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앞에 선 인간의 목소리’ 푸치니 <미사 글로리아>…국립합창단 7월 4일 공연

국립합창단(단장 민인기)이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종교적 감수성이 담긴 미사곡 <미사 글로리아>(Messa di Gloria)를 7월 4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민인기 단장 겸 예술감독은 “<미사 글로리아>는 푸치니가 22세 때 작곡한 초기 작품으로, 오페라 작곡가로서 푸치니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라며 “오페라처럼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감정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담아 ‘기도와 드라마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모차르트, 베토벤, 브루크너 등의 미사곡이 구조적 완성과 신학적 깊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미사 글로리아>는 보다 인간적인 감정과 서사에 기반을 둔다. 전통적 미사곡 형식에 따른 장엄함과 푸치니 특유의 극적인 전개와 서정적인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하느님에게 바치는 찬양 ‘글로리아’(Gloria)와 신앙고백 ‘크레도’(Credo)는 작품의 핵심으로, 푸치니가 치밀하게 설계한 각 파트의 색채와 감정이 드러난다. 곡의 마지막 부분인 ‘아뉴스 데이’(Agnus Dei)에서는 섬세하고 고요한 영성이 극에 달하며 용서와 평화를 간청하는 기도를 바친다. 이처럼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신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고백, 환희, 그리고 평화는 청중으로 하여금 종교적 감동을 넘어 삶의 깊은 감정에 다다르게 만든다. 연주는 민 단장의 지휘 하에 국립합창단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2023년 차이콥스키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자인 테너 손지훈, 세계 유수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해 온 바리톤 사무엘 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민 단장은 “공연을 준비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음악을 통해 ‘어떤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면서 “<미사 글로리아>는 국내 무대에서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이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감동은 결코 다른 작품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교적 경외심과 기도, 찬미, 고백,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미사 글로리아>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이 공감될 수 있는 음악”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한 이 시점에서 이번 연주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공동체성과 연대, 그리고 겸허한 고백과 감사를 나누는 ‘희망’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6월 8일자 서울주보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주보(공연 소개 지면) 소지자는 신분증과 함께 제시하면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14면

[이준형 클래식 순례] 모차르트 <대관식 미사>

6월 29일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두 사도의 축일은 고대부터 중요하게 여겼는데, 특히 두 사도가 순교했으며, 도시의 주보 성인으로 공경하는 로마에서는 더욱 성대하게 지냈습니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교황이 새로 서임된 대주교들에게 팔리움을 수여합니다. 또 친교와 평화의 표시로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의 사절단이 미사에 참여합니다. 오늘은 유럽 음악의 해였던 1985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있었던 특별한 미사를 다시 떠올리고자 합니다. 이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집전한 미사에는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악우협회 합창단이 전례에 참여해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를 연주했습니다. 이 미사는 여러모로 역사적인 이벤트로, 교황 비오 10세가 1903년 미사에서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연주를 금지한 이래 처음으로 로마에서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미사였기에 전 세계 각국에 실황 중계됐습니다. 교황 집전 미사에서 미사곡을 연주하는 것이 카라얀의 오랜 꿈이었는데, 1983년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처음 이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15년 만에 이탈리아를 방문한 카라얀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독창자들의 여비를 모두 부담했으며, 실황 음반의 수익금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실황 음반과 영상물에는 시스티나 성가대와 교황청 교회 음악원 학생들이 노래하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롯해서 독서와 복음서 낭독, 신자들의 기도, 교황님의 기도문 낭독도 모두 담겨 있어 일반 음악 애호가들이 미사곡이 실제 전례에서 어떻게 연주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안내자 역할을 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워낙 큰 공간이라서 그런지 카라얀은 평소보다 템포를 살짝 느리게 잡았는데, 풍부한 잔향과 어우러져 독특한 감동을 줍니다. 실제 미사에서 접할 수 있는 현장감 역시 콘서트와는 전혀 다르지요. 이날 연주된 작품은 모차르트가 1779년에 쓴 <대관식 미사>였습니다. ‘대관식’이라는 별명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에 있는 마리아 플라인 성당의 성모상에 왕관을 씌워 드린 일(1751년)을 기념하는 예식을 위한 작품이라서 붙었다는 말도 있고, 또 19세기 초부터 빈 황실의 대관식에 쓰이면서 붙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별명은 작품과 큰 관련이 없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결국 실패로 끝난 1년 넘는 구직 여행을 다녀온 모차르트가(결국 구직에는 실패했고, 실연을 당했으며, 어머니는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리와 만하임에서 접한 다채로운 오케스트라 구성과 섬세한 작곡 기법을 발휘해 쓴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쓰디쓴 인생 경험이 천재 모차르트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여기에 다양한 예술적 경험이 더해져 만들어진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14면

