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교단, “핵무기 완전 폐기 요청” 성명서 발표

[UCAN] 일본 주교단이 성명을 내고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호소했다. 일본 주교단은 전 세계 핵무기의 완전 폐기를 요청하며, 자국에 투하된 핵무기 피해 생존자들이 겪은 고통을 환기시켰다. 6월 17일 자로 작성된 성명서는 20일 일본 주교회의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일본 주교회의는 “우리가 핵무기 폐기를 강력히 요청하는 이유는, 전쟁에서 실제로 핵무기를 경험한 유일한 나라의 주교들이기 때문”이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주민들, 그리고 피해 생존자들이 겪은 고통과 무거운 역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약 14만 명이 사망했고, 사흘 뒤 나가사키에 떨어진 또 다른 원자폭탄으로 7만4000명가량이 희생됐다. 일본 정부는 올해 이 비극의 80주년을 맞아 관련 행사를 기념하고 있다. 국제핵무기폐지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 ICAN)에 의하면, 핵무기 피해 생존자들이 받는 고통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고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일본 주교단은 “많은 이가 여전히 후유증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모든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인간의 존엄성과 하느님께서 선한 뜻으로 창조하신 세계를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핵실험과 우라늄 채굴로 인한 피해자들의 존재도 기억해야 한다”며 “이들의 존재는 핵 피해를 바라보는 보다 넓은 시야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보유, 사용은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단언하고, “핵 억지력 개념은 효과적인 분쟁 해결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세상을 핵전쟁 위험으로 몰아넣는다”고 비판했다. “무력을 국가 간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고 전한 일본 주교단은 “대화를 통한 평화 정착과 모든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 존중을 위해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요청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 주교단은 핵무기 폐기를 위해 네 가지 방향에서 활동을 이어갈 것도 약속했다. 첫째, 핵무기의 비인간성을 세계에 알리고, 둘째, 폐기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활동에 협력하며, 셋째,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지지하고 일본 정부에 비준을 요청하고, 넷째, 평화 교육과 인식 개선을 통해 다음 세대에 평화의 가치를 전하겠다는 내용이다.

‘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주민 고통 극심

[UCAN] 캄보디아 바탐방지목구장 엔리크 피가레도 알바르곤살레스 주교는 최근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으로 교역과 이동이 제한되자, “국경 분쟁이 평범한 주민들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알바르곤살레스 주교는 6월 24일 보도된 교황청 복음화부 선교 소식지 ‘피데스’(Fides)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은 양국 간 갈등에 실망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국경이 봉쇄되면서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차단돼 사회, 경제, 문화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심지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인 주민도 수백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번 갈등은 5월 28일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심화됐다. 이후 태국 군은 6월 23일, 학생과 병원 치료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경 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이에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 중인 자국민에게 귀국을 촉구했고, 하루 평균 5000~6000명이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돌아오고 있다. 태국 내 공식 등록된 캄보디아 노동자는 약 45만 명에 달한다. 알바르곤잘레스 주교는 “국경 분쟁은 1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고, 프랑스 식민 통치 시기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며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배하던 시기에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 국경선을 설정했지만, 태국은 이 국경선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8면

교황청, 세계 박람회 첫 참가 ‘눈길’

