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회개의 사순 시기…"이기심 버린 희생·돌봄 정신이 지구를 살립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다리는 사순 시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회와 희생, 극기와 회개를 실천한다. 특히 생태 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적 회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교황은 “신심이 깊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일부는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내세워 환경에 대한 관심을 우습게 여기고 있음도 인정해야 합니다. … 생태적 회개는 예수님과의 만남의 결실이 그들을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서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217항)라고 밝힌다. 극기와 회개를 실천하는 시순 시기, 생태적 회개를 실천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 기도 책을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요한 세례자)가 발간했다. 하느님께서 지으신 창조 질서의 회복과 생태계의 치유를 위해, 기후위기가 초래한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생태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생태 사도가 될 것에 지향을 두고 시작하는 십자가의 길은 14처에 걸쳐 자연을 돌보지 못한 우리의 삶을 성찰한다. 제1처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며 우리의 벗인 숲이 사형선고를 받고 야생동물들에게 지워진 십자가를 기억한다. 또한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하는 3처에서는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진 지구를 위해 기도한다. 기력이 다한 예수님의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하면서는 착취와 가난이 만연하고 다른 편에서는 과소비와 과잉 육식이 성행하는 불평등의 고리를 함께 묵상한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하는 8처에서는 농부들이 피땀으로 일구어 가꾼 생명의 먹을거리가 주는 위안을 기억한다. 이재돈 신부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삶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삶의 변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회개가 선행돼야 하므로 이번 사순 시기에는 생태적 회개를 실천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을 통해 마음으로부터 생태적 회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원장 이일경 베타니아 수녀)에서도 생태적 회개를 하며 사순 시기를 보낼 수 있는 ‘「찬미받으소서」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함께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를 묵상하며 바치는 이 십자가의 길은 ‘금욕주의를 실천해 후손에게 건강하게 지구를 물려줄 것’, ‘자녀를 배불리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굶주리는 형제들을 외면하지 않게 일깨워 줄 것’을 묵상한다.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하는 5처에서는 노동을 실천하며 환경을 더욱 잘 돌보는 시몬과 같은 이들을 기억하는 기도를 바친다. 또한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하는 7처에서는 쓰레기 더미에 눌려 신음하는 지구를 기억하며 ‘자발적으로 불편함을 견디고 자원을 재사용, 재활용 할 것’을 권한다. 끝으로 14처에서는 ‘영성은 몸이나 자연, 또는 세상 현실 안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일치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저희가 생태적 회심을 하도록 이끌어 달라’고 기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적 회개를 위한 태도를 이같이 설명한다. “이러한 회개에는 여러 가지 태도가 필요한데, 이러한 태도들이 서로 어우러져 관대하고 부드러움이 넘치는 돌봄의 정신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먼저 감사와 무상성의 태도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으로 선물하셨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아무도 보지 않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거저 주는 희생의 태도와 관대한 행위를 일으킵니다.”(「찬미받으소서」 220항)

발행일 2025-03-23 제3434호 16면

“신규 핵발전소 아닌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답”

후쿠시마 핵사고 14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39개 기관·단체가 공동 성명을 내고 탈핵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14개 교구 생태환경 관련 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한국가톨릭기후행동,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는 3월 11일 ‘신규 핵발전소가 아니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답입니다’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2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을 의결하고 법안 심사를 마쳤다. 이들 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특히 여기에 포함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은 원자력발전 후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등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을 짓기 위한 법안으로, 환경시민 단체들은 “부지 내 저장시설은 신규 핵시설이며 주민 희생 강요하는 고준위 특별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 단체들 역시 성명서를 통해 “법안에는 ‘핵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이 포함되어 있어,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기존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핵폐기물 감축을 위한 노력보다는 핵산업 진흥을 유지하려는 정책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보다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지구적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이제까지 유지해 온 많은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생태계의 위기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대전환이 필요하지만, 정치권과 경제계는 여전히 핵발전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안을 찾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핵진흥 정책이 가속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가톨릭 단체들은 핵발전소 안전 신화를 무너뜨린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14주기를 맞아, 우리는 핵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퇴행을 멈추고,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하느님 창조 질서의 회복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과제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14년 - 신규 핵발전소가 아니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답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라”(탈출 14, 15)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4년이 흘렀습니다. 이 사고는 핵발전소의 안전 신화를 무너뜨렸고, 세계적으로 탈핵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독일은 2023년 4월 15일 모든 핵발전소를 영구 정지하며 탈핵 사회를 실현했고, 대만도 2025년 5월 모든 핵발전소를 멈출 예정입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핵발전소가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탈핵을 준비했다는 점입니다. 전지구적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이제까지 유지해 온 많은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생태계의 위기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대전환이 필요하지만, 정치권과 경제계는 여전히 핵발전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안을 찾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과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핵발전 중심의 정책은 무책임한 선택입니다. 2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을 의결하고 법안 심사를 마쳤습니다. 이들 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었습니다. 정부는 이를 ‘에너지 3법’이라 부르며 탄소중립 실현과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전환점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은 핵발전 진흥을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와 핵산업계의 숙원을 풀어주는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11차 전기본은 전력 수요가 연평균 1.8% 증가해 2038년 129.3GW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며, 신규 핵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핵발전기(SMR)를 건설하여 핵발전 비중을 35%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삼척, 영덕, 기장, 경주 등이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또 다른 결정이 될 것입니다. 또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법안입니다. 법안에는 ‘핵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이 포함되어 있어,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기존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핵폐기물 감축을 위한 노력보다는 핵산업 진흥을 유지하려는 정책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보다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고준위 방폐장 기본계획의 수립 및 변경 권한을 원자력진흥위원회가 담당하게 함으로써, 핵 안전 문제를 핵 진흥 정책에 종속시켰다는 점에서도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법안에는 핵재처리 연구를 용인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과거 실패를 거듭하며 엄청난 예산 손실을 초래한 정책이며,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더욱이, 지역발전기금의 50%를 인근 주민에게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지역사회 내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큽니다. 대한민국의 국책사업 중 직접 현금 지급을 보상책으로 제시한 사례는 전례가 없습니다. 탈핵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2031년 이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포함하지 않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명확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상향하고,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을 OECD 평균에 맞춰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국제사회 흐름을 따르지 않고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10% 이상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탈핵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는 이 시대에, 각국이 적극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55항).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며 퇴행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모세의 인도 아래 홍해와 이집트 군대를 양쪽으로 마주한 이스라엘 백성과 같은 상황에 서 있습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이 순간, 하느님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가라”(탈출 14, 15)고 명령하셨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14주기를 맞아, 우리는 핵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퇴행을 멈추고,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 창조 질서의 회복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과제임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2025년 3월 11일 광주대교구 가톨릭 농민회, 생태환경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마산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부산교구 생명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 수원교구 가톨릭 농민회, 공동선실현사제연대, 농민사목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안동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생태환경사목부, 정의평화위원회 /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청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춘천교구 가정생명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창조보전연대 / 한국가톨릭기후행동 /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발행일 2025-03-23 제3434호 16면

