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칼럼] 베네딕토 vs 프란치스코

지난 11년 동안 몇몇 가톨릭 전문가들은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교하며 꽤 괜찮은 삶을 살아왔다. 두 교황을 비교하며 이들은 교회 안에 분리와 분열, 두통을 조장하며 전선의 각을 세웠다. 이런 일을 조장하는 부류들에게 필자는 로마 동쪽에 있는 수비아코에 회개의 순례를 다녀오라고 제안하고 싶다. 여기서 두 교황에 대한 편견을 깨고 영혼의 정화도 이룰 수 있을 듯하다. 수비아코는 아페니니 산맥 끝자락 아니에네 강변에 있다. 6세기 이탈리아 귀족 출신인 노르치아의 베네딕토 성인은 무너져 가는 세상을 피해 여기에서 안식처를 찾았다. 전승에 따르면, 베네딕토 성인은 수비아코의 한 동굴에서 3년 동안 은수자로 살았다. 그리고 남부 몬테 카시노로 이동하기 전까지 수비아코에 13개의 수도원을 설립했다. 500년 후,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은 그가 은거하던 한 동굴에 수도원을 지어 그를 기념하고자 했다. 바로 ‘거룩한 동굴’(Sacro Speco)이다. 이 수도원에는 두 개의 교회가 세워졌고 여러 개의 경당도 있다. 1223년 수도원의 한 경당 제대 축복식이 열렸는데,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은 당시 추기경단 단장이자 훗날 그레고리오 9세 교황이 된 우골리니 디 콘티 추기경을 주례자로 초대했다. 초대에 응한 디 콘티 추기경은 특별한 손님을 대동했다. 당시 42세의 신비가이자 시인이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회라는 새로운 수도회를 설립한 인물이었다. 프란치스코 성인과 디 콘티 추기경은 친구 사이였고, 1228년 프란치스코 선종 2년 만에 그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프란치스코의 수비아코 방문을 기념해서 한 예술가가 경당 벽에 프란치스코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프란치스코가 살아있을 때 그림이었기 때문에 후광은 없다. 또 프란치스코가 말년에 겪었던 오상도 없다. 한쪽 눈에는 그가 중동 여행 중 앓았던 결막염을 치료받았던 것을 표현하듯 꿰맨 자국이 있다. 이 프레스코화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살아있을 때 그린 것이라 큰 의미가 있다. 필자는 최근 이 그림을 오래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 월요일 아침이었는데,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수도원에서는 이 그림 복제본을 팔았는데, 하나 사서 당직을 서던 한 사제에게 축복을 받았다. 친절한 이분은 이탈리아 출신의 베네딕도회 마우리치오 신부였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프란치스코 성인의 그림을 800년 넘게 베네딕토 성인의 후예들이 보존하고 보호하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거룩한 동굴은 가톨릭교회의 삶에서 베네딕토 성인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연관성이 뼈에 새겨져 있을 만큼 불가분하고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수도승으로서 또 사목자로서 베네딕토 성인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타고난 소질은 다르다. 베네딕토 성인은 신앙을 보존하고 지키는 쪽에 주력했고 프란치스코 성인은 신앙을 세상에 전하기 위한 혁신과 실험에 집중했다. 영국의 작가 체스터턴은 “베네딕토가 모아 놓은 것을 프란치스코가 퍼트려 놓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신앙이 퍼지기 위해서는 먼저 보존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보존한다는 것은 세상에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프란치스코 없는 베네딕토는 불완전하고 베네딕토 없는 프란치스코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두 성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영감을 두 성인과 같은 이름을 쓰는 두 교황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맞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해 많은 방면에서 보수적이었다. 가톨릭교회의 관점에서 우리는 반대가 아니라 성취를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7년 이탈리아 벨루노-펠트레·트레비소교구 사제들에게 가톨릭교회는 전통과 같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가톨릭교회는 배제가 아니라 통합의 종교라고 밝혔다. 물론 가톨릭교회에 라이벌 그룹이 있고, 각 그룹의 수장이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각 그룹이 주장하는 것에는 가톨릭교회의 본질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둘 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고 논란의 여지도 있지만, 몇몇 논란거리들은 각 편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는 가톨릭교회 영성에서 쌍둥이처럼 얽혀 있고, 많은 방면에서 다르지만 상대가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성인이나 두 교황을 갈라놓으려는 시도는 결국 둘을 망치게 한다. 간략하면, 이것이 바로 수비아코에서 배우는 교훈이다. 작은 성지이지만 수비아코는 오늘날 가톨릭교회 안에서 생기는 분열의 목소리를 아주 잘 빨아들일 수 있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미국 제10회 전국 성체대회 폐막…5만여 명 참석