[UCAN] 교황청이 세계 박람회(World Expo)에 처음 참가해 많은 관객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2025 오사카·간사이 세계 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10월 13일까지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열리는 가운데, 교황청이 세계 박람회 역사상 처음으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이탈리아관 내 교황청 전시관(Holy See Pavilion)의 주제는 ‘아름다움은 희망을 가져다준다’(Beauty Brings Hope)이다. 교황청은 “오사카 엑스포 전시는 신앙과 쇄신을 깨우쳐 주는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는 기회이며, 아름다움은 희망으로 향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은 특히 성화 <그리스도의 매장>(The Entombment of Christ)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성화는 이탈리아 출신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작품으로, 작품의 일본 전시 역시 처음이다. 바티칸 박물관은 이번 세계 박람회를 위해 교황청 전시관에 이 작품을 대여했다. 작품은 비그리스도교 국가인 일본에서 단순한 그림 이상으로 교황청의 의도를 제대로 알리고 있다. 6월 16일 교황청 전시관 앞에는 더위를 피하려 한 손에 부채와 양산을 든 관객들이 긴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전시관을 찾은 한 일본 여성은 “몇 년 전 이탈리아에 갔을 때 <그리스도의 매장>을 관람한 적이 있지만 오늘 다시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들 역시 “예수님은 잘 모르지만 성화는 아름답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어두운 조명이 설치된 전시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며 “경이롭다”는 감탄사를 쏟아 내고 있다. 전시관을 관리하는 유타로 갈린드리 씨는 “이 작품은 ‘아름다움은 희망을 가져다준다’는 교황청 전시관의 주제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면서 “작품이 관객 눈높이에 맞춰 전시되는 것도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린드리 씨는 “<그리스도의 매장>은 보통 제단화(altarpiece)로 전시되는 경우가 많아 지금처럼 관객이 작품을 세밀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무척 특별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1600년에서 1604년 사이에 그려진 <그리스도의 매장>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져 돌 위에 놓이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으며, 니코데모와 요한 사도, 성모 마리아, 마리아 막달레나 등이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둘러싸고 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암시한다. 필리핀 가톨릭신자로 도쿄에 살고 있는 준 하라노 씨는 작품을 관람한 뒤 “이 작품은 더위에 긴 줄을 서서 관람을 기다릴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며 “그리스도가 인류 구원을 위해 당한 고통의 크기를 알려 주는,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러운 명화”라고 평가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6면

미국교회, ‘노예 해방일’ 160주년 기념

[갈베스턴, 미국 OSV] 미국교회 본당과 교구들이 6월 19일 ‘노예 해방일’(Juneteenth) 160주년을 기념했다. 보스턴대교구, 신시내티대교구, 오클랜드교구 등 많은 교구와 본당에서 ‘노예 해방일’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했고, 사목자들은 노예 해방일의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교구장 티모시 시니어 주교는 노예 해방일 메시지에서 “노예제도는 160년 전에 끝났지만, 슬프게도 인종차별의 악행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노예 해방일을 지키면서 우리 마음에 사랑과 해방의 정신을 키우고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과 증오를 종식시키기 위해 하나가 되자”고 당부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유일하게 신자의 다수를 이루는 버지니아주 노포크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도 노예 해방일을 경축했다. 본당 주임 제임스 커란 신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자유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도 노예제도는 그대로였기에 노예 해방일이 노예들에게는 진정한 독립기념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신자들은 미국의 노예 해방이 미국 역사에서 의미가 큰 성취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노예 해방일은 인종차별과 불의를 끝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무국(African American Affairs at the U. 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안셀 오거스틴 부국장은 “가톨릭적 시각에서 볼 때, 노예 해방일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불의에는 맞서 싸우고 정의를 지향해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럼으로써 지금의 세상에서 모든 이들이 존엄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완전한 노예 해방은 1865년 6월 19일 이뤄졌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한 지 2년 반, 남북전쟁이 끝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연합군 2000명을 이끌고 이날 텍사스 갈베스턴에 도착해 노예제도가 끝났다고 선언했고, 25만 명이 넘는 노예들이 해방됐다. ‘Juneteenth’는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친 말이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7면

