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 되새기며 생태적 회개의 삶 실천할 때”

민경화
입력일 2025-05-07 09:12:17 수정일 2025-05-07 09:12:17 발행일 2025-05-11 제 3441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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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특집] 「찬미받으소서」가 걸어온 10년의 여정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과 개혁을 상징하는 가톨릭교회 수장이었다.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강조했던 교황은 2016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하고 이주민과 난민의 권리 옹호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생태 위기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회칙이 「찬미받으소서」다. 즉위한 지 2년 만인 2015년, 이 회칙을 발표한 교황은 공동의 집을 보호하는 일이 긴급한 과제라는 것을 역설한다.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된 지 10년이 된 2025년, 하느님 곁으로 돌아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를 되새기고 생태적 회개를 위해 노력했던 한국교회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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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된 이후 한국교회에서는 최초로 수원교구가 탄소중립을 선포했다. 수원교구는 2030년까지 교구 및 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2021년 9월 11일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수원교구 탄소중립 선포 미사 입당 예절 중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지구를 사랑하는 교구민들의 마음을 뜻하는 지구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

2015년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가 발표됐다. 회칙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Cantico delle creature)에 나오는 후렴구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이 찬가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집인 지구가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주는 아름다운 어머니’(1항)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6장 246항으로 구성된 이 회칙을 통해 교황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만능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온전한 발전을 위한 접근법으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 교육을 촉구하고 있다. 회칙의 핵심 개념은 온전한 생태학이다. 환경의 문제와 인간 사회의 문제는 서로 깊이 연관되므로 인간, 사회, 자연이 모두 온전히 하느님의 창조 세계로서 훌륭하게 보존될 수 있는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회칙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했던 교황의 의지는 회칙에서도 드러난다. 교황은 생태계의 파괴가 철저하게 가난한 이들, 남반구의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과 희생을 불러일으켰고, 기술의 발전은 지식과 자본을 가진 이들에게 편중돼 왔음을 강하게 지적한다.

피조물에 대한 무자비한 지배는 자연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과 나라들에 대한 억압과 지배로 나타났다. 그래서 생태의 위기는 곧 인간 생태의 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하느님의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배신하는 악덕이라고 강조한다. 환경에 관한 국제적 정치 안에서의 대화뿐 아니라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통해 “생태위기 앞에서 우리 모두 공동선을 생각하고 언제나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는 원칙을 기억하며 인내와 절제와 관용을 필요로 하는 대화의 길로 나아갈 것”을 요청한다.(201항)

아울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생태적 회개, 즉 우리의 삶을 성찰하며 우리의 행위와 방관으로 어떻게 우리가 하느님의 피조물에 해를 끼쳐 왔는지 깨달아야 한다(218항)고 전한다. 또한 회개를 통해 깨달은 것을 실천해 새로운 생활습관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생태 위기는 곧 인간 생태의 위기”
생태적 회개·다양한 생태 교육 촉구
교구 차원 통독·정기 교육 등 진행
수도회, 생태 회칙 의미 전달에 집중

■ 한국교회의 「찬미받으소서」 10년 여정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맞아 회칙 관련 교육 실시현황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서울과 대구, 광주 등 15개 교구를 비롯해 거룩한 말씀의 회, 그리스도 교육 수녀회, 노틀담 수녀회,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사랑의 씨튼 수녀회 등 16개 여자수도회가 설문에 응답했다.

「찬미받으소서」 통독 활동에 있어서 안동교구와 제주교구는 레지오마리애나 여성연합회와 같은 특정 단체가 통독을 했으며, 춘천교구는 70%의 본당이 찬미받으소서 분과를 신설해 자체적으로 통독했다. 부산교구는 유튜브를 통해 영상으로 릴레이 통독을 실시했다. 2022년 교구장 사목지침에 따라 52주간으로 나누어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를 시작으로 52명의 교회 구성원들이 매회 3~5개항을 낭독하는 영상을 올려 접근성을 높였다.

「찬미받으소서」 정기 교육은 15개 교구가 모두 진행하고 있었다. 생태환경 부서가 없는 교구들은 정규교육과정이 없거나 유관 부서에서 「찬미받으소서」 교육을 담당, 청주교구는 교리신학원을 통해 교육했고 대구대교구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함께하는 생태영성 40주간’ 온라인 강의를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수도회의 경우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찬미받으소서」의 의미를 알리는데 집중했다. 그리스도 교육 수녀회는 생명교육 프라이머를, 노틀담 수녀회는 생태영성교육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는 영남지역 전환학교를 운영했다.

특히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대한 교육에도 집중, 찬미받으소서 주간에 생태미술전이나 친환경생활전 등과 같은 생태문화 축제를 기획했다.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는 회헌에 ‘생태영성’에 대한 내용을 삽입했고 올리베따노 수녀회는 ’찬미받으소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실천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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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제54회 가톨릭에코포럼에서 문점숙 수녀가 ‘회칙 찬미받으소서 관련 교육 실시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4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제54회 가톨릭에코포럼에서 ‘회칙 찬미받으소서 관련 교육 실시 현황’에 대해 발표한 문점숙 수녀(마리루치아·노틀담 수녀회)는 ▲교구는 생태환경사목 담당 부서 마련과 본당 내 생태환경분과 확산 독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실재에 대한 심화교육 ▲ 하늘땅물벗에 대한 교구장들의 관심과 설립 의지 ▲세계청년대회에서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실천하는 청년의 모습이 드러나는 활동 등을 제안했다.

문 수녀는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산업문명의 노예생활에서 생태문명의 시대로 이끄는 우리 시대 생태적 모세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며 각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책임 있게 실천해야 할 때이다”라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