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함 넘치는 찬양 열정, 공동체 ‘세대 공감’ 이끌다

“젊은 친구들과 우리 어른들이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함께 주님을 찬양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늘 차분하게 바치던 교중미사에 청년들만의 ‘활기’라는 빛깔이 더해졌달까요.” 주일인 7월 14일, 언제나처럼 오전 10시 인천 도화동본당(주임 양주용 바오로 신부) 교중미사에 참례한 윤경옥(사비나·64)씨는 “청년들이 전례에 동참하고 노래 찬양을 한 오늘 주일미사 덕분에 ‘다시 젊어진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는 열정’을 선물 받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교중미사는 청년 전례단과 밴드가 해설, 독서, 보편지향기도와 찬양을 맡는 ‘찬양미사’로 봉헌됐다. 정형화한 일반 교중미사 전례와 다른 청년들의 활기찬 찬양법이 분심을 일으키지는 않았을까. 우려와 달리 윤씨 등 참례자들은 “오히려 청년들과 덩달아 뜨겁게 하느님을 찬양하고 한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본당은 이렇듯 ‘젊은이다운 뜨거움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청년들의 미사를 더 많은 신자와 나누고자 이날 교중미사 노래 찬양에 청년들을 동참시켰다. 저녁 6시에 따로 청년미사를 봉헌하는 그들이 단절을 넘어 어른들과 신앙 안에 소통을 이루게 하는 취지다. “고령화하는 교회에서 가려져 있는 청년들에게 우리(어른)들이 얼마나 응원하는지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세대 간 단절 봉합의 첫걸음”이라는 주임 양주용 신부의 뜻대로다. ‘교중미사는 엄숙해야 한다’는 일각의 편견에도, 본당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청년들과 어른들이 만나는 미사를 준비했다. 공동체 화합에는 청년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26일 교중미사는 엄마와 딸이 반주를 하고 아빠와 아들이 복사를 하는 ‘가족 미사’로 봉헌했다. 그날 교중미사를 찾은 많은 신자가 “성가정의 훈훈한 사랑을 통해 본당 교우들의 소중함도 되새기게 되고, 오히려 상투적인 미사 참례 습관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늘의 태양은 못 돼도, 밤하늘 달은 못 돼도,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등불 되리라.”(생활성가 ‘하늘의 태양은 못 되더라도’) 청년들은 세대와 무관하게 많이 알려진 곡들로 찬양 노래들을 선곡했다. 배민우(노엘) 청년회장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하느님을 찾는지 어른들께서 잘 이해하실 수 있는 메시지가 내포된 곡들”이라고 밝혔다. 화답송은 기도문 낭독이 아니라 “내가 너와 함께 항상 있단다, 두려움에 떨지 마라”하는 가사의 생활성가 ‘임마누엘’을 불렀다. 영성체 후 묵상곡으로는 갓등중창단의 ‘눈물이 흘러도’를 불렀다. 파견 성가 뒤에는 특별히 퇴장 성가로 “어느 곳에 있든지 나는 주를 향하리라”는 가사의 ‘주만 바라볼찌라’가 울려 펴졌다. 성당을 나서던 신자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찬양에 집중하고 환호 섞인 박수를 보냈다. 포용해 주기보다 분심부터 호소하는 어른들에 대한 경험은 청년들을 주눅들게도 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드럼, 키보드, 기타가 곁들여진 청년 밴드의 소리가 미사에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배민우 청년회장은 “이번 미사를 준비하면서도 ‘혹시라도 역효과를 가져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지해 주는 어른들이 더 많다는 걸 알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몇 년 만의 교중미사 준비로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본당 분과장들은 “늘 보여주던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청년들의 찬양은 언제나 기대된다”고 도닥였다. 김상수(요한 사도) 청년부회장은 “청년미사 후 신부님께서 ‘어떤 어른께서 너희를 도와주셨다’면서 ‘끝나고 저녁이라도 사 먹으라’고 쌈짓돈을 건네주시기도 했다”며 “액수가 아니라 그 마음에서 늘 묵직한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조부모가 손주들의 재롱을 좋아하듯, 갈라진 세대들이 하나가 되는 우리 본당의 미사는 오히려 어르신 신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특별히 준비하는 율동 찬양처럼 새로운 형태의 세대 공감 미사도 펼쳐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웃종교 만남] 대한성공회 새 의장에 박동신 주교 선출

대한성공회가 최근 전국의회를 열어 이경호 의장주교 후임으로 박동신 부산교구장을 신임 의장주교로 선출했다고 대한성공회 교무원이 7월 3일 밝혔다. 박동신 신임 의장주교는 성공회가 국내 선교 초기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사회를 향해 예언자적 소명을 다해온 것처럼 가장 성공회다운 모습으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를 다짐했다. 대한성공회는 6월 29일 대전교구 대전주교좌교회에서 열린 제34차 전국의회에서 올해 65세 정년을 맞아 퇴임하는 이경호 주교(서울교구장) 후임으로 박동신 주교를 선출했다. 부산교구장을 맡고 있는 박 신임 의장주교는 앞으로 2년 동안 대한성공회를 대표한다. 대한성공회 전국의회는 격년으로 열리는 최상위 의결기구로서, 3명의 주교와 각 교구를 대표하는 성직자 60명과 평신도 60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박동신 의장주교는 올해 주교 성품 13년 차로 지난 2017년 2년 임기 의장주교직을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한편 이날 전국의회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 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한성공회의 노력과 관심은 물론 ‘녹색 성공회’를 지향하는 대한성공회의 선교 방향을 전국 교구가 함께 공유하도록 했다. 대한성공회는 이에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제33차 전국의회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한성공회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대한성공회는 비상선언문에서 모든 교우들이 기후비상사태 선언에 동참하고, 각국 정부에 기후위기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위한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우리나라 정부에 석탄발전소와 신공항계획 등 대규모 탄수배출산업 진흥을 중단하고 일본 정부에는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중단할 것을촉구했다.

