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임시정부 “소수 종교 탄압 없다”

[UCAN] 방글라데시 내 소수 종교인들이 탄압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방글라데시 임시정부는 “소수 종교 탄압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장기 집권하던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지난해 해외로 도피한 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가 2024년 8월부터 임시정부를 이끌고 있다. 방글라데시 임시정부는 자국 내 그리스도교, 불교, 힌두교 등 소수 종교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자 2월 3일 정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소수 종교인들이 신앙을 이유로 폭력을 당하거나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방글라데시 국민들 대다수는 무슬림이며, 힌두교도는 7.9%, 불교도는 0.6%, 그리스도인은 0.3%에 불과하다. 방글라데시 그리스도교, 불교, 힌두교 등 소수종교 협의회는 1월 30일 수도 다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8월 2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소수 종교인들은 174건의 폭력 행위를 당했고,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임시정부 대변인은 “경찰 조사 결과 사망자 23명 중 22명은 종교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1명의 사망 사건도 자세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과장된 허위 뉴스는 종교인 상호간에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소수 종교인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아누 무함마드 씨는 “소수 종교인들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투명하지 못한 정부 정책이 오히려 왜곡된 뉴스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란지스 추기경, ‘스리랑카 화합과 일치’ 호소

[UCAN] 스리랑카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인 콜롬보대교구장 말콤 란지스 추기경이 반목과 갈등,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리랑카 정치인들에게 “상호 연민과 화합의 정치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란지스 추기경은 2월 1일 니타부와시 칼라게디헤나에 위치한 새 성당 봉헌식을 주례하는 자리에서 “스리랑카는 분노와 증오로 촉발된 오랜 내전을 겪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사랑할 때”라며 “정치인들은 이제는 국민들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란지스 추기경이 말한 ‘내전’은 정부군과 스리랑카 북부 타밀족을 기반으로 한 반군 사이에서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졌던 전쟁을 말한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스리랑카는 남부를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싱할라족과 북부를 기반으로 하는 소수의 타밀족으로 분열돼 인종 갈등을 겪었고, 26년 동안 내전까지 벌였다. 이 내전에서 10만 명 이상이 숨졌으며, 가톨릭 사제도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내전 기간 스리랑카 국민들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이 심화됐다. 란지스 추기경이 2009년에 끝난 내전을 언급한 이유는 내전 이후에도 스리랑카는 정치적 분열과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남부와 북부 사이에는 뿌리 깊은 반목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국민 화합을 기치로 대선에 출마해 좌파 진영 정치인으로서는 스리랑카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2024년 9월 23일 취임하고 바로 다음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대선 공약대로 의회를 해산한 뒤 같은 해 11월 14일 총선을 치렀다. 총선에서는 여당인 민족의 힘(National People’s Power)을 주축으로 한 좌파 동맹이 전체 의석(225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압승하며 스리랑카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과거 스리랑카 내전에서 북부 타밀 반군의 거점 도시였던 자프나에 1월 31일 방문해 남북이 화합해야 한다는 강렬한 희망을 표현하자 국민들도 스리랑카에 평화와 일치가 찾아올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란지스 추기경은 “스리랑카 정치인들은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국가의 오랜 상처를 치유하고자 국민 전체를 통합해 하나의 힘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본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자프나 주민들이 디사나야케 대통령을 따뜻하게 환대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밝혔다. 란지스 추기경은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부터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정착, 부패 척결을 보증할 새 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25-02-16