[창조질서 보전, 우리 교구 이렇게 동참해요(하)] 체계 갖춘 활동과 교육 역량으로 ‘생명 지킴이’ 역할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 함께 살고 있다. 따라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복음적 가치로 해석하고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환경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들은 생태계가 파괴된 현장으로 나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고 있다. 산림문화가 풍부한 대구대교구는 생물다양성 보전에 힘쓰고 있으며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으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우려한 제주교구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있다. 부산교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연계해 생명의 근간이 되는 우리땅을 살리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 대구대교구 대구대교구는 생태환경 사목의 역사가 길다. 2006년 교구에 환경위원회를 설립하고 각 본당에서 생태환경분과를 만들어 활성화에 힘썼고 이미 1970년대에 산간학교를 통해 주일학교 생태환경교육의 토대를 다지기도 했다. 본당 단위의 생태환경 사목에 집중했던 대구대교구는 2017년 생태환경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교회 안팎으로 활동을 확장했다. 2023년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가 세워지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지역의 환경 이슈에 참여를 시작했다. 사목국에서 특수사목부 소속으로 새출발을 하면서 지역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장 임성호(베네딕도) 신부는 “대구대교구 생태환경 및 농어민 사목부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교구 공식기구를 설립을 통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선하고 아름다운 모든 피조물을 위협하는 반생명적인 모든 생태적인 문제와 생태적인 위기에 대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사목적인 대응을 적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뜻인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것을 통합생태론에 기초한 사목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팔공산, 성불산, 수도산 등 풍부한 산림문화를 가지고 있는 대구대교구 지역은 낙동강, 금호강과도 인접해 중요한 생태서식처이기도 하다. 낙동강에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호사비오리가 살고 있으며 금호강에서는 큰고니, 얼룩새코미꾸리 등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자연습지인 안심습지, 팔현습지, 달성습지 등도 보존돼 있다. 따라서 관할 사목지의 생태환경에 순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는 대구대교구 생태환경 운동의 키워드는 ‘피조물과의 친교’다. 임성호 신부는 “현 대구시장은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56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4대강 보를 벤치마킹해 흐르는 강을 막고 인공호수를 만들려는 반생태적인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구대교구의 젖줄인 낙동강과 대구를 가로지르는 금호강에 대한 생태계 복원 및 생태계 보전 활동의 일환인 물의 날 행사는 흐르는 강과 강물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피조물과 친교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생태희망순례를 기획해 습지와 강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한다. 아울러 9월과 10월 창조 시기에는 생태영성특강을 열고, 현장 탐사를 위한 ‘창조학교’를 올해부터 개설해 운영한다. 창조학교는 물&강, 독수리 서식지 보존, 생물다양성(토종 씨앗 외), 원자력 발전(SMR), 탄소 중립(본당 태양광 설치 확대), 플라스틱 등 6개 주제로 열린다. ■ 제주교구 제주교구 생태환경 운동의 핵심은 평신도 활동가다. 산딸나무를 뜻하는 ‘틀낭’에서 가져온 틀낭학교는 하얀 십자가 모양의 산딸나무 꽃처럼 생태를 위한 백색 순교에 함께할 수 있는 활동가를 양성한다. 틀낭학교는 「찬미받으소서」의 핵심 내용, 기후위기 등 큰 주제에서부터 제주 지역의 해양생태계, 식물 다양성, 습지, 한라산 등 제주도민의 피부에 와 닿는 환경문제와 먹거리, 쓰레기 등 일상생활의 문제,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과 연대, 하늘땅물벗 창립에 이르기까지 영성·신학·실천·조직이 연계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올해로 7회를 맞은 틀낭학교에서 배출한 많은 생태영성 활동가들은 본당의 생태사도직 단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기도 하고 지역사회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현요안 요한 신부)는 가장 첨예한 이슈인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담당 사제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위원회 공동대표를 겸직하며 지역사회 환경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변화는 위원장이 평신도에서 사제로 바뀐 것이다. 제주교구는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생태환경위원회 안에서는 전문가의 참여와 대화와 경청, 성령 안에서의 식별이 더욱 중요하기에 적극적으로 시노드 정신을 구현하고자 사제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한국가톨릭기후행동, 시민단체와의 연대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본당 환경분과 지원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하늘땅물벗 연대를 강화해 각 본당 소공동체 생태보호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부산교구, 청주교구 부산교구 생명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서현진(야고보) 신부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담당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산교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연계해 우리 땅과 생명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생태환경사목을 전개하고 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작업으로 부산교구는 생명 농산물을 알리는 일뿐 아니라 본당 내에서 할 수 있는 환경 실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은 생명 농사로 재배한 농산물을 나누며 무엇이 환경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인지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미래 세대의 생태감수성 회복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앙학교에서 쓰레기 매립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청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태원 요셉 신부)는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생태적 회심을 실천할 수 있는 사목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1월 교구벗을 만든 청주교구는 서울, 제주, 인천에 집중된 하늘땅물벗 사도직에 새롭게 합류한 교구가 됐다. 김태원 신부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자본주의 문명을 생태문명으로 바꾸는 것이 위원회 활동의 핵심”이라며 “개인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회심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하늘땅물벗 단체 확산이 올해 청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가장 중점적인 활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5-03-09 제3432호 16면