2024-07-21

[이웃종교 만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창립 100주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전개하는 가운데, 최근 기독교사회운동사 정리보존사업의 일환으로 온라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오픈 기념식을 열었다. 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지난 6월 27일 연세대 김순전홀에서 열린 NCCK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 설명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슬로건을 ‘다가올 역사, 기억될 미래’로 정했다”며 “지난 100년을 자축하는 시간을 넘어서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연세대 백양누리 더 라운지 최영홀에서 열린 온라인 아카이브 오픈 및 오픈기념식에서는 안교성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관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온라인 아카이브의 평가와 제언’ 기조강연과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1910년대 이후 사회운동 자료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온라인 아카이브’(ncckarchive.org)는 NCCK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조직된 ‘1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주년 기념 기독교사회운동사 정리보존사업’의 일환으로 구축됐다. 인터넷 접속을 통해 자유롭게 관련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는 ▲1910년대 조선장감연합공의회부터 2020년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까지의 총회 회록 및 채택 문서 ▲조선기독교연합공의회 사회신조(1932년), 3선개헌 반대 성명서(1969년), 구속자 석방에 관한 진정서(1985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 1988년) 등 교회협이 생산한 각종 성명서, 선언문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등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의 반응과 운동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사진과 문서 등 1910년대부터 현대까지 약 2만 5천 건의 자료를 제공한다. 아카이브는 특히 접속자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관련 문서와 사진 등의 새로운 자료들을 기증하거나, 오류 제보와 의견 제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연말까지 다양한 100주년 기념사업 진행 NCCK는 이번 온라인 아카이브 오픈 기념식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먼저 9월 20~22일 국내외 교회 일치 운동 관계자들이 참석,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9월 22일에는 서울 연동교회에서 100주년 기념예배를 봉헌하고, NCCK의 역사를 함께해온 이들로 구성된 ‘100인 합창단’이 100주년 기념 합창곡을 선보인다. 창립일인 9월 24일에는 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백년’이 CBS에서 방영된다. 10월에는 ‘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 전3권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년사 출판 기념회가 열린다. 이어 11월 18일에는 100주년 기념대회를 새문안교회에서 거행하는데, 특히 이 자리에서는 오늘날 기독교를 돌아보고 새로운 선교적 결단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기독교 사회선언’(가칭)을 발표한다. 교회 일치를 위한 노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국내 개신교 제 교단과 한국 정교회가 교회일치운동을 위해 1924년 9월 24일 창설한 범기독교 협의체다. 당시 장로교와 감리교의 선교 연합 구축을 위해 결성한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부터 시작됐다. 약칭은 NCCK(The 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Korea)이고, 현재 8개 개신교 교단과 한국 정교회 등 9개 교단이 가입해 있다.

2024-07-21

[저를 보내주십시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장자호 신부(하)