한국교회 기초 세운 민족운동가 ‘서상돈’, 전시로 만난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상임대표 이명식)는 민족운동가이자 대구대교구 기초 마련에 지대한 공을 세운 서상돈(아우구스티노·1850~1913)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는 ‘서상돈과 아우스딩 젤마나 종(鐘) – 울림, 나눔, 나라사랑’ 기획특별전을 연다. 서상돈 선생 112주기 서거일인 6월 30일부터 10월 27일까지 대구 동인동2가 국채보상운동기록전시관 1층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서상돈 선생의 신앙, 그리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보여준 책임과 나눔 정신을 ‘아우스딩 젤마나 종’이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채보상운동기록물과 함께 펼쳐나간다. 전시의 주요 소재인 아우스딩 젤마나 종은 2023년 새 종을 축복하기 전까지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에 120년 동안 설치돼 있던 종으로 알려져 있다. 제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기록에는 대구본당(현 주교좌계산본당)이 기존 한옥식 성당을 화재로 잃은 뒤 1903년 뮈텔 주교 주례로 새 성당을 봉헌하면서 아우스딩 젤마나 종도 함께 축복했다고 나온다. 여기서 ‘아우스딩’은 기증자 서상돈 선생의 세례명 ‘아우구스티노’의 옛 표기다. 전시는 이외에도 ▲서상돈 선생이 보부상에서 시민 실천가로 변화하는 과정 ▲대한민국 근대사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전국으로 퍼져갔던 국채보상운동의 연대 움직임 등을 보여 준다. 아울러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가 어떤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콘텐츠에도 참여할 수 있다. 관람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과 주일은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입장료는 무료. ※ 문의 053-257-0221 국채보상운동기록전시관

입력일 2025-06-25

‘빛을 택한 성인과 목자들’…빛으로 이끄는 얼굴들展…제주서 6월 29일까지

제주교구 역대 교구장과 성인과 목자들의 얼굴을 담은 전시가 마련됐다. 김형진(대건 안드레아)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빛으로 이끄는 얼굴들’이 제주 한라일보 1층 갤러리ED에서 6월 29일까지 열린다.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서양화 전공)를 졸업해 제주가톨릭미술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 작가는 전시를 통해 제주교구 제1~5대 교구장 하롤드 헨리 대주교, 박정일(미카엘) 주교, 김창렬(바오로) 주교, 강우일(베드로) 주교, 문창우(비오) 주교를 비롯해 성 김대건 신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등 성인과 목자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전시 작품은 총 30점으로 초상화를 포함해 <십자가의 길 14처>, <최후의 만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랫동안 자연의 숨결과 사람의 표정을 그려 온 그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통해 ‘삶의 끝’과 ‘너머’를 바라보게 됐다. 김 작가는 “삶과 죽음, 고통과 희망, 어둠과 빛 사이에서 사람의 얼굴에 숨어 있는 영원한 것을 찾고자 했다”며 “성인들의 초상화부터 십자가의 길 14처까지, 슬픔과 고통을 마주하며 작업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교회를 이끌어 주는 목자의 얼굴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빛을 택했던 이들의 얼굴이자 우리를 다시 빛으로 이끄는 길”이라며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을 이끄는 얼굴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희망, 우리를 부르시는 그분의 시선을 마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입력일 2025-06-23