[창조질서 보전, 우리 교구 이렇게 동참해요(중)] 기후위기 극복 위한 본당·청년 모임 확산

1991년 서울대교구를 필두로 생태환경 사목에 대한 관심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생태신학적 토대는 약했으나 ‘에너지 절약’,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저탄소 식생활’ 등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지속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모은 것이다. 그 가운데 대전교구는 탄소중립에 관심을 두고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세웠고 의정부교구는 기후위기를 더욱 가깝게 체감하고 있는 청년과 함께하는 사목에 집중했다. 녹색순교를 실천하고 있는 인천교구는 본당 생태환경분과와 하늘땅물벗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 실천 활발…전국 최초로 태양광 협동조합 설립 대전교구는 전국에서 가장 처음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세웠다. 2019년 세워진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불휘협동조합)은 2024년 말 기준 조합원 2100명에 출자금은 약 23억 원가량이다. 불휘협동조합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1호 갈마동 본당의 20kW로 시작된 발전소는 2024년 말 기준 31기가 건설을 마쳤다. 연 2951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1356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온다. 불휘협동조합 이사장 김대건(베드로) 신부는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불휘협동조합의 모태로서 신앙인들의 생태적 삶은 물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실천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성당’이 교구 안에 많아지면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교구의 탄소중립 선언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원동력이 됐다. 2030년까지 모든 본당과 기관의 전기에너지 자립, 204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발표한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각 가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배출을 줄일 것을 당부했다. 이는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지난해 5월 탄소중립을 모범적으로 실천한 4개 본당을 선정해 인증서를 수여했다. 전기, 가스, 석유류, 물 사용량의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넷 제로(Net-Zero)를 달성하고 탄소중립 인증지표 기준을 달성한 본당에게는 SOL 인증을,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본당에게는 LUNA 인증을 수여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막연한 것 같았던 탄소중립을 수치화하자, “우리도 가능하다”는 희망이 본당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대전교구 본당의 생태환경 실천은 그 어느 본당보다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올해에도 교구 내 건물 온실가스 진단을 활성화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장에서 거리 미사도 봉헌한다는 계획이다. 의정부교구, 31개 본당 생태환경 모임 운영 2007년 사회사목국 소속 환경농촌사목위원회로 시작한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을 고려해 2024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활동 역시 「찬미받으소서」 회칙이 발표된 이후, 구체적인 방향이 정립됐다. 회칙 발표 이후 가장 주력한 것은 「찬미받으소서 행동 자료집」과 「찬미받으소서 기도와 전례」를 발간하고 보급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왜 교회 안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의정부교구 안에는 22개 본당에서 생태환경분과가 설립됐고 다른 분과나 단체 소속, 혹은 동아리의 형태로 활동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31개 본당에 생태환경 관련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위원장 김승연 신부는 “관련 분과와 모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정형화된 활동의 틀을 갖추지 못한 곳도 존재한다”며 “따라서 생태환경위원회에서는 보조성의 원리에 입각해 2023년부터 교구 ‘찬미받으소서 월례미사’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찬미받으소서」를 토대로 나눔하는 시간을 통해 실천을 구체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청년기후모임 ‘청숲’은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사태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을 담아 지난해 5월 설립했다. 더욱 오랫동안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나누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가입요건은 20~30대로 5개월 만에 100명의 청년이 모였다. 김승연 신부는 “가톨릭 청년이기 가능한 행동은 근간에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생태위기에 대응해 무엇인가를 실천할 때, 근간에 신앙이 자리한다면 이 행위가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지키자는 의미가 더해지는 것이 가톨릭 청년만이 가진 힘”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올해 ‘화석 연료 에너지 줄이기’를 실천과제로 선정하고 본당에 태양광발전 설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교구, 생태사도직단체 58개 활동 ‘전국 최다’ 인천교구는 생태사도직단체인 하늘땅물벗이 58개가 활동 중이다. 이는 전국의 교구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제들로 구성된 ‘지렁이벗’도 인천교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단체가 활성화된 배경은 인천교구 환경운동의 뿌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인천교구 환경사목은 1991년 환경에 대한 실천을 고민하고자 자발적으로 모인 환경연구모임에서 출발했다. 이후 가톨릭 환경연구소에서 가톨릭환경연대(1993년)로 이름을 바꾼 뒤 독립적인 단체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 무렵 교구 사회사목국 안에 환경사목부가 신설됐다. 환경사목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생태적 감수성 회복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하느님 나라를 구현하고자 본당 환경분과 설립과 환경친화적인 본당 공동체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는 32년이 지난 지금 58개 하늘땅물벗 설립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게 됐다. 특히 인천교구는 환경교리학교를 통해 생태영성교육에 집중할 뿐 아니라 지구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일에도 연대하고 있다. 현재 강화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가톨릭환경연대와 함께 몽골 나무 심기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제들로 구성된 ‘지렁이벗’은 피조물 보호에 대한 사제로서의 사명감을 보여준다. 인천교구 사회사목국장 오병수(스테파노) 신부는 “사목지에서 혼자 하기 막연한 일들을 사제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함으로써 생태환경 실천을 구체화할 수 있다”며 “특히 환경 보전 운동이 사회운동과 구분하기 힘든데 생태적 실천에 신학적 고민을 나누고 교리스도교적 방향을 설정하는데 ‘지렁이벗’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계획에 대해 오 신부는 “‘찬미받으로서 7년 여정’의 중간 여정을 점검하며 목표 실행계획을 되돌아볼 계획”이라며 “본당의 생태환경사목 활성화를 위해 생태환경분과와 생태사도직단체 하늘땅물벗의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5-02-23 제3430호 16면