2000년 서울 국제(외국인)본당에서 새로운 사목 여정을 시작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장자호 신부(요한 가롤로·82). 24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국제본당 주임 신부다. 발령받기 전 20여년 간 한국에서 우여곡절을 다 겪어내며 타지에 산다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보다 깊은 애정을 담아 외국인 교우들을 돌본다. 장자호 신부에게서 외국인 사목의 특별함과 선교사로서의 사명에 대해 들어봤다. 국제본당은 외국인들의 집이자 사막의 오아시스 “국제본당은 외국인들에겐 집 같은 곳, 또 어쩌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죠.” 부산, 대구 등에서 사목하던 장자호 신부는 2000년 서울 국제본당에 부임해 24년간 사목하고 있다. 국제본당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적응과 신앙생활을 도우며 타지 생활에 지친 그들의 심신을 돌본다. 장 신부는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본국으로 돌아갔던 외국인들이 가끔 성당을 방문하면 모두 여기를 집으로 여겼다며 추억에 잠기는 모습을 보곤 한다”고 말했다. 또 낯선 사막에서 목을 축일 물이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고도 했다. 장 신부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말은 익히기 쉽지 않다 보니, 외국인들이 미사에 참례하거나 성사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세워진 것국제본당”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본당이 설립되기 이전에도 외국인들을 위한 미사는 있었다. 장 신부는 “첫 시작은 1970년대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외국 신자들을 위해 있었던 영어 미사”라고 기억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서울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몇 년간 외국인을 위한 주일 영어 미사가 봉헌됐다. 그러던 중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새 임무가 부여됐다. 장 신부는 “1987년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님이 우리 수도회 나승덕(빅토리오) 신부님에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목하는 본당을 설립해 달라고 부탁하셨다”며 “이후로 우리 수도회가 공식적으로 외국인들에게 모든 성사를 줄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00년, 장 신부가 국제본당에 주임 신부로 부임했다. 국제본당은 매 주일 다섯 개 언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장 신부는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봉헌되는 미사를 만들어 신자들이 자기 문화권 언어로 된 미사를 찾아 드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 덕분인지 부임 후 5년 만인 2005년엔 주일마다 500여 명의 외국인 신자들이 참례했다. 나 아닌 본당과 교우들이 먼저! 국제본당의 역할은 여느 본당과 비슷하지만, 타지에 사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더 세심하게 신자들을 돌본다. 장 신부는 “본당 신부님들처럼 성사 집행하고, 사람들 만나고, 어린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면서 “때때로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한번은 가난한 교우가 병원에 입원해 병원비를 내지 못하자 본당 공동체가 돈을 모아 내주기도 했다”는 등 그들의 ‘한국살이’에 힘이 되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아무래도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있으면 조금 외롭고 어려우니 우리 본당이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어주려고 노력하죠” 20년이 넘게 본당 신부로 있다 보니, 처음 부임했을 즈음 태어난 갓난아기들이 그새 다 커버리기도 했다. 장 신부는 “오래 전 한 필리핀 가족이 아기를 낳았다고 해 축하해 준 기억이 있다”며 “바로 어제 그 필리핀 가족이 웬 젊은이와 함께 오랜만에 본당에 찾아왔는데, 알고 보니 그 젊은이가 그때 태어났다던 갓난아기”라며 웃었다. 장 신부는 하느님께서 감사하게도 건강을 보장해 주셨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내가 82세인데도 이렇게 일하고 있다는 것에 하느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보다 교우, 본당을 위한 기도에 시간을 쏟는다. 장 신부는 “우리 신자들도 각자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나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분들이 많다”며 “기도할 때면 그분들을 기억하고, 또 우리 형제들, 그리고 본당을 위해 자주 기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도 15년 전 심한 병치레가 있었다. 암이 발병해 두 개의 콩팥 중 하나는 떼어내야 했던 것. 장 신부는 “사실은 무척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여전히 콩팥은 하나지만 그는 무사히 암을 극복하고 현재 건강한 것에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말한다. “콩팥 하나를 완전히 제거했고 지금은 괜찮습니다. 