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기 속 깨달은 ‘행복’ 나누고 싶어 봉사”

“저뿐 아니라 가능한 많은 이들이 이웃 사랑을 베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려운 이웃들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삶을 살면 자기 자신의 삶도 하느님께서 바꿔주십니다. 제가 위기를 극복하게 된 것처럼요.” 자원봉사활동 누적 1만5000여 시간으로 3월 14일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추천포상 국민포장을 수상한 퇴직공무원 윤영근(로베르토·수원교구 군포 부곡동본당) 씨는 봉사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윤 씨는 “나보다 잘난 사람과만 비교하면 봉사나 후원하기 어렵다”며 “대중매체에 나오는 소위 잘 사는 1%가 아니라 다수의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바라보면 봉사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윤 씨가 본격적으로 봉사와 후원의 삶을 산 건 1980년 그가 21살이던 때 창원시 공무원으로 임용되면서부터다. 이후 공직생활 40여 년간 공무원 동료들과 함께 만든 밴드로 없는 시간도 끌어모아 자선 음악회를 열거나 직접 하모니카 공연을 하며 후원을 이어나갔다. 윤 씨는 “공무원으로 일하며 알게 된 건 열악하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음에도 복지정책의 까다로운 요건을 통과하지 못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라며 “공무원 밴드만으로는 어려웠겠지만 공직생활 중 알게 된 여러 음악인들이 도움을 줘 바쁜 가운데에서도 공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윤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내·자녀와 함께 검소하게 생활하며 월급 일부를 매번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으로 쓰고 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차도 없고, 여름에 에어컨도 쓰지 않는다”며 “술도 담배도 하지 않다 보니 멀어진 지인들도 있지만, 그 덕에 이웃사랑에 쓸 여유를 얻었다”고 했다. “6살 때 어머니가,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아버지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런데 세상은 제가 돈을 벌어서 공부하며 살아남아야 했죠. 우유 배달부터 막걸리, 신문 배달까지 안 해본 게 없었습니다.” 윤 씨가 월급까지 아껴가며 이웃을 돕게 된 이유는 그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난 윤 씨의 어린 시절은 당시 또래들보다도 힘겨웠다. 심지어 청소년 시절 비포장도로를 자전거로 타고 가다가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고 말았다. 환경을 극복하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이 힘들었다. 윤 씨는 “공무원은 시험만 잘 보면 학력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는 말에 입대해 공부를 병행했고, 전역을 앞두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회상했다. 윤 씨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왔기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신앙생활하며 하느님께 받은 행복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제가 공무원이 되고 또 기회를 얻어 대학원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오랜 기간 봉사하니 받은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것을 나누고자 지금도 지역에서 틈틈이 봉사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5-03-30 제3435호 21면

[인터뷰]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수상하는 브라우크만 수녀

“처음에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의료인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어서 상을 안 받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상은 저 혼자만이 아니라 원주가톨릭병원에서 오랜 세월 같이 일했던 모든 분들에게 주는 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받기로 했습니다.” 원주가톨릭병원장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Heide G. Brauckmann·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는 제41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수상의 기쁨을 43년 동안 원주가톨릭병원에서 함께 봉사한 이들과 함께 나눴다. 브라우크만 수녀는 원주가톨릭병원이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후원자가 있습니다. 원주시 문막읍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오던 형제님이 진료를 받고 약값을 주시면서 꼭 봉투 하나를 같이 주고 가셨어요. 봉투 안에는 큰돈이 들어 있었고, 원주가톨릭병원 초창기에 병원을 꾸려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 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감추고 원주가톨릭병원을 후원해 주셨던 여러분들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1943년 독일 베스트팔렌(Westfalen)에서 태어난 브라우크만 수녀는 1966년 한국에 선교사로 입국하기 전 독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국에서 선교사로 일하며 교육 분야에도 뜻이 있었지만 가난하고 피폐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에게 더 큰 봉사를 하기 위해 간호학을 공부했고, 보다 전문적인 활동의 필요성을 느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해 1975년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당시 원주교구장이셨던 고(故) 지학순(다니엘) 주교님께서 저에게 결핵 환자들 치료를 부탁하셨어요. 1980년대 초만 해도 한국에 결핵 환자들이 많을 때입니다. 1981년 지 주교님의 협조를 얻어 원주교구청 3층에 진료소를 개설했는데 교구청 통로를 환자들이 가득 채울 정도로 환자들이 많았어요. 그때는 원주에 병원이 몇 개 없었습니다.” 그 후 1982년 원주시 학성동에 ‘원주가톨릭의원’을 개원했고 현재의 원주가톨릭병원으로 성장했다. 브라우크만 수녀는 올해 개원 43주년이 된 원주가톨릭병원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 병원 이용자들 대부분은 노인들입니다. 임종을 앞둔 노인들을 위한 호스피스 기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병원 공간의 한계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주지역에는 아직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 문화가 낯선 이주노동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는 활동도 앞으로 강화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브라우크만 수녀는 한국 의학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의사는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이런 마음으로 일하면 의사 스스로도 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주식회사 보령이 주최하는 제41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시상식은 3월 24일 오후 5시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발행일 2025-03-23 제3434호 21면

“종교적 지혜, 청소년 성장에 도움 될 것”

“이번 교과서가 세속적인 유혹이 많은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이 종교적 지혜를 가지고 올바른 길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데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발간된 중·고등학교 종교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총무이자 동성중고등학교 교장 조영관(에릭) 신부는 청소년들의 전인적 인격 형성을 위해 종교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2022년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진로선택 과목에서 기존 ‘종교학’이 ‘삶과 종교’로 바뀌었다. 학생의 삶과 연계한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하면서 종교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교육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는 삶과 종교 과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청소년의 삶과 종교」(중학교), 「삶과 종교」(고등학교)를 펴냈다. 「청소년의 삶과 종교」와 「삶과 종교」는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검인정을 통과했고, 특히 인간이 종교적 존재임을 깨닫고 다종교 사회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찾는 부분에 집중했다. 조 신부는 “「삶과 종교」 설계의 출발은 종교의 영향을 인식하고 종교로부터 지혜를 얻는데 뒀다”며 “종교가 인간의 삶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어떻게 서로 다른 종교를 상호 존중해야 하는지, 사회에서 공적 역할을 다하는 종교와 책임 있는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치로운 삶은 무엇인지, 종교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종교에 대한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을 지양하고자 집필진도 청소년들에게 종교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교사들로 구성했다. 종교가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조영관 신부는 “가톨릭 교육의 맥락에서 종교교육은 인간이 지닌 영적 본성을 일깨우고 키워주며, 위대한 종교들로부터 영적 지혜를 얻도록 하여 보다 풍요로운 전인적인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과목”이라며 “가톨릭 학교뿐 아니라 비가톨릭 학교에서도 「삶과 종교」 교과서를 활용해 종교적 지혜를 가지고 아이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3-23 제343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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