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가정에 복음·은총 전하는 것이 교회의 책무”

[외신종합]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반포 10주년을 맞아 10월 7~14일 가톨릭교회가 추구할 가정과 혼인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교황청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 주교와 동방 가톨릭교회 수장 총대주교 150여 명, 평신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7일 첫날 회의에 참석해 주교단, 평신도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의견을 교환했다. 교황은 이날 개막연설에서 “오늘날 가정에 복음을 선포하고 성사의 은총을 전하며, 가정과 동반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교회의 사목적 책임”이라고 요청했다. 회의 둘째 날에는 가족이 함께하는 가정생활을 위해 절제 있는 휴대전화 사용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인도 주교회의 의장이자 고아·다만대교구장인 필립 네리 페라오 추기경은 한 가정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휴대전화 없는 가족의 저녁은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페라오 추기경이 소개한 가정에서 자녀들은 평소 휴대전화에 몰두하고, 직장에 다니는 부모는 자녀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과 여력이 부족했다. 본당 사제가 가정 방문을 통해 가족의 고민을 경청한 후, 가족은 일주일에 하룻저녁은 휴대폰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매일 한 끼 식사를 같이하며, 몇 분 동안이라도 모여 기도하기 시작했다. 페라오 추기경은 “이 사례를 계기로 해당 본당은 사제의 가정 방문을 확대하고, 결혼생활 경험이 풍부한 부부들이 젊은 가정과 동반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디지털 기술의 발전, 서로 다른 종교 신자와의 혼인,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 등 현대 가정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과제를 공유하고, 더욱 효과적으로 가정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목 방안을 논의했다. 9일에는 오늘날 청년층의 동거 증가와 혼인율 감소라는 교회의 새로운 과제가 다뤄졌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은 “사회에서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혼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으며, 많은 청년들이 평생에 걸친 헌신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혼인하지 않은 채 동거를 선택하는 젊은층에 대해, 인도 봄베이대교구 스티븐 유스터스 빅터 페르난데스 보좌주교는 “교회 지도자들이 동거하는 연인들을 판단하기보다는 연민과 식별의 자세로 동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호주 퍼스대교구장 티모시 코스텔로 대주교는 SNS와 세속 문화, 다양한 이혼 사례 등이 혼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고 언급한 뒤 “그리스도교 혼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혼인생활을 충실히 해 나가는 부부의 모습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마드리드대교구장 호세 코보 카노 추기경은 10일 「사랑의 기쁨」이 가르치는 혼인의 가치와 관련해 “그리스도교의 혼인은 단지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고 꽃피우도록 부름받은 교회적 소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 폐 결절 제거 수술 위해 13일 입원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폐 결절 제거 수술을 위해 로마 현지시각 10월 13일 오전 로마 제멜리병원에 입원한다. 구체적인 수술 날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공보실장은 12일 교황의 입원 일정을 밝히며, 수술 후 약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황의 입원과 수술로 인해 20일까지 예정된 모든 알현 일정은 취소됐다. 앞서 교황은 10월 11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바치며 자신의 건강 상태와 수술 계획을 직접 밝혔다. 교황은 “최근 폐에 결절이 발견됐지만 매우 초기 단계이고, 국소 부위에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진의 수술 권고에 따라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브루니 공보실장은 최근 실시한 검사가 정기 건강검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술은 교황의 우루과이·아르헨티나·페루 사목방문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다. 교황은 11월 6일부터 16일까지 남미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만 교황은 주일 삼종기도 중 페루 방문을 위해 기도해 준 순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예정된 순방 일정에는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번 수술은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한 이후 공개적으로 밝힌 첫 주요 외과 수술이다. 교황의 수술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국 교회에서 교황의 건강과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가 이어졌다. 몰타대교구장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는 엑스(X)에 “몰타교회는 교황님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교황님께서 받으실 수술이 잘 진행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주교회의 의장 루이스 아르궤요 대주교도 “스페인교회 전체와 우리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교황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폴 코클리 대주교 역시 성명을 내고 “미국 주교들은 신자들과 모든 선의의 사람들과 함께 교황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한다”며 “영적 의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황님의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의 손길을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10-13 제3511호 7면

