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언론인 콩고서 피살…'평화의 인물'로 기억

[외신종합]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살해 당한 한 가톨릭신자 언론인이 현지 사회에서 평화의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에드먼드 바하티 음바루시마나라는 가톨릭신자 언론인은 9월 27일 고마(Goma)의 은도쇼 지역에서 출근 도중 근거리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그는 지역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마리아 고마’에서 오랫 동안 활동해온 언론인이다. 고마교구장 윌리 은굼비 은겐겔레 주교는 10월 1일 성 요셉 대성당에서 그의 장례미사를 주례했다. 은굼비 주교는 고인을 “평화의 사람이며 충실한 봉사자, 양심적인 언론인”이라며 “그러한 사람이 왜 살해돼야 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굼비 주교는 또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질문의 답을 얻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추모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주님께 의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정부 당국은 살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35명의 혐의자를 모두 체포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놀랍게도 범인들 중 한 명은 에드먼드 살해 대가로 불과 5달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굼비 주교는 장례미사 강론에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과정을 철저하게 규명할 것을 지방 정부에 촉구하고 신자들에게는 증오심을 버리고 범인들의 반성과 회개를 위해서 기도해 줄 것을 호소했다. 라디오 마리아 방송국장 아데오다투스 무히기 신부는 에드먼드에 대해 자신의 신앙에 충실하고 언론의 사명에 헌신했던 평화의 인물이었다고 회고하고 “우리는 성모님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던 그의 신념과 헌신을 기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황, 새 추기경 21명 임명…“변방 지역 등 최우선 고려”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6일 21명의 새 추기경을 임명했다. 서임식은 12월 8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다. 새 추기경들은 전 세계 18개국 출신들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8명이 임명됐다. 이어 남아메리카에서 5명, 아프리카에서 2명, 북아메리카에서 1명이 임명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쿄대교구장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 등 5명이 임명됐다. 새 추기경 중 교황 선거권이 있는 80세 미만 추기경은 1명을 제외한 20명이다. 현재 전체 추기경단은 총 235명이다. 교황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은 122명이고, 그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은 92명이다. 서임식이 열리는 12월 8일까지 1명의 추기경이 80세를 넘김에 따라, 서임식 날짜를 기준으로 교황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은 총 141명이 된다. 그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은 112명(79.4%)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은 24명,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한 추기경은 5명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 추기경 임명에 있어서 보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대한 많은 나라에서 추기경을 선발했다. 특히 변방 지역과 아직 추기경이 임명되지 않은 나라, 분쟁이나 빈곤으로 고통 받는 나라에서 추기경을 임명해 왔다. 교황은 또 유럽, 특히 이탈리아의 비중을 줄였는데, 실제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당시 전체 추기경 중 28명이 이탈리아인이었으나 16명으로 줄었고, 유럽 출신도 60명에서 56명으로 줄었다. ■ 새 추기경 명단(이름, 직책/직함, 국적, 나이 순) ▲ 안젤로 아체르비, 전 교황청 외교관, 이탈리아, 99 ▲ 카를로스 구스타보 카스티요 마타솔료 대주교, 리마대교구, 페루, 74 ▲ 빈첸테 보칼릭 이글릭 대주교,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대교구, 아르헨티나, 72 ▲ 루이스 제라르도 카브레라 헤레라 대주교, 과야퀼대교구, 에콰도르, 69 ▲ 페르난도 나탈리오 초말리 가리브 대주교, 산티아고대교구, 칠레, 67 ▲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 도쿄대교구, 일본, 65 ▲ 파블로 비르질료 시옹코 데이빗 주교, 칼루칸교구, 필리핀, 65 ▲ 라디슬라프 네멧 대주교, 벨그라드대교구, 세르비아, 68 ▲ 하이메 스펭글러 대주교, 포르토 알레그레대교구, 브라질, 64 ▲ 이그나체 베시 도그보 대주교, 아비잔대교구, 아이보리코스트, 63 ▲ 장-폴 베스코 대주교, 알지에르스대교구, 알제리, 62 ▲ 파스칼리스 브루노 시우쿠르 주교, 보고르교구, 인도네시아, 62 ▲ 도미니크 조셉 마티우 대주교, 테헤란-이스파한대교구, 이란, 61 ▲ 로베르토 레폴레 대주교, 토리노대교구, 이탈리아, 57 ▲ 발다사레 레이나 주교, 로마대리구장, 이탈리아, 53 ▲ 프란치스 레오 대주교, 토론토대교구, 캐나다, 53 ▲ 롤란다스 마크리카스 대주교, 로마 성모대성당 부수석사제, 52 ▲ 미콜라 비초크 주교, 멜보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우크라이나교구, 호주, 44 ▲ 티모시 레드클리프 신부, 도미니코회, 79 ▲ 파비오 바지오,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이민과 난민국장, 이탈리아, 59 ▲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몬시뇰, 교황청 국무원 교황 순방 담당, 인도, 51

