한 전시실은 서재, 거실, 침실, 복도, 다락 등 생활공간의 이름을 붙였다. 10개의 전시실에서는 회화를 비롯해 설치 미술, 조각, 영상과 사진, 빈티지 가구까지 현대미술 작품 3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집 안을 돌아다니는 기분으로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들풀과 수목으로 조성된 정원과 파빌리온은 덤이다. 건축물 자체도 놓칠 수 없는 하나의 조형 작품으로, 특히 빛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픽셀레이션 방식의 외관이 감상 포인트다. 미술관 설계는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가 했다. 구하우스에서는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예술 애호가인 구정순 관장이 40여 년 동안 열정과 심미안으로 수집한 세계 유수의 작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구하우스의 소장품은 죽음의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 비디오 아트 대가 백남준 등의 작품과 스티브 잡스가 유일하게 집에 둔 가구인 조지 나카시마의 의자까지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가 없다. 구 관장은 ‘예술품은 소유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미술관을 설립했다. 그가 수집한 첫 작품은 박수근(1914~1965) 화백의 드로잉이었다. 구 관장은 기업의 CI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 ‘디자인 포커스’의 대표이기도 하다. 1983년 금성사(현 LG전자)를 시작으로 KBS, 쌍용, 카스, 뚜레쥬르, 국민은행 등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그의 손을 거쳤다. 또 구하우스는 계절과 일상의 소소한 변화와 때를 같이 해 매년 3~4회의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다. 4월 30일까지 구하우스의 회화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는 20회 기획전 ‘Insight of Painting’이 열린다. 5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는 예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유쾌한 Fake’ 전을 마련한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알고도 속는 즐거움’과 ‘알고 보니 가짜’라는 반전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이밖에 ‘구하우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특별 강연도 들을 수 있다. 5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구하우스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가드닝 전문가 오경아씨(5월 28일), 시대를 예보하는 송길영 대표(6월 13일), 신인류 문화를 탐구하는 인플루언서 허은순 디자이너(6월 20일), 공간 정리의 마술사 이지영씨(7월 27일), 미술사학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양정무 교수(7월 4일)가 강연에 나선다. 다가오는 햇살 좋은 봄날, 구하우스의 안과 밖을 두루 즐기며 일상 속 예술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2024-04-28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3) 빈 포위의 고통을 위로하는 미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쁜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세상은 아주 어지럽습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이미 2년을 넘겼지만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 작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계속 수렁 속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 1963년에 반포한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서 ‘원자력을 자랑하는 현대에서는 전쟁이, 침해당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불합리하다’라고 한 말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번 주 소개할 교회 음악은 전쟁의 고통과 아픔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바로크 시대 독일 작곡가 요한 카스파르 케를(Johann Caspar Kerll, 1627-1693)이 쓴 ‘빈 포위의 고통을 위로하는 미사’(Missa in fletu solatium obsidionis Viennensis)이지요. 빈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지만 국경에서 가깝기 때문에 헝가리나 오스만 제국에게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빈에 가보면 중심부의 구시가지를 둘러싼 둥근 원 형태의 거리가 있습니다. ‘링슈트라세’(Ringstraße)라 부르는 이 거리는 19세기 중반에 기존의 성벽을 허물고 조성한 것으로, 지금은 이 도로를 따라 국립 오페라 극장과 시청 등 아름다운 건물이 즐비하지만, 본래는 빈이 성곽 도시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1683년 7월 오스만 제국 군대가 빈을 포위했습니다. 1529년에 이어 두 번째 공격이었습니다. 20만 명이 넘는 군대가 대치한 이 전투는 쇠퇴하기 시작한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몸부림이며, 서양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불에 타기 쉬운 목조 건물을 대거 철거(이때 빈 최초의 오페라 극장도 철거됐습니다)하는 등 결사 항전 태세를 취했고, 오스만 군대는 장기전을 노리며 빈을 포위했습니다. 두 달에 걸친 공방전 끝에 빈 성벽이 무너지며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9월 초,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 온 구원군이 당도하면서 빈은 극적으로 함락을 면했습니다. 이 기간 빈 사람들은 굶주림과 공포에 시달렸는데, 지금도 빈에서는 아이가 말썽을 피우거나 떼를 쓰면 ‘문밖에 튀르크 군대가 왔다’면서 겁을 준다고 하네요. 당시 황실 오르간 연주자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한 케를은 오스만 군대가 물러간 후 이를 회고하는 미사곡을 썼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표현하려는 듯 미사곡의 분위기는 어둡고 울적하며, ‘대영광송’(Gloria)과 ‘신앙 고백’(Credo) 끝에 있는 ‘아멘’은 당대 음악에서 보기 힘든 극단적인 반음계로 비통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바흐나 헨델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던 위대한 작곡가가 주님께 직접 겪은 전쟁의 아픔을 고하는 듯한 이 미사곡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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