교황 “사형은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용납될 수 없어”

[바티칸 OSV] 레오 14세 교황이 사형제도는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10월 10일 ‘세계 사형제도 폐지의 날’을 맞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형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의를 실현하고 인류의 공동선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감 제도가 마련돼 있으며, 이를 통해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면서도 그들이 속죄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며 “사형에 의존하지 않고도 공동선을 보호하고 정의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을 보호하면서도 죄를 지은 이들에게서 속죄의 가능성을 완전히 앗아가지 않는 효과적인 수감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게시글에 ‘사형제도 반대’(#NoDeathPenalty)라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교황의 이번 메시지는 미국 정부가 니달 말리크 하산의 사형 집행 장면을 공개 생중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10월 9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미국 주교회의 의장은 각각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육군 군의관 출신 정신과 의사인 하산은 2009년 텍사스주 포트후드 군사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하고 32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3년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10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송 매체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산의 사형이 12월 3일 포트후드에서 집행될 예정이며, 그 장면을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다. 공개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에 ‘전쟁부(Department of War)’라는 명칭을 부차적·의례적 명칭으로 추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자신을 ‘전쟁부 장관’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이후 엑스에서도 사형 공개 계획에 관한 발언을 재확인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10월 9일 기자들과 만나 사형 집행 장면을 생중계하려는 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누군가 이런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무슨 목적에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죽음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으며 범죄 억제 효과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폴 코클리 대주교도 10월 9일 미국 정부의 계획에 “충격과 깊은 슬픔”을 표하며 재고를 촉구했다. 코클리 대주교는 바티칸뉴스에 “하산의 행동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결정은 죽음의 문화를 야만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며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 처형이 미국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 국민이 언제나 생명을 선택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교구장이기도 한 코클리 대주교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심각한 해악을 저지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를 공개 처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더욱 훼손하고 국민의 양심에 오점을 남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하느님은 생명의 하느님이시다”라며 “하산의 행동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번 결정은 죽음의 문화를 야만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인간 생명이 본래 지닌 신성함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형제도에 반대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267항을 개정해 현대 사회에서 사형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명확히 했다. 개정된 교리서는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인용해 “사형은 도덕적 관점에서 부적절하며 형사법적 관점에서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 역시 올해 초 자신의 고향인 미국 일리노이주의 사형제도 폐지 15주년을 기념해 가톨릭 사형제도 폐지 운동가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예정대로 하산의 사형 집행 장면을 생중계할 경우 미국 정부가 사형 집행을 일반 대중에게 생중계하는 첫 사례가 된다. 미국 사형제도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공개 처형이 이뤄진 것은 1937년 미주리주에서였다.

입력일 2026-10-11

흉기 피습 이틀 만에 미사 봉헌한 폴란드 만티키에비치 신부 “우리는 용서합니다”