2024-10-13

교황, 전쟁 지역 평화 위한 기도와 단식 호소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이 발발한지 1년이 되는 10월 7일이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로 지낼 것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교황은 10월 2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막미사를 주례한 뒤 이같이 말하고 “전쟁의 바람과 폭력의 불꽃이 온 나라와 국민들에게 휘몰아치고 있다”며 “전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인류를 위한 봉사라는 자신의 소명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시노드 개막미사에 참석한 모든 대의원들에게 10월 6일 자신과 함께 성모대성당을 방문하고 평화를 위해 성모님께 진심으로 탄원하자고 권고했다. 교황은 “우리 모두 함께 걸어가자”며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의 바람이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를 빈다”고 말했다. 전쟁 지역의 평화를 호소하는 기도와 단식의 날은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 지속적인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교황은 2013년 9월 7일 교황 즉위 후 6개월이 채 못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수천 명의 순례자들과 함께 시리아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친 바 있다. 2017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수단의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을 호소했고, 2020년에는 레바논 베이루트, 2021년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또 2022년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성모님께 봉헌했다. 마로니트 가톨릭교회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라 레바논에서 이어지는 “재난 수준의 공포에 직면해 슬픔을 표시”하고 평화 회복을 촉구했다. 마로니트 전례 교회들은 월례 회의에서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고 국제 사회에 “즉각적인 정전을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해줄 것”을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급습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은 10월 7일로 1년이 됐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제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의 반미 및 반이스라엘 무장 세력 전체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5일 기준 팔레스타인 주민 중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4만1825명이고 부상자가 그 2배가 넘는 9만6910명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 인구 6% 이상이 사망 또는 부상을 당했다. 실종자 수도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 피해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전 세계 곳곳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4만 여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런던 시내를 행진하고,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지에서도 수많은 군중들이 휴전과 평화회복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2024-10-13

인도네시아 교회, 정부의 폭력적 토착민 단속 비난

[UCAN]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열 개발 프로젝트에 반대 시위에 나선 토착민과 언론인을 폭력적으로 진압하자, 인도네시아 교회가 시민단체와 함께 정부의 폭력적 시위 단속을 비난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10월 2일 동누사틍가라주 플로레스 섬의 망가라이 레전시에서 포코 레옥 주민 4명과 지역 신문사 ‘플로레사’ 편집장 해리 카부트를 폭행하고 구금했다. 이들 포코 레옥 주민은 국영 전력회사인 PLN이 지열 발전소 건립을 위해 조상들의 땅을 측량하자 이를 막았다. 시위 도중 한 주민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고, 카부트 편집장은 머리와 목에 멍이 들었다. 이들은 경찰차에 4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풀려났다. 이에 인도네시아 프란치스코회의 정의평화창조보전위원회 얀시아누스 데롱 신부는 폭력 진압에 책임이 있는 망가라이 경찰청장 에드윈 살레의 직위해제를 요구했다. 데롱 신부는 “아울러 포코 레옥 주민들을 향한 군경과 전력회사의 폭력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면서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인도네시아 언론인 안전 연합(Indonesian Journalist Safety Coalition)도 경찰에 카부트 편집장을 폭행한 경찰관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경찰청장을 비롯해 모든 경찰은 민중의 저항을 취재, 보도하는 언론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살레 경찰청장은 마을 주민과 언론인을 구금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이들은 구금된 것이 아니라 시위대를 부추겨 범법행위를 조장했기 때문에 시위대와 ‘분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2년부터 포코 레옥에서 3km 떨어진 울룸부에 지열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포코 레옥 지열 프로젝트를 통해 이 발전소를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PLN은 최근 포코 레옥 지역의 토지를 측량하고 구멍을 뚫을 지점을 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지역 14개 마을 중 3개 마을만 프로젝트에 찬성하고 나머지 11개 마을은 조상들의 땅을 팔 수 없다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플로레스섬 주민 대부분은 가톨릭신자이며 이들 포코 레옥 마을 주민은 루텡교구 신자들로, 농사와 가축을 길러 생활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7년 플로레스 섬을 지열발전 지구로 선정했으며, 최대 902메가와트까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동누사틍가라주 전력 사용량의 65%에 이른다.