교황청 재단 ACN, 지난해 2050억 원 모금…137개국에 사목 원조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가 최근 ‘ACN 2024년 연간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CN은 2024년 1억3926만1868유로(약 2050억 원)를 모금해 총 137개국에서 5335건의 사목 원조 사업을 지원했다. ACN은 2024년 전 세계 23개 지부에서 약 36만 명 후원자와 기부, 유산 증여 등을 통해 기금을 모금했고, 기금의 79.8%를 사목활동 연계 비용으로 지출했다. 연계 비용 중 84.7%는 사목 원조 사업에, 나머지는 박해로 고통받는 교회와 신자들을 알리고 대변하는 활동에 쓰였다. 사목 원조 사업 지원금은 ▲아프리카(30.2%)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18.7%) ▲라틴 아메리카(16.8%) ▲중동(17.5%) ▲우크라이나 등지(15.9%)에 투입됐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아프리카 교회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빈곤과 이슬람 극단주의의 공격과 테러 확산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2022년 전쟁 발발 이래 3년 연속으로 ACN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다. ACN은 전 세계 성당, 신학교, 사목센터 등의 건설·보수 755건, 오지 사목활동을 위한 운송수단 구입 1141건을 지원했다. 또 총 9961명의 신학생 양성에도 지원했다. 전 세계 신학생 11명 중 1명이 ACN의 지원을 받은 셈이다. ACN은 전 세계에서 183만6591대의 미사 예물을 지원했다. 역대 최고치로, 전 세계 사제 10명 중 1명꼴인 4만2252명이 ACN의 지원을 받아 사목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 ACN은 여성 수도자 6030명에게 생활과 사도직 활동 비용을 지원했다. 또 ACN은 전체 예산의 10.7%인 1000만 유로를 긴급 구호 지원금으로 투입했다. 무력 분쟁이 격화한 레바논과 시리아 등 중동 국가가 82% 이상의 긴급 구호 지원을 받았다. 레지나 린치 ACN 수석대표는 “박해와 전쟁, 극심한 가난에 직면한 수십만 명 형제자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신 전 세계 신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7면

교황, 로마 별장서 첫 여름휴가 보내기로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7월 중순부터 2주간 로마 카스텔 간돌포의 별장에서 지낼 예정이다. 교황은 지난 5월 29일 카스텔 간돌포 ‘찬미받으소서 학교'(il Borgo Laudato Si)를 방문한 바 있다. 역대 교황들은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이곳을 주기적으로 찾았다. 마테오 부르니 교황청 공보실장은 “레오 14세 교황이 카스텔 간돌포의 바르베리니 별장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 궁내원도 6월 17일 공지를 통해 “7월에는 수요 일반알현을 포함한 교황님과의 개인 알현은 모두 중단되고 7월 30일부터 재개된다”며 “교황님은 7월 6일 주일 오후 별장으로 이동해 20일 오후까지 머무를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교황은 체류 기간 중인 13일 오전 카스텔 간돌포 빌라노바의 성 토마스성당에서 주일미사를 주례하고, 정오에는 카스텔 간돌포 사도궁 앞 광장에서 삼종기도를 바친다. 20일 오전에는 인근 알바노 라치알레 대성당에서 주일미사를 주례한 뒤 정오에 다시 카스텔 간돌포 사도궁 앞 광장에서 삼종기도를 바치고 교황청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8월에도 카스텔 간돌포 체류가 이어진다. 교황은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다시 이곳에 머물며,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는 빌라노바의 성 토마스성당에서 수천 명의 방문객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 역대 교황들은 전통적으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카스텔 간돌포에서 봉헌했다. 카스텔 간돌포는 약 9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소도시로, 1626년부터 교황의 여름 별장으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을 찾지 않고 교황청에서 여름을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름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카스텔 간돌포 사도궁을 박물관으로 전환시켰고, 정원도 개방했다.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청 소유지는 정원 74에이커를 포함해 총 135에이커(0.54㎢)로, 바티칸시국 전체 면적인 108.7에이커(0.44㎢)보다 넓은 규모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7면