하나가 남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고, 사목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도 없답니다. 오히려 이 나이까지 하느님께서 건강을 주셨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선교사로서의 모든 때에 하느님이 이끄셨죠 장 신부는 “이제 고향 이탈리아 생각이 자주 안 난다”고 고백했다. 해외에 나갔다가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면 오히려 집에 온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러더니 처음 두려움을 안고 한국에 오던 때와 당시 한국교회를 떠올렸다. 장 신부는 “내가 한국에 신부가 부족해서 우리와 같은 선교사들이 왔는데 지금은 한국 신부님들이 오히려 해외선교를 나가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회상했다. 또 자신의 삶이 온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라던 예수님 말씀대로 이뤄졌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선교사는 하느님 말씀을 더 넓은 세상에 전하기 위해 있기에 주님께서 나를 한국으로 보내신 것도 그 뜻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선교사로 지원한 것은 장 신부 본인이지만 결국 서품을 받게 허락해 주고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분은 주님이시라는 것이다. 장 신부는 그가 어릴 적 전교 잡지를 보며 선교의 꿈을 키운 것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모든 것에 주님의 뜻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주님께서 여러 사건을 통해 지금의 나를 만드셨죠. 선교사로 자원할 때 주님이 제가 서품받을 수 있게 해주신 것도 나 자신을 당신께 온전히 바칠 수 있게 이끌어주셨던 거라고 믿습니다.”

2024-07-21

[가톨릭 청년 단체를 찾아서(9)]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생활성가 밴드 ‘유빌라떼’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생활성가 밴드 ‘유빌라떼’(단장 이인호 미카엘·지도 홍웅기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그 이름대로 ‘찬양’(Jubilate)을 통해 하느님을 전하고자 1998년 결성됐다. 보컬,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을 맡은 청년 단원 7명은 바쁜 일상에도 한자리에 모여 청년부 주최 행사, 지구 연합 미사, 본당 미사 등 찬양이 필요한 어디든 찾아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 주로 청년 생활성가집 수록곡들을 선곡하지만 유빌라떼만의 스타일로 편곡한다. 매해 연말은 직접 콘서트를 기획하고 펼친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전공자들, 취미로 하는 비전공자들이 하느님 찬양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여 서로 존중·배려하는 분위기는 유빌라떼만의 강점이다. 전공자들은 답답한 점을 지적하기보다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비전공자들은 그 진심에 힘입어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또 오히려 전공자들이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음악 전공자인 건반 담당 이예나(로사) 단원은 “통통 튀는 반주, 매력적 음색을 가진 보컬들의 하모니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고, 소름 돋을 만큼 매력적인 음악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공과 상관없이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갖추고 우리만의 특별한 음악을 만들고자 서로 경청하는 단원들이 너무 멋지다”며 웃었다. “음악만을 연주하는 게 아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유빌라떼”라는 활동 정신은 단원들의 신앙을 더욱 두텁게 한다. 보컬 담당 천송이(안나 로사) 단원은 “늘 성호경으로 시작하는 수요일 저녁 8시 합주처럼, 각자 본업을 마치고 돌아와 하나가 되는 소소한 기도의 순간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위로로 메아리쳐 돌아온다”고 고백했다. 올해로 27년째를 맞이한 유빌라떼는 악보대로 반주하기보다 신선한 코드 진행, 장르 전환으로 성가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밴드로 성장했다. 단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생활성가 보편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호 단장은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성가로 청년들에게 성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감동, 위안을 주는 단체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홍웅기 지도신부는 “유빌라떼는 오랫동안 청년 성가 공연, 연구 등 활동으로 더 기쁘고 새롭게 생활성가로 주님께 나아가는 밴드”라고 말했다. 이어 “미사와 공연 안에서 2배의 기도를 하는 단원들은 언제나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한다”며 많은 청년의 관심을 부탁했다.