[바르샤바, 폴란드 OSV] 흉기 공격에서 살아남은 폴란드 아드리안 만티키에비치 신부가 사건 이틀 만에 베네딕도수녀회 야로스와프 수도원 제대에 다시 서서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다. 만티키에비치 신부는 9월 26일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저 자신과 마레크 신부, 스타니스와프 신부의 이름으로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우리는 용서한다”고 말했다. 이 강론은 이후 폴란드에서 크게 확산됐으며, 정치인과 성직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반응을 보였다. 용의자인 31세의 우크라이나 남성은 9월 24일 이 수도원에서 모두 5명에게 흉기 공격을 가했다. 공격을 받은 스타니스와프 즈보이니에비치 신부는 숨졌으며, 만티키에비치 신부는 치료를 받고 사건 당일 퇴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마레크 피엔코프스키 신부는 중태지만 안정된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날 미사는 9월 24일 발생한 흉기 공격 이후 수도원에서 처음 봉헌된 미사였다. 만티키에비치 신부는 “특별히 우리를 공격한 사람을 위해, 그리고 그가 회개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청한다”며 “진심으로 그 누구보다도 그에게 이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났든, 우리 수도원에서 벌어진 이 악을 선과 사랑, 용서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티키에비치 신부는 한 사람의 범죄가 폴란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이어질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악을 저지른 것은 특정한 한 사람이기 때문에 공격자가 속한 민족 전체를 비난하지 말아 주기를 또한 청한다”며 “그는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삶을 가진 한 사람이기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사랑과 지원, 이해와 돌봄으로 응답해 달라”면서 “우리 수도원과 우리 도시, 우리 지역과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만티키에비치 신부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형제와 같은 두 민족’이라 지칭하며 다시 한번 “서로 존중하고 서로를 지지해 주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폴란드에서는 대규모 구호 활동이 펼쳐졌다. 많은 폴란드인이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였으며, 국경 도시 야로스와프는 이러한 지원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러나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정치적 관계가 냉각되면서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졌다. 일부 폴란드인들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우크라이나 민족 전체에 돌리기도 했다. 만티키에비치 신부는 미사 강론을 마치며 신자들에게 “서로를 돌보고, 우리 인생길에서 만나는 모든 이를 사랑하자”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8면

교황 “프란치스코 성인, 교회 쇄신하고 분열 치유”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성인 선종 8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은사는 계속해서 열매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226년 10월 3일 선종했다.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과 삼종기도를 바치기에 앞서, 이날 복음(마태 21,33-43)을 인용하며 “그리스도께서 구원을 가져다주시려고 세상에 오셨지만 정작 그분을 받아들여야 할 이들에게 배척당하신 일을 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인류의 역사를 괴롭히는 수많은 잔혹 행위를 되돌아보게 하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그분 아버지의 더욱 크신 자비를 드러낸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음에 등장하는 포도밭의 이미지에 대해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의 보살핌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에 따라 교회를 세울 수도, 훼손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교회를 고치라”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교회를 쇄신하는 데 맡았던 역할을 언급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은 무엇보다 먼저 그리스도라는 토대 위에 자신의 삶을 세웠고, 그분의 가난과 기쁨과 고통에 동참했으며, 마침내 오상의 신비로운 표지까지 받았다”면서 “그분은 주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교회를 고쳤을 뿐만 아니라 형제적 사랑을 증거함으로써 불화가 낳은 분열을 치유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남긴 영적 유산이 오늘날에도 살아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크고 활기찬 프란치스코 수도회 가족뿐만 아니라 그의 영적 유산이 하느님 백성에게 베푸는 수많은 선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 성 프란치스코의 해 특별 희년(2026년 1월 10일~2027년 1월 10일)을 보내고 있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평화를 위한 기도를 꾸준히 바칠 것과 민족들 사이의 화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마테오 추피 추기경은 4일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에서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과 성인 선종 800주년을 맞아 미사를 주례했다. 미사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장상들과 교황 특사인 앙헬 페르난데스 아르티메 추기경 등이 공동집전했으며,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비롯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를 주보성인으로 하는 이탈리아 각지의 기관 대표 등이 참여했다. 추피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을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모습’, ‘기쁨으로 충만한 사람’, ‘생명의 시인’으로 표현하고 “프란치스코 성인은 피조물 안에서 온전히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온전히 신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리가 주님의 현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주님의 뜻을 실천하도록 격려한다”면서 “그의 뜻을 따르면 그 누구도, 원수조차도 버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7면