[창조질서 보전, 우리 교구 이렇게 동참해요(상)] 생태 감수성 일깨우며 지역사회와 함께 환경운동 확산 나서

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자연과 하느님께 대한 의무는 신앙의 본질적 부분이며 건강한 환경 보전을 위한 신앙인의 투신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서 직접 뻗쳐 나오는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교회는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 즈음 한국의 몇몇 교구는 위원회를 만들어 환경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5년 만에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교회 생태환경 운동의 전환점이 됐다. 회칙은 통합생태론의 다양한 요소에 관한 성찰을 제안하며 구체적인 행동방식도 언급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교회는 생태영성교육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탄소중립 선포,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활동 등을 전개했다. 2025년을 시작하며 각자 다른 지역과 사목 환경 속에서 각 교구(위원회)가 어떤 생태환경 사목을 전개해 왔고 올해 계획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서울대교구, 생태감수성 키우는 교육 지원 서울대교구 생태환경 사목의 시작은 1991년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계기로 주교회의가 교구와 본당, 신자 개개인의 환경운동 실천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활동과제로 환경운동을 채택하고 환경보전과 나눔 및 자원 재활용, 도농직거래운동을 전개했다. 이듬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된 하늘땅물벗 모임도 시작됐다. 2000년 10월 25일에는 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출범돼 전문영역별 활동이 강화됐다. 교황 담화가 그리스도인에게 새로운 생태학적 회심을 깨닫게 했으나 신자 개인이나 본당 차원의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은 부족했다. 1988년부터 생태환경 운동에 투신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재돈(요한 세례자) 신부는 “교황님 담화로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나 신학적 추진력이나 토대가 부족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따라서 1990년대 교회의 생태환경 운동은 사회의 운동방식을 따르는 형식, 즉 교회밖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다. 생태신학에 대한 토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운동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회칙을 이재돈 신부는 “교회 생태환경 운동의 교과서와 같은 문헌”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서울대교구에서는 2016년 생태사도직단체 ‘하늘땅물벗’을 창립했고 이듬해 제1기 천주교생태영성학교가 문을 열었다. 특히 하늘땅물벗 창립은 교회의 환경운동이 본당과 개인으로 확산될 수 있는 도화선이 됐다. 미국에서 생태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이재돈 신부는 2016년 환경사목위원장을 맡으면서 교육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문헌자료 확보에 주력했다. 생태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 습득이 선행돼야 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위원회 생태영성연구소 부설 파스카 출판사를 세우고 생태서적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생태 공명-지구의 울부짖음,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 번역 지원을 비롯해 2023년에는 「토마스 베리 평전」을 발간했다. 이 신부는 “「찬미받으소서」가 나온 이후 교계출판사에서도 생태관련 서적들을 활발히 내는 추세지만 전문 서적은 여전히 많이 나오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생태감수성의 토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기에 위원회는 번역 지원을 통해 해외의 문헌들을 신학교나 생태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더욱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실천에 초점을 맞춘 「찬미받으소서 녹색십계명」을 발간할 예정이다. 아울러 환경 운동에 대한 본당의 실천이 강조되면서 본당 신부들이 참고할 수 있는 「찬미받으소서 본당 실천 길잡이」(가제)도 펴낸다. 또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면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여정에도 동행한다. 이재돈 신부는 “무엇이 자연을 아프게 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공부했을 때 생태적 감수성이 생기고 회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위원회는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을 교구민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교구, 지속가능한 사회에 동행 수원교구가 환경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올바로 진단하고 신자들에게 그 중요성을 홍보하는 한편 본당이나 개인별로 다뤄지던 환경 문제를 교구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위원회를 세웠다. 단발적이거나 교구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환경운동이 정착된 것은 2015년 「찬미받으소서」 회칙 발표 이후다. 2019년 12월 17일 환경위원회는 생태환경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양기석(스테파노) 신부가 전담으로 부임하며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 생태정의 실현을 위한 제반 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양 신부는 “회칙 발표를 계기로 교회는 생태적 회심을 이룰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데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는 데 적극 공감하고 위원회 사목방향도 이를 염두에 두고 전개됐다”고 말했다. 수원교구는 한국교회 교구 중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포했다. 2021년 9월 11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수원교구 탄소중립 선포 미사’를 봉헌한 교구는 2030년까지 교구와 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천명했다. 그 일환으로 위원회가 전개한 사업이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이다. 교구는 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발전소 운영, 탄소중립에 한발짝 가까워지게 됐다. 양 신부는 “경기도는 전국의 여러 광역단체 중에도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라며 “경기도에 속한 수원교구는 이러한 지형적 장점을 활용해 성당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올리는 협동조합을 세워 탄소중립 실현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 사목의 키워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다. 올해는 성당 울타리를 벗어나 제로웨이스트 상품과 가톨릭농민이 재배한 생명농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을 도심에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양 신부는 “교회가 목표로 하는 인류 구원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생태계 파괴 문제이기에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들은 삶의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위원회는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잘못된 삶의 방식을 바꾸고 교구민들이 온전하게 하느님에게 돌아갈 수 있는 생태적 회심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5-02-09 제3428호 16면