2024-07-21

분열·갈등의 세상…함께 걸으며 역동적 교회로 나아가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10월 2~27일)는 ‘핫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하느님 백성의 ‘참여’와 ‘포용’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7월 9일 교황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발표했다. 3년 동안 진행된 시노드 여정을 마무리하는 제2회기 의안집의 특징과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제1회기는 제기된 주제들을 망라하는데 주력했다. 제2회기 의안집은 이를 바탕으로 시노드 교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하도록 이끈다. 이는 “가시적인 변화 없이 시노드 교회의 전망은 신뢰를 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1회기 의안집은 여성 부제, 사제 독신제, 성 소수자 문제 등을 두루 다룬 반면, 제2회기 의안집은 경청과 동반하는 사목, 본당 재정에 대한 평신도들의 더욱 폭넓은 참여, 그리고 본당 사목평의회 강화 등 하느님 백성의 교회 생활 참여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적 방안 마련에 집중한다. ■ 의안집 작성 과정과 구조 의안집 초안은 전 세계에서 선발된 20명의 신학자들에 의해 작성됐다. 이들은 지난 6월 4~13일 107건의 지역교회 ‘종합 의견서’ 외에 국제 본당 사제 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경로의 보고서를 포함한 175건의 의견서 등을 검토하고 초안을 작성했다. 이 초안은 다각도로 검토되고, 수정 및 보완을 거쳐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돼 승인받았다. 의안집은 서문과 주요 원칙들, 3부로 나눠진 본문, 결론 등 총 6개 부분, 112개 항, 30쪽 분량으로 구성됐다. 서문(Introduction)은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과 성과들을 다뤘다. 이어지는 ‘주요 원칙’(foundations, 1~21항)에는 ‘회심과 개혁의 여정’으로서의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담았다. 여기서 의안집은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교회는 일치, 화해의 도구,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귀기울이는 경청의 표징임을 강조한다. ■ 교회 안의 여성 ‘주요 원칙’의 3분의 1(13~18항)이 교회 안에서 여성의 가치에 집중된다. 교회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역할을 성찰하는 가운데, 특히 여성의 은사와 소명을 “더 온전하게 인정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하느님은 여성을 예수님 부활의 첫 증거자와 선포자로 선택”했고, 따라서 여성은 “세례를 통해 온전한 평등을 누리고 성령으로부터 동일한 은사를 받으며 그리스도의 선교 사명을 수행하도록 불리운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여전히 남성우월주의(machismo)가 강하다.” 따라서, 제2회기는 “교회의 식별과 의사 결정의 모든 단계에서 폭넓은 여성의 참여”를 요청한다. 또 교구와 교회 기관에서는 물론 신학교, 신학원, 신학대학뿐만 아니라 교회법정에서 여성 판사의 역할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여성의 더 폭넓은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제안은 여성 수도자들에게도 적용돼 그들의 삶과 카리스마를 더 많이 인정하고 지지하며, 책임 있는 직책에 그들을 기용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여성 부제직은 이번 시노드에서 가장 첨예한 논란이 된 주제다. 의안집은 일부 지역교회에서는 여성 부제직 허용을 요청하지만 다른 지역교회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지적한다. 여성 부제직은 제2회기 논의 주제에서 제외되지만 이에 대한 신학적 성찰은 시노드 일정과 별도로 계속 이어진다. 어떤 경우든 여성의 역할에 대한 성찰은 평신도들의 직무 강화라는 방향성의 맥락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의안집은 밝힌다. 참여·포용 위한 구체적 논의 특히 시노달리타스 구현 위해 투명성·책임의 문화 강조하며 신뢰 회복·열린 교회 당부 ■ 제1부: 관계(Relations) – 하느님과의 관계, 형제자매 간의 관계, 교회 간의 관계 서문과 주요 원칙에 이어, 의안집은 시노드 교회가 되기 위한 ‘관계’(22~50항)를 다룬다. 은사,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은 온갖 갈등과 모순, 혼돈 속에서도 정의와 평화, 희망을 추구하는 세상 ‘안에서’, 그리고 그러한 세상을 ‘위해서’ 본질적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가 더 이상 제도나 관료 조직이 아니라, 역동적 관계에 바탕을 둔 교회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2회기는 ‘경청과 동반’에 관한 새로운 교회 직무들을 논의하고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 제2부: 양성 과정과 공동체 식별(Pathways) ‘관계’들은 양성과 공동체 식별의 ‘과정’(Pathways, 51~79항)을 통해 그리스도교적으로 발전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는 적절한 결정을 내리고, 모든 이가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도록 해 준다. 의안집은 특별히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하며 강하고 약한 사람, 소외된 이들이 함께 섞여 있는 가정은 시노달리타스의 학교가 된다고 강조한다. 시노달리타스의 구현을 위해서 ‘책임’과 ‘투명성’이 특별히 강조된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의안집에서 “시노드 교회는 투명성과 책임의 문화와 실천을 모두 필요로 한다”며 이는 “공동의 사명을 공동으로 책임 지는데 필요한 상호 신뢰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오늘날 교회의 투명성과 책임에 대한 요구가 더욱 요구되는 이유는 교회의 재정 비리와 성 추문에 의해 교회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투명성과 책임감의 부족은 성직주의를 더욱 부추긴다”(75항)고 밝혔다. 책임감과 투명성은 성 추문과 재정 비리에 국한되지 않고, 사목 계획과 복음화 방식,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 방식 등 교회의 모든 활동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직무 책임이 어떻게 행사되는지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77항)가 필요하다. ■ 제3부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의 ‘장소’(Places) 의안집에서는 나아가 ‘관계’와 ‘여정’이 형성되는 ‘장소’(Places, 80~108항)도 분석한다. 여기서 장소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고유한 문화와 역동성을 지닌 구체적 상황을 의미한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의안집에서 교회에 대한 고정된, 정적인 전망을 극복하고 그 다양성과 다원성을 인정하도록 초대한다. 그럼으로써 하나이자 보편적인 교회가 배타주의나 획일화에 매몰되지 않고 ‘장소 안에서’, ‘장소로부터’ 역동적 순환을 살아가게 할 수 있다. 교회일치운동, 종교와 문화간 대화 등의 굵직한 주제 역시 이 맥락 안에서 다뤄진다. 또한 일치의 여정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열려 있는 교황 직무의 수행 역시 그 맥락에서 성찰할 수 있게 된다.(102·107항 참조) ■ 희망의 순례자들 결론 ‘세상 안에서 시노드 교회’(109~112항)에서 시노드 여정이 2025년 희년의 관점에서 ‘희망의 순례자들’로서의 여정으로 이어지도록 하자고 초대한다.