성 카를로 아쿠티스 공식 다큐멘터리 개봉

[외신종합] 성 카를로(가롤로) 아쿠티스(1991~2006)가 밀레니얼 세대 최초의 성인이 된 지 약 1년 만에 그의 삶을 다룬 공식 다큐멘터리가 전 세계 관객을 만난다. 성 아쿠티스는 2025년 9월 7일 레오 14세 교황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다큐멘터리 <카를로 아쿠티스: 젊은 성인(Carlo Acutis: The Young Saint)>이 9월 29일 바티칸 영화 도서관에서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성 아쿠티스의 생애와 가족의 모습이 담겼다. 올해는 그가 2006년 백혈병으로 선종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는 가족들이 촬영한 영상에서부터 로마와 밀라노, 파티마 등 여러 순례지를 찾은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성 아쿠티스가 남긴 메시지가 미친 영향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의 성덕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는 10월 15~21일 이탈리아 극장에서 상영된 뒤 유럽에서 개봉하며, 2027년 2월에는 북미 지역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교황청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성 아쿠티스의 어머니 안토니아 살자노 아쿠티스도 참석했다. 그는 시사회가 끝난 뒤 “하느님이 자주 잊히는 오늘날 세상에서 카를로가 남긴 유산은 하느님께서 존재하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신앙에서 멀어지고, 기술은 극단적일 정도로 우상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카를로는 ‘우리 모두 언젠가는 골고타에 오르게 되겠지요?’라고 물었고, ‘반드시 긴 삶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실 수 있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주님께서 카를로를 통해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를 실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내 신앙에도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7면

[글로벌칼럼] 주교 임명 과정의 조용한 개혁

규정 자체 변경은 없지만 추천 후보 자질에 대해 제안 후보자 선정 기준, “시노드적이며 선교적이어야” 2024년 2월 16일부터 3월 14일 사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10개의 세계주교시노드 연구그룹을 만들었다. 이 연구그룹들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서 제기돼 2023년 10월 「종합보고서」에 담긴 여러 쟁점을 관련 교황청 부서와 각국 주교회의, 교황청립 대학들과 협력해 연구하기 위해 구성됐다. 각 연구그룹은 최종보고서를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에 제출하며, 레오 14세 교황은 보고서가 제출되는 대로 전문을 공개하도록 지시했다. 이 가운데 주교 후보자 선정 기준을 다룬 제7 연구그룹은 9월 8일 최종보고서의 두 번째 부분을 공개했다. 2025년 5월까지 이 연구그룹에는 당시 교황청 주교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도 참여하고 있었다. 현재의 레오 14세 교황이다. 그는 교황이 된 뒤 이 보고서를 다른 9개 연구그룹의 보고서와 함께 전문 공개하도록 지시했다. 보고서는 두 차례에 걸쳐 나왔다. 후보자 선정 기준을 다룬 첫 번째 보고서는 5월 5일 공개됐으며, 주교들의 사도좌 정기 방문인 ‘앗 리미나(ad limina)’를 다룬 두 번째 보고서는 9월 8일 공개됐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언뜻 보기에는 순전히 행정적인 표현처럼 들리는 한 문장에 담겨 있다. 교황대사는 “시노드적이며 선교적인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목자 후보로 추천되는 인물에게서도 동일한 자질, 곧 친교를 이루는 능력과 대화하는 자세, 지역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교회 특유의 표현에서 벗어나 쉽게 말하면 이렇다. 게임의 규칙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한 사람의 이름이 교황의 책상 위에 올라가기 전에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냐는 것이다. 교회법은 이미 주교 후보자를 추천하는 임무를 주교회의에 앞서 관구장 주교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역시 교회법 제377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이미 규정돼 있는 이러한 의견 청취 과정을 더욱 체계적으로 실시하자고 요청할 뿐이다. 조용한 개혁이다. 자의교서(motu proprio)를 새로 발표할 필요조차 없는 종류의 개혁이다. 특정한 감수성을 갖도록 양성된 새로운 유형의 교황대사만으로도 시간이 흐르면서 주교가 되는 인물들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하나의 뒷이야기가 있다. 제7 연구그룹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결코 당연하다고 할 수 없는 특별한 허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통해서였다. 주교 임명과 관련해 교황대사들에게 전달되는 비밀 지침을 열람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것이다. 많은 추기경에게조차 공개되지 않는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따라서 지금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보고서에는 어느 정도 레오 14세 교황 자신의 손길도 담겨 있다. 2025년 5월 8일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자신이 추기경 시절 작성에 참여했던 작업을 교황이 된 뒤 공개하도록 승인했다. 한때 전 세계 주교를 선정하는 시스템 내부에서 직접 일했던 인물이 이제 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세상에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교회사가인 발터 브란트뮐러 추기경은 현재의 시노드 정신이 “부분적으로 개신교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문서가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그러한 비판에 꽤 명확한 반론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외부에서 새로 들여온 것이 없다. 교회만큼이나 오래된 의견 수렴의 관행을 체계화했을 뿐이다. 실제로 보고서는 비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해석을 명확히 배제하려고 애쓴다. 주교 임명을 여러 집단 사이의 협상으로 바꿔 놓을 정도로 참여자의 수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교회법이 이미 인정하고 있는 이들의 범위 안에서 의견 청취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투표가 아니다. 더 많은 표가 아니라, 다르게 듣는 귀를 갖자는 것이다. 이제 주교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이러한 감수성이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공통된 스타일을 지닌 주교단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이를 만들어 낸 관료주의 속으로 그저 흡수돼 버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 보고서에서 실제로 걸려 있는 것은 교리라기보다 ‘인적 구성’의 문제다. 회칙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문서는 서류함 속에 들어간다. 그러나 한 번 임명된 주교는 수십 년 동안 직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한 명, 또 한 명의 주교가 임명될 때마다 그들은 로마에서 서명된 어떤 문서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게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실제 얼굴을 만들어 간다. 글_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 예수회 사제로 교황청 문화교육부 차관보로 일하고 있다. 예수회 잡지 ‘라 치빌타 카톨리카’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저서로 「SNS 시대의 신학」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담을 엮은 「교황 프란치스코: 나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가 있다.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8면