니카라과 정부 종교 탄압에 반대 성명 이어져

[외신종합]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독재 정권이 가톨릭과 사회 단체를 해체시키는 등 탄압을 지속하자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수도자 협의회’(The Confederation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Religious, CLAR)가 1월 29일 성명을 내고 종교의 자유 존중을 요청했다. CLAR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남녀 수도자 단체다. CLAR는 니카라과에서 활동하던 ‘가난한 클라라 수녀회’가 정부에 의해 추방당하고 수녀회 재산을 몰수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성명을 발표했다. 수도자들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CLAR는 성명에서 “니카라과 정부는 남녀 수도자들의 삶과 신앙의 자유를 존중하라”며 “수도자들은 복음을 전할 권리가 있고, 우리는 박해받거나 망명한 수도자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에 니카라과에서 추방당한 에릭 디아즈 신부도 “가난한 클라라 수녀회를 추방한 조치는 종교 박해의 추가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니카라과 정부의 가톨릭교회 박해는 2022년부터 본격화했으며, ‘사랑의 선교 수녀회’가 니카라과를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수도 공동체들이 계속해서 니카라과를 탈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니카라과를 떠나는 가톨릭 단체들은 남아 있는 이들에 대한 보복을 우려해 실제로는 강제 추방을 당하면서도 “성소자가 부족해 철수한다”고 말하는 등 박해 상황을 사실대로 밝히지 못하는 형편이다.

2025-02-09

교황 “청빈·정결·순명은 희망의 표지”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봉헌 축일과 축성 생활의 날을 앞둔 2월 1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저녁기도를 바치며 “남녀 수도자들이 청빈과 정결, 순명을 서약하고 살아가는 방식은 사랑과 자기 헌신의 관계성을 추구하는 세상에 빛과 희망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기도에서 신앙을 증거하고 있는 수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여러분들은 교회에 생기를 준다”고 격려했다. 저녁기도에는 남녀 수도자와 수도 사제 등 수백 여명이 참석했으며,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수도회부) 장관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꼰솔라따 선교 수녀회), 장관 직무대행 앙헬 페르난데스 아르티메 추기경(살레시오회) 등 1월 6일 임명된 수도회부 지도자들도 함께했다. 교황청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서원한 수녀는 약 60만 명, 수사는 약 5만 명이 있으며, 수도 사제는 12만8500명에 이른다. 교황은 저녁기도 강론에서 “수도생활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헌신한 모습을 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여러분들이 했던 청빈과 정결, 순명 서약을 통해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빛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청빈의 가치에 대해서는 “수도자들은 이기심과 탐욕, 물질의 폭력적인 사용과 오용을 거부하고 사랑의 질서 안에서 사물들이 어떻게 가치를 지니게 되는지를 알려 준다”면서 “청빈하기에 아름다움과 단순함, 관용, 나눔 그리고 연대의 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정결과 관련해서는 “결혼하지 않고 정결을 택함으로써 하느님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우선 순위를 재확인한다”며 “세상에는 너무나 자주 타인 안에서 자기의 만족감을 충족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순명의 의미에 대해 “수도회 공동체들이 실천하는 순명은 자신의 기호와 계획을 희생하더라도 상호 경청한 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근거하고 있어 우리 사회에 예언자적 표지가 된다”고 말했다.

2025-02-09

교황청, 인공지능 올바른 사용 위한 가이드라인 발표

[바티칸 CNS] 교황청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봉사하는 것이지 그 관계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거쳐 1월 28일 AI의 올바른 사용 방향을 담은 문헌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ancient and new)을 공개했다.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AI의 발전과 응용에 대한 길잡이를 제공하기 위해 문헌을 준비해 왔다. 문헌은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교사의 현실적 존재는 학생과의 사이에 상호 역동성을 창조해 내고 이 역동성은 AI가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헌은 또한 AI가 활용되는 광범위한 영역을 사람 간의 관계성, 법률, 예술, 건강, 전쟁 등으로 분석한 뒤 특히, 교육 체계에서 AI의 역할을 깊이 다루고 있다. 문헌은 “만일 신중한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AI는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가치 있는 교육 자산이 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숙련된 지원과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AI의 장점은 학생 개인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경우나 교육 자산이 부족한 경우 등에는 교육 체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문헌을 통해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를 경고하면서 “교육 분야에서 AI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학생들이 기술에 점점 치우치게 되면서 독립적으로 재능을 발휘할 능력은 축소되고 화면(Screens)만 바라보는 의존성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많은 AI 시스템들은 학생들 스스로가 해답을 찾거나 문서를 작성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대신에 단순히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교육은 젊은이들이 정보들을 대량으로 수집하고 빠르게 응답하라고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지적인 재능을 발휘해 도전에 나서도록 북돋아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옛것과 새것」은 아울러 교황이 AI를 주제로 발표한 2024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 내용을 인용해 “학생들은 AI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들과 자료들을 어떻게 식별할지를 배워야 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와 대학들은 학생과 전문가 그룹이 과학기술 발전과 사용의 사회적, 윤리적 양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AI 프로그램들이 편향되거나 조작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부정확한 자료를 믿도록 잘못 인도하거나, 더 나아가 교육 과정 자체를 침해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교육 분야에서의 AI 사용은 항상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제안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이처럼 과학기술이 빠르게 진보하는 역사의 교차로에 서 있는 가톨릭계 대학들은 희망의 연구실로 존재해야 하고, 신앙과 이성 간의 대화를 추구하면서 우리 사회와 공동선에 봉사하는 AI를 윤리적으로 온전하게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옛것과 새것」 승인에 앞서 1월 20~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 참석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AI도 인간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며 “AI를 포함해 어떤 과학기술도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낸다면 진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2025-02-09