2024-07-21

[성미술 작가 다이어리] 김영자 수녀

주님께서 주신 탈렌트와 성소 어려서부터 창의적인 놀이를 좋아했어요. 만들고 그리며 오려 붙이고 하는 놀이를 많이 했죠. 아버지께서는 옹기공장을 운영하셨는데요, 제가 흙으로 만든 것들을 가마에 넣어서 구워주시곤 하셨어요. 인형 놀이를 하더라도 직접 만들었고요. 그런 놀이들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초등학교 입학 후 첫 미술 시간에 그림을 하나 그렸는데, 선생님께서 그림을 보시곤 고학년 언니 오빠들도 잘해야 들어갈 수 있는 미술반에 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당시 제게는 12색 크레파스 세트가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격려와 지원하는 마음으로 24색 세트를 사주셨어요. 얼마나 기쁘던지요. 그 후로 줄곧 미술반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진로도 미술대학으로 잡았죠. 그런데 제가 원했던 학교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재수를 준비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성소를 느꼈어요. 제 외가는 순교자 집안이예요. 외고조할아버지께서 충주 달래강에서 순교하셨다고 들었어요. 외고조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도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네 영혼 구령을 위해 울라’고 외고조할머니께 말씀하셨다고 해요. 부모님께서는 집안 어른들이 물려주신 순교정신을 따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셔서, 저도 그 신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부모님은 8남매를 두셨고, 두 분 사이도 무척 좋으셨어요. 우리 형제들은 미사하는 소꿉놀이를 하면서 놀았어요. 하지만 성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재수를 준비할 무렵, 어머니께서 매우 편찮으셨어요. 아버지께서 병석에 누우신 어머니 시중을 드는 모습을 보는데, 참 따뜻하고 아름다워 보였어요. 어머니께 ‘나중에 아버지 같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어머니께서는 ‘네 아버지가 나한테 참 잘하지. 하지만 인생은 궁극적으로는 혼자 가는 것이야’라고 말씀하셨어요. 한동안 그 말뜻을 곰곰이 되짚어 보면서, 화목하고 행복하게 보였던 어머니에게도 외로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제 안에는 세상 속에서 어렵고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같이 있고 싶어졌죠. 그러한 마음이 주님의 작은 도구가 되고 싶은 열망으로 이어졌어요. 그렇게 성소를 꿈꾸게 됐고, 응답하게 됐어요. 이 이야기를 본당 수녀님께 하니 수녀님께서는 바로 수녀원에 가야 한다고 데리고 가셨어요. 맘속에는 대학을 다닌 후에 입회하고 싶었는데요, 아마 대학을 다녔으면 입회를 안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여러 성당 다니며 다양한 작품 통해 공부 미술 공부를 포기하고 수녀회에 들어갔는데, 수련기를 거치면서 수도회에 있는 미술부 소임을 맡게 됐어요. 미술부에서 제가 그린 그림을 다른 수녀님들이 무척 좋아해 주셨어요. 많이 격려도 해 주셨고요. 저는 수도회에 필요한 그림들을 기쁘게 그렸어요. 첫 서원을 마쳤는데, 장상 수녀님께서 그림을 전공한 수도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제게 미술 공부를 권하셨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어요. 친구들과 협업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게 좋았어요. 방학이면 사진기를 들고 여러 성당을 다니면서 많은 작품들을 봤어요. 작가들이 어떻게 건축, 성물, 유리화 등을 작품으로 표현했는지, 그리고 좋은 작품 안에서 그분들의 신앙을 느끼고 감동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서울 장충동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서울 수도원에서 유리화를 배울 기회가 생겼어요. 수사님들이 기쁘게 맞아주셔서 2년 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유리화 작업 기술뿐만 아니라 수도자로서 사는 데 필요한 좋은 영향을 덤으로 받아왔지요. 서울 문정2동성당 지하 1·2층을 혼인미사를 봉헌하는 곳으로 리모델링하고 간접선교의 장으로 카페를 만들어 달라고 제게 부탁하셨어요. 그 당시에는 성당에 카페가 없었죠. 고민이 많았는데,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일을 진행했어요. 신부님께서도 많이 격려해 주셔서 용기를 갖게 됐어요. 그 후로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어요. 서울 도림동성당 ‘이현종 신부·서봉구 형제 순교기념관’은 설계에서부터 기념과 유물 정리, 전시장 문구, 유리화, 성물 등 여러 가지를 맡게 됐어요. 힘은 들었지만 신앙적으로 뜻깊고 감사한 작품이 나오게 되었어요. 작품이 하느님을 만나는 작은 도구가 되길 지금은 성당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우선 신자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함께 미사에 참례해요. 그곳이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알맞은 기도의 전례 공간이 되어, 찾는 모든 이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고 알아가는 열린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요. 그래서 어디 하나 소홀함 없이 건축에서부터 성물, 공간디자인, 그림, 조각, 유리화, 성당 로고 디자인, 작은 소품까지 두루 마음을 쓰게 돼요. 좋은 스승들을 만나 공부한 것이 제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 같아요. 특히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봉상균 교수님의 가르침은 잊을 수가 없네요. 이 자리를 빌려 저와 함께 작업하시는 공방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몰라요. 다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그 방향으로 이끌어주실 것이라고 믿어요. 제 작품을 보고 마치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작품처럼 하느님을 떠난 작은 영혼이 주님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기도해요. 그리스도를 만난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탈렌트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려요. ◆ 김영자 안셀모 수녀는 인보 성체 수도회 수도자로, 서울산업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립로마미술대학에서 수학했다. 다양한 수도회와 전국 각지 많은 성당의 제대와 감실, 유리화, 성모상, 십자가의 길 14처를 제작했다. 현재 인보 성체 수도회 성미술연구소에서 작업하고 있다.