“독일교회, 보편교회와 일치의 길 길어야”

[풀다, 독일 OSV] 독일 주재 교황대사 후베르투스 판 메헌 대주교가 지역 교회가 독자적인 길을 걷는 것을 경계하면서, 독일 주교들에게 “가톨릭교회의 일치는 교황에 대한 충실성과 성체성사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덜란드 출신 판 메헌 대주교는 9월 28일 독일 주교들에게 “교황은 교회의 가시적 일치를 수호하며, 성체성사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신자들을 그 일치 안으로 더욱 깊이 이끈다”고 말했다. 판 메헌 대주교는 4월 9일 독일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됐다. 독일 주교회의는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독일 중부 도시 풀다에서 추계 정기총회를 열고 인공지능 시대 인간 존엄성 수호를 다룬 레오 14세 교황 회칙 「고귀한 인류」의 신학적 의미와 영향 등을 논의했다. 또한 학대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리, 유럽 지역 성인에 대한 세례, 시노달리타스, 난민 문제 등도 총회에서 논의했다. 판 메헌 대주교는 연설에서 독일 주교회의가 지난 3년간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진행해 온 교회 개혁 과정 ‘시노드의 길’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독일 주교회의는 ‘시노드의 길’ 논의 과정에서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 여성 서품 등에 대해 여러 제안을 내놓았으며, 이에 대해 교황청에서 우려가 제기돼 왔다. 또한 독일 주교회의는 사목적 필요에 따라 자격을 갖춘 평신도가 주일과 대축일 미사에서 강론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올해 2월 춘계 정기총회에서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교황청 경신성사부는 6월 23일 독일 주교들의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재위 중 독일교회 ‘시노드의 길’을 비판하면서, 이 과정이 성령보다는 이념적 원칙에 이끌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판 메헌 대주교는 ‘시노드’라는 말의 의미와 관련해 “이는 각자가 따로 걷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걷는 체험을 뜻한다”며 “시노달리타스는 다른 이들을 뒤에 남겨둔 채 특정 집단만의 관심사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로마는 독일교회도 속해 있는 보편교회의 일치를 보증하는 가시적 중심지”라며 “모든 지역 교회가 저마다 고유한 존엄성과 사명을 지니고 있지만, 어떤 지역 교회도 다른 지역 교회보다 더 큰 교회이거나 더 작은 교회일 수 없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아프리카 교회는 유럽 교회와 다르고, 라틴아메리카나 아시아 교회와도 다르다”면서도 “어느 교회도 그 규모나 문화적 영향력을 이유로 우위를 갖지 않고 모든 교회는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들”이라고 설명했다. 판 메헌 대주교는 “독일 가톨릭교회가 홀로 걷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의 희망은 인간적인 구상이나 전략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교회를 이끌고 새롭게 하시는 주님께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주님과 친교를 유지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보편교회와 베드로의 후계자와 일치를 지켜나갈 때 성령께서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실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7면