교황청, 신자들에게 ‘베드로 헌금’ 동참 요청

[외신종합] 교황청이 보편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레오 14세 교황을 지원하기 위한 ‘베드로 헌금’(Peter’s Pence)에 참여할 것을 가톨릭신자들에게 요청했다. 교황청은 “베드로 헌금으로 레오 14세 교황의 발걸음에 참여합시다”(Take part in the steps of Leo ⅩⅣ with your donation to Peter’s Pence)라는 문구로 베드로 헌금의 취지를 알리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6월 29일)에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기념하면서 초대 교황 성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의 복음 선포와 평화 증진, 자선 활동을 돕고자 특별 헌금을 실시하는데 이것이 베드로 헌금이다. 교황청 재무원과 홍보부는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발코니에서 했던 첫 강복 등 첫 행보(first steps)를 담은 영상을 공개해 신자들의 베드로 헌금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교황청 재무원의 2022~2023년 통계에 의하면 베드로 헌금으로 2023년에는 4840만 유로(한화 약 770억 원), 2022년에는 4350만 유로(약 690억 원)가 모였다. 여기에 자산소득으로 360만 유로가 추가됐지만 지출 총액은 1억940만 유로(약 1740억 원)였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26일 선교와 자선을 위한 새로운 조직으로 ‘교황청 기부위원회’(Commission for Donations to the Holy See)를 설립했고 2028년까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7면

[글로벌칼럼] 새 교황에게 빠져드는 신자들과 그렇지 않은 언론

크기가 중요할까?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초기에 교황청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군중의 규모를 두고 논쟁이 뜨거웠다. 2013년 선출 이후, 그는 수요 일반알현에서 엄청난 인파를 끌어모으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15~2016년경부터 참석자 수가 감소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판적인 이들은 ‘프란치스코 효과’가 이미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레오 14세 교황의 ‘허니문’ 기간이다.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은 실로 인상적이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희년의 영향도 크다. 희년을 맞아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영원한 도시’ 로마에 몰려들고 있다. 희년이 끝나고 ‘미국 태생 최초의 교황’이라는 신선함마저 사라진 후에도 레오 14세 교황이 계속해서 이 같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많은 가톨릭신자가 진심으로 그에게 매료된 듯하다. 아마도 그가 비교적 전통적인 가톨릭 메시지를 강조하며 기도와 영성을 중심에 두고,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는 따뜻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많은 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인물로 비치고 있다. 비교적 마른 체형에 크지 않은 키, 그리고 전임자보다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즉위한 그는 이미 교황직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가고 있다.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전 세계는 그의 행보에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는 교회 내 신뢰 회복이었다. 바티칸 시국과 로마교구에서 일하는 평신도와 성직자, 그리고 교황청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이들 중 다수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시절, 소외되거나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했지만, 동료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재위 초기에 다양한 단체와 직접 만나며 ‘관계 회복’에 집중했다. 지난 5월 24일에는 교황청과 바티칸 시국, 로마교구 직원들을 만나 “교황은 죽어도 교황청은 남는다”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이 다른 방식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암시했다. 6월 10일에는 전 세계 교황대사들과의 만남에서 교회가 주교 선출 등 핵심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교황대사들의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이어 6월 12일에는 로마교구 사제단과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면서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함께 걷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되찾다’(Regain)라는 표현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12년 동안 일부 사제들이 평온하지 못했음을 은연중에 시사하는 말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왜 레오 14세 교황이 이런 ‘회복’ 작업을 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전임 교황은 전 세계 수많은 가톨릭신자에게 깊은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교회 내 전통주의자들 사이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초기부터 ‘성당 안에 머무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가는 교회’를 강조했다. 가난한 이들, 이주민, 환경 문제, 전쟁 반대 등 현실적인 이슈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교회의 목소리를 세상에 적극 전달했다. 그의 일반알현이나 주일 삼종기도는 자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즉흥적인 발언과 인도주의적 제스처는 세속 언론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아직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카리스마의 차이든 간에 그는 평화에 관한 일반적인 메시지를 제외하면 정치적인 발언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마디로 뉴스를 만들어냈던 일반알현과는 달리, 레오 14세 교황의 일반알현은 언론이 관심 가질 만한 화제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말자. 이러한 변화가 교황이 더 이상 교회의 유일한 목소리이자 중심이 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게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또한 과도한 기대는 자제해야 할 일이다. 지금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교황이 제시하는 주제나 문제보다는, 그 존재 자체에 더 열광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경건한 신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세속 언론에는 그리 흥미로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6면

