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요한 작가 “작품 통해 다양한 생명의 존재 알리고 싶어”

“공모전 선정 소식을 듣고 기쁘고 설렜지만, 한편으로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책임감을 갖고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꽤 컸죠. 하지만 꾸준히 작업하다 보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되더라고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이 올해 처음 마련한 ‘우수작가 공모전’에서 우수작가로 선정된 배요한(요한 세례자) 작가는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공모전은 갤러리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청년작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배 작가는 2023년 청년작가에 선정됐다. 그는 공모전 참여가 성미술 작가로서 활동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가톨릭청년미술가회 정기전과 ‘한국천주교회 첫 미사 230주년 기념 가회동성당 특별초대전’ 등 여러 전시에 참여했고, 지난 5월에는 강원도 춘천 소재 개나리미술관에서 개인전 ‘숲을 지나 바다’를 열었다. 배 작가는 “성미술을 구분하는 경계가 사라졌다”며 “성미술은 특정 양식이나 형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 희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는 자연이다. 그에게 자연은 하느님의 사랑이 발현된 세계이자, 서로 다른 생명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자연의 생명 가운데 똑같은 모습을 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사랑의 결과는 ‘다양’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다양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어요. 신앙 안에서의 묵상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주제가 되고, 그것이 작품 세계를 이루죠. 성미술 갤러리나 성당에서 여는 전시가 아니더라도 저만의 성미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묵상을 이어 온 그는 현재 스테인드글라스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우리는 씨앗입니다> 역시 색유리와 케임 기법으로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다. 땅에 떨어진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나무로 자라 다시 씨앗을 퍼뜨리는 모습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표현했다. 전시 제목도 대표작과 같은 ‘우리는 씨앗입니다’이다. 다가오는 9월 순교자 성월을 생각하며 정한 주제로, 신앙 선조들이 남긴 믿음을 오늘의 신앙인이 이어받아 다시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씨앗은 계속 나아가고 순환하거든요. 선조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에 온전히 집중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선조들이 남긴 신앙의 씨앗을 우리가 이어받고,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 주는 과정이 자연의 순환과 닮았다고 느꼈어요. 신앙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향이기도 하고요.” 전시는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1898에서 열린다. 그는 “씨앗의 생애를 표현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를 돌아보고 고난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주시는 하느님을 묵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갤러리1898 관장 진슬기(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는 “성미술 청년작가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창작 지원금과 더 넓은 전시공간을 지원하게 됐다”며 “작가들이 오롯이 영적 묵상과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앞으로 지원과 기회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4면