교황, 바티칸 정원에서 어린이들과 ‘100만 어린이의 묵주기도’ 캠페인 참여

[바티칸 OSV] 레오 14세 교황이 세계 평화를 위해 묵주 기도 성월인 10월 한 달 동안 묵주기도를 바치자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요청한 가운데, 1일 바티칸 정원에서 수백 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봉헌했다. 교황은 바티칸 정원에 있는 루르드 성모 동굴에 모인 어린이들과 함께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가 주관하는 ‘100만 어린이의 묵주기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교황은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의 어린이가 우리와 함께 기도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바치는 수백만 번의 성모송이 평화를 향한 하나의 간절한 기도가 돼 하느님께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이탈리아어와 아랍어, 우르두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분쟁과 불안정으로 고통받는 나라들을 위해 묵주기도 각 단을 바쳤다. 100만 어린이의 묵주기도 캠페인은 200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됐으며, 흔히 ‘파드레 비오’로 알려진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신부가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 “100만 명의 어린이가 묵주기도를 바치면 세상은 변할 것”이라는 말에서 영감을 얻었다. 올해도 전쟁과 빈곤, 정치적 불안정으로 고통받는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 교구와 본당, 학교, 가정 등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며,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10월 7일까지 이어진다. 교황은 어린이들에게 “기도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기도에는 언제나 선행과 사랑의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프랑스 사목방문 중이던 9월 27일 루르드 성모 성지 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삼종기도를 주례하며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전쟁 종식과 국가 간 평화를 위해 10월 한 달 동안 묵주기도를 바쳐 달라”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7면

교황 “서울 WYD, 기억과 미래가 만나는 자리 되길”