2024-10-13

영국 교회 지도자들, 조력 자살 법안 거부 투표 호소

[외신종합] 영국의 그리스도교 교회와 프로라이프 운동 지도자들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조력 자살 허용 법안 도입은 취약한 인간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경고했다. 가톨릭계 통신사들에 따르면, 영국 노동당 킴 리드비터 의원이 오는 10월 16일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의 성인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 화학적 도움을 받아 자살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하원에 상정할 예정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즈 주교회의 생명위원회 위원장 존 쉐링턴 주교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캐나다와 미국 오리건주 등의 사례를 들어 이 법안이 결국은 안락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조력 자살의 합법화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조력 자살의 합법화가 결국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는 광범위한 증거 자료가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쉐링턴 주교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존엄성을 간직한 채로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와 기타 다른 보건 서비스 기구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그러한 기관들이야말로 죽어가는 이들을 참되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안건은 지난 2015년에 하원에서 발의됐으나 찬성 118표, 반대 330표로 부결됐다. 현재 조력 자살법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시하고 있는 키어 스타머 총리는 당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었다. 현재 조력 자살 또는 안락사에 대해 지지하는 비율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리버풀의 생명운동 활동가인 데이비드 알톤은 “안락사법은 일단 허용되면 되돌릴 수 없는 악법”이라며 “우리의 과제는 통증 완화 돌봄,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성 불가침성을 지지하는 인식 증진”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올해 초 저명한 언론인이자 강연자인 에스더 란첸이 말기암 상태에서 조력 자살 투표를 요청한 이후 조력 자살법에 대한 논의가 급속하게 일기 시작했다. 영국 현행법상으로는 자살을 돕는 행위는 1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조력 자살법을 추진하는 리드비터 의원은 “죽어가고 있고 자기 생명에 대한 결정을 내릴 만큼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덜 고통스러운 죽음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은 조력 자살이 허용될 때 가족들에게 짐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불치병 환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2024-10-13

[글로벌칼럼] 교회의 방대한 인적 자원이 개혁을 방해하는 아이러니

AS 로마 프로축구팀의 팬들은 요즘 기분이 언짢다. 팀의 성적이 부진한 것도 이유도 있지만 미국 텍사스 출신의 구단주 댄 프리드킨과 그의 아들 라이언 프리드킨의 부실한 팀 운영에 더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 새 시즌이 시작한 지 4게임 만에 구단의 레전드 선수였던 다니엘 데로시 감독이 인정사정없이 해고 되자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열혈 팬들은 감독이 해고되고 난 후 첫 홈게임 전반전을 보이콧했고, 이후 데로시 감독의 이름을 외치며 축구장에 들어섰다. 구단 인수 후 구단에 10억 달러(1조3200억 원)를 투자한 프리드킨 가문이 바란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프리드킨 가문은 새 구장을 짓고 마케팅에 큰돈을 투자했지만, 이런 투자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최근 평생 AS 로마의 팬인 이웃이 내게 미국인으로서 이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프리드킨 가문에게 AS 로마는 미국의 시카고 컵스(미국 프로야구팀)와 같다. 열성적인 팬층이 확고한 팀으로, 팀이 이기든 지든 팬들은 구장을 가득 채우고 TV 중계를 보며 응원 도구를 구매한다. 이런 사실은 왜 이 두 팀이 가장 가치 있는 프로팀 리스트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시카고 컵스 116년 전 딱 한 번 월드시리즈를 우승했고, AS 로마는 2001년 이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만일 성적이 좋지 않은데도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필요가 있을까? 이웃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세상에나! 지금 교황청 이야기를 하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사실 현대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가톨릭신자들이 넘쳐나고 이들은 교황이 요청하면 언제나 봉사할 준비가 돼 있는데 이들은 교회개혁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25년 동안 교황청을 취재하면서 이런 일을 계속해서 경험해 왔다. 교황청에는 누군가 해야 할 어려운 일들이 있다. 재무와 성직자 성추문, 커뮤니케이션, 인사 관리 등등 말이다. 교황청은 각 분야에 재능있는 인재를 채용해 배치하지만, 계속해서 이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지원, 권위를 넘기지는 않는다. 아주 많은 예 중에 작은 것 하나를 들자면, 몇 년 전 교황청은 교황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로 천명한 어느 민감한 일을 처리하도록 어느 평신도 전문가를 채용했는데, 교황청은 이 직원의 출입증 발급에 6개월이 걸렸다. 결국 이 직원은 지쳐 쓰러져, 현안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교황청 고위 관료는 새로운 사람을 불러들였다. 이 일을 할 사람은 많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 일했던 교황청 대변인 호아킨 나바로 발스 이후로 교황청 대변인들을 그 직책에 임명되기 전부터 잘 알고 지냈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 전문가들이었으며 진실하고 헌신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해내야 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일을 맡았다. 현재 상황으로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을 만날 기회가 극도로 제한돼 있고,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자리에는 절대 들어가지 못하며 민감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답을 얻으려면 층층의 관료들을 거쳐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쥐꼬리만 한 지식을 가진 이라도 그 기관의 얼굴 노릇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교황청 대변인들에게 왜 그 일을 맡았느냐고 물어봤다. 이들은 모두 살짝 다르지만, 같은 답을 했다. 교황이 요청하는데 따라야 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인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내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합당하게 할 수 있도록 체계가 잡힐 때까지 교황의 제안을 거절하는 방법으로 교황에게 봉사해야 했다. 어느 교황이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교의로 선언한다고 했을 때, 가톨릭신자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교황은 최고의 교리교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황이 재무원에서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결이 다르다. 자신이 맡은 일을 온전하게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상황이며, 이는 교회법에 따라 종교적으로 순명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 특히 평신도 전문가들이 교황청 조직 체제가 변할 때까지 교황청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해야 진정한 교황청 개혁이 이뤄질 것이다. 미봉책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을 덮어버리면 교황청의 기능을 제대로 할 어떤 치료책도 가능하지 않다. 달리 말하면, 가톨릭신자가 교황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봉사는 언제나 ‘네’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상태로는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은 대답일 수 있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2024-10-13