[인디애나폴리스, OSV]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10회 전국 성체대회에 최근 수십 년 이래 가장 많은 가톨릭신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미국 전국 성체대회 최대 행사로 7월 20일 루카스 오일 경기장에서 열린 성체 조배와 폐막미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자 5만여 명이 참석했다. 미국 전역의 가톨릭신자들은 제10회 전국 성체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4개 지역으로 나눈 지역별 루트를 따라 이동해 성체대회 개막 하루 전인 16일 인디애나폴리스에 도착했다. 루카스 오일 경기장에 모인 5만 명의 신자는 이전 미국 전국 성체대회보다 많은 숫자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성체대회가 전국 단위 행사인 점과 인디애나주의 가톨릭신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루카스 오일 경기장에서 봉헌된 폐막미사는 이번 성체대회에 프란치스코 교황 특사로 파견된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교회부서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이 주례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미사에 참례한 순례자들에게 여러 나라 언어로 인사를 전한 뒤 강론을 통해 “신앙 안에서 한 가족인 우리를 제10회 전국 성체대회 폐막미사에 불러 주신 사랑의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애로운 축복을 여기 모인 분들에게 전해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기도한 것처럼, 전국 성체대회가 미국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는 열매가 되기를 기도하고 계시다”고 밝혔다. 또한 “교황님께서 전국 성체대회에 참여한 순례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성체를 통한 회개”라고 강조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5일에 걸친 전국 성체대회 과정에 참석한 순례자들은 세상에 나아가 새로운 복음을 전하게 될 것”이라면서 “사명을 가지고 파견된 이들은 교회와 세상에 선물이 된다”고 격려했다. 2025년 성체 성혈 대축일에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성체 행렬이 열릴 예정이다.

2024-07-28

교황, 9월 26~29일 룩셈부르크·벨기에 사목방문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룩셈부르크와 벨기에를 사목방문한다. 교황은 9월 3일부터 13일까지 아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 파퓨아 뉴기니, 동티모르와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13일이 지나 9월 26일에 룩셈부르크를 찾고 이어 이웃나라인 벨기에를 방문할 예정이다. 교황은 그동안 사목방문에서와 마찬가지로 룩셈부르크와 벨기에 방문 중에도 정부 고위 관계자와 지역교회 구성원들을 만나고, 야외 미사를 봉헌한다. 예수회 수도자들과의 만남 자리도 마련한다. 벨기에 방문의 주요 목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계 대학교인 루벤 가톨릭대학교 설립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1425년에 설립된 루벤 가톨릭대학교는 2024~2025년 학기에 600주년을 맞이한다. 벨기에 전체 인구는 약 12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57%를 차지한다. 개신교 신자는 5%가 넘는 수준이다. 무슬림은 6.8%다. 룩셈부르크는 전체 인구가 67만 명에 불과한 소국으로 인구의 4분의 3이 그리스도인이다. 그리스도인 중 가톨릭은 63.8%를 차지한다. 역대 교황 중 룩셈부르크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198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며, 벨기에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교황도 199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었다.

2024-07-28

교황 “파리 올림픽 기간 전 세계 모든 분쟁 중단하자”