[글로벌칼럼] 트럼프의 주교황청 미국대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다른 수단으로 지속하는 정치’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일부 사람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외교를 ‘다른 수단으로 지속하는 전쟁’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이는 그가 지난해 말 주교황청 미국대사로 브라이언 버치를 지명한 사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우파 성향 단체 ‘가톨릭유권자’(CatholicVote) 회장인 버치는 ‘교황 비판자’로 잘 알려져 있어, 회의론자들은 그가 교황과 협력하기보다는 교황을 비판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버치는 현 교황에 대해 여러 차례 의구심을 표명했다. ‘폴리티코’(Politico)는 버치의 대사 지명에 관한 기사에서, 지난해 11월 버치가 X(구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을 언급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판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문제 삼으며, 교황의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언급은 그저 ‘계략’이라는 반대자들의 주장을 오히려 입증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징벌적이고 복수심에 가득 찬 교황의 패턴은 그가 말하는 자비와 동반의 도구로서의 역할과 모순된다”고 말했다. 또한, 2015년 교황이 “가톨릭신자는 토끼처럼 번식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은 전통적인 신자들에게 모욕감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또 버치는 교황이 라틴어 미사를 제한하면서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인 태도를 보이는 결정을 조롱하는 게시글을 X에 올렸다. 아울러 버치는 동성 커플 축복을 승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 결혼과 성에 대한 가톨릭 교리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버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래 교황직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도 언급했으며, 다음 교황은 실망감을 불식시키고 교회를 전통적인 ‘도덕적 명료성의 목소리’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요지는 분명하다. 여러 면에서 버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팬이 아니다. 그의 주교황청 미국대사 지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동안 교황과의 관계에서 대립을 예상하고 있으며, 강경한 입장을 취할 인물을 원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먼저, 소셜 미디어나 케이블 뉴스에서 그가 한 발언이 더 형식적이고 신중한 맥락에서의 톤과 반드시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사로서 버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발언을 훨씬 더 절제된 태도로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는 특정 교황에 대한 생각과는 별개로 교황직 자체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둘째, ‘광고 안의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논할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순조롭고 화기애애하다는 허울 좋은 모습을 투영하려고 하지 않는다. 버치를 지명한 것은 자신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 셈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진지하게 대해 오히려 교황에게 칭찬을 보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과거 대통령들은 교황의 특정 입장에 반대하더라도 교황청이나 가톨릭교회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의견 차이를 다룰 만한 성향을 가진 대사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가톨릭 유권자들, 특히 버치와 같은 입장을 공유하는 유권자들이 자신을 지지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이는 주요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교황청에 굽신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교황청이 좋든 싫든 여전히 중요한 기관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인 기록을 가진 인물이 외교관의 기본 임무인 다리 놓기 역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버치는 대사의 역할을 소위 ‘전달의 장’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할 수 있지만, 전문 외교의 핵심인 협력과 비공식적인 교류를 증진시키는 데는 실패할 수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과의 의견 차이를 숨기지 않기로 한 결정이 반대편에서도 유사한 반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교황청은 일반적으로 외국 정부와의 의견 차이를 표현할 때 신중을 기하며, 보편적 원칙이라는 폭넓은 용어로 논쟁을 완화시키는 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절제를 보이지 않는다면, 교황청은 역시 더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미국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소프트파워’로서의 교황청과의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앞으로 4년 동안 어떻게 상황이 전개하느냐에 따라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혼란을 진정시킬 누군가가 필요할 것이고, 불을 지피던 선동가(firebrand)인 버치가 과연 분쟁을 진정시키는 방화대(firebreak) 역할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2025-02-09