“영적 가치 담긴 인간애로 분열·갈등 막자”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유럽 국가인 룩셈부르크와 벨기에를 사목방문했다. 교황은 26일 로마를 출발해 같은 날 첫 방문지인 룩셈부르크 핀델 국제공항에 도착해 뤼크 프리덴 총리 등으로부터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룩셈부르크에 도착한 뒤 정부청사에서 외교사절과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세계 곳곳에 도사린 분열과 갈등, 전쟁의 폐해에 대해 역설했다. 교황은 “우리가 인간 착취와 학대를 피하기 위해서는 영적인 가치가 담긴 인간애를 키워야 한다”며 “전 세계, 유럽에서조차도 상호 선의와 대화, 외교적 노력이 아닌 균열과 적대감이 확대되면서 파괴와 죽음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26일 오후에는 룩셈부르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가톨릭 공동체 구성원들과 만나 모든 이들에 대한 환대, 특히 이주민을 기쁘게 맞이하는 것이 자비와 정의의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복음의 정신은 곧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환대의 정신으로, 어떤 종류의 배제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도움과 환대를 받고 싶어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룩셈부르크 가톨릭교회는 다정한 고향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룩셈부르크 전체 인구는 약 65만4000명으로 이 가운데 47%는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이주민들이고 53%는 본래 거주자들이다. 교황은 또한 룩셈부르크 가톨릭 공동체에 점차 강화되는 세속화 경향에 맞서야 한다는 시대 상황을 언급한 뒤 “교회는 책임감과 선교적 사명을 공유하는 가운데 시노달리타스를 교회 구성원들과 교류하는 지속적인 방식으로 개발하면서 변화하고 성숙해지고 성장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9월 26일 하루 일정 룩셈부르크 방문을 마친 후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 멜스브로크 군 공항에 도착해 29일까지 벨기에 사목방문을 이어갔다. 교황이 벨기에를 방문한 주요 목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계 대학교인 루벤가톨릭대학교 설립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교황은 벨기에에서 루벤가톨릭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을 비롯해 정부 고위 당국자들 그리고 벨기에교회 주교단과 수도자, 평신도들과 만났다. 교황은 27일 루벤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와 연구진을 만나 “쉽고, 노력하지 않고, 안락한 믿음이 위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진리를 추구하는 영역에서도 우리 자신의 사고 밖으로 나와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는 고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는 피상적인 삶이 우리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며 학자로서 도전 정신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같은 날 브뤼셀 라켄궁에서 벨기에 고위 당국자와 지방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가톨릭교회가 소수자들에게 가했던 학대 행위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가정과 학교, 스포츠계 등에서 많은 학대 행위들이 있지만 교회 안에서는 단 하나의 학대 행위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28일 브뤼셀 성 길레스 성당에서 이주민, 집을 잃은 이들과 만나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그들의 고충을 듣고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새로운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28일 오전 브뤼셀 성심대성당에서 벨기에 주교단, 사제와 부제, 수도자, 신학생 등과 만난 자리에서는 “우리가 서구 사회에서 체험하고 있는 시대의 변화와 신앙의 위기는 가장 본질적인 것, 다시 말해 복음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느님께 가까워질 때 우리에게 오는 진정한 기쁨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28일, 브뤼셀 라켄 우리의 성모 성당에 잠시 들러 벨기에 보두앵 왕 무덤 앞에서 기도했다. 교황은 1990년 벨기에 의회가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 법이 시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왕위에서 물러났던 보두앵 왕의 용기를 현대인들이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같은 날 다시 루벤가톨릭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학생들은 교황과의 만남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정의를 증진해야 한다는 교황의 요청에는 공감했지만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교황과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루벤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은 2000단어로 된 4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온전한 인간 발전을 요청하는 교황의 노력에는 지지를 표시하면서도 오직 남성만 사제가 되는 가톨릭 성직제도에는 의문과 회의감을 드러냈다. 교황은 이를 의식한 듯 특별히 교회 내 여성과 관련해 “교회는 여성이고 그리스도의 신부”라면서 “여성은 본질적으로 생명을 낳고 양육하며 헌신한다는 측면에서 남성보다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처럼 행동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2024-10-06