[인터뷰] ‘2026 성미술 청년작가’ 김지수·채수린 작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은 역량 있는 성미술 청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21년부터 ‘갤러리1898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김지수(레지나·36·서울대교구 불광동본당)·채수린(가브리엘라·29·의정부교구 야당맑은연못본당) 작가가 청년작가로 선정됐다. 특히 올해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역대 청년 작가로 선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처음 ‘우수작가 공모전’을 열고, 배요한(요한 세례자·39·서울대교구 시흥동본당) 작가를 우수작가로 선정했다. 공모전 선정으로 전시를 앞둔 세 작가의 예술과 신앙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김지수 작가 “성미술이 마음속 ‘믿음’ 보게 했죠”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길을 잃기 마련이잖아요. 이번 전시에는 개인적인 방황과 성찰이 담겨 있어요. 힘든 시간을 지나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작가는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시기, 서울가톨릭청년미술가회를 통해 성미술을 만났다.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한 뒤였다. 그러나 2024년 회원들과 단체전을 마친 뒤 오히려 더 큰 회의감이 찾아왔다. 유아세례를 받은 김 작가는 “신앙에 대한 별다른 자각 없이 관성적으로 신앙생활을 했고, 냉담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내가 신앙을 그림으로 표현할 만큼 깊은 신심을 지녔는지, 혹시 위선은 아닌지 하는 질문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깊은 고민 속에서 실마리를 찾은 곳은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방문한 공소였다. 공소 입구에 걸린 <자비의 예수님> 성화와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김 작가는 “혼자 힘으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는 예수님께 맡기고 나면 언젠가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그동안 보지 못했을 뿐, 내 마음속에도 ‘믿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깨달음은 ‘성미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스스로를 옭아맨 시간에서 그를 자유롭게 했다. 당시 체험한 평화를 표현한 대표작이 <고요의 언덕>이다. 작품 속 달은 절대자를 상징한다. 마음에 바람이 불 때 돌아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자,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머물 수 있는 피난처를 그렸다. 성미술과 일반 미술을 구분하기에 앞서 그에게 작업은 내면의 치열한 고민을 기록하는 일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면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인 셈이다. ‘귀소: A Journey from the Wilderness’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전시장에 비치할 노트를 공유했다. “너의 믿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거창한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소박한 대답을 할 수는 있게 되었다. …막연한 안개가 걷힌 듯 그 어떤 가식도 없이 천둥벌거숭이처럼 솔직해질 수 있는 평온함과 고요의 언덕에 나는 마침내 도달해 있었다.” 채수린 작가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 만들고 싶어” 채 작가는 “오랫동안 꿈꿔 온 일을 향해 현실의 문 하나가 열린 것 같다”며 선정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금속공예디자인학과에 재학하고 있다. 주로 알루미늄으로 작업하는 채 작가는 금속 표면이 빛을 반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작품 안에서 실제 빛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 금속 작업은 신앙의 빛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성미술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20대 초반 우연히 찾은 성물방에서 마주한 빛이었다. 채 작가는 “성물에 반사되는 빛이 무척 아름다웠다”며 “그때부터 금속과 성미술에 이끌리게 됐다”고 말했다. 예수님과 천사 등 전통적인 성미술 소재를 주로 다뤄 온 그는 최근 자연과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 ‘당신 깃으로 너를 덮으시어’ 전시에서 선보이는 <존재만으로도>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담은 작품이다. 주고받는 관계로서의 사랑을 넘어, 한 존재가 그 자체만으로도 누군가를 지지하고 밝혀 줄 수 있다는 존재론적 의미를 표현했다. 그의 꿈은 성미술을 통해 하느님의 진리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사과정 진학과 성물 브랜드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성미술을 더 깊이 연구하고, 오늘날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이다. “모든 예술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외적인 형태에 담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미술의 본질은 진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함께 빛을 이루고 전한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끝으로 그는 자신이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미 성미술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신재협(요한 사도) 작가와 주동현(마르티노) 작가는 각각 그의 지도 교수와 학교 선배다. 채 작가는 “하루하루 신앙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과 동행하면서 일상과 작업, 신앙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알고,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작가의 전시는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채 작가의 전시는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4면

김민정·남영희 작가, 갤러리1898서 개인전 연다

김민정(다니엘라) 작가와 남영희(리오바)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린다. 김민정 작가는 제1전시실에서 ‘그:리우다’를 주제로 25점의 그림을 선보인다. 전시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결국 ‘그리움’을 표현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품 속 그리움은 단순한 향수나 결핍보다 신앙 안에서 경험한 위로와 사랑,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한 소중한 순간들을 환기한다. 대표작 <기다림>은 우리가 완벽한 모습으로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하느님을 나타낸 작품이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그리움은 우리를 사랑으로 이끄는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고, 각자의 마음속 그리움을 조금 더 선명히 새기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2전시실에서는 ‘사랑받는 자, 리오바 남영희’가 마련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이후 반세기 가까이 작업을 이어오다 건강상의 이유로 붓을 내려놓게 된 작가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전시는 ‘우울: 청색시대’, ‘기억 연작’, ‘기억: 저무는 시절’, ‘선과 몸으로’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작가의 화업을 시기별로 조명한다. 대표작 <기억(Memoria)>(2015)을 포함해 총 25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딸이 기획하고, 외손자가 디자인에 참여해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사랑의 기록이기도 하다. 작가는 기억이 흐려져도 한 삶이 남긴 선과 색은 여전히 곁에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4면

“한여름 밤 음악 축제…피아노·첼로 선율에 담긴 신앙 즐겨 볼까요”