[바티칸 CNS]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24년 하계 올림픽이 7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해 8월 11일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림픽 기간 중,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을 중지하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파리대교구장 로랑 울리히 대주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올림픽 휴전(Olympic Truce) 전통을 준수하고 올림픽 기간을 포함해 올림픽 전과 후에 모든 분쟁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울리히 대주교에게 보낸 메시지는 교황청이 7월 19일 공개했다. 교황은 서면 메시지에서 “하느님께서 권력을 지닌 이들의 양심을 일깨우셔서 그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의 중대성을 알게 하시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노력에 결실을 보내 주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메시지가 공개된 7월 19일은 파리 올림픽 개막 7일 전이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관례적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휴전을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파리대교구장 울리히 대주교도 교황의 메시지가 공개된 날짜에 맞춰 파리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 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올림픽 휴전에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올림픽 휴전 전통은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래는 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모든 전쟁과 분쟁을 중단함으로써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 나라 선수들이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취지다. 또한 올림픽 폐막 후에도 선수들이 자기 나라에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전쟁과 분쟁을 일정 기간 중단했다. 올림픽 휴전 전통은 세월이 지나면서 지켜지지 않는 기간이 여러 차례 반복됐고, 국제올림픽위원회가 1992년 올림픽 때부터 다시 유엔과 협력해 부활시켰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유엔에 가입한 나라들이 참여하는 올림픽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을 고무하기 위해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유엔과 함께 상징적인 분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교황은 올림픽 휴전을 제안하는 메시지에서 “올림픽 대회는 서로 적대적인 민족들 사이에서도 예외적인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며 “올림픽을 상징하는, 서로 교차하는 5개의 원은 스포츠를 통한 경쟁이라는 올림픽의 형제애 정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에 나는 이번 파리 올림픽이 전 세계에서 참석한 이들이 서로에게 감사하고, 편견을 깨뜨리고, 경멸과 불신이 있는 곳에 존경심을 키우며, 적대감이 있는 곳에 우정을 키우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올림픽은 본질적으로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전쟁을 위한 것일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현대를 ‘갈등의 시대’(Troubled Times)라고 지칭한 뒤 “세계의 평화가 심각한 위협 아래 놓여 있는 이런 때에 모든 이들이 올림픽 휴전 정신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갈등을 해결해 조화를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 나라 대표선수들과 관람객, 성당과 학교 그리고 가정의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파리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축복을 전하면서 “이번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프랑스 국민들에게 차이와 적대감을 초월하고 일치를 강화하는 형제애 실현의 멋진 기회를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리 하계 올림픽이 8월 11일 폐막한 뒤에는 장애인 올림픽이 8월 28일 개막해 9월 8일까지 열전에 돌입한다. 파리 올림픽에는 전 세계에서 1만500여 명이, 장애인 올림픽에는 4400여 명이 참여한다. 난민 신분으로 출전하는 선수도 올림픽에 37명, 장애인 올림픽에 8명이 있다.

2024-07-28

필리핀교회, 해양 분쟁 해소 위해 기도

[UCAN] 남중국해에 대한 주권 행사를 놓고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서 벌어졌던 분쟁이 필리핀 교회의 중재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필리핀 링가옌-다구판대교구장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는 필리핀 사제단 및 신자들과 7월 16일 필리핀 일로코스 지역 인판타에서 배를 타고 남중국해로 항해를 떠나 필리핀과 중국이 형제애를 나누며 분쟁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해로를 주장하면서 분쟁을 야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사법재판소는 양국 간의 해상 분쟁을 심리해 2016년 7월 12일 중국 측 주장을 대부분 배척하고 필리핀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도 존중하지 않고, 중국 해안에서 필리핀, 베트남, 타이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에 걸쳐 있는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자신들에게 주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빌레가스 대주교는 “정부 간의 전쟁, 이데올로기와 정치인들의 싸움은 사람들의 형제애로 극복할 수 있다”며 “우리는 필리핀과 중국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빌레가스 대주교와 사제단의 해상 기도가 있은 다음날 필리핀과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던 분쟁을 해결할 새로운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에 동의했다. 중국 외교 당국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항상 해양 분쟁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과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양국 간 합의에 따라 3가지 대화 채널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빌레가스 대주교는 배에 성모상을 모시고 해상 기도를 인도하면서, 동행한 신자 수백 명과 어부들에게 “묵주기도를 바치며 우리의 신앙과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새롭게 해야 하고, 중국에 적대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리핀의 평화는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의 손에서 나온다”면서 “광대한 아시아 지역에서 수천 년 문명의 역사를 지닌 중국인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빌레가스 대주교는 “중국 고대 현인들의 가르침을 따라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평화와 조화를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 박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종교 박해라는 어두움 속에서 살고 있는 일부 중국인들이, 위로를 주시는 성모 마리아로부터 희망의 빛을 찾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 카리타스도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해양 분쟁에 대해 중재에 나서 6월 24일 “정부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에 대해 진행 중인 상황을 모든 이들에게 공개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2024-07-28

신자 다수 거주 플로레스섬, 의료시설 ‘태부족’