필리핀교회 주교단, 교회법 지나친 강조 경계

[외신종합] 필리핀 주교단과 각 교구 재정 관리자들이 1월 22일부터 3일간 라구나주 산타로사에서 ‘투명성과 책임성’(Transparency and Accountability)을 주제로 개최된 콘퍼런스에서 교회법과 규정들이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법적 부분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정신을 공유했다. 필리핀 바기오교구장 라파엘 크루즈 주교는 콘퍼런스 첫날 실랑에 위치한 성 베네딕토 성당에서 봉헌된 미사를 주례하고, 강론을 통해 “법률은 보통 정치인들과 관련될 때가 많지만, 교회 활동을 점검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도 중요하다”면서도 “법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이나 의식만을 강조하다 보면 그 안에 담긴 보다 깊은 영적인 목적이 흐려지게 된다”고 밝혔다. 크루즈 주교는 또한 “우리 성직자들과 그리스도를 따르는 평신도들은 율법주의에 치우쳐 교회법과 전례에 담긴 영적 의미를 잊고 있지 않은지 깨달아야 한다”며 “교회법은 교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이지만 영적인 삶을 풍성하게 하려면 교회법의 외형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형에 대한 준수만을 중요시하는 자세를 ‘회칠한 무덤’(whitewashed tombs)에 비유하고 “겉은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안은 영적으로 황폐하다”며 “교회법은 우리의 외부 활동은 물론 영성적인 삶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2025-02-09

중국 베이징 ‘원죄없는 잉태 본당’(남당), 설립 420주년 맞아 ‘은총의 해’ 진행

[UCAN] 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인 ‘가경자’ 마테오 리치(1552~1610) 신부가 중국 베이징에 설립한 ‘원죄없는 잉태 본당’이 본당 420년 역사를 경축하는 ‘은총의 해’(Year of Grace) 행사를 1월 14일 시작했다. ‘원죄없는 잉태 본당’은 베이징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본당이다. 교황청 복음화부 선교 소식지 ‘피데스’(Fides)는 1월 16일 ‘원죄없는 잉태 본당’ 420주년 경축 행사 소식을 다루면서 1년 동안 이 행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원죄없는 잉태 본당은 ‘남당’(南堂)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천주교회사에 등장하는 본당으로 한국천주교회사와도 관련이 깊은 곳이다. 원죄없는 잉태 본당 420주년 개막미사는 베이징대교구장 리샨 대주교가 주례했으며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미사에는 베이징대교구 수도자들과 평신도들도 참례했다. 자오젠민 신부는 원죄없는 잉태 본당 420주년 개막미사 강론에서 “마테오 리치 신부는 신앙의 불꽃을 전하기 위해 쉼 없이 중국 대륙을 다니셨다”며 “마테오 리치 신부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헌신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자국을 남겨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리치 신부가 증거한 신앙과 삶은 우리의 신앙을 굳건히 하고 복음 선포에 대한 신념을 새롭게 했다”고 밝혔다. 자오 신부는 리치 신부의 선교사 활동을 설명하면서 1794년 당시 중국 베이징교구가 조선에 처음으로 파견한 선교사인 복자 주문모 신부의 이름도 언급하면서 주 신부 역시 중국 신자들의 신앙을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원죄없는 잉태 본당 420주년 경축 미사가 봉헌된 1월 14일은 중국 베이징대교구에서 기념하는 ‘성인들의 날’(Day of Saints)이기도 하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모든 신자들은 리치 신부의 생애를 다룬 책 한 권씩과 2025년 희년을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매뉴얼을 받았다. ‘은총의 해’는 원죄없는 잉태 본당의 유구한 역사를 신자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영적 위로를 건네고 정신적 성장을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은총의 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12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을 여는 것으로 공식적으로 시작한 2025년 희망의 희년과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원죄없는 잉태 본당 설립 420주년 경축 개막미사에서는 교황이 발표한 2025년 희년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를 읽는 순서도 마련됐으며, 미사 참례자들은 남당 성문을 통과하는 행렬에도 참여했다.