“자연도 권리 가진 주체”…법으로 지켜내는 생명·환경의 가치

성경은 “주님 것이라네, 세상과 그 안에 가득 찬 것들, 누리와 그 안에 사는 것들”(시편 24,1)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피조물은 저마다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이를 존중하고 인간과 인간의 환경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물의 무질서한 이용을 피해야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39항)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하느님 창조의 신비를 잊고 자연에 대한 온갖 착취와 폭력을 일삼았다. 인간의 권리와 의무만을 강조해 온 시간은 자연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켰다. 파괴된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며 모든 생명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구 생명체들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지구법이 그것이다. 피조물과의 연대성을 확장하는 전 세계 지구법에 대해 살펴본다. ■ 자연 전체 권리를 법으로 인정 에콰도르는 근대 국민국가의 헌법으로서는 최초로 자연을 권리 주체로 포용하는 내용의 새 헌법을 2008년 채택했다. 에콰도르 헌법은 국가와 시민들에게 ‘자연과 조화하면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안녕을 추구할 것을 명하고 있다. 에콰도르 헌법에 따르면, 자연은 크게 두 가지의 권리를 갖는다. 하나는 ‘존재 자체와 생명의 순환과 구조, 기능 및 진화과정을 유지하고 재생을 존중받을 권리’이고, 다른 하나는 ‘원상회복될 권리’이다. 또한 헌법에서는 국가는 종의 절멸이나 생태계 훼손 또는 자연 순환의 영구적 변경을 초래할 수 있는 활동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볼리비아도 2010년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률은 ▲어머니 지구의 권리를 생명에 대한 권리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권리 ▲물에 대한 권리 ▲깨끗한 공기에 대한 권리 ▲평형을 유지할 권리 ▲복원의 권리 ▲오염되지 아니할 권리 등 7가지로 특정한다. 따라서 이 법률에서는 공기의 질과 구성이 보전되고, 유독성·방사능 폐기물과 오염으로부터 보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다. 파나마는 2022년 2월 24일 자연의 권리법을 공포했다. 이 법은 자연을 자기 규율적인 불가분의 집합적 실체로 보고 자연의 내재적 가치에 기반해 자연을 존재하고 지속하며 재생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선언한다. 파나마에서는 자연의 권리를 ▲존재하고 지속하며 생명 순환을 재생할 권리 ▲생물 다양성 보전에 대한 권리 ▲인간 활동으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경우 복원될 권리로 보고 있다. 또한 국가는 자연을 본래 가치와 현세대 및 미래 세대의 향유를 위해 현 모습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특정 생태계와 종에 법인격 부여 뉴질랜드는 숲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있다. 195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테우레웨라 숲을 보호하고자 테우레웨라법을 2014년 제정한 것이다. 이 법에 따라 테우레웨라 지역은 영연방 국가 뉴질랜드의 토지나 국립공원이 아닌, 법인으로서 영구 보유지가 됐다. 이 법을 통해 테우레웨라의 법적 정체성과 그 보호 지위를 영구적으로 확립하고 보전하는 것이다. 법은 ▲지역 원주민인 투호에족과 테우레웨라 간의 유대를 유지 강화하고 ▲테우레웨라의 자연적 특성과 아름다움, 토착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의 온전성,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가능한 한 보전하고 ▲공공의 이용과 향유, 오락과 학습 및 영적 성찰을 위한 장소 그리고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간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긴 왕거누이강도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 의회는 2017년 3월 15일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왕거누이강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왕거누이강 분쟁 해결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우리족은 150년의 긴 싸움 끝에 자신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강이 법인격의 지위를 인정받음으로써 강을 둘러싼 고유한 전통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에 따라 왕거누이강은 권리와 의무, 책임 등 인간이 가진 것과 같은 법 지위를 갖게 됐다. 스페인 마르메노르법은 지중해에 면한 연안 석호 가운데 스페인에서 가장 큰 135㎢ 면적의 마르메노르 전체 해양 석호 생태계에 관한 법이다. 이 법은 마르메노르 석호의 생태계에 고유한 생태적 가치와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자신의 권리를 갖는 법적 주체로서 마르메노르에 법인격을 부여해 미래 세대 보호를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마르메노르 자연 실체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생태 파괴로 위협받는 석호 지역 인근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것임을 이 법은 명시하고 있다. 마르메노르를 포함하는 대상의 범위는 마르메노르 석호 및 그 유역은 물론이고 그들을 형성하는 물, 유기체, 군집, 토양, 육상·수상 하부 시스템의 모든 자연적 특성을 포함한다. 바다거북의 권리 주체성을 인정하는 법률도 2023년 파나마에서 제정됐다. ‘바다거북과 그 서식지의 보전·보호에 관한 법률’은 파나마 국토에 존재하는 모든 종의 바다거북을 보호·보전하는 동시에 바다거북의 서식지를 복원하고 오염과 훼손을 방지하고자 한다. 아울러 바다거북의 회복력과 생존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로써 파나마 국토 전체에서 바다거북의 포획, 학대, 감금, 고의적 어획, 가공 내지 고의적 살해는 금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정 움직임이 있다. 해양환경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1월 9일 성명을 통해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다양한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닌 세계자연유산 제주도에서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특정 생물종, 생태계, 자연환경 등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제주특별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며 “생태법인은 비인간인 존재도 법적 주체가 된다는 것으로서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공생의 가치가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서귀포시) 의원은 12월 31일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인격체와 같은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주도 조례를 통해 권리를 부여받는 특별생물종으로 남방큰돌고래를 지정하는 등 생태법인 제도화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발행일 2025-01-19 제3426호 16면