인도네시아에 세계 최대 예수상 제막

인도네시아에 세계 최대 규모 예수상이 세워졌다. 인도네시아 주교회의는 9월 19일 북수마트라 토바 호수 옆 언덕에 세워진 61m 높이의 ‘구세주 예수상’(The Jesus Savior Statue) 제막식을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깊다고 알려진 토바 호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구세주 예수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세워진 39.6미터의 예수상보다 21미터 이상 더 크다. 제막식은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 수비안토 분자민 주교가 주례했으며, 가톨릭신자들과 인도네시아 지방자치단체 인사들이 참석했다. 분자민 주교는 제막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6일 인도네시아 방문 기간 중 주인도네시아 교황대사관에서 ‘구세주 예수상’ 미니어처를 축복했고, 이 미니어처와 교황의 축복장을 ‘구세주 예수상’ 기단부에 넣었다고 밝혔다. 교황은 ‘구세주 예수상’ 미니어처를 축복하며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가 따르는 이유는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 때문”이라고 기도했고 이 기도문도 교황 축복장에 기록돼 있다. 분자민 주교는 ‘구세주 예수상’ 축복식에서 “‘구세주 예수상’이 세워진 이 언덕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장소인 만큼 사람들의 신앙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곳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이 예수상은 단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인간이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빛이 되기를 바라는 요청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구세주 예수상’은 예수님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형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맞이하고 있으며, 언제나 세상 안에 현존하고 계시다는 뜻을 드러낸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는 2억8150만 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으며, 무슬림 수는 전체 인구의 87.4%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개신교 신자는 7.5%, 가톨릭신자는 3.1%밖에 되지 않는다. ‘구세주 예수상’ 건립은 2018년 6월부터 추진되기 시작해,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 세계 최대 예수상이 건립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 왔다. ‘구세주 예수상’ 건립 기금은 정부 지원 없이 전액 모금했으며, 인도네시아 교회는 교황청으로부터 ‘구세주 예수상’ 건립 기금에 대한 감사 절차도 거쳤다. 인도네시아 교회와 정부는 ‘구세주 예수상’ 주변에 기반시설 조성에도 협력했다.

2024-10-06

논란의 사르코 캡슐 ‘조력자살’ 첫 발생

[취리히 OSV]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에 이용되는 장치인 ‘사르코’(Sarco) 캡슐을 작동시켜 60대 중반 미국인 여성이 처음으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스위스 북부 샤우프하우센주 경찰은 9월 24일 사르코 캡슐을 이용해 자살을 조장하거나 방조한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사르코 캡슐은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간 뒤 덮개를 닫으면 버튼을 눌렀을 때 생기는 일을 안내하는 자동음성이 나오고 실제 스스로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주입돼 몇 분 안에 사람은 잠에 빠져 들고 곧 숨을 거두게 하는 장치다. 미국 CNN 방송도 9월 24일 사르코 캡슐로 처음 목숨을 끊은 여성은 64세로, 면역 체계에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언론 보도를 접한 스위스 주교회의 의장 펠릭스 그뮈르 주교(바젤교구장)는 25일 스위스 가톨릭 미디어 웹사이트를 통해 “사르코 캡슐은 자살을 너무 쉽게 하도록 허용한다”며 “다른 조력자살과 달리 사르코 캡슐은 의학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으라고 요청해 왔는데 완화의료는 사람을 의학적, 심리학적, 존재론적으로 온전히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가족, 사목자와 소통하고 완화의료와 인간적인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조력자살’을 일정한 요건하에서 처벌하지 않고 있으며, 조력자살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들도 지정돼 있다. 하지만 스위스 정부는 사르코 캡슐의 법적 허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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