레오 14세 교황이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사제와 남녀 수도자들을 만나 한국교회의 순교 신앙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한반도 평화에 관한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10월 5일 교황청 사도궁 클레멘스홀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인 사제·수도자 169명을 만났다. 서울 WYD 준비와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건물 축복 25주년을 맞아 이뤄진 자리다. 교황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고 서울 WYD 준비 관계자들과 한인신학원 공동체를 특별히 격려했다. 한국교회의 독특한 신앙 역사를 되짚은 교황은 그 역사가 오늘날 교회에 건네는 두 단어로 ‘기억’과 ‘희망’을 꼽았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신 일에 감사하고, 오늘 우리에게 맡기신 것을 책임 있게 이어 가는 것”이라며, 희망에 대해서도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기에 어떤 어둠도 끝내 승리할 수 없다는 확신”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와 전쟁, 가난과 분단을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선 한국 민족의 “놀라운 정신적 강인함”도 언급했다. 이러한 끈기가 복음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고통 때문에 마음이 굳어지지 않은 채 시련을 견뎌 내는 그리스도인의 굳셈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교황은 특히 한국교회의 두 번째 사제인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를 ‘땀의 순교자’로 소개했다. 최 신부가 11년 동안 멀리 흩어져 숨어 지내던 신앙 공동체들을 찾아다니며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를 전하고 온 삶을 봉사에 바쳤음을 상기시키면서, “한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순교가 있는가 하면 날마다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드러나지 않는 순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로운 이들에게 다가가고 지친 이들을 북돋우며 멀어진 이들을 찾아 나설 것을 요청하고, “용서하고, 다시 시작하고, 대화할 용기”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분단된 한반도를 향해서는 화해와 평화를 강조했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고 전한 교황은 “판단하기보다 경청하고, 원한을 품기보다 용서하며, 대립보다 친교를 선택할 때 평화는 시작된다”면서 한국 사제와 수도자들에게 “하나 되어 평화의 일꾼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WYD와 관련해서는 한국교회가 걸어온 신앙의 여정과 연결했다. 교황은 “한때 선교지였던 한국은 오늘날 선교사를 양성하는 나라가 됐다”며 "이는 앞서 간 이들의 신앙과 희생이 맺은 소중한 열매”라고 전했다. 이어 “기억은 선교를 낳고, 선교는 희망의 길을 연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순교자들의 증언을 통해 복음이 뿌리내리고 자라난 한국을 찾게 될 것이라면서, 서울 WYD가 “기억과 미래가 만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했다. 순교자들이 새로운 세대에 신앙을 건네고, 젊은이들은 이를 받아 세상 곳곳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기대도 전했다. WYD 준비 관계자들에게는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걸으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전하게 하고, 신앙은 삶의 폭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지평을 열어 준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깨닫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서울 WYD 주제 성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마음에 간직해 달라며, 한국교회 구성원들이 “기억의 수호자, 희망의 증인, 평화의 일꾼”이 되기를 기원했다. 레오 14세 교황 성하께서 재로마 한인 사제, 수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2026년 10월 5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추기경님, 그리고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로마에 계신 한인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 여러분을 맞이하게 되어 기쁩니다.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기억이 있는 이곳에서, 여러분은 한국에서 받은 신앙의 뿌리를 찾고, 새로운 선교의 열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멀리서 오셨지만, 동시에 본향에 와 계신 것입니다. 특별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에 애써 주시는 모든 분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교황청립 로마 한인 신학원 설립 25주년을 맞이하여, 신학원 공동체에 축하를 드리며, 한국 교회 나아가 보편 교회를 위한 봉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는 참으로 특별합니다. 신앙이 자발적으로 싹을 틔웠으며, 그리스도교 서적을 알게 된 이들이 진심으로 진리를 찾고, 예수 그리스도를 더더욱 알고 싶어하는 원의에서 자라났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탐구에서 세례의 열망이 생겨났고, 또한 그 세례로부터 초대 교회를 떠올리게 하는 공동체가 탄생하였습니다(사도 4,32 참조). 이 역사는 우리에게 두 가지 말을 선물합니다. 바로 ‘기억’과 ‘희망’입니다. 그리스도교적 기억은 소소한 향수(鄕愁)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이자 그분께서 오늘날 우리 손에 맡기신 것에 대한 책임을 말합니다. 희망 역시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 가운데 그 어떤 어둠도 마지막 순간에 드리우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의 증거 위에서 자라났습니다. 진정 한국의 백성은 자신의 역사에서 위대한 정신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박해와 전쟁, 빈곤과 분열을 겪었음에도 다시 일어나 앞을 바라볼 줄 알았습니다. 복음의 빛을 받은 이 강인함은 곧 그리스도인의 힘이 되었습니다.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시련을 견디어 내는 능력, 공포가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 않도록 하는 능력이 바로 그 힘이었습니다. 