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이행을 위한 전국 모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통상 교도권 문서에 포함된 「최종 문서」를 교회 전반에 뿌리내려야 할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준비와 거행 단계에서 뿌려진 씨앗이 교회의 다양한 차원 곧 본당과 교구, 수도회, 신심 사도직 단체, 교회 기관들, 주교회의 등에서 어떻게 열매 맺도록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발맞춰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2월 19일 서울 합정동 국제가톨릭형제회 전·진·상센터에서 전국 16개 교구 시노드 담당 사제들과 한국교회 수도자·평신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전국 모임’을 처음 열었다. 한국교회의 지난 시노드 여정을 성찰하고 이를 토대로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실천 방향을 제안하며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 구현의 당위성을 확인한 이번 전국 모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첫 전국 모임은 세계주교시노드 이행 단계를 걷는 한국교회 여정에 힘 보탤 것”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전국 모임에 참석한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용욱(미카엘) 신부는 ‘한국교회 시노드 여정에 대한 성찰’ 주제 발표에서 “이행 단계로의 여정을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별 국가나 지역이 자기 문화에 더 적합하고 전통과 지역의 요구를 잘 반영하는 해결책을 찾도록 권고했다”며 “그런 맥락에서 이번 전국 모임이 한국교회가 시노드 여정에 힘을 보태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를 전후해 시노드 여정을 지속의 잰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4월 이탈리아 로마 근교 사크로파노에서 열린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6명의 사제가 참석했고, 이를 계기로 같은 해 9월 16개 교구 49명의 사제가 함께하는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이 처음 열렸다.
잇달아 열린 두 모임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에 직접 참여하며 위로와 형제애를 느낀 여러 신부는 각 교구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확산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실제 춘천교구와 군종교구, 대구대교구가 2024년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 각각 ‘성령 안에서 대화’ 방법으로 사제 연수를 개최했다.
박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는 개념의 이해와 전달을 통해 실현되기보다 직접 기도하고 대화하는 가운데 터득하는 삶과 활동 방식”이라며 “각 교구가 시노드 방식으로 사제 연수를 연이어 개최한 것을 보면 시노달리타스와 ‘성령 안에서 대화’가 이제 한국교회 안에서 큰 흐름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기대를 표했다.
사제 중심 교육·홍보에 집중은 한계
대다수 신자 시노달리타스 의미와 ‘성령 안에서 대화’ 가치 체험 못해
기대와 더불어 풀어가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음을 전국 모임 참석자들은 확인했다. 각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들이 발표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대한 성찰에 따르면, 시노드에 관한 노력은 주로 교구 사제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 집중돼 있고, 전체 교구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시노드 회합 자체를 갖지 않은 대다수 신자는 시노달리타스나 ‘성령 안에서 대화’의 가치를 체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시노드를 통해 제기된 의견들이 「최종 문서」로 수렴되고 다시 신자들에게 전해지는 과정 자체가 수년에 걸쳐 진행됐기 때문에 시노드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됐다. 의견을 내고 그 답을 듣기까지 소요된 오랜 시간 동안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식어버릴 수밖에 없다.
시노달리타스 실현 위한 한국교회 차원 기구 필요
각 교구 사례 홍보와 양성 교육의 구심적 역할 주문
참석자들은 ‘한국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실천’ 주제 발표 자료를 점검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 방식을 통해 구체적인 시노달리타스 실천 계획과 하느님 백성 전체가 최대한 참여하도록 북돋울 수 있는 실천 방향에 관해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주교회의 또는 주교회의가 설립한 전국 단위 기구가 시노달리타스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확산시키는 주체이자 구심점으로 활동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교육과 홍보뿐 아니라 의미 있는 사례들을 서로 나눌 장(場)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아울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처럼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주교들과 함께 원탁에 모여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하며 경청하는 자리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미 3년간의 시노드 과정을 통해 한국교회가 다양한 논의 주제를 마련했음을 감안, 본당 내 사목 평의회의 역할, 성직자 권위주의, 만연한 물질주의 쇄신 방안, 성직자와 수도자의 관계, 평신도의 공동책임성 등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논의가 이 자리에서 활발히 논의될 때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성령 안에서 대화’를 교회의 문화로
‘성령 안에서 대화’를 활성화해 교회의 문화로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평신도 대표로 참석한 현재우(에드몬드) 한국천주교 평신도단체협의회 평신도사도직연구소장은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교회의 각 구성원이 상호 신뢰를 쌓고, 성령께서 어떻게 이끄시는지 체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노달리타스가 단순히 강의로 배우는 개념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될 것임을 인식한 평신도들은 시노드 최종 문서에 나오는 보편 교회의 고백에도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춘천교구는 교구의 시노달리타스 실천 방향 발표에서 “교구 안에서 제도적이고 구체화 된 노력이 필요함에 따라 ‘시노드적 정서의 일반화’를 목표로 지속적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지닌 ‘담대한 발언’과 ‘경청’의 요소를 교회 내 모든 대화법의 근간으로 삼아 공동체의 삶 안에서 ‘여론’이 아닌 ‘식별’을 지향할 수 있도록 시노드적 대화의 일상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모임 참석자들은 ‘성령 안에서 대화’ 정착과 활성화뿐 아니라 시노드 교회를 이뤄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구성원들의 양성이라며, 시노드 정신 확산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 ‘시노달리타스 학교’를 개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별히 ‘성령 안에서 대화’를 이끌어 갈 ‘모임 진행자’(Facilitator) 양성도 사제뿐 아니라 평신도와 수도자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