[2025 환경정책 톺아보기] 석탄 발전 줄이고 핵 발전 증설?…“탄소중립에 역행”

2025년 대한민국의 환경정책은 녹색산업 지원, 물관리 강화, 무공해(전기·수소)차 확대에 집중될 예정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그대로 두고 석탄발전 비중 감소분을 원전과 LNG로 대체한다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물관리·탄소중립·녹색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됐다고 12월 10일 밝혔다. 물관리 예산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6조4135억 원으로 극한 호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하천정비 및 지류, 지천 정비와 인공지능(AI) 홍수예보 고도화 예산에 중점 투자한다. 또한 녹조로부터 안전한 먹는물 확보와 수질오염 사고 대응을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2025년 예산이 가장 큰 폭으로 집중된 분야는 녹색 신산업 사업화 지원이다. 탄소중립 등 녹색 신산업의 창업-사업화-실증화 등 사업화 전 과정 지원을 기존 10개에서 50개로 5배 확대, 12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는 2024년 대비 400.0% 인상된 금액다. 기업과 지자체의 탄소중립에도 투자한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가 탄소저감 설비 도입 및 혁신 감축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기업의 환경무역장벽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2배 이상 확대한다. 중소기업 상담(컨설팅) 지원도 60개에서 100개사로 늘리고 기업 대응력 제고를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200명)을 신규로 추진한다. 아울러 수원과 충주에 탄소중립 그린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본사업에 착수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다양한 탄소중립 기술·사업을 도시에 구현하기 위해 신규 탄소중립 도시 조성(2개소)을 추진한다. 친환경차 전환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안전성 제고를 위해 배터리 상태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를 기존 2만 3000기에서 9만 5000기로 대폭 확대하고, 완속 일반 충전기 구축 사업은 종료한다. 또한 2030년 450만 대(누적) 보급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전기·수소차 보급물량을 올해 34만 1000대에서 내년에 약 35만 2000대(전기차 33만 9000대, 수소차 1만 3000대)로 확대한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전기 승용·화물차 보조금은 승용 기준 4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화물차는 1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줄이되, 배터리 안전관리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탑재했는지 여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 보다 성능 좋고 안전한 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예산을 확대해 2025년 기후위기에 대비한다는 계획이지만,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기후 관련 재정지출은 2022년 4조8115억 원에서 2025년 3조7538억 원(정부안 기준)으로 3년 만에 22%가량 감소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부문 2025년 예산은 각각 전년보다 1177억 원, 668억 원 줄어들었다.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를 축소하고 원전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2월 1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11차 전기본이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과 사용화되지 않은 SMR을 통해 핵발전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한다”며 “11차 전기본 즉각 폐기하고 정의로운 전력계획으로 재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1-05 제3424호 16면