[UCAN] 인도네시아에서 가톨릭신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플로레스섬에 주민들을 위한 의료시설과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공공 서비스 시설을 점검하는 인도네시아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로베르투스 엔디 자웡 씨는 지난주 팀원들과 함께 플로레스섬 다섯 군데 지역을 방문해 의료시설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난한 주민 수만 명이 의료시설에 접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질도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웡 씨는 7월 19일 “플로레스섬에서 주민들이 의료시설에 접근하는 문제와 수준이 낮은 의료 서비스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리 팀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환자에게 적합한 침대, 의약품, 병원 인력 특히, 전문의가 현실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시설이 세계적인 보편 기준보다 떨어질 뿐 아니라 시설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에서도 주민들이 원하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로레스섬을 방문 조사한 자웡 씨 팀은 “정부는 주민 모두에게, 특히나 가난한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원칙적으로 저소득층은 병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중산층은 일정 비용을 내야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지만, 병원 부족으로 가난한 이들은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이에게 법령에 규정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의사들이 오지에서 일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2024-07-28

“암스테르담 성모발현은 가짜”

[바티칸 CNS] 교황청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성모발현이 있었다는 주장의 진정성을 부인했던 결정 내용을 공개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성모발현이 있었다는 주장은 1945년에서 1959년 사이에 나왔으며, 교황청은 사실을 조사해 1974년 암스테르담 성모발현에 진정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7월 11일 배포한 문서에서 “1974년 당시 신앙교리성은 암스테르담 성모발현 주장이 초자연적이지 않은 현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신앙교리성의 결론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앙교리부는 1974년에 내렸던 결론 내용을 이전에는 공식화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 성모발현 주장이 계속 이어지고 이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1974년의 판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신앙교리부의 이번 공개 결정은 지난 5월 발표했던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판단 기준(Norms)의 후속 조치로서 이뤄진 것이다. 신앙교리부는 가톨릭교회가 성모발현의 진위를 둘러싸고 자주 제기되는 의문에 보다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칙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도 이번 공개 결정을 내렸다.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신앙교리부의 판단 기준이 나오기 전에는 신앙교리부의 결정 내용은 관련 주교에게만 전달됐을 뿐 공개되지 않았다. 암스테르담 성모발현은 1956년에 관할 주교가 진정성이 없다고 선언했지만, 후임 주교들이 진정성이 있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혼란이 야기됐다. 이후 2020년에 할렘-암스테르담교구장 요한네스 헨드릭스 주교가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에 자문을 구하고 1974년 신앙교리성 결정을 인용해 암스테르담 성모발현을 다시 부인했다.

2024-07-21

[글로벌칼럼] 로마를 배워야 하는 이유

미국에는 ‘고양이를 잡고 휘두르면 누구든 맞는다’(You can’t swing a cat without hitting x)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길냥이가 많은 로마에서 이 말은 ‘로마에서 고양이를 잡고 휘두르면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정도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로마에서 공부하는 신학생들에게 “로마를 배우라”고 줄곧 충고했는데, 아마 여기서 직감을 얻은 것 같다. 역시 이방인이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로마의 모든 거리, 모든 건물, 모든 지역에서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달리 말하면, 딱히 수업을 따라다닐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관심만 기울이면, 로마는 끊임없이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아내와 나는 로마 프라티 지역의 한 건물 뜰에서 열린 멋진 축하연에서 이를 경험했다. 한 거대한 건물의 10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1924년 준공된 이 건물에는 108개의 아파트와 350개의 발코니, 900개의 창문이 있다. 행사에서는 1924년 6월 26일 발행된 신문을 나눠줬다. 신문을 보니, 이 건물이 완공된 후 당시 파시스트로 로마 시장이었던 필리포 크레모네시가 찾아와 건물을 지었던 피오와 마리오 타키 벤투리 형제를 만났다. 이들이 타키 벤투리 가문 출신인 것이 눈에 띄었는데, 당시 유명했던 예수회원인 피에트로 타키 벤투리 신부도 같은 집안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이 발행됐던 1924년 6월 24일 피에트로 신부는 이미 베니토 무솔리니와 비오 11세 교황 사이의 중재자로 임명돼 있었다. 그는 파시스트 이탈리아 시절 가장 전도유망하고 힘있는 성직자였다. 1923년부터 1943년까지 피에트로 신부는 교황을 대신해 수십 번 무솔리니를 만났고, 정부의 다양한 기관들을 자주 들락거렸다. 무솔리니와 워낙 가까운 사이여서 로마 시민들은 피에트로 신부를 ‘무솔리니의 고해사제’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무솔리니는 냉담했기 때문에 고해성사를 보지 않았다. 피에트로 신부는 친정부 인사로 낙인찍혀 1928년 2월 로마의 제수 성당 사무실에 난입한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칼에 목을 찔렸는데, 가까스로 경정맥을 비꼈다. 누가 어떤 동기로 피에트로 신부를 공격했는지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파시스트 정부 시절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대해 논란을 부추겼다. 분명 피에트로 신부는 무솔리니 정부와 가까웠지만, 그가 역사 앞에서 잘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케르처는 2014년 저서 「교황과 무솔리니」에서 피에트로 신부를 반유다주의자로 표현했다. 피에트로 신부는 1926년 한 메모를 남겼는데, 그는 ‘유다인과 프리메이슨의 금권 정치’가 교회의 가장 큰 적이라고 썼다. 반면, 보스턴칼리지 교수였던 로버트 알렉산데르 마릭스는 2012년 「파시스트 와인에 유다인 물 붓기」(Pouring Jewish Water into Fascist Wine)라는 책에 피에트로 신부가 이탈리아의 인종법 적용에 유다인은 제외해 달라고 무솔리니에게 44차례 서한을 보낸 사실을 언급했다. 1940년 로마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피에트로 신부는 예수회 창립자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은 유다인과 유다주의에 호감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6세기 당시 스페인 가톨릭교회에서 이는 지배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게다가 피에트로 신부에게 부여된 주요 임무는 1870년 교황령 붕괴 이후 무솔리니 정부와 교황청의 법적, 재정적 지위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었다. 이 노력은 1929년 라테라노 협약으로 이어져 바티칸시국은 독립국으로 주권을 인정받았다. 이런 맥락에서, 교황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한 가톨릭 성직자가 개인적으로 무솔리니와 친분을 쌓았다고 공공연하게 비난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내가 매일 걷던 길에 100년 전에 서 있던 한 전도유망했던 예수회원의 두 친척에서부터 나의 상상이 시작됐다. 두 친척이 피에트로 신부를 자랑스러워했는지, 그의 행보에 당황스러워했는지, 아니면 그로 인해 서로 갈등을 겪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로마에서 열린 작은 행사를 통해 가톨릭교회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순간, 여전히 역사적으로 논란이 있는 교회의 활동에 대한 단상이 이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로마의 한 아파트에서 말이다. 이 아파트도 어느 정도 역사성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로마의 한 아파트를 통해서도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배운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2024-07-21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에 교황청·미국 주교회의 등 폭력 규탄 성명