여름밤을 수놓을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 축제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다. 각 축제에서는 성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과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는 7월 31일까지 더하우스콘서트의 ‘2026 줄라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프랑스의 빛’을 주제로 마련된 페스티벌에서는 7월 28일 피아니스트 소냐 바흐가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Vingt Regards sur l'Enfant-Jésus)〉 전곡을 연주한다. 이 작품은 피아노 독주를 위한 20개의 묵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연작곡이다. 각 곡은 독립된 악장처럼 구성됐다. ‘성부의 시선’에서 시작해 ‘성모의 시선’, ‘성자의 시선’, ‘십자가의 시선’ 등을 거쳐 마지막 ‘사랑의 교회의 시선’으로 끝맺는다. 단순히 종교적 분위기를 지닌 곡이 아니라, 피아노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성모 마리아, 십자가 등 신앙의 주제를 통해 하나의 묵상으로 묶은 작품이다. 12세기 독일의 베네딕도회 수녀원장이자 교회학자였던 힐데가르트의 곡은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8월 18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는 8월 22일 리사이틀을 통해 힐데가르트의 〈오 잎이 무성한 가지여(O frondes virga)〉 등을 연주한다. 이 곡은 본래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전례적 성격의 라틴어 성가다. 힐데가르트 연구 자료에 따르면 원곡은 성모 마리아를 위한 시편 후렴으로, 성모 마리아를 ‘꽃피는 가지’에 비유하고 새벽빛의 이미지와 연결한다. “나약한 우리를 악습에서 풀어 달라”는 간청도 담겨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 성가의 선율이 첼로로 연주된다.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2026 클래식 레볼루션’이 이어진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은 9월 3일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들로 리사이틀을 꾸민다. 그 가운데 〈순례의 해 제2권 이탈리아〉 중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신곡」의 지옥과 천국, 죄와 구원에 대한 상상력을 음악으로 풀어낸 곡으로, 지옥의 문과 고통받는 영혼들, 비극적 사랑, 천상적 빛의 이미지가 피아노 선율로 재해석된다. ‘소나타풍의 환상곡’이라는 부제처럼 엄격한 형식보다 자유롭고 환상적인 전개가 두드러진다. 이들 공연은 전례음악은 아니지만, 신앙이 예술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돼 왔음을 보여 준다. 중세 수도원의 성모 찬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한 20세기 현대음악, 단테의 구원 서사에서 출발한 피아노 환상곡이 관객들을 여름밤 공연장으로 초대한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4면

“다른 방식으로 ‘종교와 인간’ 표현한 두 거장 만나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볼 만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조선 왕실과 천주교가 만난 역사, 그리고 성당 예술에도 발자취를 남긴 한국 현대도예 거장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남미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한국과 서양의 역사, 예술,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주요 전시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가톨릭 문화의 영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두 거장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종교와 인간, 시대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빚어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2023)와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이다.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은 풍만한 형태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보테로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2015년 국내 전시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와 드로잉, 조각 등 총 112점을 선보인다. 보테로의 작품 세계는 풍만하고 과장된 듯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보테리즘’에 바탕을 둔다. 이는 단순한 왜곡이 아니라 삶의 여유와 풍요를 드러내려는 그의 미학적 태도다. 보테로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그림은 삶에 대한 찬미이자, 현실의 고단함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전시는 변주, 라틴 아메리카, 종교, 투우, 정물, 서커스 등 6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특히 종교 섹션에서는 보테로 특유의 종교적 상상력과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보테로는 생전 “자신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가톨릭 문화가 주를 이루는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교회의 성화와 이미지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성화의 도상을 차용하면서도 특유의 과장된 형태와 유머로 이를 새롭게 풀어냈다. 엄숙한 종교 도상은 그의 화면 안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바뀐다. 주요 작품 <콜롬비아의 성모>는 국가를 하나의 인격처럼 바라보며 그 존재를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눈물은 당시 사회의 고통을, 초록색 열매는 그럼에도 이어지는 삶의 힘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인간적인 온기로 성인의 모습을 표현한 <성 게르트루다>, <성 도로테아>, <성 카실다> 연작과 <이 사람을 보라>, <잠자는 추기경>, <신학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8월 30일까지 열린다. 한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보테로보다 약 200년 앞서 살았던 고야의 세계를 조명하는 ‘스페인의 거장,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가 열리고 있다. 보테로가 인간과 삶, 종교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냈다면, 고야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시대의 어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전시는 빛과 어둠, 이성과 광기,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던 고야를 조명하며, 화려한 궁정화가에서 ‘어둠의 화가’로 변모해 간 그의 세계를 보여 준다. 그의 냉철한 시선은 종교와 사회의 그늘까지 향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판화 연작 <카프리초스> 80점이다. 이 작품들은 당대 스페인 사회를 풍자하며 성직 사회의 위선, 인간의 탐욕과 허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런 점에서 <카프리초스>는 오늘의 교회와 사회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카프리초스> 원작과 미디어아트 등으로 구성됐으며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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