“혼자선 막연한 생태사목…함께하면 실천할 수 있어요”

하늘과 땅, 물을 살리고자 만들어진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 전국 89개 하늘땅물벗 중 인천교구 지렁이벗은 그 구성원들이 이색적이다. 본당과 신학교, 노인복지센터, 수도회 지도 등 각자 다른 분야에서 사목하는 사제 7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 평신도가 대부분인 하늘땅물벗에서 지렁이벗은 유일하게 사제들로만 구성됐다. 하늘땅물벗 지도신부에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창조질서 보전에 참여하고자 마음을 모은 것이다. 지난 12월 26일 인천 답동 인천교구 가톨릭사회사목센터에서 열린 지렁이벗의 회합 시간에는 생태환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공유됐다. 부평1동 본당 주임인 이재학(안티모) 신부는 본당 카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회칙 「찬미받으소서」 강독회 활성화 노력을 고민하는가 하면 인천가톨릭대학교 영성지도를 맡고 있는 김기현(요한 세례자) 신부는 신학교 텃밭 거름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사용하거나 신학생들의 의식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눴다. 성모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에서 사목하는 이관희(바오로) 신부는 센터에서 열리는 연수를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을 고민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목지에서 혼자 실천하기에 막연했던 일들은 같은 고민을 하는 사제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구체화되고, 실천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함께 기도하는 시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보호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되새기며 보다 적극적으로 피조물 보호를 실천하는 한 달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지렁이벗 벗님이자 인천교구 생태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오병수(스테파노) 신부는 “보다 많은 본당에서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실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신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렁이벗을 통해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함께 문헌을 연구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본당에서 생태환경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기현 신부는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을 하면서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지렁이벗에 함께하고 있는 신부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다”며 “혼자서는 막연했던 것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구체화되면서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1-05 제3424호 16면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 없이 종료…한국 수동적 태도 지적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on Committee)가 일주일간의 협상 끝에 12월 2일 종료됐다. 회의는 당초 계획했던 1일보다 하루 늦게 종료됐지만 성안 없이 추가 회의로 넘기기로 합의하며 막을 내렸다. 협상위를 이끈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일부 문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소수의 쟁점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협상회의 개최국이었던 한국 정부가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플라스틱 협약, 산유국 반대로 성안 없이 마무리 11월 25일부터 12월 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는 앞선 4번의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협약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자리였다. 하지만 만장일치로 의사를 결정하는 특성상 안건에 대한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번 회의의 쟁점은 ‘플라스틱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와 ‘유해 플라스틱·화학물질 퇴출’,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 세 가지였다.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예상보다 전향적 입장을 보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은 원유부터 시작해 1차 원료인 폴리머 생산과정, 최종 제품이 소비돼 폐기될 때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오염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강력한 협약을 원하는 쪽은 ‘1차 폴리머 생산 감축’을 협약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산유국이나 플라스틱 생산국들은 이를 반대해 왔다. 이번 회의를 열 때 의장이 제시한 초안에는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 동안 지속가능한 수준의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를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의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협약에 생산 규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을 ‘레드라인’(한계선)으로 규정하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는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플라스틱은 2019년 기준 4억6000만 톤 이상 생산된다. 1950년대부터 생산된 플라스틱을 모두 합치면 90억 톤이 넘는다. 재활용률은 9% 정도다. 지금껏 생산된 플라스틱의 99%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 화학물질의 종류는 수천 가지 이상이며, 이중 상당수는 인간과 자연에 유해한 물질이다. 해양에 투기되고 매립, 소각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와 땅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회의 참가국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제적인 문제와 맞물려 협상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발비디에소 의장은 “쟁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추후 5차 협상위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우리의 일이 완료되기까지 한참 남았기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 계속 협력하면서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플라스틱 원료 ‘폴리머’ 규제 협약 조항 초안에 넣었지만 원료 생산 산유국 거부로 ‘불발’ 회의 재개 약속하고 종료 환경단체 “플라스틱 오염 종식 끝까지 요구할 것” 플라스틱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전 세계적 약속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협상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 그레이엄 포브스는 “각국 정부 대표단은 다음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목표와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한 효과적인 협약을 도출해야 하며 유해 화학 물질로부터의 보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재사용 목표 설정, 공정한 재정 계획 마련 등도 핵심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는 협상 과정에서 참관인을 배제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플라스틱 오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최국으로서 협약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은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HAC)의 소속 국가이자 협상회의 개최국이었음에도 생산 감축을 포함해 협약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일체 보이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는 다음 회의에서 협약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지 않고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되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12월 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회의 결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강력히 거부한 세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아직 우리에게는 한 번의 협상이 남아 있기에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우리는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on Committee) 세계 여러 국가들은 종종 유엔에서 특정 문제에 관한 조약과 협정에 서명하는데 이를 통해 해당 국가는 해당 조약과 협정을 따라야 하는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 따라서 유엔은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구성해 플라스틱 협약의 세부 내용을 협의할 수 있다. 정부 간 협상위원회는 정부관리들, 비정부기구, 과학자, 산업계 대표들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 청소년, 청년 그룹이 참관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서 최종 협약안이 마련되면 국가들이 여기에 서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협약 최종안을 만들고 투표를 통해 협약으로 채택된다. 국가별 서명과 비준 절차가 완료되고 협정이 발효되면 서명국은 이 협약을 이행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플라스틱 협약 제1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는 2022년 11월 28일 우루과이에서 처음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현황을 공유하고 협약의 틀을 설정했다. 이후 2023년 5월과 11월에 각각 프랑스 파리와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뒤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렸던 4번째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생산량 40% 줄이기 위한 목표를 제안했으며, 부산에서 열리는 5차 회의를 위한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선언’을 공유했다.