2024-07-21

[더(熱)위를 열(熱)정으로 다스리는 사람들(상)] 한국희망재단·올마이키즈 국제협력 활동가

여름 휴가철 방문객이 붐비는 동남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 그런데 오히려 사랑 실천을 위해 그 더위 한복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제협력 활동가들이다. 휴양객들이 에어컨 나오는 호텔에서 쉴 때 활동가들은 전염병이 도는 밀림이나 흙바닥 오지마을에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존엄한 삶의 기회를 선사하고자 발로 뛰고 있다. 이렇듯 모두가 피하는 더위 속에 서슴없는 열정으로 뛰어드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우리도 ‘차갑게’ 몸을 식히는 한편 가슴속은 ‘달아오르는’ 휴가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올여름도 가난한 이들의 메마른 세상을 기꺼이 찾아 ‘사랑’이라는 이름의 구슬땀으로 촉촉하게 적시고 온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서북원 베드로 신부)·올마이키즈(이사장 김영욱 요셉 신부) 국제협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한국희망재단 이상준(알렉산데르) 상임이사 기후위기로 이상고온·가뭄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 올여름 ‘나눔’ 실천 어떨까요 7월 10일 인도 타밀나두주 칸치푸람·첸나리 지역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곳 ‘달리트’(카스트에조차 속하지 않는 불가촉천민) 주민들을 위해 땅 찾기 운동, 식수 개발, 유기농업 단지 조성 등 사업을 펼치고자 6일부터 머물고 있습니다. 수많은 불이익을 당하던 달리트들과 한국희망재단이 함께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52개 협동조합과 2500여 명 조합원이 연대하는 여성 유기농업 협동조합 연합회도 이뤄졌죠. 저는 이렇듯 아시아·아프리카 15개국에서 현지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지구촌 이웃이 많기에 올여름도 느긋이 쉴 틈은 없습니다. 인도에 오기 직전에는 네팔 랄릿푸르 지역에서 한부모가장 여성들의 농업기반 및 역량 강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생계지원 사업을 펼쳤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이 황무지를 개간해 유기농 작물을 생산하고, 친환경 가공 제품을 만들어 지속적 소득을 창출하고 자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네팔은 우기가 한창입니다. 무겁고 습한 날씨에 지하수 관개시설과 비닐하우스 10개 동 설치, 농업협동조합 관리 훈련에 보건·리더십·마케팅 관리 훈련까지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힘이 났습니다. 구슬땀 흘리며 환하게 웃는 주민들의 미소는 장기 출장의 피로를 날려주는 귀한 비타민이에요. 소소한 보람만으로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동화 속 이야기겠죠? 지난해 7월 학교, 진료소 건립과 식수 개발 등 사업들로 탄자니아를 찾았을 때는 흙먼지가 날리고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화상이나 색소침착으로 피부가 손상되기도 했습니다. 10월 짐바브웨 시골 하라레 지역을 찾았을 때는 이상 고온으로 낮 기온이 38℃까지 올라갔어요. 시골 마을에 에어컨이 있는 숙박시설이 있을 리 없죠. 선풍기도 없는 작은 방에서 이틀을 지내야 했어요. 우르르 들어오는 모기를 막으려면 숨이 막혀도 모기향을 잔뜩 피우고 여윈잠을 잤습니다. 작은 벌레와 도마뱀이 방에 들락거리는 건 예삿일이었고요. 하지만 이런 곳이 저희가 함께하는 가난한 사람들 삶의 터전이잖아요.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이 만연한 가운데 나만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는 사명, 그 한뜻으로 함께하는 동료 활동가들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는 매번의 체험에서 늘 열정을 충전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는 말씀대로 다들 ‘주님의 협조자’가 되는 기쁨을 서로 고백하거든요. 심지어 좋으신 후원자님들의 충실한 심부름꾼, 희망의 배달꾼인 저희가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현지 사업지를 방문하며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어요. 이상 고온, 가뭄, 물 부족에 지구촌 가난한 사람들이 더 취약하고 더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에 사는 우리가 그들보다 1인당 에너지 소비가 훨씬 많답니다. 책임이 더 큰 만큼 보속하는 마음에서라도 ‘나눔’의 가치를 올 휴가철 실천해 보는 건 어떠신가요? ■ 올마이키즈 지연실(소사 세실리아) 국제협력팀장 극한의 고통에 살고 있어도 훈훈한 정으로 반기는 아이들 지금의 노력 결코 힘들지 않아 6월 5~10일 캄보디아 시골 뿌삿 지역 아이들과 프놈펜, 씨엠립, 바탐방 등 곳곳을 다녀오기 무섭게, 다음 달 또 캄보디아에서 다른 아이들 30여 명과 전국 여행할 준비로 7월은 여념이 없습니다. 올마이키즈에서는 본국 여행 경험조차 없는 가난한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한 ‘꿈을 위한 순례길’ 2박3일 수학여행을 올해 3월, 6월, 8월, 11월 4차례 계획해 펼치고 있거든요. 올마이키즈는 22개국 44개 지역 2000여 명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후원자와 1대 1 결연을 맺고 고등학교 졸업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방문한 캄보디아는 특히 가난합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수녀님들은 “아이들이 가난이 무언지도 모를 수 있다”고 말씀하셔요. 더위 속에 사는 사람이 추위가 뭔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뿌삿 아이들은 마을을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한 친구가 많아요. 이장님이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조차 그렇죠. 아직 수학여행을 못 떠냔 친구들만 1000명이 넘어요. 가난의 굴레는 잘사는 나라 사람도 스스로 끊어내기 어려운데, 개발도상국 시골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성장기인 아이들이 적어도 다른 친구들 못지않게 “나도 마을 너머의 세상쯤은 알아!” 하는 자존감을 지니고 자라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지금의 노력은 얼마든 아깝지 않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 중인 집 지어주기 사업으로 캄보디아를 몇 번을 방문했지만, 말 그대로 무더위예요. 부채, 냉장고 바지, 선크림을 총동원해도 땀띠는 필수, 물을 아무리 마셔도 목이 탑니다. 쌀을 짊어지고 가정방문을 하는데, 가난한 집은 마을에서도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차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해요. 댕기열, 식중독 위험은 신경조차 쓰지 않게 됐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현실을 마주하면 더위가 뭔지도 모르게 돼요. 수학여행 후 뿌삿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의 집을 하나하나 방문했습니다. 자녀만 8명인데 40일 된 갓난아이가 딸린 엄마, 투병 중인 아빠, 나무판자로 아무렇게나 지어진 집에는 비가 들이쳤어요. 동행한 후원자들과 함께 각 가정에 쌀, 식용유, 액젓, 라면, 설탕 등 기본 식료품을 전달했는데, 한 후원자가 “이런 데서 우예 사노?” 하며 울던 장면은 지금도 먹먹하네요. 그런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손 선풍기를 쓸 수 있겠어요. 말이 통하지는 않아도, 아이들에게 “덥지?” 하며 함께 참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 훈훈한 정으로 답해오죠. 환영의 붉은 실 팔찌를 묶어주고, 두 손을 모으고 빙그레 웃으며 “어꾼쯔란(감사합니다)”하며 달려와 허물없이 안깁니다. “얘들 성장 과정에 우리가 함께하는구나” 하는 보람에 눈가가 시큰거려요. 저희는 ‘모든 아이가 웃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위해 오늘도 움직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찾아서 돕다 보니 저희도 저절로 마음의 휴식을 누리고 있죠. 다가올 8월, 올마이키즈와 함께하는 캄보디아 기부여행은 어떠세요?