미얀마 신자들, “‘미얀마 고통’ 언급 교황에 감사”

[UCAN] 레오 14세 교황이 6월 15일 주일 삼종기도에서 내전을 겪고 있는 미얀마를 언급하며 포용적인 대화와 평화 정착을 호소하자 미얀마 신자들이 이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미얀마 만달레이대교구 총대리 세인 흘라잉 우 신부는 “우리는 고통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에 대한 교황님의 관심과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교구 내 사가잉 지역은 군사 충돌과 폭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속되는 폭격으로 많은 마을이 폐허로 변하고 성당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은 안식처조차 찾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신부는 “사제들은 기본적인 생존조차 위태로운 노인과 여성,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이 벌어지는 위험한 지역에서도 사회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곤대교구 신자이자 대학교수인 요셉 쿵은 “교황님께서 군부에 의한 지속적인 공격과 사회 기반 시설 파괴를 지적하셨듯이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학교가 공격당하고, 오직 계속 배우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공격을 당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 5월, 군부의 공습으로 사가잉 지역 오 테인 트윈 마을에서 학생과 교사 20명이 숨진 사건은 여전히 주민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쿵 교수는 “4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으로 미얀마 국민은 지치고 상처받았지만, 교황님이 미얀마를 직접 언급하신 순간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버려지지 않았다는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6면

교황 “성체 거동은 예수님 사랑 드러내 보이는 것”

[로마 CNS] 레오 14세 교황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인 6월 22일 로마 거리에서 성체 거동을 하며 “그리스도인들은 물질적, 영적으로 받은 은총을 나누며 예수님 사랑의 증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라테라노 대성당 밖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성체 거동은 믿는 이들의 가슴에 예수님을 드러내 보이는 길로서 신자들의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하고,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들 내면에 있는 궁핍함과 빵만으로 그 궁핍함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성찰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복음은 예수님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의 군중을 먹이신 루카복음 말씀이었다. 교황은 “예수님은 배고픈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시면서 눈을 들어 축복하시고 나눔의 표시로 빵을 쪼개 모든 이들을 먹이셨다”며 “주님의 행동은 어떤 복잡한 마술 같은 의식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감사, 성령에 의해 지속되는 자녀로서의 기도 그리고 형제적 일치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나눌 수 있는 빵과 물고기를 늘려 주셨고 결과적으로 모든 이들이 먹기에 충분했다”며 “사실,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몫을 먹고도 남은 조각들이 열두 광주리나 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 복음 속 군중과 마찬가지로 모든 민족들이 타인의 탐욕 때문에 배고픔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큰 부를 쌓은 소수의 사람들은 오만하게도 가난한 많은 사람들에게 무관심해 고통과 불의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희년인 올해 우리는 실천과 봉사를 이끄는 주님의 모범을 따라 빵을 나누고, 희망을 키우고, 하느님의 나라가 오심을 선포해야 한다”며 “성체는 영원한 삶을 위한 빵이기 때문에 단지 육체적 배고픔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이를 죽음에서 구원하실 수 있다는 약속이 된다”고 말했다. 미사 후 교황은 최근 첫영성체를 한 어린이들을 포함해 수천 명의 사람들과 성체 거동에 나섰다. 교황은 성광 안에 축성된 성체를 모시고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성모대성당까지 약 1.6km의 거리를 행렬했다. 교황은 성모대성당에 도착해 성체 강복을 주례했다. 교황은 성체 거동 중에 “모든 이들이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의 현존이 어떻게 자신들을 변모시키고 교회와 일치돼 예수님의 몸이 되도록 인도하는지 증거하자”며 “우리는 목자와 양 떼로서 함께, 성체를 모시고 공경하고 거리에서 성체 거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눈과 양심과 마음 앞에 예수님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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