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대성당의 숨은 예술품을 발견하는 시간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주임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은 한국교회의 대표 성지이자 성당으로 성당에는 수많은 성미술 작품이 있다. 내부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해 1925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한국순교자 79위 시복식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79위 복자화’ 등 유채 작품, 프란치스코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부조 등이 있다. 성당 외부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예수 사형선고 받으심’ 등 조각상 등이 설치돼 있다. 이밖에 서울대교교구청 본관 앞 ‘예수상’, 성당 입구 ‘청동문’ 등 성당 내·외부를 통틀어 총 20여 점의 예술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지나쳐 왔던 명동대성당 성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명동대성당을 순례하면 어떨까?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욥 주교)는 신지와 비신자를 대상으로 성당이 지닌 역사적 성미술품에 대한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순례하는 ‘명동대성당 도슨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명동대성당 도슨트 프로그램’은 4월 13일부터 6월 8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와 토요일 오전 10시 40분에 무료로 진행된다. 한 시간가량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는 명동대성당 제1기 가톨릭미술해설사 도슨트 양성과정을 통해 선발·위촉된 정예 자원봉사자 도슨트들이 나서 성당 내·외부 작품 설명과 더불어 역사적인 배경도 설명해준다. 홍보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명동대성당 도슨트 프로그램’ 참가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족도는 ‘매우 만족’과 ‘만족’ 응답률이 무려 98%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지나쳐 왔던 명동성당 예술품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는 것이 매우 가치 있고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해설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99%였는데, 차분하고 꼼꼼한 설명과 세심한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를 반영하듯 명동대성당 도슨트 프로그램을 다시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추천할 의사를 묻는 설문 문항에는 99%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프로그램에는 신자와 비신자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명동대성당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 홈페이지(cc.catholic.or.kr/docent/)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홍보위원회 담당 이재협(도미니코) 신부는 “도슨트 일정에 대한 전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김대건 신부 성상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되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유치가 확정되는 등 가톨릭교회의 경사가 많아 비신자들 사이에서도 평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5인에서 20인 사이 단체로 프로그램 참여를 원할 경우 별도로 신청서를 작성하면 상반기 투어 기간 내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2024-04-14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2) 묵주기도의 신비를 묘사한 비버의 '로사리오' 소나타

파란색, 혹은 빨간색으로 포장된 ‘모차르트 초콜릿’을 본 적 있으신가요? 이 초콜릿은 모차르트를 상징하는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이고, 잘츠부르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 조그맣고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도시는 오늘날 거의 모차르트와 동일어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 외에도 위대한 음악가들이 여럿 활동했던 곳입니다. 잘츠부르크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주교가 세속 제후를 겸하는 이른바 교회령으로, 잘츠부르크의 대주교는 ‘독일 수좌 주교(Primas Germaniae)’라 불리기도 했지요. 그래서 일찍부터 교회 음악이 화려한 꽃을 피웠고, 바로크 시대가 그 전성기였습니다. 보헤미아 출신으로 30년 넘게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을 이끌었던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Heinrich Ignaz Franz von Biber, 1644~1704)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는데, 1682년 잘츠부르크대교구 설정 1100주년 기념 미사를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려진 ‘53성부 미사’는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독특한 형태를 잘 살린 화려한 작품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지금 봐도 난해한 놀라운 기교에 연주자의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명상적인 심오함을 갖춘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로사리오(묵주)’ 소나타 혹은 ‘미스터리’ 소나타는 1680년 무렵 만들어진 작품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묵주기도의 열다섯 가지 신비를 묘사한 열다섯 곡의 소나타와 마지막 무반주 파사칼리아로 이뤄졌습니다.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로사리오 신심회 같은 신자들의 모임을 위해 썼거나, 아니면 대주교의 명상을 위한 작품으로 짐작됩니다. 이 작품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를 묘사하고 묵상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을 구사합니다. 그중에는 ‘음악적 수사법’이라 불렸던 상징적인 음형도 있고, 숫자와 관련된 다양한 암시도 있는 듯합니다. 또 바이올린을 통상적인 방식과 달리 조율하는 이른바 ‘스코르다투라’(변칙 조율)를 적극 활용해 모든 소나타에서 저마다 다른 조율을 구사했으며, 음악 작품을 통해서 종교적 체험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묘사한 소나타 11번은 가장 극단적이고 강렬한 예입니다. 이 곡에서 바이올린은 네 현 중 가운데 두 현(D현과 A현)을 X자 모양으로 교차해 G-G-D-D로 조율하는데, 그렇게 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와 네 번째 현이 한 옥타브 간격이 됩니다. 십자가를 연상케 하는 X자 형태의 현도 그렇지만, 악곡 후반부에서 바이올린이 중세 부활 찬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Surrexit Christus hodie) 선율을 연주할 때 바이올린은 마치 종소리처럼 신비롭고 독특한 음향을 냅니다. 곡을 들으며 부활의 기쁨과 신비를 묵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 _ 이준형(프란치스코, 음악평론가)

2024-04-14

기도와 묵상으로 이콘을 ‘쓰다’

기도와 묵상으로 정성 들여 이콘을 ‘쓰는’ 이콘연구소 회원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콘연구소(소장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는 4월 10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1·2·3관에서 제17회 이콘연구소 회원전을 연다. ‘영혼의 빛을 찾아서’를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이콘연구소 회원 37명이 참여해 각자의 기량을 녹여 쓴 이콘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위로자이신 성모’나 ‘삼위일체’, ‘카잔의 성모’ 등 익히 보았던 이콘 작품뿐만 아니라 ‘성모자와 한반도를 밝힌 두 사제(II)’(김혜성 클라라 회원)와 ‘김수환 추기경’(이정화 릴리안 회원) 등 전통 이콘 기법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작품들도 볼 수 있다. 2003년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지하에서 가톨릭 미술 아카데미 이콘반으로 시작한 이콘연구소는 현재까지 19기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지난 20여 년 동안 이콘을 통해 초기 교회가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정신을 보급해 왔다. 장긍선 신부는 “초기 교회부터 예술가들은 과거의 형상을 그저 똑같이 베끼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부족한 솜씨이더라도 기도하며 나름 자신의 묵상을 표현해 왔다”면서 “아직도 이콘이 단순히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베끼는 것을 알려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장 신부는 “익숙한 형상이 보여지더라도 똑같은 이콘은 단 한 점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각각의 이콘에는 개인의 기도와 묵상이라는 안료가 어우러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20여 년 동안 이콘연구소는 이콘이 생소했던 우리나라에 이콘, 즉 초기 교회의 미술을 보급해 많은 회원을 양성하며 성화를 통해 초기 교회가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정신을 보급해 왔다”면서 “이제 우리나라 이콘 작가들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에서 이콘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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