발행일 2024-12-15 제3421호 17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폐막…‘새 기후재원’ 목표 설정키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24일(현지시간) 폐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행동 촉진(Enabling Action), 의욕 증진(Enhancing Ambition)’을 위해,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 설정과 국제탄소시장 운영 기반 조성을 주요 과제로 다루었고, 진통 끝에 두 쟁점 모두 타결에 성공했다. 반면 국내 환경단체들은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기후재원을 어떻게 조성하고 제공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합의는 없어 개도국은 말뿐인 ‘기후재원’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한국도 상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엇이 합의됐나 환경부와 외교부 등은 25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폐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총회)에서 신규기후재원목표(NCQG) 설정과 국제탄소시장 운영 기반 조성을 주요 과제로 다뤘고, 진통 끝에 두 쟁점 모두 타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서는 국제사회 모든 주체가 2035년까지 연간 1조3억달러(1824조원) 이상을 전 세계적 기후 투자로 확대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민간 부문을 포함한 모든 행위 주체의 노력을 요청했다. 이 중 연간 3000억달러는 선진국 주도로 조성한다. 이 돈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국가들의 공공·민간 부문에 걸쳐 매년 현금으로 지원돼 그동안의 피해를 보상하고 앞으로의 대응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2009년에 타결된 기존 목표인 연간 1000억달러에서 3배로 늘어난 금액이다. 또한 국제 탄소시장 세부 운영규칙인 파리협정 제5조가 이행규칙 협상 시작 9년 만에 최종합의에 도달, 국제탄소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기본조건이 모두 갖춰졌다. 주요 내용으로, 국가간 자발적 국제감축 협력사업 및 국제감축실적(ITMOs)의 허가절차, 당사국 보고 내용의 불일치 식별 및 처리방안, 국제등록부 운영 방법 및 추가 기능 등에 대한 추가적인 지침을 마련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서는 감축 작업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지침이 협상됐다. 특히 올해 논의 주제인 ‘도시: 건물 및 도시 시스템’에 대한 주요 논의 결과를 결정문에 반영함으로써 해당 주제와 관련해 요구되는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제공했다. 반면 ‘UAE 정의로운 전환 작업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이행력 강화 방안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립 끝에 제시된 결정문 초안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경로와 중장기 국가 기후계획 정책 수립의 연계 및 노동자 재교육, 노동권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국제적 협력과 재정적·기술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개도국들은 해당 초안이 불균형적임을 지적했고 내년 6월 제62차 이행부속기구회의에서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한국 감축목표 국제기준에 못 미쳐” 교황, 국가 간 발생한 ‘생태적 부채’ 지적 교회와 환경단체 메시지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이번 총회의 주요 성과와 과제를 분석, 25일 발표했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꼽았다. 기후솔루션은 “현재 한국의 2030년 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2035년에는 2018년 대비 최소 67%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OECD 회원국들이 논의 중인 화석연료 투자 제한 협정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3일 총회에 메시지를 보내 국제 사회가 “인류와 우리의 ‘공동의 집’의 선익을 중심에 두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보호가 평화와 정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강조해 온 교황은 메시지에서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 탕감을 촉구하며 2025년 희년이 “결코 갚을 수 없는 부채를 탕감할 기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황은 이것이 “관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로, 북반구는 남반구에 대해 진정한 ‘생태적 부채’를 지고 있다”며 이는 “특정 국가들이 오랫동안 자연 자원을 불균형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기후위기와의 싸움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문제가 COP29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라며 기후 재난에 취약한 가난한 국가들을 포함해 모든 나라가 저탄소 개발과 공평한 자원 공유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새로운 국제 금융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 전 세계가 함께 모여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약속할 수 있는 국제외교회의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처음 개최됐다. 회의에서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모여 협약의 이행을 검토하고 이에 필요한 결정을 내린다. 실제로 주요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합의한 1997년의 ‘교토의정서’, 197개국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합의한 2015년의 ‘파리협정’은 각각 COP3과 COP21에서 체결됐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교황청 대표로 파견된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비롯해 다양한 가톨릭 환경단체와 개발 기구들이 이번 회의에 공식 및 비공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지구 온도 1.5℃ 상승 억제를 위한 탄소배출 감축과 함께 선진국들이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연간 1000억 달러의 기후 기금을 조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들이 저개발국의 기후위기 피해에 대해 배상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즉각 중지할 것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발행일 2024-12-01 제341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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