구하우스 미술관, ‘쓸모없음’과 ‘쓸모있음’ 의미 되돌아보다

경기도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관장 구정순 아우구스티나)이 사물의 쓸모와 가치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무용지물 유용지물: 버려진 나무조각, 예술로 피어나다’는 목재소에서 버려진 나무조각을 예술품으로 재탄생시켜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공예·조각·패션·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이 직접 나무조각을 사포질하고, 조립하는 등의 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참여자들은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는 것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기후위기 시대 속 ‘버려짐’, ‘재활용’의 의미를 성찰할 수 있다. 구정순 관장을 비롯한 컬렉터 2인의 소장품으로 구성된 ‘쓰임이 있는 아름다운 공예’ 전시는 ‘쓰임’과 ‘예술적 삶’을 주제로 꾸려졌다. 작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그릇과 찻잔, 화병, 컵 등의 생활 속 오브제는 서로 다른 사람과 장소 속에서 의미를 더해 나간다. 이를 통해 창작자와 사용자, 작가와 소장자 간의 긴밀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허명욱 작가는 수십 겹의 옻칠을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시간을 그려내며, 이난규 작가는 세계 각지에서 수집해 직접 사용해 온 공예품들로 관객들을 만난다. ‘사용을 통한 삶의 재구성’으로 예술이 어떻게 일상에 녹아드는지를 조명한다. 두 전시 모두 6월 29일까지.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14면

‘2025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 당선 작가를 만나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관장 진슬기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이 주최한 ‘2025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에서 양승원(글로리아·27·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이재행(유스티노·26·서울대교구 반포4동본당) 작가가 당선됐다. 두 작가는 오는 7월 갤러리1898에서 각각 수상 기념 개인전을 연다. 전시를 앞둔 두 작가를 만나 수상 소감과 전시 계획, 작품 활동에 영향을 끼친 신심 등에 대해 들었다. ■ 양승원 작가, “주님 향한 사랑이 성미술의 길로 이끌어” 도자기 공예를 공부한 양승원 작가는 도예 분야로는 공모전 첫 수상자다. 양 작가는 먼저 “성미술 분야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큰 상을 받아 얼떨떨한 동시에 계속해서 믿음을 갖고 작업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양 작가는 ‘손’을 주제로 한 15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도예와 가톨릭의 접점에서 출발한 전시로 ‘손’과 ‘흙’ 그리고 ‘기도’를 매개로 한 내면의 묵상을 보여 준다. 그에게 흙이란 내면의 신앙과 고민을 담아낸 그릇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흙은 불을 통해 단단해진다. 양 작가는 신앙과 믿음의 시간을 지나며 점점 정제되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기도하는 손을 나타낸 <손끝의 묵상>은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정성스러운 손길로 도자기를 만들듯, 기도할 때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데서 착안했다. 기도가 하느님께 닿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기도를 통해 뾰족했던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묵상을 담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을 그려 낸 그는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따뜻한 말을 걸 수 있다면 커다란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작가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건 든든한 백이 있는 것”이라며 “언제나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 덕분에 일상에서든, 작업에서든 당당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성미술의 길로 이끌었다”면서 “앞으로도 신앙의 끈을 붙잡고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의 신비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위로의 작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이재행 작가, “가톨릭의 ‘뜻밖의’ 이미지 보여주고 싶었죠” 이재행 작가는 “좋은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 감사한 마음”이라며 “공모전 수상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성모님’을 주제로 한 전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약 20점의 아크릴 회화 등을 선보이는 그는 “성모님은 무한대로 확장 가능한 주제로, 역사적이면서도 초역사적인 성모님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거북이를 안은 마리아님>은 우리를 보호하고, 돌봐주는 성모님을 표현한 대표 작품이다. 이 작가에게 신앙은 그림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가치다. 한동안 무신론자가 되어 방황했던 시기와 불안했던 마음 등은 그를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이끌었고, 다시 하느님 앞으로 돌아오게 했다. 결국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며, 오직 자신만을 믿으며 나아갈 때 진리에서 더욱 멀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는 현재 종교학과에 재학하며 종교와 인간을 깊이 탐구하고 있다. ‘그림’과 ‘신앙’은 내면에 가득 찬 질문을 세상에 자유롭게 던지도록 한다. 때문에 그에게 가장 기쁨이 되는 순간은 그림을 통해 주변과 세상에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 줄 때다. 이 작가는 “가톨릭은 이미 완성된 진리지만, 그럼에도 관습적인 것이 아닌 ‘뜻밖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그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담론의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일상의 주된 관심사인 그리스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싶다”며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든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양 작가의 전시는 7월 4일부터 13일, 이 작가의 전시는 7월 18일부터 27일까지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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