2025-02-09

[글로벌칼럼] 급속하게 악화하는 가톨릭교회와 유다인의 갈등

최근 가톨릭/유다인 관계에서 갈등의 징후가 너무나 명확하고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이 점을 보여주는 여섯 가지 사례가 있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이스라엘의 기데온 사아르 외무장관은 주이스라엘 교황대사인 아돌포 티토 일라냐 대주교를 소환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자지구와 관련하여 한 발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12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 중 즉흥적으로 “공습으로 인해 아이들이 사망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잔혹 행위”라고 언급했다. 이는 이스라엘 국방군(IDF)이 고의로 아이들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보도에 따르면, 사아르 장관은 일라냐 대주교를 통해 교황을 ‘질책’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불쾌감’을 표명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의 아미차이 칙클리 재외동포부 장관은 유다 디아스포라 주간을 기념하는 의회 연설에서 교황청이 “현대적 피의 비방”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유다인이 그리스도교 아이들을 살해하고 그 피를 종교 의식에 사용한다고 허위로 비난했던 ‘피의 비방’을 언급한 것이다. 칙클리 장관은 “홀로코스트 동안 침묵했던 기관의 지도자인 교황이 이제 유다 국가에 대해 현대적 피의 비방을 조장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새해 전날인 12월 31일, 미국 유다인 단체 지도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의 가자지구 관련 발언을 “선동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전쟁을 “정당한 군사 작전”으로 옹호하며, “전 세계 반유다주의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미국 유다인 사회는 교황께서 선동적 발언을 삼가고 우리 두 민족 간의 다리를 건설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라고 전했다. 새해 첫날에는 ‘유다인 뉴스 신디케이트’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스라엘, 그리고 교황청의 역사적 위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는 교황의 가자지구 발언을 비판하며, “이중잣대”를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1월 3일 이탈리아의 문화 단체 ‘세떼오토브레’(10월 7일)는 2024년에 이탈리아 소셜 미디어에서 26만8320개의 반유다주의 게시물이 게시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탈리아 유다인 중 94%가 지난 한 해 동안 반유다주의적 행동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일부 유다 지도자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교황의 발언이 새로운 반유다주의 발발에 대해 교회가 방화벽 역할을 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란 종교학대학교 설립자인 나밥 세예드 아볼하산을 만났는데, 이란 관영 언론은 교황이 이날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우리는 유다인과 문제가 없다”면서 “우리의 문제는 국제법과 인권을 무시하고 지역 및 세계에 위기를 초래한 베냐민 네타냐후에 있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가톨릭·유다인 관계에서 지난 열흘 동안 여섯 차례의 갈등이 발생했으며, 이는 평균적으로 1.7일마다 한 번씩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비율이 2025년 내내 지속된다면 총 215건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논의할 ‘관계’ 자체가 남아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갈등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대부분이 그 자체로는 비교적 온건한 발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12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자지구에 대해 즉흥적으로 했던 전체 발언이다. “추기경님(추기경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께서 전쟁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어제 라틴 예루살렘 총대주교가 약속된 대로 가자지구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이들이 폭격을 받았습니다. 이는 잔혹 행위입니다. 이것은 전쟁이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제 마음을 울렸기 때문에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언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기경님, 감사합니다!” 이 발언은 고작 영어로 55단어에 불과했다. 물론 교황은 이 발언에서 사실적 오류(총대주교에 관한)와 도발적인 표현(잔혹 행위) 하나를 포함했지만, 그 자체로는 이러한 격렬한 반응을 촉발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자지구나 이스라엘에 대해 무엇을 말하거나 행동할 때마다 복리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유다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새로운 발언을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그가 했던 모든 발언과 행동을 덧붙여 해석하며, 최신 발언이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황청의 2025년 과제는 유다인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황의 발언이 의도치 않게 과거의 무거운 메아리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가 말한 내용 그대로 들리도록 해야 한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202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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