2024-07-21

타들어가는 농심(農心)…그들의 손 잡고 생명공동체로 연대하자

1976년 함평군 농협은 고구마 농사를 짓던 농민에게 시중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고구마를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출고일이 다가오자 수확량의 절반 가량만 구매하겠다고 통보했고, 농협의 말을 믿고 수확량을 늘렸던 농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던 농민들은 성당 문을 두드렸고, 진상규명을 위한 기도회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른바 함평 고구마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자주적 농민운동의 씨앗이 됐다. 땅에서 땀 흘린 만큼 자라나는 농작물이 전부인 농민들의 삶은 가난하고 때론 억울했다. 살기 위해 투쟁하며 눈물 흘려야 했던 그들의 삶은 2024년에도 여전히 고단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까지 더해진 현실 앞에 농민들은 48년 전과 같이 성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들의 아픔은 우리와 무관할까? 훼손된 농촌 공동체는 결국 우리의 밥상과 연결되기에 농촌과 도시가 함께 생명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 기후변화로 농민 시름 깊어져 지난 7월 8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특히 충청남도와 경상북도는 농작물 피해가 컸다.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농사를 짓는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솔티분회 김봉준 분회장도 지난 호우로 대파 농사를 망쳤다. 이틀간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는 수확을 며칠 앞둔 대파 반 이상을 주저앉혔다. 맛에는 문제가 없지만 모양이 망가진 대파는 상품 가치가 없다는 게 김 분회장의 설명이다. 7월 12일 찾은 김 분회장의 대파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심어놓은 대파 반 이상이 누워있었고, 그나마 모양이 망가지지 않은 대파를 수확하기 위해 일꾼들은 분주하게 밭을 오갔다. 하루 동안 내린 비는 최대 190mm. 상주시에는 당시 산사태 경보가 내려졌다.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자 물이 빠지지 못해, 곧게 자라고 있던 대파가 주저앉고 잎이 꺾여 버린 것이다. 김 분회장은 “매년 여름이면 장마를 겪지만, 최근 3~4년 사이 장마 형태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장마 동안 골고루 내리던 비가 며칠간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 한 번에 내리는 비의 양이 많다 보니 논과 밭을 복구할 틈이 없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밖에 없다는 게 김 분회장의 설명이다. 집중호우로 망친 한 해 농사 피해 수습 나선 농민 ‘망연자실’ 특히 마늘과 양파, 우엉 등 뿌리작물을 생산하고 있는 솔티분회는 땅에 물이 고이면 뿌리가 썩어 그 피해가 더욱 크다. 우엉 농사를 짓는 솔티분회원 이재민(비오)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9월경 수확하는 우엉은 지금 모양을 갖춰 한창 자라는 시기인데 습기 때문에 우엉 중간에 골이 생기면서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땅 밑에 있어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정확한 피해량은 수확할 때가 돼야 알 수 있다. 수확량은 줄었지만 이미 심어놓은 작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줄이기도 어렵다. 김 분회장의 경우 농사철 한 달에 들어가는 인건비만 2000만 원가량이다. 큰 일교차,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로 인해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김 분회장의 수입은 작년에 비해 50%가량 줄었다. ■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하는 생명공동체 가톨릭농민회 회원인 김봉준 분회장은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땅을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신념으로 버텨온 시간이지만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고, 생산비는 오르면서 유기농법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분회장의 경우 농사를 시작하기 위한 밑천이 매년 3000~5000만 원가량 필요하지만, 수확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모두 빚으로 남았다. 지난 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농가 부채와 금융 조달 현황, 진단과 과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농가들의 부채 평균 규모는 3564만 원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부채 2711만 원보다 853만 원 증가했다. 농가들의 부채 규모는 지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2651만 원~2777만 원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5년 새 증가 폭이 크게 늘었다. 경영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은 ‘기상 여건 등으로 수확량 감소’(91%)다. ‘농기계, 자재비 등의 가격 상승’(70.4%), ‘임차료나 인건비 상승’(66.1%), ‘병충해 및 자연재해 때문에 비용 추가’(57.9%)가 뒤를 이었다. 농민들은 “농사짓기 쉬운 때가 언제 있었겠냐 싶지만 그야말로 농업 자체를 행하기 어려운 시절이 펼쳐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마다 극심해지는 기후 재난 불합리한 농업정책에 시름 커져 생명공동체로 농촌 붕괴 막아야 농사로 먹고살기 어려워진 농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7월 4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기후 재난 시대, 농민 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7·4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쌀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 등 8개 단체 회원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에서 단체장들은 한목소리로 “기후 재난 시대를 극복할 근본 대책을 지금 당장 수립하고, 농산물 저관세·무관세 수입을 지금 당장 중단하라”면서 “농산물 가격도 지금 당장 보장하고 ‘양곡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쌀값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불합리한 농업정책과 기후재난이 더해져 농민의 삶은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듯 보였다. 우리의 터전이자 근간인 농촌의 붕괴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김봉준 분회장은 10여 년 전 서울의 신자들과 교류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본당과 분회가 협약을 맺고 농번기에는 신자들이 농촌 체험을 하고 수확한 뒤에는 농민들이 서울로 올라가 농산물을 팔았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건강한 소통을 했던 그 순간을 김 분회장은 “행복했다”고 말했다. 농촌과 도시가 함께 생명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서로 얼굴을 보고 고민을 나누거나 웃고 떠들며 함께하는 순간에 생명공동체는 시작되고 있었다. 제29회 농민 주일을 맞아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하고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 어떨까.

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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