순교자들의 기억을 지키는 것은 그분들의 믿음을 오늘날 우리의 선택, 우리의 봉사, 우리의 용서와 주어진 선물 안에서 지속적으로 살아 내는 것을 뜻합니다. 특별히 이와 관련하여 저는 한국 교회의 두 번째 사제이시며, ‘땀의 순교자’로 기억되는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을 생각합니다. 최양업 신부님께서는 숨어 지내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을 찾아가기 위해 11년간 지치지 않고 쉼없이 조선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이는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성사를 베풀기 위한 여정이었으며, 이 직무는 당신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가경자의 증거는 단번에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순교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마다 자신의 삶을 내어 놓는 순교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바로 이러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날마다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이웃에게 내어 주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는 바로 이것이 필요합니다. 설령 희생을 치러야 할 경우에도 모두가 선을 행할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혼자가 된 이에게 이웃이 되어 주십시오. 지친 이에게 일어설 힘을 주십시오. 멀어진 이를 찾아 나서 주십시오. 용서할 용기, 다시 시작할 용기, 대화할 용기를 가지십시오! 선은 많은 경우 인정받지 못하고 때로는 희생을 요구할 때도 있으나, 이 일상의 애덕적 용기가 바로 우리의 복음 선포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의 우정에서 비롯됩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 사랑하는 형제자매, 사제, 수도자 여러분! 이 우정을 지켜 주십시오. 성체성사에서 양분을 얻고,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주님 앞에서 침묵과 기도를 통해 이 우정을 길러 나가십시오. 우리가 받은 성소의 기쁨을 되찾고,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때는 바로 그분과 함께 머무를 때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형제애에 열어 주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와의 우정입니다. 여러분은 교구, 수도회, 그리고 여러 공동체에 속해 계시고,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갖고 계십니다. 이러한 다채로움을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원천으로 구현하십시오. 시노드 교회는 한 분이신 주님의 뒤를 따라 함께 걷는 교회로서, 이웃을 결코 경쟁자로 여기지 않으며, 오히려 이웃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안에서 형제이자 동반자를 발견하며 그를 맞아들입니다. 이는 여러분의 땅을 생각하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고통스러운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저는 여러분께 항상 화해의 사람이 되어 주시길 청합니다. 무릇 평화는 각자의 마음에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판단하기보다는 들어 주고, 미움을 쌓기 보다는 용서하며, 반목이 아닌 일치를 지향하여야 합니다. 부디 일치 가운데 평화의 일꾼이 되어 주십시오. 새로운 만남의 길이 열릴 수 있도록, 그리고 평화의 복음이 한반도의 모든 곳, 더 나아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자유롭게 선포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기도합시다. 한때 선교 국가였던 대한민국은 이제 선교사를 양성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는 바로 여러분의 신앙 선조들의 믿음과 희생의 값진 열매입니다. 기억은 선교를 이루고, 선교는 희망에 열려 있습니다. 다가오는 세계청년대회는 이 모든 진리를 가시적으로 드러낼 것입니다. 세계 곳곳으로부터 젊은이들은 순교자들의 증거를 통해 복음이 자라난 땅으로 다다르게 됩니다. 이 기회가 기억과 미래의 위대한 만남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순교자들은 새로운 세대에 믿음을 전달하고, 젊은이들은 이를 받아 세상의 길 위에서 전할 것입니다. 또한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자유를 손상 없이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법을 발견하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믿음은 삶을 제한하지 않고, 더 넓은 지평을 향해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십시오. 이미 잘 해 오신 것처럼, 세계청년대회를 열정적으로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준비 가운데 예수님의 이 말씀을 마음에 간직해 주십시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여러분의 선조이신 순교자들은 이 말씀을 잘 이해하셨습니다. 그분들의 희망은 호의적인 환경에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승리하셨다는 확신에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참으로 위대한 유산을 받았습니다. 믿음 안에서 굳건해지고, 사랑 안에서 자비로워지며, 희망 안에서 항구하십시오. 결코 선을 행하는 데 지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혹 그것이 많은 수고를 요하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으로 행한 그 어떤 행동이라도 하느님 앞에선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묵주기도에 봉헌된 이 10월에, 저는 여러분 모두를, 그리고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여정을,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께 의탁합니다. 더불어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 그리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 복자들께서 여러분과 함께 동반해 주시고, 여러분이 기억의 수호자, 희망의 증거자, 평화의 일꾼이 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시길 청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공동체 형제자매들과 한국에 계신 모든 하느님 백성에게 마음을 담아 사도적 축복을 전합니다. 바티칸에서 2026년 10월 5일 레오 14세 교황 * 번역: 이인섭 아우구스티노 신부(인천교구)

발행일 2026-10-11 제351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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