[외신종합]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3일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하던 중 총탄에 귀를 관통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교황청과 미국 주교회의가 일제히 폭력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 정치권도 정파를 초월해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을 쏜 인물은 펜실베이니아주 베텔파크에 사는 20살 토머스 매슈 크룩스로 경찰 당국에 의해 파악됐으며,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하던 위치에서 약 150m 떨어져 있는 건물 옥상에서 총을 쐈다. 크룩스는 사건 현장에서 경호원에게 사살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청중으로 유세장에 앉아 있던 시민 1명이 크룩스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국 수사 당국은 크룩스의 행위를 전직 대통령이자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자에 대한 암살 행위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황청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14일 홍보부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사망자와 부상자를 발생시키고 민주주의에 상처를 준 어젯밤의 폭력행위에 우려를 표한다”며 “미국 주교단과 연대해 미국과 희생자를 위해 그리고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면서 폭력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는 13일 성명을 통해 “미국 주교단과 함께 정치적인 폭력행위를 규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망자 그리고 부상자들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우리 조국을 위해, 결코 정치적 견해 차이를 해결할 수 없는 폭력행위의 종식을 위해서도 기도를 바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의를 지닌 모든 이들이 우리나라의 평화를 염원하며 우리와 함께 기도를 드릴 것을 요청한다”며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미국교회의 주보이신 성모 마리아여, 우리를 위해 빌어 주소서”라고 덧붙였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가톨릭대학교 정치학과 존 화이트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정치권의 갈등이 심하게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과열된 정치계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해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던 당일 저녁에 델라웨어주 러호보스 비치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 정치권의 온도를 낮추자”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전한 것과 수사 당국의 대응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4일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을 이어가며 “불의의 총격에 사망한 코리 콤페라토레씨는 같은 유세장에 앉아있던 가족들을 총격으로부터 보호하다 목숨을 잃은 영웅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다 변을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이 가야 할 길에서 후퇴할 수도 없고 후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건 현장을 관할하는 미국 피츠버그교구장 데이비드 주빅 주교 또한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치적 폭력행위를 비난하는 한편 “과거 소방관으로 근무했던 콤페라토레씨가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위험에 직면해서도 보여줬던 이타심은 그의 깊은 신앙심과 헌신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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